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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회차는 명전이다-48화 (48/209)

48화

따아악!

“와아아아!”

미들랜드 락하운즈의 4번 타자인 베키나는 미션스의 배터리가 집요하게 안쪽 승부를 고집하고 있는 점을 노려 외야 깊숙이 장타를 뽑아냈다.

아무리 미션스의 선발 시몬 카스트로가 자신과 상성이 좋지 못한 투수라고는 하지만, 던지는 코스가 뻔한데다가 무슨 생각을 하면서 투구를 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데, 이를 치지 못하면 야구를 그만 두어야 하는 것이다.

‘젠장!’

그러나 외야 깊은 곳에 장타를 치고 2루로 진루를 했음에도 베키나는 속으로 작게 투덜거렸다.

코스를 알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받아치지 못해 홈런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발이 느린 것을 알기에 3루까지 무리하게 달리지 않고 2루에서 멈춘 점일까.

괜히 욕심을 부렸다가는 장타를 치고도 아웃이 되었을지도 몰랐다.

한편, 베키나에게 아웃 카운트를 잡지 못하고 장타를 맞아 또 다시 스코어링 포지션에 주자를 내보낸 것 때문에 미션스 배터리는 짜증이 났다.

무엇 때문인지 오늘 게임은 시작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하더니, 벌써 3점이나 주었다.

방금 전 진루한 베키나마저 홈에 들어오게 되면, 1회에 무려 4점이나 주고 시작하게 되는 셈.

그렇게 되면 당연히 게임은 무척이나 어려워진다.

팀의 사기부터가 달라지는 상황이니까.

“1회 말, 미들랜드 락하운즈의 4번 타자 베키나가 외야에 떨어지는 장타를 치고 2루에 진출합니다. 그동안 베키나는 미션스 선발 시몬 카스트로에게 약세를 보여 왔는데, 오늘은 첫 타석에서 2루타를 기록합니다.”

장내 아나운서는 방금 전 베키나가 2루타를 치고 나간 것을 두고 떠들며 락하운즈의 팬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다.

유독 시몬 카스트로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던 베키나.

베키나와 시몬 카스트로의 전적은 올해 들어서 세 경기 열두 타석에서 고작 3안타에 그치고 있었다.

더욱이 그 3안타 중에서도 야수 실책으로 인해 안타로 기록된 게 하나가 있으니, 실질적으로는 12타수 2안타.

그런데 오늘은 첫 타석에서 장타인 2루타를 기록했으니 팬들로써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

더욱이 하이 싱글A에서 콜업된 대호가 들어오면서 락하운즈의 모든 타선이 살아나며 상승세 중인데, 그중 타선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베키나의 활약상이 대박이기에 요즘 한창 대호에 대한 약물 의혹으로 시끄러운 중에도 제대로 활약을 해주는 베키나에 대한 팬들의 환호는 당연한 것이다.

따악!

4번 타자 베키나에 이어 5번 타자도 안타를 쳤다.

연속해서 5안타가 나오고 주자가 1, 3루에 나가자, 급기야 미션스 더그아웃에서 타임을 걸고 코치가 마운드로 올라왔다.

이에 미션스의 선발 시몬 카스트로는 반발하였다.

딱 봐도 코치가 올라오는 모습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십시오. 아직 1회 아닙니까?”

시몬 카스트로는 공을 달라는 코치의 말에 그렇게 반발하였다.

“코치님, 아직 시몬의 공은 힘이 있습니다.”

자신의 사인을 받고 던진 투수였기에 루이스는 일단 투수의 편을 들어주었다.

“불펜도 아직 준비되지 않았을 텐데, 최소한 이번 회까지 만이라도 던지게 해 주십시오.”

시몬 카스트로는 굳은 표정으로 코치에게 딜을 걸었다.

‘젠장…….’

솔직히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지금의 퍼포먼스는 매우 좋지 않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워보였다.

그런데 의외로 코치는 잠시 더그아웃을 쳐다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도 바로 시몬을 마운드에서 내릴 생각은 없었다.

만약 그런 생각이 있었다면, 자신이 아닌 감독이 직접 마운드에 올라왔을 테니까.

“좋아, 그럼 이번 회만 막아! 뒤는 불펜에 맡긴다.”

그렇게 코치는 이번 1회만 막아 내라는 말을 하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그동안 타석을 준비하던 벅 칼라부이그가 대호에게 코칭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이건 전적으로 대호가 미션스의 선발 시몬을 흔들기 위한 사전 작업에 불과했다.

“그냥 듣기만 해. 내가 이렇게 너에게 붙어 있는 모습만 보여 줘도, 미션스 배터리는 흔들릴 거야.”

“그게 무슨 말이야?”

“시몬 카스트로가 베키나에게 던지던 공 봤지?”

“물론 봤지.”

“그거야.”

“그거?”

“응. 쟤들은 지금 내가 스테로이드 했다고 생각하거든.”

“아!”

“아마 네게도 베키나에게 했던 것처럼 몸 쪽으로 위협구를 던질 거야. 그러니까…….”

“알아들었어, 고마워!”

대호는 마운드를 보면서 칼라부이그에게 귓속말을 하다 천천히 떨어졌다.

그리고 그 모습은 자신의 자리로 돌아오던 미션스의 포수 루이스의 눈에도 들어왔고, 코치가 물러난 뒤 마운드를 고르던 시몬의 눈에도 역시 잘 보였다.

대호가 다음 타자인 칼라부이그의 곁에 붙어 이야기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본 미션스 배터리의 얼굴이 구겨졌다.

첫 타석부터 트러블이 있었던 대호가 다음 타자의 곁에서 귓속말을 주고받는 모습을 보니 조금 전 코치로 인해 마음을 가라앉혔던 것이 무색하게 흥분하기 시작했다.

팡!

“볼!”

팡!

“볼!”

투구를 하는데, 흥분을 하다 보니 숨이 고르지 못해 공을 던지는 릴리스 포인트가 들쭉날쭉하였다.

그러다 보니 제대로 제구가 되지 않아 연속으로 볼을 던졌다.

특히나 두 번째 공은 너무 타자 상체 높이 뻗어, 자칫하면 위험한 상황을 만들 뻔하기도 했다.

미리 대호에게서 언질을 받았기에 다행이지, 칼라부이그는 시몬 카스트로가 던진 공에 헤드 샷을 맞을 뻔하였다.

이 때문에 또 한차례 벤치 클리어링이 발생할 위기에 놓였다.

다만 타자인 칼라부이그가 흥분하지 않고 있었기에 락하운즈의 선수들은 곧 흥분을 가라앉혔다.

그러나 이번 상황은 미션스에게 좋지 않게 흘러갔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시몬 카스트로는 한차례 경고를 받았으니까.

그렇기에 의도했건, 그렇지 않았건 또다시 위협구가 날아왔기에 주심은 곧바로 시몬 카스트로에게 퇴장을 명했다.

“미션스 투수, 퇴장이다.”

그 말을 들은 시몬 카스트로는 허탈한 표정이 되었다.

동시에 미션스의 더그아웃에서 감독이 나와 이번 퇴장에 대한 항의를 하였다.

물론 정말로 억울해서 항의를 하는 것은 아니었고, 그저 1회를 버텨야 한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그게 어그러지자 불펜이 준비할 시간을 벌어 주기 위한 쇼에 불과했다.

“아니, 투수가 제구에 조금 실패해서 손에서 빠진 볼을 가지고 퇴장이라니, 너무한 것 아닙니까?”

“손에서 빠졌든 어쨌든, 이미 한차례 경고 받은 상황입니다. 더 이상 문제를 일으키면 퇴장시키겠다고 했지요. 그리고 이 이상 항의하면 감독도 퇴장입니다.”

주심은 아직 1회에 벌써 두 차례나 벤치 클리어링이 벌어진 뻔한 것에 경각심을 느끼며 그렇게 경고를 보냈다.

하지만 자신도 퇴장을 시키겠다는 소리에 갑자기 흥분한 미션스 감독이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뭐… 뭐? 퇴장이라고! 어디 그 잘난 권한이 어디까지 가나 보자!”

결국 미션스 감독 데이브 가브리엘은 내뱉어선 안 될 말을 하고 말았다.

“뭐라고? 미션스 감독, 당신도 퇴장이야!”

“퍽!”

심판의 권위에 도전하는 말을 들은 주심은 바로 미션스 감독 데이브 가브리엘에게 곧장 퇴장 명령을 내렸다.

이에 격분한 데이브 가브리엘은 주심의 가슴팍을 밀며 거세게 반발했다.

주변에서 부심과 경기 진행 요원들이 나와 두 사람을 뜯어말리느라 잠시 경기가 중단되었다.

미션스의 감독 데이브 가브리엘의 소동으로 잠시 중단된 경기는 경기 진행 요원들이 미션스의 데이브 감독을 경기장 밖으로 데려가고 나서야 속행되었다.

그 때문에 미션스의 불펜은 제대로 몸을 풀지 못한 채 경기를 이어 갈 수밖에 없었다.

팡! 파앙!

“Walk!”

몸을 제대로 풀지 못하고 이른 시간에 나온 투수는 연속해서 볼을 던지며, 락하운즈의 6번 타자인 칼라부이그에게 볼넷을 내주고 주자 만루의 상황을 만들고 말았다.

하지만 이는 미션스로써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괜히 몸도 다 풀리지 않은 릴리프 투수가 타자와 정면 승부를 벌이다 안타라도 맞는다면, 미션스로써는 경기를 포기해야 할 수도 있는 일이었으니까.

그러니 차라리 이미 2볼인 상황을 이용해야만 했다.

몸이 덜 풀린 투수에게 연습 투구를 더 시키기도 하고, 또 베이스가 하나 비어 있으니 작전을 펼치기에도 여유분이 있는 이 상황을 말이다.

승부를 보는 게 최선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도박수이나 마찬가지인 이상 미션스는 차선의 선택을 내린 것이었다.

하지만 그 고의 사구를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는 선수가 한 명 있었다.

바로 이번에 7번 타자 브렛.

‘…결국 이름값 없는 내가 만만하다 이거네.’

그는 마음을 다잡고 타석에 들어섰다.

팡!

“볼!”

“팡!”

“스트라이크!”

릴리프 역할로 나온 미션스의 투수 벨 야브로는 그제야 몸이 풀렸는지, 1B 1S를 기록하고 있었다.

툭툭.

브렛은 배트로 땅바닥을 살짝 긁었다.

조금 전 투수가 던진 2구 스트라이크는 정말로 아까웠다.

바깥쪽으로 공 하나 정도 빠지면서 들어온 스트라이크였는데, 그냥 휘두르는 게 더 이득이었으리라.

‘아까워.’

락하운즈에 콜업 되어 두 번째 선발로 나온 브렛은 굳은 표정으로 조금 전 볼에 대한 복기를 하고 있었다.

그것이 독이 되었는지, 비슷한 코스에 들어오는 슬라이더를 패스트볼로 착각해 헛스윙을 하고 말았다.

“스윙, 스트라이크!”

심판의 콜이 브렛의 귓가를 때렸다.

“브렛, 침착해!”

더그아웃에서 브렛의 타격을 보고 있던 대호는 큰 목소리로 브렛을 응원했다.

탁탁!

대호의 응원소리를 들었는지, 브렛은 잠시 타석에서 물러나 한 손으로 자신의 헬멧을 두 번 두들겼다.

타석에 들어설 때, 또 잡생각이 들 때마다 그러곤 했는데, 정신을 다잡으며 집중력을 높이는 그만의 루틴이기도 했다.

팡!

“볼!”

이번에도 비슷한 코스였지만, 이번에는 아래쪽으로 살짝 빠지는 볼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집중을 하자 공이 날아오는 코스가 보여 스윙을 가져가지 않고 그냥 보냈더니 역시나 볼이었다.

이에 자신의 판단이 맞았다는 생각이 들어 브렛은 고개를 끄덕였다.

탁!

2B 2S 상황에서 브렛은 투수가 던진 다섯 번째 공에 배트를 휘둘렀다.

하지만 이번 공은 평범한 포심 패스트볼이 아닌 투심 패스트볼이었다.

그 때문에 브렛이 휘두른 스윙에 정타가 나오지 않고 빗맞으며 파울이 되었다.

“브렛! 투수의 볼을 끝까지 보고 휘둘러!”

투수의 공에 익숙해졌다 하면 나오는 브렛의 버릇 중 하나가, 바로 끝까지 공을 지켜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호는 이것을 지적하며 더욱 투수의 공에 집중하라는 말을 하였다.

탁탁!

이에 브렛은 대호의 말을 알아들었다는 표시로 자신의 헬멧 윗부분을 두들겨 보여주었다.

아니나 다를까.

정신을 집중해 투수의 공을 끝까지 지켜본 브렛은 미션스의 릴리프 벨 야브로의 여섯 번째 공을 정확히 타격했다.

따악!

2루와 1루 사이를 가르는 안타가 나왔다.

정상적인 상태였다면 2루수의 글러브에 걸리는 코스였지만, 현재 루상에는 모든 베이스가 꽉 차 있는 만루 상황이었다.

그 때문에 2루에 2루수가 가 있는 상황이라 브렛이 친 타구 코스를 커버할 수가 없어 그만 안타가 되고 말았다.

― 하이 싱글A에서 콜업 되어 오늘 두 번째 선발 출전한 브렛 해리스 선수. 미션스 두 번째 투수인 벨 야브로의 여섯 번째 인코스 투심 패스트볼을 잘 받아쳤습니다.

라디오에서는 장내 아나운서의 코멘트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의 말대로 브렛은 미션스의 투수 벨 야브로가 던진 인코스 낮은 투심 패스트볼을 정확하게 받아쳐 안타를 만들어 냈다.

우익수 앞으로 굴러가는 안타였지만, 만루 상황에서 득점을 올리는 데는 전혀 무리가 없었다.

타다다다!

3루 주자가 홈으로 들어오고, 뒤이어 2루에 있던 5번 타자 제레미 아이어먼이 빠른 속도로 달려 홈으로 들어왔다.

촤아아아악!

팡!

“세이프!”

미션스 우익수가 브렛이 친 안타를 잡아 신속하게 홈으로 던졌지만, 결과는 세이프였다.

보통이라면 그 정도 단타로 만루 상황에서 2루수가 홈으로 들어오는 것은 무리일 터.

하지만 락하운즈의 5번을 맡고 있는 제레미는 장타를 보유한 중심 타선에 있으면서도 발도 빠른 5툴 플레이어였다.

그러다 보니 비록 우익수 앞에 굴러가는 단타였지만, 과감하게 홈을 노렸다.

더욱이 브렛의 안타로 이미 3루에 있던 베키나가 득점을 하면서 4점차로 벌어진 상황이었기에 3루 선상에 나가 있던 진루 코치도 이를 막지 않았다.

그만큼 제레미의 발을 믿고 있기도 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코치의 믿음을 세이프로 보답하였다.

“와아아아!”

득점에 이어서 굉장한 플레이가 나오자 관중석이 들끓었다.

한편, 미션스가 2루에 있던 제레미를 홈에서 잡기 위해 홈 승부를 벌이고 있을 때, 우익수 앞 단타를 쳤던 브렛은 1루를 돌아 2루까지 뛰었다.

팡!

“세이프!”

뒤늦게 브렛이 2루로 뛰는 것을 본 포수가 2루로 송구를 해 보았지만, 이미 여유 있게 2루로 들어간 상황.

1회 말, 노 아웃에 스코어는 4:0이지만 아직도 미션스의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락하운즈는 루상에 2명의 주자가 나가 있으며, 2, 3루를 점하고 있었으니까.

4회차는 명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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