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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회차는 명전이다-2화 (2/209)

2화

<상태창>

이름 : 정대호(18)

국적 : 대한민국(ROK)

성별 : 남

투타 : 투(우) 타(우)

레벨 : 10

힘 25

민첩 21

체력 22

지능 30

정신 35

순발력 20

컨택 30(↓)

퀘스트 : 일일 퀘스트(1)

대호가 회귀를 한지도 세 달이 흘렀다.

겨울 전지훈련 기간 동안 일일 퀘스트와 훈련을 통해 경험치를 쌓아, 9레벨을 올렸다.

그 덕에 16이던 힘 스탯을 25까지 올릴 수 있었다.

신체 단련을 통해 힘 이외에 민첩과 체력, 순발력 스탯이 늘어났는데, 레벨 업 할 때 받는 포인트를 쓰지 않고 성장하는 건 언제나 기분이 좋았다.

사실 순발력은 프로에 가면 무척이나 중요한 능력이지만, 고등학교 야구 수준에서는 그리 중요한 스탯은 아니었다.

물론 언젠가는 투자해야 하기에 선행 학습이라 여기면 되지만.

“대호야! 코치님이 불러.”

한창 상태창을 보고 있던 대호에게 동기인 박재홍이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응, 알았어!”

대호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코치에게로 향했다.

‘그런데 무슨 일이지?’

회귀를 하고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을 목표로 잡은 뒤, 대호는 한 번도 나태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목표를 향해 맹진하고 있었다.

그런 대호의 모습에 이상한 시선을 주기도 했지만, 대체로 대호의 태도 변화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단 한 사람, 안기준 코치는 계속해서 이상한 태도로 대호를 괴롭혔다.

안기준 코치가 대호를 괴롭히는 것에는 그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다.

바로 대호의 집안 형편이 좋지 못해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느라 학교에 잘 찾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 야구부 후원에 적극적이지 않다고 하는 게 정확한 답변일 것이다.

예전부터 그랬다.

고교 야구는 많은 돈이 들어간다.

정부와 시청에서 보조금이 나온다 해도, 그것을 백 퍼센트 운동부 예산으로 사용하지 않고 학교장 임의로 유용하기도 했다.

또 감독과 코치에 의해 다른 용도로 쓰이기도 하면서 많은 예산이 엉뚱한 곳에서 소모되었다.

그렇기에 온전하게 운동부가 운용되기 위해선 그런 체육 장려금 외에도 학부모들이 내는 회비와 후원금이 필수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대호의 집에서는 후원금은 고사하고 야구부 회비도 종종 밀릴 때가 있었다.

그 때문에 감독과 코치는 대호를 무시하거나 갖가지 이유를 붙여 얼차려를 주었다.

‘정말 거지 같은 놈들이지.’

그런 상황이 2학년 말, 즉 대호가 회귀하기 직전까지만 해도 이어졌다.

당연히 대호는 주눅이 들어 빌빌거렸는데, 한순간에 태도가 바뀌었다.

그러면서 실력도 눈에 보일 정도로 확 늘었다.

이에 감독은 생각이 바뀌어 대호를 이용할 생각을 할 때, 코치인 안기준은 감독과 다르게 여전히 대호를 괴롭혔다.

아니, 감독이 대호를 괴롭히지 않자, 그의 몫까지 괴롭히기로 작정한 사람처럼 굴었다.

하지만 대호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거부감이 드는 건 맞았다.

그러나 놈의 괴롭힘은 신체 스탯을 올리는데 도움이 되었고, 아직 찍힌 상태에서 완전히 벗어난 건 아니기에 꿋꿋이 참고 코치의 지시에 따랐다.

“부르셨습니까?”

자신을 부르는 코치의 앞으로 다가간 대호가 인사를 하자, 안기준은 쳐다보지도 않고 명령을 내렸다.

“곧 광영고가 도착하니까 1학년 데리고 운동장 정리 좀 해라!”

이런 일은 굳이 대호를 부르지 않아도 되는 일이었다.

3학년이 졸업을 앞두고 소속된 대학 야구부에 가서 훈련을 하거나, 은퇴를 한 상태였기에 현재 영광고교 야구부는 2학년이 주전이었다.

대호는 2학년이 주축이 되면서 겨우 주전으로 승격되었는데, 주장도 아니면서 1학년에게 운동장 정리를 시킨다면 자칫 위계질서를 해치는 행동으로 보일 수 있었다.

그럼에도 안기준 코치는 날로 실력이 늘어나는 대호가 마음에 들지 않아 이런 일을 시키는 것이다.

“알겠습니다.”

3학년이 은퇴를 하면서 겨우 주전이 된 대호로서는 자신의 목표를 위해서라도 코치의 지시를 거부할 수가 없었다.

자칫하면 다시 후보로 떨어질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그런 대호의 곁으로 주장인 재홍이 다시 다가와 물었다.

“무슨 일로 부른 거냐?”

“1학년 데리고 운동장 정리 좀 하란다.”

“뭐? 그런 일이면 굳이 널 부르지 말고 그냥 나한테 시키면 되잖아?”

재홍은 안기준 코치의 지시가 좀처럼 이해되지 않았다.

“알잖아. 안 코치가 나 싫어하는 거.”

사실 코치인 안기준이 대호를 싫어한다는 것은 영광고 야구부원 중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또 그 이유가 무엇인지도 잘 알고 말이다.

다만, 입 밖으로 내뱉는 것은 금기였기에 모두 쉬쉬하는 중이었다.

“곧 영광고 온다니까 넌 좀 쉬고 있어라. 난 코치 말대로 1학년 데리고 운동장 정리하러 간다.”

“그래, 그럼 네가 내 대신 수고 좀 해 주라.”

재홍은 여기서 자신이 나서면 코치가 대호를 더욱 괴롭힌다는 것을 알기에 더 이상 끼어들지 않고 물러섰다.

* * *

끼익!

영광고 주차장에 커다란 버스 한 대가 들어와 정차했다.

버스에는 광영고 마크가 크게 그려져 있었다.

광영고의 버스가 영광고에 들어온 것은 새 학기에 들어가기 전 겨울철 전지훈련의 성과를 알아보기 위한 마무리 훈련의 성격을 띤 연습 경기를 하기 위해서다.

“모두 차렷!”

운동장에 도열한 양교 야구부원들은 연습 경기를 갖기 전, 예의를 차려 마주 인사를 하였다.

“모두 사고 없이 전지훈련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라!”

두 고교 야구부 감독들은 도열한 야구부원들을 보며 한마디씩 하였다.

한편, 도열한 채 맞은편 광영고 야구부원들을 보고 서 있던 대호의 머릿속에 맑은 알림이 울렸다.

띠링!

[특별 퀘스트]

‘흠, 이때 퀘스트가 하나 있었지?’

2, 3회차에도 겨울 전지훈련 마지막에는 항상 광영고와 연습 경기를 가졌다.

지금과 마찬가지로 시스템은 두 번 다 퀘스트를 주었다.

‘음… 분명 이때 퀘스트가 안타 두 개 치기였지.’

대호는 지난 회차에 시스템이 준 퀘스트의 내용을 떠올렸다.

[특별 퀘스트]

경기 중 2안타를 치시오

성공 : 업적 개방 1

실패 : 무작위 스탯 포인트 5 하락

* 2루타 이상만 인정, 성적에 따라 보상 차등 지급

‘어?’

이미 경험한 퀘스트였기에 느긋하게 내용을 확인하던 대호가 깜짝 놀랐다.

퀘스트의 내용이 2회차, 3회차와 달랐기 때문이다.

아니, 안타 두 개를 치라는 내용은 같았지만, 세부적인 조건이 달랐다.

전에는 실패를 해도 리스크는 고작 스탯 포인트 2 하락이었고, 또 성공 조건에 장타로 평가되는 2루타 같은 건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퀘스트를 성공하기 위해서 무조건 2루타 이상의 장타를 두 개 이상 쳐야만 했다.

‘이거 설마… 내가 레벨 업으로 얻은 스탯을 모두 힘에 투자해서 퀘스트가 이렇게 바뀐 건가?’

대호는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퀘스트의 세부 내용이 바뀐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였다.

이는 무척이나 합리적인 의심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2회차와 3회차에는 타격 능력을 올리기 위해 힘 스탯에 집중하기 보단 컨택 스탯에 집중해 스탯을 올렸었다.

그랬기에 퀘스트도 장타가 포함된 조건이 아닌 그저 두 개 이상의 안타를 치라는 것뿐이었고, 쉽게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성공 조건이 꽤 까다로워졌다.

다만,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고 한 것처럼 보상도 좋아졌다.

게임 시스템은 많은 퀘스트를 주지만, 보상으로 업적을 개방하는 건 쉽지 않았다.

아직 회귀하고 초반인 걸 감안해서인지 상당히 좋은 보상을 제공하는 것 같았다.

그만큼 성공하기도 쉽지 않을 테지만 말이다.

하지만 대호는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그의 컨택 스탯은 국내 프로야구 3년차 수준의 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수치였다.

힘 스탯 역시 꾸준한 투자를 통해 컨택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즉, 현재 대호의 힘과 컨택 능력은 고교 야구에서는 차고도 넘친다는 말.

“타순을 알려 줄 테니 집중해라!”

인사가 끝나고 더그아웃으로 돌아오자, 코치가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 * *

오클랜드 슬랙스의 프런트는 비상이 걸렸다.

메이저리그 구단 중 대표적인 스몰 마켓 구단인 그들은 어떻게 해서든 적은 돈으로 재능이 있는 선수를 영입해야 하는데, 작년 마이너리그 농사는 물론이고 신입 드래프트도 실패를 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국내는 물론이고 국외 계약까지 다른 구단에 밀려 제대로 된 선수 계약을 맺지 못했다.

쾅!

회의실에 요란한 소음이 울렸다.

화가 난 오클랜드의 단장이 테이블을 거세게 내려치는 바람에 회의실은 침묵에 휩싸였다.

“조나단, 말해 봐!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오클랜드 슬랙스의 단장인 조엘 헌트는 아시아 담당 스카우터인 조나단 센더스를 보며 소리쳤다.

조엘 헌트가 이렇게 화가 난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오클랜드가 노리던 일본의 유망주인 히데오 소이치로를 보스턴 블루삭스에 빼앗겨 버렸기 때문이다.

2028년 유망주 중 최대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일본 고교 리그에서 타율 0.378에 OPS 1.02로 타격에 상당한 재능을 가진 선수였다.

그렇다고 수비에 허점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잘만 키우면 구단 프랜차이즈, 혹은 비싼 가격에 팔 수 있는 선수로 여겨졌고, 내부적으로도 당첨이라고 확실시되던 선수였다.

그런 유망주와 계약 직전까지 갔는데, 도중에 보스턴에 뺏겨 버렸다.

그러니 화가 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게…….”

단장의 질문을 받은 조나단으로서는 솔직히 억울했다.

계약 단계까지 가긴 했지만, 막판에 보스턴이 계약금을 무려 200만 달러나 올려 버렸다.

자신들이 히데오 소이치로에게 제시한 금액은 500만 달러, 그런데 상대방이 700만 달러를 불렀으니 게임이 끝나 버린 것과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는 조나단의 생각이었지, 오클랜드 단장인 조엘의 뜻은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들은 국내 드래프트에서 큰 계약을 하지 못하지 않았는가.

뿐만 아니라 국외 유망주나 포스팅 계약도 성공하지 못하여 뜻하지 않게 여유 자금이 있었다.

제시한 500만 달러 이외에도 500만 달러의 여유금이 있어 총 1,000만 달러의 예산이 있었는데, 고작 보스턴이 200만 달러를 더 올렸다고 꼬리를 말아 버린 것이다.

“아무리 우리가 스몰마켓 구단이라고 해도, 겨우 200만 달러 때문에 유망주를 다른 구단에 빼앗긴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린가?”

조엘은 굳은 표정으로 아시아 담당 스카우터인 조나단 센더스를 보며 물었다.

“그건 아니지만, 당시엔 타미 쿠르스와 앤디 밀러의 연봉 조정 신청으로 인해 운용 자금에 그리 여유가 있던 상황이 아니지 않습니까?”

조나단은 단장의 질문에 당신이 운용 자금을 줄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느냐는 말을 돌려 이야기 하였다.

히데오 소이치로와 계약하던 시기, 오클랜드의 주전 유격수인 타미 쿠르스와 우익수 앤디 밀러는 지지부진한 연봉 협상 때문에 에이전트를 통해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연봉 조정 신청을 넣어 버렸다.

그 때문에 사무국에서 통보가 오기 전까지 자금 사용을 줄이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조엘 헌트 단장은 비록 올해 오클랜드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유격수인 타미 쿠르스와 앤디 밀러의 성적에 대해서는 만족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재계약할 생각이 있었고,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연봉 조정 신청을 한다면 2029년 이들의 연봉은 최소 200~300만 달러 이상 오를 게 확실히 여겨졌기에 그런 지시를 내렸던 것이다.

그렇지만 성공이 보장되다시피 한 유망주와의 계약에서 겨우 200만 달러 때문에 다른 구단에 빼앗겼단 사실을 떠올리자 화가 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아…….”

자신이 그런 지시를 내렸다고 해도, 히데오 소이치로의 재능을 생각한다면 구단에 요청을 하거나 한 번 물어보기라도 할 수 있지 않은가?

그런데 겨우 200만 달러 때문에 바로 계약을 포기해 버린 조나단의 결정에 화가 나고 또 실망스러웠다.

멕시코나 남미 유망주 계약과 다르게 아시아 유망주는 자신들 같은 스몰 마켓 구단에는 또 다른 의미가 있었다.

자국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른 그들은 자국 선수가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을 한 것에 큰 의미를 두고 각종 홍보를 한다.

그 과정에서 구단은 많은 이익을 챙길 수 있었다.

솔직히 당장은 조금 허리를 졸라매야 할 수 있지만,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그저 조엘 자신의 지시에 뇌가 굳어 실수를 한 조나단의 행동은 스카우터로서의 자질에 의심이 들게 만들었다.

“하, 이번 스토브리그는 실패로군.”

조엘이 판단하기에는 정말이지 이번 년도 계획은 뭐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었다.

그런 중얼거림에 회의실에 앉아 있던 모든 프런트 직원들의 표정이 굳어 버렸다.

그의 말대로 제대로 진행이 된 계약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올해는 이번처럼 뒤늦게 뒷북치지 않기 위해 초기부터 준비해.”

조엘 단장은 이미 늦은 것은 어쩔 수 없다는 생각에 지금부터라도 새롭게 유망주 계약을 일찍이 준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또 가을부터 준비했다간 다른 구단에 빼앗길지도 모르니까.

“알겠습니다.”

프런트 직원들은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4회차는 명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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