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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회차는 명전이다-34화 (34/209)

34화

오클랜드 슬랙스가 스프링 캠프를 차린 메사 호호캠 스타디움.

웅성웅성!

100여 명에 이르는 코칭스태프와 메이저리거 25인, 그리고 40인 로스터에 속한 마이너리거와 그 외에도 가능성이 있는 선수 모두를 스프링 캠프에 초청하다 보니, 넓은 야구장임에도 불구하고 조금은 소란스러웠다.

하지만 그중 가장 시끄러운 곳이 있었는데, 그곳은 바로 외야수 포지션을 보고 있는 이들이 모인 곳이었다.

그 중심에는 오클랜드의 주전 중견수였다가 시즌 후반에 체력 부진으로 장기 부상자 명단에 올랐던 미셀 가르시아가 있었다.

“뭘 그리 열심히 하고 그래? 그런다고 내 자리를 뺏을 수 있다고 생각해?”

미셀 가르시아는 작년, 자신이 장기 부상자로 빠진 자리에 콜업이 되어 올라와 구멍 난 오클랜드의 중견수 자리를 메운 시몬 몬데스에게 시비를 걸고 있었다.

26세의 시몬 몬데스는 미셀 가르시아를 대신해 AAA에서 40인 확장 로스터 전에 콜업 된 이후 81경기에 출전하여 289타석 248타수 78안타 23홈런을 쳤다.

타율이 무려 0.315이고 OPS가 0.873이나 되었다.

이는 오클랜드의 주전 중견수였던 미셀 가르시아보다도 더 높은 수치였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자리를 위협받고 있는 그가 시몬 몬데스에게 시비를 걸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너는 뭘 그리 두려워하는 거지?”

시몬 몬데스 또한 시비를 거는 미셀 가르시아에 뒤지지 않고 맞받아 쳤다.

흔히 메이저리그는 한국처럼 선후배 관념이 없다고들 하지만, 정확하게는 그렇지 않다.

트레이드가 보편화 되었기에 한국과 같은 선후배 문화를 가지고 있지는 않더라도, 먼저 활약하고 있는 선수에 대한 예우는 당연히 존재했다.

막 메이저리그에 올라온 뉴비와 베테랑을 똑같이 대우할 수는 없지 않은가?

뭐, 실력을 중시하는 만큼 웬만한 레전드가 아니라면 폼이 떨어지는 순간 버려질 수는 있겠지만.

그러나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속설처럼 베테랑은 암흑기가 있더라도 구단에서 버려지는 시기가 상당히 늦춰지기 마련이다.

그에 반해 뉴비의 경우 잠깐 반짝하는 선수가 워낙 많다 보니 상대적으로 입지를 차지하기가 어려웠고, 차별 또한 존재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지금 미셀 가르시아에게 말대답을 한 시몬 몬데스는 기존 오클랜드의 주전들에게 경원시 당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현재 이곳, 메사 호호캠 스타디움 안에 있는 오클랜드 소속의 그 어떤 사람들도 시몬을 향해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지 않았다.

이는 미셀 가르시아가 구단의 사람들에게 전혀 인정받지 못하고 있음을 알리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젠슨, 저긴 왜 저러는 거야?”

개인 훈련을 하고 있던 중, 미셀 가르시아와 시몬 몬데스가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본 대호가 이곳에서 유일하게 대화를 하는 친구 젠슨에게 물어보았다.

“아! 저기 먼저 시비를 건 사람이 우리 오클랜드 슬랙스 주전 중견수인 미셀 가르시아고, 맞받아친 사람은 시몬 몬데스야. 작년 후반기에 미셀 가르시아 대신 콜업 되어 구멍 난 외야를 메워 준 사람이지.”

“아하?”

젠슨의 설명을 들은 대호는 그제야 지금 상황이 이해되었다.

“그런데 저 미셀이란 사람이 정말로 중견수가 맞아?”

한창 시몬 몬데스와 시비를 붙고 있는 미셀 가르시아를 본 대호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가 중견수가 맞는지 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대호의 눈에 보이는 미셀 가르시아의 몸은 결코 중견수라 보기 힘들 정도로 몸집이 컸기 때문이다.

단순히 몸집이 커다란 것이라면 상관없겠지만, 두툼한 뱃살에 팔다리를 살펴보면 도저히 넓은 수비 범위를 가지는 중견수로 보이지는 않았다.

‘…1루수라고 생각해도 솔직히 너무 살이 쪘는데, 대체 시즌 끝나고 겨울동안 뭘 한 거지?’

대호는 그런 의문이 들었다.

메이저리거면서 시즌이 끝나고 무엇을 했기에 몸이 저 따위로 생겨 먹은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뒤이은 젠슨의 설명이 있고 나서야 대호의 의문이 풀릴 수 있었다.

“작년 전반기에는 잘해 줬지만, 올스타 시즌이 끝나고 후반기가 시작되면서 완전히 퍼졌어. 그래서 마이너로 내리고 대신 시몬 몬데스를 콜업 했었는데…….”

즉, 시몬 몬데스가 자신을 대체했다는 소식을 들은 미셀 가르시아는 처음에 조금 훈련하는 척을 하더니, 곧바로 정신을 놓고 유흥에 빠져들었다는 얘기였다.

그것 때문에 머리가 빡 돈 마이크 케세이 감독이 무려 60일짜리 DL을 제출하면서 시즌도 통째로 날렸고.

보통 이러면 정신을 차리고 다음 시즌을 준비했을 테지만, 미셀 가르시아는 보통이 아니었다.

이 미친놈은 오히려 이에 한 술 더 떠서 여자와 술은 물론이고 클럽을 전전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2030시즌이 끝나기도 전부터 말이다.

그리고 시즌이 끝난 뒤에도 좋은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다.

팬들의 목격담에 의하면 미셀 가르시아는 시즌이 끝나자마자 바로 플로리다로 날아가 요트를 빌려 여자들을 불러 선상 파티를 즐겼다는 것이다.

‘진짜 미친놈이네. 방귀 뀐 놈이 성낸다고, 자기 잘못 때문에 주전에서 밀렸으면서 대체 누구한테 화내는 거야? 답 없는 놈이니까 절대 가까이 하지 말자.’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코칭스태프의 목소리가 들렸다.

“투수, 포수 모여!”

저 멀리서 배터리 코치가 손짓하고 있었다.

“대호! 나 가 봐야 한다. 저녁에 보자.”

투수인 젠슨은 저 멀리서 부르는 배터리 코치의 목소리에 대호에게 인사를 하고 멀어졌다.

오후 훈련이 시작되려는 것이었다.

포수와 투수는 따로 모여 훈련을 하고, 대호도 야수들과 함께 수비 훈련과 타격 훈련을 받아야 했기에 야수들을 부르는 타격 코치에게로 갔다.

그러면서 저도 모르게 조금 전 소란을 일으키던 미셀 가르시아와 시몬 몬데스가 있는 쪽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들도 코치의 눈치가 보였는지 싸움을 멈추고 코치에게로 향했다.

* * *

따악! 따악!

타격 코치가 쳐주는 펑고에 스프링 캠프에 참가한 선수들이 수비 훈련을 시작하였다.

먼저 내야수들이 훈련을 시작했다.

가장 먼저 메이저리그에 속한 선수부터 훈련을 하였다.

그러는 동안 대호와 같은 외야, 마이너리거들과 초청 선수들은 가장 후순위였기에 각자 몸을 풀고 있었다.

다들 주전의 기회를 노리고 있는 만큼, 눈빛이 심상치 않았다.

‘역시 이래야지. 이제야 미국에 온 느낌이 좀 나네.’

대호를 비롯한 몇몇은 몸을 풀면서 수비 훈련을 하는 선수들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그렇게 내야 수비 훈련이 끝나고 외야수들의 훈련 시간이 시작 되었다.

“중견수부터 간다.”

따악!

잘 맞은 타구가 중견수 방향으로 날아갔다.

턱!

중견수는 몇 발자국 움직이지 않고 제자리에서 가볍게 잡아냈다.

평범한 외야 플라이 볼이었다.

“다음!”

따아악!

타다다다!

잘 맞은 타구가 쭉 뻗어 나가는 것이 보였다.

중견수 위치에 서 있던 미셀 가르시아는 타구를 쫓기 위해 달렸다.

쿵!

“정신 안 차려!”

미셀 가르시아의 수비는 가관이었다.

뚱뚱한 몸으로 타구를 쫓다 보니, 제대로 타구를 쫓아가지 못하고 공을 놓친 것은 물론이고, 펜스를 맞고 바운드되는 공도 잡지 못했다.

자신의 몸을 컨트롤 하지 못하고 공을 지나쳐 펜스에 부딪히다 보니 정작 공의 위치를 잃어버린 것이다.

코치의 호통이 있었지만, 정작 미셀 가르시아의 태도는 이전과 다르지 않았다.

참으로 뻔뻔한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조금 전 그의 모습은 결코 메이저리거의 수비 능력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따아악!

이번에는 조금 전과는 반대편으로 타구가 날아갔다.

조금 전 타구가 우익수 방향이었다면, 이번에는 좌익수 방향으로 날아간 것이다.

그렇다고 수비 범위가 겹치지는 않았기에 중견수가 충분히 처리 가능한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셀 가르시아는 이조차 처리하지 못하고 공을 뒤로 넘겨 버렸다.

이러한 모습이 몇 차례 계속되자 결국 화를 참지 못한 타격 코치가 그를 빼 버렸다.

“나와! 다음!”

마이너리거도 보이지 않을 실수를 연발하는 미셀 가르시아의 모습에 펑고를 하던 타격 코치나 뒤에서 이를 기록하고 있던 또 다른 코치 등 코칭스태프는 미셀 가르시아에 대한 평가를 그만두었다.

따악! 따악!

미셀 가르시아와 교대한 이는 그와 조금 전 각을 세우던 시몬 몬데스였다.

그는 작년 후반기 보여 주었던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해서, 조금 전 미셀 가르시아로 인해 불안했던 코칭스태프들의 무거운 마음을 덜어 주었다.

“좋아! 좀 더 깊숙이 들어간다.”

시몬 몬데스의 수비를 본 타격 코치는 흥이 난 것인지 크게 소리치며 펑고를 하였다.

따아아악!

흥이 나서 그런지, 타구에 강한 힘이 실렸다.

쭉쭉 뻗어 가는 타구를 보던 시몬 몬데스는 빠른 걸음으로 타구를 쫓았다.

다다다닷!

그는 위닝 트랙의 흙이 느껴졌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빠르게 달렸다.

타다닥!

휘익!

쭉쭉 뻗던 타구가 하향 궤적을 그리며 떨어지는 모습을 보며 점프를 하였다.

텅!

시몬 몬데스가 공을 쫓다 각도를 맞추고 점프를 하며 팔을 뻗었다.

텁!

타구를 향해 팔을 뻗은 시몬의 글러브에 공이 들어갔다.

“와우!”

짝짝짝짝!

묘기와도 같은 호수비를 한 시몬 몬데스에게 이를 지켜본 선수들은 누구 할 것 없이 환호와 박수를 쳐 줬다.

비록 경쟁하는 사이기는 하지만, 조금 전과 같은 슈퍼 플레이가 나오게 되면 이에 호응을 해주는 것이 인지상정이었으니까.

그렇지만 이런 환호에 응하지 않는 이가 한 명 있었다.

그 사람은 바로 조금 전, 아마추어도 하지 않을 실수로 쫓겨난 미셀 가르시아였다.

“비켜!”

급기야 괜한 심통을 부리며 다른 사람을 밀치며 지나갔다.

“뭐야!”

느닷없이 밀쳐진 대호는 인상을 쓰며 소리쳤다.

“뭐? 이런 XXX가!”

“이런 개XX가!”

자신을 향해 욕을 하는 미셀 가르시아를 보며 대호도 참지 않고 맞받아쳤다.

험악한 인상에 덩치가 큰 미셀 가르시아였지만, 대호는 전혀 밀리지 않고 똑같이 얼굴을 들이밀며 맞섰다.

대호가 아무리 국제 유망주 계약으로 700만 달러라는 큰 계약금을 받고 오클랜드에 입단을 했다고 하지만, 정상적이라면 이런 행동은 분수에 맞지 않는 행동이었다.

그렇지만 방금 전 미셀 가르시아의 태도 또한 결코 정상적이지 않았다.

평소 같으면 일단 일이 어찌되었든 신인이고 초청 선수인 대호가 참아야 하겠지만, 방금 전에도 언급을 했듯 지금은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었기에 주변 인물들은 그저 가만히 서서 미셀 가르시아를 노려볼 뿐이었다.

그들도 방금 전 미셀 가르시아가 억지로 대호를 밀치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경쟁자의 잘나가는 모습에 질투하고 다른 사람에게 화풀이하는 모습은 메이저리그 선수가 아닌 동네 양아치와 같은 행동이었다.

“거기 뭐야!”

대기석에서 소란이 이는 것을 본 코치 중 한 명이 소리쳤다.

“별거 아닙니다.”

제 잘못을 인지한 것인지, 아니면 주변 분위기를 느낀 것인지, 미셀 가르시아가 먼저 변명을 늘어놓았다.

“그게 정말이야?”

“네, 별일 아닙니다.”

대호는 잠시 미셀 가르시아를 쳐다보다 그렇게 대답을 하였다.

괜히 스프링 캠프 초기부터 선배와 트러블을 일으켜 코칭스태프의 눈에 찍히기는 싫었기 때문이다.

“너 조심해라! 내가 찍었다.”

조금 전 코치가 물었을 때는 별일 아니라 했지만, 코치가 돌아간 뒤로 미셀 가르시아는 작은 목소리로 대호에게 경고를 하였다.

하지만 대호는 그런 미셀 가르시아의 경고를 듣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에게 경고를 하였다.

“너나 조심해! 하는 모습을 보니 조만간 쫓겨날 것 같으니까!”

펑고를 받는 모습을 본 대호는 그가 조만간 이곳 스프링 캠프에서 쫓겨날 것이라 예견했다.

그리고 그러한 예견은 몇 시간 지나지 않아 현실이 되었다.

4회차는 명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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