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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회차는 명전이다-47화 (47/209)

47화

며칠 후, 대호의 에이전트인 제리&맥콰이어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호와 관련된 불법약물에 관한 루머를 잠재우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다.

“저희 제리&맥콰이어와 계약한 정대호 선수에 관한 루머가 퍼지고 있습니다. 먼저 단언하겠습니다. 기사에 나온 불법 약물 사용 의혹은 거짓입니다. 이후로 루머에 대해 떠드는 곳이 있다면 엄정히 대처할 것을 천명하는 바입니다.”

또한 오클랜드 슬랙스 프런트에서도 나섰고, 메이저리그 사무국도 이번 루머 사태에 끼어들었다.

오클랜드 슬랙스의 경우 자신들도 특급 유망주인 대호를 보호하기 위해 그동안 관리를 하고 있었던 사실을 친오클랜드 성향의 방송사나 신문사에 알려 보도하게 하였다.

그럼에도 한 번 의심을 하기 시작한 여론은 쉽게 잠재울 수 없었다.

이에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자신들이 실시한 대호에 대한 도핑 테스트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미국의 메이저리그 팬들은 이를 믿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오클랜드 슬랙스의 팬들은 프런트와 사무국의 발표를 믿었지만, 나머지 구단의 팬들은 의혹의 눈길을 보낸 것이었다.

그러나 그 근거는 너무나 빈약하기 짝이 없었다.

그저 오클랜드에서 자신들이 보유한 유망주를 보호하기 위해서 거짓을 말하고 있다라는 아무런 근거 없는 추측뿐이었으니까.

* * *

쾅!

쨍그랑!

기사를 읽고 있던 조엘은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책상 위에 있던 물건들을 쓸어버렸다.

그럼에도 쉽게 화가 가라앉지 않았다.

“무슨 일이십니까?”

느닷없이 사무실 안에서 요란한 소음이 들리자, 재빨리 들어온 크리스 마틴이 물었다.

“이 개자식들, 가만두지 않겠어! 법무팀 연결해!”

조엘은 루머를 해명하기 위해 그동안 구단에서 관리하던 선수들의 자료를 언론에 공개했었다.

그런데 여론은 엉뚱한 것을 트집 잡고, 계속해서 오클랜드 슬랙스를 더러운 약물을 사용한 구단으로 매도를 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단장으로써 더 이상 두고 보지 않고 소송을 하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대호 선수의 에이전트인 제리&맥콰이어에서도 소송을 하려고 한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뭐? 혹시 무슨 증거라도 잡았나?”

“거기까지 말해 주지는 않았습니다. 아무튼 가장 심하게 루머를 생산 중인 언론사를 대상으로 소송을 할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 그럼 우리도 함께 소송하기로 하지.”

대호의 에이전트에서 루머를 퍼다 나른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겠다는 기쁜 소식에 조엘 역시 단호한 태도로 나설 것을 천명했다.

* * *

오클랜드 슬랙스와 에이전트인 제리&맥콰이어에서 자신에 대한 루머를 양산하고 퍼뜨린 언론사와 악플러를 대상으로 소송을 진행 중이었지만, 대호는 더 이상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야구 선수로서 내가 할 일은 다 했어. 이제 나머지는 전문가들한테 맡겨야 할 문제지.’

이제 자신이 할 일은 꾸준하게 실력을 입증하여 루머 따위 두 번 다시 나오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따악! 따아악!

배팅 게이지에서 배팅 머신이 던져 주는 공을 집중해서 쳤다.

“와우!”

대호가 배팅 머신이 던져 준 공을 칠 때마다, 뒤에서 이를 지켜보던 브렛은 커다란 반응 보이며 호응했다.

“대호! 아침부터 너무 무리하는 거 아냐?”

브렛은 오후에 경기가 있는데 아침부터 배팅 게이지에 들어가 타격 연습을 하고 있는 대호의 모습에 컨디션에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닐지 걱정이 되었다.

“하하하, 걱정 마. 절대 무리하는 게 아니니까.”

대호는 계속해서 날아오는 공을 쳐 내며 대답하였다.

“아니, 내 말은… 세 시간 뒤에 미션스와 경기잖아? 연습한다고 너무 힘 빼는 거 아니냐고.”

조금 귀찮을 법도 했지만, 대호 역시 브렛이 나쁜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기에 친절히 대답해 주었다.

“이 정도 가지고 무슨… 난 지금 칼을 갈고 있는 거야!”

“칼을 갈아?”

“그래. 이번 루머, 분명 날 흔들기 위해 여러 구단에서 짜고 퍼뜨린 게 분명해.”

“음…….”

대호의 말에 브렛은 잠시 생각을 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과장된 이야기이긴 하나, 아예 가능성이 없는 얘기는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긴, 대호가 엄청 잘하긴 했지.’

사실 메이저리그 내에서 대호는 나름 유명 인사였다.

대표적인 스몰 마켓 구단인 오클랜드 슬랙스에 무려 700만 달러(대외적인 발표 금액)에 계약을 한 동양인 유망주이니 말이다.

타 구단의 전력 분석원들은 대호의 경기 기록을 분석하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제 마이너리그에서 첫 시즌을 치르는 선수라고 생각하기에는 어려울 정도로 엄청난 활약이었으니까.

‘칫, 유망주 상태에서 엄청난 성적을 거두는데 이런 부작용이 있는 건 지금 알게 됐네.’

따아악!

“이를 잠재우기 위해서 그들이 아무리 날 흔들려고 해도, 효과가 없다는 걸 보여 주면 오히려 저쪽이 무너지지 않겠어?”

“일리 있네.”

“난 적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강하다는 걸 증명할 거야!”

따아악!

이야기하는 중에도 배팅 머신이 던진 공은 대호가 휘두른 배트에 맞아 시원하게 날아가, 뒤쪽 그물에 써진 비거리 표시 상단에 꽂혔다.

* * *

따아악!

투수가 던진 볼이 타구에 맞아 창공을 가르며 쭉쭉 뻗어 나갔다.

“우와아아아!”

“호! 호! 호! 호!”

스탠드의 관중들이 펜스를 넘기는 홈런을 보면서 연신 대호의 이름을 외쳤다.

짝짝짝짝!

홈런을 친 대호는 조깅을 하듯 가볍게 그라운드를 돌아 홈으로 들어왔다.

그런 대호의 모습이 아니꼬웠는지, 샌안토니오 미션스의 포수 루이스 마르티네스가 낮지만 신경질적으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약물이나 하는 새끼가 똑바로 뛰지도 못하네.”

샌안토니오 미션스의 포수 루이스 마르티네스는 현재 논란되고 있는 루머와 연결시켜 대호의 행동을 비꼬고 있는 것이었다.

가뜩이나 요즘 시끄러운 화제의 주인공이었으니까.

그러자 베이스를 밟고 막 더그아웃으로 가려던 대호가 발걸음을 멈추고 루이스 마르티네스 가까이 다가가며 소리쳤다.

“개소리하지 말고, 그럼 내가 약물을 했다는 증거를 가져와 봐!”

“뭐! 이 어린놈이…….”

빠드득.

루이스는 자신이 먼저 시비를 건 것은 완전히 잊어버리고 대호의 반박에 아무 말도 못한 채 그저 나이만 들먹였다.

설마 어린 대호가 자신의 말에 이렇게 직접적으로 대들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기에 당황해 말을 얼버무린 것이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도 내가 도핑을 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는데, 넌 어떻게 내가 약물을 했다고 자신하지?”

대호는 이번 기회에 이상한 말로 자신을 흔들려는 미션스의 포수 루이스 마르티네스를 그냥 두지 않겠다는 각오를 하며 몰아붙였다.

그러다 보니 두 사람의 간격은 더욱 가까워지며 말싸움이 격해졌다.

그런 두 사람의 모습에 주심을 보던 데니얼 켄달은 얼른 두 사람을 떨어뜨렸다.

“거기 뭐하는 거야! 넌 더그아웃으로 돌아가고…….”

대호에게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라고 말을 하고, 먼저 시비를 걸었던 루이스 마르티네스에게는 경고를 하였다.

“포수, 한 번 더 상대를 먼저 자극하면 퇴장시킬 거야!”

조금 전 싸움의 시작이 누구 때문인지를 명확하게 인지시키고, 또 요즘 화제를 뿌리고 있는 불법 약물 루머의 언급도 금지시켰다.

그렇지 않아도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는 주심들에게 이번 루머에 관해 철저하게 중립적인 시선에서 바라볼 것을 교육시키고 있었다.

‘하… 걱정하던 게 정확히 맞아떨어졌군. 하긴, 상대방을 흔드는 데에는 탁월한 효과가 있으니까.’

데니얼은 침을 삼켰다.

약물 스캔들, 오래 전부터 끊이지 않고 거론되는 스포츠계의 고질적인 문제.

메이저리그조차… 아니, 메이저리그이기에 약물을 피하지 못하고 있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라고 불리던 이들마저 약물을 이용했음이 들통 났고, 심지어 팬들 사이에서는 ‘약물의 시대’라고까지 불리는 시기도 존재했으니까.

스테로이드로 대표되는 약물은 이제 전문적으로 약물을 조합하고, 도핑 검사에서 쉽게 걸리지 않게 도와주는 디자이너까지 생기고 있었다.

당연히 평범하게 훈련하고 있는 이들마저 유혹에 빠지기 쉬워지고, 또한 약물을 이용한 선수들에게 나타나는 부작용 때문에 사무국과 구단, 팬들은 단호히 거부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일부는 아직까지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약물에 손을 대는 경우가 종종 나오고 있었다.

그럴 때면 이를 적발한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선수와 구단에 벌금과 함께 큰 제재를 가했다.

또한 날로 발전하는 불법 약물을 잡아내기 위해 사무국 차원에서도 많은 예산을 투자했다.

당연히 이번 대호에 대한 불법 약물 루머 역시 심각하게 다루는 중이었는데, 아직까지 사무국에서 파견한 조사원은 의심의 징후와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다.

내심 사무국 또한 지금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신들이 직접 조사하고 발표했음에도 루머가 가라앉지 않으니, 사무국의 권위에 손상이 갈 수도 있었으니까.

그런 사정을 교육받아 알고 있던 데니얼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제발 사고만 터지지 마라. 벤치 클리어링은 봐줄 테니까 흉기를 휘두르진 말고…….’

다행히 벤치 클리어링조차 일어나진 않았다.

다만 대호와 샌안토니오 미션스의 포수가 충돌한 것 때문인지, 경기장에서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작은 불씨만 있어도 바로 스파크가 튀어 폭발할 것만 같았다.

이는 스탠드에 있는 팬들도 마찬가지였다.

미들랜드 락하운즈의 팬들은 연신 대호에 대한 환호를 보내는 한편, 마구 욕설을 지껄이거나 비속어를 쏟아내는 샌안토니오 미션스의 팬들에게 질타를 보냈다.

샌안토니오 미션스의 팬들도 마찬가지로 대호의 약물 의혹을 언급하며 맞불을 놓고 있다.

그러다 보니 경기장은 무척이나 혼란스러웠다.

따악!

샌안토니오 미션스의 선발 시몬 카스트로가 던진 공을 2번 타자인 잭 겔로프가 3B2S 상황에서 끈질기게 승부한 끝에, 7구째에 좌중간 안타를 치며 2루까지 출루하는데 성공했다.

따악!

대호의 홈런 뒤에 2번 타자 잭 겔로프가 2루타를 치고 나간 분위기를 잇듯이, 3번 타자인 아론 골드버그 역시 안타를 쳤다.

비록 단타였지만, 발이 빠른 잭 겔로프가 홈까지 들어오기에는 충분한 타구였다.

런 앤 히트 작전이 멋지게 들어맞은 것이었다.

타다다닷!

그리고 좌익수가 공을 잡고 홈으로 뛰는 잭 겔로프를 잡기 위해 송구하는 순간, 타자 주자인 아론이 1루를 돌아 2루까지 내달렸다.

주력은 평범하지만 빠른 스타트에 힘입어 역시나 세이프를 얻어 내었다.

“우와아앗!”

락하운즈 더그아웃의 작전은 성공적으로 완성되었다.

2루에 있던 잭 겔로프가 발이 조금만 늦었더라도 홈에서 아웃이 되었겠지만, 대호가 콜업 되어 락하운즈에 오기 전까지는 1번을 쳤던 잭 겔로프였다.

작전 수행 능력이나 주루는 그의 특기였다.

대호와 같은 장타력은 부족하지만, 미들랜드 락하운즈에서 1번을 맡기에는 충분한 선수라는 뜻.

결국 노 아웃에 주자는 다시 2루에 위치한 상황이 되었다.

다음 타석은 4번 타자 벅스 베키나가 들어왔다.

미들랜드 락하운즈의 중심 타자 중 한 명인 그는 샌안토니오 미션스의 선발 시몬 카스트로를 노려봤다.

굳게 다문 그의 입매는 그의 각오를 보여 주는 듯했다.

‘쉽게 배트를 휘두르진 않겠어.’

홈런을 치고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대호로부터 미션스 포수가 했던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베키나는 잘 알고 있었다.

대호가 더블A에 콜업 된 이후로 몇 번이나 도핑 검사를 받았는지 말이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검사관들은 물론이고, 구단에서 실시하는 테스트까지 모두 합하면 무려 여덟 번이나 약물검사를 받았다.

콜업 된지 한 달도 되지 않은 뉴비가 무려 여덟 번이나 되는 테스트를 받은 것이다.

물론 도핑 테스트는 메이저리그 규정에 나와 있는 것이니만큼 선수 마음대로 피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하지만 피 검사, 모발 검사, 심지어는 소변 검사까지 하며 시료를 제출하는 것은 매우 귀찮은 과정이다.

그럼에도 혹시나 1시간 이내에 체내에서 체외로 배출되는 종류의 약물을 잡아내기 위해 소변 샘플까지 받아가는 것이다.

‘보통 마이너리그 선수라면 한 달에 한 번 받을까 말까 하지만, 대호는 벌써 여덟 번, 그중 세 번이 사무국에서 나온 검사관이었지.’

나머지 다섯 번은 프런트 직원에게서 받았는데, 사무국보다 이미 더블A에서 불법 약물 복용 선수가 세 명이나 나온 오클랜드 측에서 더욱 미친 듯이 신경 쓰고 있었다.

이렇게 누구보다 많이, 그러면서도 성실히 검사를 받은 대호에게 그런 더러운 루머가 퍼진 것도 화가 나는데, 홈런을 치고 들어온 그를 향해 상대 포수가 모욕을 준 것이다.

아무리 친한 사이는 아니더라도 같은 팀 동료로서 화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4회차는 명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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