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화 (완)
0.01초 소드마스터 200화
15년 전 시작된 대격변.
첫 5년은 매우 힘든 싸움이었다.
그러나 전쟁을 통해 인류는 늘 엄청난 과학 발전을 이뤄내지 않았던가.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초능력을 가진 헌터, 그들이 사냥해서 얻는 자원으로 미친 듯이 발전하는 과학.
그 두 개가 합치면서 일어난 시너지는 인류를 지켜주었고, 많은 시스템의 변화를 가지고 왔다.
그렇게 해서 세계 연합이 결성되고, 그들은 끊임없는 발전을 통해 몬스터들에게 사냥당하는 것이 아닌, 사냥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그러다 2년 전부터 악마라는 존재가 나타났습니다.”
“악마?”
“예. 그동안의 몬스터들은 지능이 별로 높지 않았으나, 이 악마들은 달랐어요. 저희와 의사소통이 가능했고, 매우 뛰어난 지능을 보여 주었지요. 그 악마들 때문에 전선이 밀리게 되었고요.”
원래는 몬스터들만 나왔다가 어느 순간부터 악마들이 출몰하면서 다시 인류가 밀리기 시작했다는 뜻이었다.
하긴. 대악마 정도나 되는 악마들이 계속 나타난다면 그들을 처음 상대해 보는 이들로서는 힘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심지어 최근에는 드래곤으로 보이는 몬스터가 나타나 군사 기지 하나를 파괴해 버렸어요. 전례가 없는 일이 계속 벌어지고 있는 중이죠.”
“그렇군.”
난 하채린에게 그동안 이 세상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소상히 들었다.
내게 설명을 이어 가던 하채린은 내 눈치를 살피다 물었다.
“근데······. 당신은 대체 누구시죠? 대악마를 일격에 죽일 수 있는 힘이라면 진작 당신의 이름이 온 세상에 퍼졌어야 해요.”
“이곳 말고 다른 세상, 그러니까 반대편 세상이 있다는 건 그대도 알고 있겠지?”
“네. 어쩌면 저도 그 반대편 세상에 있다가 온 것일 수도 있죠. 하지만 누구도 그 세상을 기억하지 못해요.”
“그럼 그 세상으로 넘어가는 방법은 알고 있나?”
“아니요.”
역시 모르는 건가.
난 아슬란의 몸으로 변한 뒤로 반대편 세상으로 갈 수 있는 포탈을 열려고 했다.
하지만 무슨 짓을 해도 그 세상으로 향하는 포탈은 열리지 않았다.
‘내가 그 관리자 놈한테 속은 건가?’
아니지. 그놈도 이곳 세상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러나 놈은 분명 방법이 있을 거라고 했다.
게임 속 세상에서 바깥세상으로 넘어가는 문을 열었던 것은 바로 나였으니까.
그렇다면 이곳에서 다시 그와 똑같은 문을 열 수 있을 터.
아직 그 방법을 모를 뿐이다.
“이곳에서는 답을 얻기 힘들 거예요.”
“다른 곳에서는 얻을 수 있고?”
“세계 연합회에 모이는 헌터들이라면 그에 대한 정보를 조금은 알 수도 있어요. 특히 현존하는 최강의 헌터라 불리는 카르만은······.”
“잠깐. 방금 뭐라고 했지?”
“네? 아. 현존하는 최강의 헌터라 불리는 카르만이요.”
카르만?
설마 내가 아는 그 카르만을 말하는 건가?
“그는 세계 헌터 연합 회장을 맡고 있어요. 그보다 강한 헌터는 세상에 없으니까요.”
뭔가 냄새가 났다.
이름이 우연히 겹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세계에서 가장 강한 헌터라 불리는 자의 이름이 카르만이라니.
“세계 연합 회장이란 사람을 만나볼 수 있겠나?”
“연합 회장을요? 아마······ 쉽진 않을 거예요. 하지만 붉은 망토의 남자가 대악마를 일격에 죽였다는 얘기를 들으면 연합 회장 뿐만이 아니라 연합회에 소속되어 있는 S급 헌터들을 전부 만나볼 수 있을지도 모르죠.”
“그럼 그들에게 알리도록. 짐이 그들을 꼭 만나야겠으니까.”
“네.”
우연인지, 아니면 정말 의도한 것인지.
그건 직접 만나보면 알게 될 일이었다.
* * *
“붉은 망토의 헌터라······.”
“정말 대악마를 일격에 죽였다고? 그게 말이 되나?”
“우리 S급 헌터들이 힘을 합쳐야 간신히 잡을 수 있는 대악마인데?”
“자네도 영상을 봤을 거 아니야.”
“조작일 수도 있지.”
세계 헌터 연합회.
그들이 갑작스럽게 소집이 된 이유는 현재 논란이 된 영상 때문이었다.
무려 대악마를 일격에 잡은 남자.
그것도 붉은 망토를 휘날리며 강림한 새로운 헌터의 등장에 그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붉은 망토는 예언된 존재를 뜻하는 증표이니까.
“카르만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말 그가 예언된 존재일까요?”
세계 헌터 연합 회장을 맡고 있던 카르만은 턱을 괸 채 말했다.
“그건 두고 보면 알게 되겠지.”
이윽고 회장에 문이 열렸다.
카르만은 거기서 누가 나올지 눈을 부릅 뜨며 지켜보았다.
뚜벅- 뚜벅-.
평범해 보이는 남성 하나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영상에서 봤던 모습과는 너무나도 다른 그의 모습에 모두 인상을 찌푸렸다.
“뭐야, 저건?”
“붉은 망토는 어디 가고 저런 비실거리는 놈이 왔어?”
모든 사람이 상대방을 무시하고 있을 때.
“카르만님?”
“······!?”
카르만은 식은땀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저자가 확실하다!’
그는 볼 수 있었다.
저 비실해 보이는 남자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어마어마한 힘을.
그것은 공간을 찢고 비틀며 카르만의 정신을 흔들어 놓을 만큼 거대했다.
하지만 저들 눈에는 이 무시무시한 투기가 보이지 않는 것인가?
“붉은 망토는 어디 가고, 왜 네가 온 거냐고 묻잖아.”
“여긴 S급 헌터만 들어올 수 있는 곳이다. 썩 꺼져!”
언성이 점점 높아지더니,
“이 새끼가 지금 S급 헌터가 말하는 걸 무시하는 거야, 뭐야!”
그중 하나가 결국 힘을 발산해 버렸다.
‘안 돼!’
카르만은 거기까지만 하라고 소리치려 했지만, 목구멍이 무언가에 막힌 것처럼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콰앙-!!
누군가가 발산한 힘이 저 남자에게 다다라 폭발하고 말았다.
회장에는 잠시 침묵이 감돌았다.
“야. 아무리 그래도 민간인한테······.”
“뭔 상관이야. 그러게 묻는 말에 똑바로 답을 했어야지.”
민간인에게 힘을 마음대로 발산해 버린 헌터는 낄낄 웃음을 터트렸다.
그에게 민간인은 그저 벌레보다 못한 목숨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
“뭐, 뭐야.”
연기가 걷히고 나서 나오는 실루엣에 헌터들은 기함을 터트렸다.
분명 방금 전까지 서 있던 비실한 민간인은 온데간데 없고, 붉은 망토를 펄럭이고 있는 영상 속 남자가 서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스산한 음성이 울려 퍼졌다.
“재롱 피우는 건 그게 끝이더냐?”
“······?”
퍼버버벅-!!
저 남자를 향해 공격을 날렸던 헌터의 몸이 무언가에 난도질 되며 피가 분수처럼 솟아올랐다.
그렇게 이렇다 할 반항도 해보지 못하고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헉!”
“저, 저런!”
그것을 보고 다른 헌터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나 그들이 반격하는 걸 허락조차 하지 않겠다는 듯, 근엄한 목소리가 한 번 더 회장을 울렸다.
“모두 꿇어라.”
그 짧은 한마디에,
쿠웅-! 콰앙-!!
헌터들의 무릎이 저절로 꺾이고 말았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감히 짐의 존안을 똑바로 쳐다보려 하다니. 건방지구나.”
쾅-! 쾅-!
그러자 이번에는 모두 머리를 바닥에 처박았다.
그들의 이마에 피가 터져 나오고 몸을 부르르 떨었지만, 누구 하나 감히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를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하나뿐.
“······아슬란.”
카르만 뿐이었다.
“역시 짐을 알고 있군, 카르만.”
“알다마다. 내가 있던 세상을 당신이 와서 파괴했으니까.”
“그게 무슨 소리지?”
“그날 나는 보았다. 우리의 신, 라할이 당신의 칼에 무참히 찢겨 죽는 것을. 그리고 우린 라할의 힘에 의해 악마가 되어 당신에게 달려들었지. 하지만 결국 당신의 상대가 되지 못했어.”
카르만은 그날의 일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라할과 그가 창조한 신들이 모두 아슬란을 막기 위해 달려들었으나, 결국 세상은 그의 손아래 파괴되고 말았다.
그 뒤에 정신을 차려보니 그는 이 세상에 다시 돌아와 있었다.
“이 세상에 돌아오고 나서 나를 제외하고는 누구도 그 게임 속 세상을 기억하지 못하더군.”
카르만은 게임 속 모습 그대로 원래 세상에 돌아왔다.
그가 이 세상에서 어떤 존재였는지는 완전히 잊어버린 채 말이다.
“수많은 부활자 중에서 붉은 망토를 기억하는 사람들 모두 당신이 파괴한 게임 세상에서 돌아온 자들이지. 내 추측에 불과하지만, 게임에서 이룬 성과에 따라 돌아오는 날도 달라지는 것 같더군. 현재까진 내 5년이 최장 기록이었다.”
“넌 그 세계에서 이룬 성과가 많았던 모양이군.”
“그래. 난 거의 엔딩 단계까지 갔었다.”
“짐을 원망하나?”
“딱히. 어차피 게임에 불과한 세상이지 않나. 아무튼, 그 세상에서 이룬 성과에 따라 이곳으로 돌아올 때 능력이 정해지는 것 같더군. 헌터들은 전부 그렇게 탄생했던 거지.”
카르만은 두려움에 떨리는 손을 애써 숨기며 아슬란에게 물었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지? 당신이 파괴했던 그 세상들처럼 여기도 파괴할 생각인가?”
“짐이 그렇게 냉혈한으로 보이나?”
“지금 상황을 보면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않나?”
“짐이 너희의 목숨을 거두지 않은 것만으로 감사하게 여기거라.”
그에 대해 할 말은 없었다.
먼저 공격한 것은 연합회였으니까.
아슬란이 이들을 전부 죽이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었다.
하지만 설마 말 한마디에 이들을 전부 제압할 줄이야.
그건 꿈에도 상상 못한 것이었다.
“짐은 반대편 세상으로 넘어가고자 한다.”
“반대편이라면······. 엘라 비하크 말인가?”
“그래.”
“대체 왜? 아니. 뭔가 대단한 이유가 있겠지. 나 같은 놈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그러나 카르만도 반대편 세상으로 돌아가는 법을 알지 못했다.
“허나 의심이 가는 곳이 하나 있지.”
“의심이 가는 곳?”
“이 모든 일의 시작이자 근원이 되는 장소. 이 세상에서는 그곳을 ‘제로’라고 부른다.”
“제로?”
“말로 설명하기보다는 직접 보여 주는 것이 낫겠지. 따라와라.”
카르만은 아슬란을 데리고 회장을 나섰다.
덕분에 강제로 무릎을 꿇고 있던 헌터들은 자유를 얻었다.
그들은 한참 동안이나 회장 안에서 토악질을 해대야만 했다.
* * *
우리 두 사람은 회장 바깥에 설치되어 있는 포탈을 타고 이동해 원하는 장소에 도착했다.
몬스터들을 죽이면서 나오는 새로운 자원을 통해 엄청난 과학 발전을 이뤘다더니.
그게 사실이었다.
이 세상에 포탈도 있을 줄이야.
“바로 여기가 제로다.”
도착한 곳과 멀지 않은 곳에 거대한 검은 돔이 있었다.
“예전에는 여의도라고 불렸던 곳이며 모든 것이 시작된 곳이기도 하지.”
“모든 것이 시작돼?”
“그래. 엘라 비하크를 만든 게임사가 여기에 있었거든”
그랬던 건가.
엘라 비하크를 만든 게임사에서 모든 것이 시작되었던 거였다니.
높게 솟아오른 검은 벽.
그 주변으로 군대가 잔뜩 몰려 있었으나, 누구도 그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었다.
“인류는 이곳에 핵도 쏴보고 수많은 화력을 쏟아 부었음에도 이곳을 뚫지 못했다. 왜냐하면······.”
“테리슈나인가.”
“잘 아는군. 악마들의 최강 방어 기술이라는 테리슈나. 그걸 힘으로 뚫는 건 불가능하지. 아무튼, 이곳에서 나오는 힘이 전 세계로 퍼지면서 게이트가 열렸고, 지금에 이르렀다.”
카르만도 자신의 힘을 모두 쏟아 부었으나 저곳에 흠집조차 주지 못했다고 내게 말했다.
그냥 가만히 듣고 있으면 될 일이지만,
“나약하구나.”
이놈의 허세가 가만있지를 않았다.
“고작 저런 거 하나 부수지 못해 쩔쩔매고 있다니.”
“······.”
나는 검은 돔을 향해 나아갔다.
높디높은 벽.
이 익숙한 느낌은 테리슈나가 분명했다.
그것도 지금까지 봤던 그 어떤 테리슈나보다 훨씬 더 두꺼워 보였다.
“정말 할 수 있겠나?”
카르만과 그의 뒤를 따른 헌터들은 못미더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이 온갖 수단을 다 동원했는데도 뚫지 못한 테리슈나이지 않은가.
그런 곳을 나 혼자 뚫을 수 있을 리 없다고 자신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감히 그 어떤 것도 짐이 가고자 하는 길을 막을 순 없다.”
콰직-!!
“하물며 이런 하찮은 방벽 따위가.”
나는 칼을 휘둘러 테리슈나를 가볍게 파괴해 버렸다.
“!?”
“미, 미친!”
그들은 당장이라도 거품을 물고 쓰러질 것처럼 반응을 보였다.
“자, 잠깐!”
난 그들의 부름에 답하지 않고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갔다.
어디로 가야 할지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지독한 마기의 냄새가 나는 곳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냄새를 따라서 간다면-
“여기인가.”
형체가 완전히 일그러져 본래 모습을 도저히 상상하기 어려운 빌딩이 나타났다.
그 꼭대기에 검은 소용돌이가 있었다.
난 그 위로 번쩍 날아올랐다.
그리고 그곳에는 아니나 다를까 컴퓨터 하나가 놓여 있었다.
그것도 엘라 비하크가 실행 중인 컴퓨터였다.
[아슬란.]
내가 컴퓨터 쪽을 향해 다가가려고 하자, 음산한 음성이 울려 퍼지면서 섬뜩한 눈동자가 저 위로 나타났다.
[결국 이곳에 왔구나. 신을 죽이는 자여.]
난 그 눈동자와 음성을 듣고 상대가 누군지 금방 알아차렸다.
“레메게톤.”
[후후. 그래. 네가 벌레처럼 짓밟아 죽인 레메게톤이다.]
레메게톤도 여기에 있었다니.
그것도 저놈은 내가 있었던 게임 세상 속 레메게톤이었다.
[여기 플레이어들과 마찬가지로 게임 속에서 죽은 몬스터들 일부는 이 세상에 강제 소환이 된다. 네가 우리 악마들을 모조리 죽여 준 덕분에 이렇게 다른 세상에 오게 되었지.]
2년 전부터 악마들이 대거 나타나기 시작했던 이유가 전부 나 때문이었다는 건가.
플레이어에 이어 설마 악마들까지 실제 세상에 소환될 줄은 몰랐다.
“그럼 여기서 다시 죽여 주면 되겠군.”
[후후. 나 역시 네가 그래 주면 고맙겠다만, 이미 난 저것에 묶이고 말았다. 이 모든 것에 시초이자, 최초의 세상. 저것이 파괴되지 않는다면 나를 천만 번 죽인다고 해서 상황은 달라지지 않아.]
저 컴퓨터?
난 그것을 향해 검강을 날렸다.
촤아-!
그러나 내 검강이 그것에 닿자마자 사라져 버렸다.
몇 번 더 시도를 해봤지만, 그때마다 같은 결과가 이어졌다.
[저건 힘으로 파괴하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너라도 저걸 파괴하는 건······.]
나는 한번 더 칼을 들었다.
콰앙-! 콰아앙-!!
[잠깐. 뭘 하는 거지?]
그리고 쉼 없이 검은 기운을 뿜어내고 있는 컴퓨터를 향해 휘둘렀다.
“감히-.”
콰아앙-!!
“빈 깡통 따위가-.”
[소용 없다고 하지 않았나? 그건 그렇게 해서 파괴하는 것이······ 응?]
그렇게 몇 번을 내려쳤을까.
멀쩡하던 컴퓨터에서 균열이 일어났다.
[이런 무식한······.]
난 마지막으로 한번 더 칼을 내려쳤다.
그러자 컴퓨터가 콰직 소리를 내며 완전히 박살이 나버렸고, 그 밖으로 혼돈이 뒤섞인 포탈이 열렸다.
[결국 열었군. 반대편으로 갈 수 있는 문을. 끔찍하리만큼 지독한 놈.]
이것인가.
반대편 세상으로 넘어갈 수 있는 문이.
“여길 들어가면 이 세상을 이 지경으로 만든 놈을 만날 수 있나?”
[우리의 창조주를 말하는 건가? 글쎄. 하지만 계속 나아간다면 결국에는 그 끝에 있는 그를 만나게 되겠지.]
“그거면 됐다.”
내가 그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레메게톤이 내게 말했다.
[내 말을 이해하지 못 한 모양이군. 이 안에 무엇이 있는지 넌 알지 못 한다. 그런데도 넘어가겠다는 것이냐?]
“그래.”
[네가 지금껏 상대했던 그 어떤 것들보다 훨씬 더 끔찍한 것이 기다릴 것이다.]
“그래도 짐은 가야만 한다.”
[대체 왜지? 왜 넌 항상 그렇게 무모한 결정을 내리는 것인가? 넌 정녕 신을 죽이려는 것이냐?]
나도 알고 있었다.
레메게톤이 나를 속이는 것일 수도 있으며, 저 안에 들어갔다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거기다 이 세상을 이렇게 만들 정도의 전능한 자라면 그 누구보다도 강한 힘을 가지고 있을 터.
어쩌면 손가락 하나만으로도 날 죽일 수 있을 것이다.
당연히 겁이 나고 두려웠다.
할 수만 있다면 이대로 그만두고 싶었다.
하지만,
“그야 당연한 일이지 않은가.”
난 이 순간에도,
“짐은 최강이기 때문이다.”
병신 같은 허세를 부렸다.
[······!]
레메게톤은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어둠과 빛이 동시에 공존하는 포탈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강렬한 빛이 순식간에 나를 빨아들였다.
예전 처음 게임 속 세상으로 빨려 들어갈 때처럼 말이다.
난 그 혼돈에 의해 몸 전체가 사라지기 전, 마지막 말을 남겼다.
“금방 돌아오겠다.”
0.01초 소드마스터 (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