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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회차는 명전이다-57화 (57/209)

57화

라스베이거스 에비에이터스, 1919년 창단되어 1983년 샌디에이고 파더스를 시작으로 2001년에 LA다윈스를 거쳐 토론토 레드제이스와 뉴욕 맨츠 산하 구단을 거쳐 2019년부터 지금까지는 오클랜드 슬랙스 산하 트리플A 구단으로 계약한 곳이었다.

에비에이터스를 거쳐 간 메이저리그 선수 중 유명한 선수로는 피터 알론, 마이클 톤포토, 제이콥 디롬, 세스 투고와 펫 캠프, 노아 신가드, 잭 필러가 있고, 그보다 많은 유망주를 길러 내 페이 롤이 작은 오클랜드 구단의 팜으로써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는 구단이기도 했다.

오후 5시, 에비에이터스 구단 사무실 앞에 미들랜드 락하운즈의 유니폼을 입은 선수 두 명이 도착했다.

이들의 정체는 당연히 대호와 아론이었다.

두 사람은 오전에 아침 식사를 끝내고, 라스베이거스 일대를 돌아다니며 관광을 즐겼다.

상급 구단인 오클랜드 슬랙스의 프런트로부터 하루 휴가를 허락 받은 상태였기에, 대호 역시 마음 편하게 휴가를 만끽했다.

그러고 나서 오후 4시쯤에 묵었던 호텔에서 체크아웃을 한 뒤 막 구단에 도착한 것이었다.

“후!”

“들어가자.”

두 사람은 한번 심호흡을 하고 구단 사무실로 들어갔다.

“안녕하십니까? 미들랜드 락하운즈에서 콜업 된 아론 헤들러입니다.”

“정대호입니다.”

아론과 대호는 라스베이거스 에비에이터스 사무실에 들어서며 그렇게 자신들을 소개했다.

이들이 들어간 사무실 안에는 40대 초반의 남성 한 명과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성이 한 명 자리에 있었다.

“아, 연락 받았습니다. 어서 오세요.”

인사를 하는 대호와 아론을 맞이한 것은 40대의 남성이었다.

“에비에이터스의 서무를 맡고 있는 스티브 맥퀸이라 합니다.”

“에이미 오르단이에요.”

40대 남성의 이름은 스티브 맥퀸이었고, 에이미라고 말한 여성과 함께 서무를 맡고 있었다.

“현재 선수들은 원정 경기를 나가 일주일 뒤에나 돌아오니, 그동안 알아서 생활을 하면 될 겁니다.”

미들랜드에서 콜업 되어 온 대호와 아론은 설명을 하는 스티브 맥퀸의 이야기를 들으며 살짝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도 그럴 것이, 설명을 하는 그의 모습이 그렇게 썩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티브의 얼굴 표정에는 지루함이 잔뜩 떠 있었고, 그렇기에 자신들을 무시하는 듯한 느낌이 역력히 느껴졌다.

차라리 간단히 자신을 소개한 에이미가 더 낫다고 느껴질 정도로 첫인상이 그리 좋지 못했다.

‘젠장. 여긴 또 왜 이런 거야?’

자신이 거쳐 온 하이 싱글A의 랜싱 러그너츠나 미들랜드 락하운즈와는 달리, 휘하 직원들 때문에 첫인상이 나빠져 버렸다.

‘지금까지 승격한 선수들한테 다 이런 식으로 대했다면… 뭐 더 할 말도 없네. 시작부터 사기를 꺾는 건가?’

오랜만에 휴일을 가져 관광을 한 덕분에 좋았던 기분이 순식간에 나락으로 처박혔다.

그렇다고 해서 승격을 거부하고 더블A로 다시 내려가는 것도 말이 안 되는 상황.

마음에 들지 않아도 두 사람은 이제부터 이곳에저 적응을 해야만 했다.

‘이렇게 된 이상… 빠르게 메이저리그로 진출한다.’

대호는 좋지 못한 첫인상 때문에 이곳 라스베이거스 에비에이터스에 오래 있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그렇지만 오클랜드에서 자신을 콜업하려면 적어도 2개월은 여기에서 실적을 쌓을 필요가 있었다.

두 사람의 부정적인 생각은 에비에이터스의 숙소에 도착하자 더욱 심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하이 싱글A나 더블A로 콜업 되었을 때는, 비록 경쟁하는 사이였더라도 선수들 간에 어느 정도 팀워크가 있었는데, 원정 경기에 포함되지 않은 선수들과 만나면서 불쾌한 경험을 겪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위로가 된 것은 더블A에서 사용하던 숙소보다 깨끗하고 시설이 좋았다는 점과, 방을 다른 사람이 아닌 아론과 함께 사용하게 되었다는 것 정도였다.

만약 이런 것도 아니었다면 대호는 아마도 다시 더블A로 내려가고 싶어졌을 것이다.

두 사람은 숙소에서 나와 복도를 걸었다.

“하, 젠장. 콜업 되었다고 좋아했었는데, 이건 뭐…….”

대호는 저도 모르게 속마음을 그대로 밖으로 내뱉었다.

“너도 그래?”

“응, 마음 같아선 다시 락하운즈로 돌아가고 싶다.”

“하하, 나도!”

아론도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소리를 들은 대호는 어깨를 으쓱 거리며 자신도 같은 생각이란 표시를 했다.

“그럼 잘 됐네. 여긴 언제나 자리 부족하니, 너희 같은 놈들은 바로 더블A로 돌아가!”

언제 다가왔는지 에비에이터스 선수 한 명이 두 사람의 뒤에서 큰 목소리로 말했다.

대호와 아론은 너무 자신들의 세계에 빠져 있어서 뒤에서 누가 다가오는 지도 모르고 정신없이 수다를 떠는 중이었는데, 순간 깜짝 놀랐다.

아무리 미국이 개인 성향이 강하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속한 단체에 대해 비방하는 것은 좋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애초에 국가에 대한 애국심을 강조하는 건 기본이기도 하고.

이번에는 확실히 대호와 아론, 두 사람의 실수가 맞았다.

아무리 사무실과 처음 숙소에 도착했을 때 첫인상이 나빴다고 해도, 대놓고 험담을 늘어놨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강 대 강으로 나오는 상대에게 기죽을 필요는 없었다.

“흐음… 다시 생각해 보니까, 굳이 여기까지 왔는데 내려갈 필요는 없는 것 같네. 그냥 메이저로 올라가는 게 좋겠어.”

대호는 상대방의 말을 받아 강하게 받아쳤는데, 그 모습이 신기했는지 뜻밖이란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이 알고 있는 동양인들은 이처럼 강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기보단 그저 움츠러들거나 소심하게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니까.

백에 하나 정도 조금 전과 같이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정도였는데, 대호가 그런 쪽에 속하는 것 같자 흥미를 느낀 것이다.

“난 켈리 달튼이라고 한다. 후보긴 하지만 내야수 중 1루를 맡고 있지.”

조금 전 시비를 걸듯 말을 하던 상대는 자신을 켈리 달튼이라 소개를 하였다.

그런 달튼을 보며 대호도 자신을 소개했다.

“방금 전 미들랜드에서 콜업 된 정대호야. 주 포지션은 중견수지만… 외야 포지션이라면 모두 가능하지.”

“아! 네가 그 더블A의 미스터 인크레더블이구나?”

켈리 달튼은 정대호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곧바로 팬들이 부르는 별명을 내뱉었다.

하이 싱글A는 물론이고 더블A마저 초토화시킨 대호는 그 압도적인 성적 덕분에 팬들로부터 많은 별명을 얻게 되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빅 타이거’, ‘슈퍼 보이’가 있었고, 지옥의 12연전 도중 미션스를 박살 냈을 때 ‘미스터 인크레더블’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가장 많이 쓰이는 건 빅 타이거였지만, 미스터 인크레더블도 만만치 않았다.

다만, 별명이 너무 길다는 의견이 있어서 애칭도 생겨났는데, 이름 끝 자를 그대로 따온 ‘호’였다.

대호 역시 경기장에 HO라는 응원이 울려 퍼질 때면 큰 감동과 힘을 얻곤 했다.

처음에는 적대적인 태도였던 켈리 달튼은 대호의 이름을 듣고 나서 언제 그랬냐는 듯 오래된 친구처럼 굴었다.

“옆에 있는 넌 이름이 뭐지?”

“난 아론 헤들러다.”

“헤글러? 헤글러는 권투선수 아냐?”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며 빙글거리는 켈리 달튼의 모습은 매우 얄미워 보였다.

아론은 살짝 언성을 높여 말했다.

“헤글러가 아니라 헤들러! 헤들러라고!”

“하하, 농담한 거야. 헤들러. 하하하!”

첫인상과 다르게 켈리 달튼은 무척이나 유쾌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켈리와 이야기하다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와… 그 얼굴로 스물네 살이라고? 정말?”

“죽을래?”

처음에는 적어도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라고 생각했는데, 무려 아론과 동갑인 스물네 살이라는 것이었다.

즉, 겉보기엔 그냥 가벼워 보이는 양아치인 켈리 달튼도 상당한 야구 재능을 타고난 선수라는 뜻이었다.

‘이상하네. 스물네 살에 트리플A에 있는 거면 재능이 평균은 훌쩍 넘는다는 뜻인데… 왜 예전에 들어보지 못했지?’

대호는 은퇴하기 전까지 메이저리그에서 10년 동안 활약했었다.

그러나 그 긴 기간 중, 켈리 달튼이라는 이름은 어떤 리그에서도 들어보지 못했다.

심지어는 KBO 리그 용병으로도 말이다.

예전에 브렛이 그랬듯이, 마이너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은 보통 더블A에 진출한 시점에서 야구를 계속할지, 아니면 다른 일을 찾아볼지 그 기로에 서게 된다.

평균적으로 그 나이는 26~28세 정도.

그런데 고작 스물네 살이라는 나이에 트리플A에 있던 켈리가 야구와 관련해서 아무런 행적이 없었다는 건 많은 것을 시사했다.

비록 원정경기에 포함되지 않은 후보라고는 하지만 말이다.

‘그러고 보니 스프링 캠프에서 본 적이 있는 것 같네.’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언뜻 기억이 났다.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저녁이나 함께 먹으러 갈래?”

켈리 달튼은 언제 그랬냐는 듯 대호와 어깨동무를 하며 밥을 먹으러 가자고 했다.

“이곳이 비록 마이너리그라고는 하지만, 너희가 있던 락하운즈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식단이 좋을 테니… 기대하라고!”

어깨동무를 하며 강제로 식당으로 끌고 가려는 듯한 켈리 달튼의 행동에 잠시 당황하긴 했지만, 대호는 그를 따라가기로 했다.

첫인상은 좋지 않았지만, 어차피 친한 트리플A 리그 동료가 있으면 좋고, 또 이 정도의 실력자가 왜 무명으로 사라졌는지에 대해서도 궁금했기 때문이다.

“아론, 가자.”

“그래.”

그렇게 세 사람은 함께 밥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향했다.

저녁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향하면서도 켈리 달튼의 수다는 끝날 줄을 모르고 계속이 되었는데, 그 때문에 대호와 아론은 알고 싶은 않은 에비에이터스의 TMI까지 많이 알게 되었다.

* * *

오클랜드 슬랙스 산하 트리플A인 라스베이거스 에비에이터스에 콜업 된 이후, 대호는 뒤늦게 이 사실을 에이전시와 부모님께 알려 주었다.

이에 대호의 에이전트는 뒤늦게 이 사실을 대호 본인에게 전해 들었다는 것에 자신들의 실수를 사과했다.

[대호, 정말 미안합니다. 우리가 관리했어야 하는 정보인데…….]

“괜찮아요. 저도 코퍼스크리스티로 이동하자마자 뒤늦게 전해 들었고, 또 지금 알려드린 건 휴가를 즐기느라 깜빡했거든요. 서로 잘못했으니 비기기로 하죠?”

[하하, 네. 감사합니다. 그래도 앞으론 이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뚝.

전화를 끊은 대호는 심호흡을 했다.

에이전트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부모님께 전화하는 건 또 달랐기 때문이다.

“여보세요? 엄마…….”

그러나 대호의 걱정과 달리, 부모님은 괜찮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오히려 고작 6개월도 안 돼서 트리플A까지 진출한 성과에 대해 폭풍 칭찬을 할 따름.

마지막으로 누나에게까지 승격 사실을 알려 준 대호는 침대에 풀썩 누웠다.

에비에이터스에 오고 나서 이제 막 하루가 지났을 뿐이지만 많은 일이 있었다.

좋지 못한 프런트와의 첫 만남, 또 새로 얻게 된 말이 통하는 친구까지.

‘켈리가 조금 수다를 많이 떨긴 한데, 얘기를 나눠 보니까 좋은 녀석이야.’

자신보다 나이가 많았지만, 이미 브렛이나 아론과도 친구인 대호였다.

어차피 정신연령만큼은 감독과 비교해도 압도하는 대호였으니까.

* * *

“자네가 그 유명한 인크레더블이구먼.”

대호를 처음 본 라스베이거스 에비에이터스의 감독은 그렇게 이야기하였다.

“하하, 네. 팬들이 절 그렇게도 부르더군요.”

대호는 감독의 환영에 너스레를 떨었다.

“그래. 락하운즈에서 했던 것만큼만 여기 에비에이터스에서도 해 주기를 바라네.”

프란 오르단은 그렇게 대호를 보며 간단하게 덕담을 하고 시선을 아론에게 두었다.

“아론 헤들러입니다.”

“그래, 아론 헤들러. 락하운즈에서 2루수를 보고 또 유격수도 볼 수 있군? 타율은… 호오! 0.357? 아주 좋아!”

프란 감독은 더블A에서 괴물 같은 활약을 한 대호보다 아론의 기록을 볼 때 더 좋아했다.

하지만 그것은 프란 감독의 잘못이 아니라 대호의 잘못이었다.

너무도 비현실적인 기록을 가져왔기에, 평범한 트리플A의 감독인 그로서는 좀처럼 받아들이기 힘들었으니까.

그에 반해 아론의 기록은 누가 보더라도 더블A에서 훌륭한 활약을 한 선수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니 규격 외의 존재에게 많은 관심을 두기 보단 받아들이기 쉬운 평범한 선수의 기록에 더욱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던 것이다.

또한 대호의 경우 어차피 자신이 데리고 있어 봤자 얼마 지나지 않아 메이저리그로 콜업 될 거라는 판단을 내리기도 했고.

4회차는 명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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