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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초 소드마스터-184화 (184/200)

184화

0.01초 소드마스터 184화

‘어둠의 권능이라-.’

그리고 그것을 얻게 되면 영원의 힘으로 교환할 수가 있다고?

영원의 힘이 정말 모두를 되살릴 수 있는 것일까.

나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이 게임에 그런 힘이 있다고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있을 수도 있는 거잖아?’

이미 이 게임은 상식을 벗어난 상태다.

내가 알지 못 하던 것들이 속속히 튀어 나오고 있지 않던가.

더군다나 이 시스템 창은 내게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레메게톤을 정말 죽여야 다 살릴 수가 있다는 거네.’

오래 전 죽은 나타샤도 다시 살려낼 수 있을지 모른다.

지금까지 악마에게 떼죽임을 당한 나의 사람들을 모두 살려낼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레메게톤을 어떻게 잡느냐는 건데.’

레메게톤은 우리 인간들과는 다른 차원의 신이기 때문에 찰나의 괴력으로 과연 생채기 하나 낼 순 있을지 모르겠다.

게임 시스템상 감히 다른 종족 따위가 신을 건들 수 없게 최강으로 설정해 놓았을 텐데, 그럼 우리 힘만으로는 죽이기 어려운 것이 아닐까.

‘라할이라도 있다면 모를까.’

근데 라할 그놈이 살아는 있는 건지, 아니면 그냥 뒈져 버린 건지 모르는 판국에 라할의 도움을 기대하기에는 무척 어려운 상태였다.

‘이를 어찌하면 좋을꼬.’

나로 인해 허망하게 죽어간 이들을 다시 살려 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점점 내 목을 옥죄어 오는 것만 같았다.

그 숨막히는 상황 속에서 혼자 끙끙 대며 버티고 있던 와중,

“아슬란.”

누군가의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돌려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내 뒤로 테르카나가 걸어 나오는 것이 아닌가.

“오랜만에 보는군.”

그래도 전에는 꼬박꼬박 존대를 썼던 거 같았는데, 지금은 전보다 훨씬 더 거만하고 얼굴이 얄밉게 바뀐 테르카나였다.

“죽고 싶은 것이냐? 감히 허락도 없이 짐의 침소에 들어오다니.”

분명 이곳 침소 주변에 강력한 마법 결계가 되어 있을 텐데.

대체 이놈이 어떻게 뚫은 걸까.

“후후. 예전의 나였다면 네가 주변에 쳐 놓은 마법 결계에 막혀 오지 못했겠지. 하지만 지금은 내가 가고자 한다면 못 갈 곳이 없다.”

그 말은 놈에게 무슨 변화가 일어났음을 뜻했다.

나는 놈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테르카나]

무력:???

마력:???

-레메게톤의 영혼을 흡수함.

모든 것이 물음표로 나오던 중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레메게톤의 영혼을 흡수했다고?’

그럼 저놈이 지금 레메게톤의 힘을 가졌다는 거야?

그래서 마법이 어이 없게 뚫린 거였구나.

“어때? 네가 보기에도 내가 달라지지 않았나?”

“너······ 어둠을 삼켰군.”

“호오. 역시 한번에 보고 알아차리는군. 그래. 내가 레메게톤의 영혼을 삼켰다. 이제 그의 힘이 곧 나의 것이지.”

테르카나는 낄낄 웃음을 터트렸다.

그것을 보고 있자니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레메게톤을 삼켰다면 대체 얼마나 강해진 것일까.

“과연 어둠의 신이 가진 힘은 대단하더군. 손가락만 까닥여도 천지가 흔들릴 정도이니. 하지만 나는 레메게톤처럼 모든 걸 무자비하게 부술 생각이 없다.”

지금까지 게이머들은 테르카나가 무슨 목적을 가지고 있는 건지 밝혀내지 못했다.

그런데 오늘에 이르러서야 내가 그걸 알아낸 것 같았다.

놈은 처음부터 레메게톤의 영혼을 흡수해 자신이 최강자가 되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레메게톤이 나타났을 때마다 테르카나가 같이 나온 적은 없었는데.’

레메게톤이 봉인에서 깨어나 모든 대륙을 파괴할 때, 테르카나의 모습은 나오지 않았다. 게임 스토리에 따라 달라지는 것일까, 아니면······.

“나는 평화적으로 너에게 제안을 하러 온 것이다. 우리 둘이서 굳이 싸울 필요가 있겠나. 너는 빛의 힘이 있고, 내겐 어둠의 힘이 있다. 그동안 그 두 개의 힘이 서로 반목했으나, 우리가 함께 힘을 합친다면 새로운 세상을 열 수 있을 것이다.”

테르카나는 내게 손을 뻗었다.

“그러니 나와 힘을 합치자. 이 손을 잡는다면 너에게 모든 힘을 주도록 하지. 네가 원하는 건 뭐든 내가 이뤄 줄 수 있다.”

그때 난 그의 손이 조금씩 갈라져 있는 것을 보았다.

거기서 깨달았다.

“그릇이 필요한 것이더냐?”

“······!”

“표정을 보아 하니 맞군. 하긴. 네놈 따위가 레메게톤의 영혼을 온전히 감당할 수 있을 리 없지.”

여유로웠던 테르카나의 안색이 찌푸려졌다.

“이 정도는 충분히 버틸 수 있다.”

“아니. 넌 그 영혼을 절대 버티지 못 한다. 나는 알고 있다. 레메게톤은 반드시 네놈 몸에서 나와 부활한다는 것을.”

“그걸 네가 어떻게 확신하지?”

“짐은 너희가 모르는 것을 알고, 너희가 보지 못 하는 것을 본다. 너의 미래 또한 이미 짐의 눈에 보였다.”

나는 테르카나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아무래도 나를 그릇으로 삼아 쓰려는 거 같은데. 어림도 없는 일이다. 이 세상 어느 것도 감히 짐을 해할 수 없으며, 조종할 수도 없다. 다만, 원하는 것이 있다면-.”

나는 테르카나의 가슴팍을 향해 손을 쭉 뻗었다.

그러자 놈의 몸을 가볍게 관통했다.

“이 몸은 진짜가 아닌 분신이다.”

“알고 있다. 미리 보여 주는 것이다. 짐이 이렇게 너의 심장을 뜯어 취할 것임을.”

“!?”

“짐의 몸을 가지기 위해 발버둥 칠 필요 없다, 테르카나. 짐이 곧 네게 갈 터이니. 기다리거라.”

테르카나는 얼른 내게서 벗어나 뒤로 물러났다.

“나의 마지막 자비를 뿌리친 것을 후회하게 될 것이다, 아슬란. 네놈이 가진 것을 내가 남김 없이 파괴할 테다. 반드시!”

“얼마든지 덤벼 보거라. 결국 승리는 짐의 것이니.”

나의 경고를 들은 테르카나의 몸이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다.

* * *

“대기사단장님. 전방에 악마의 흔적은 없습니다.”

“그런가.”

아론이 죽고 나서 대기사단장이란 직책을 맡게 된 라일라칸.

그가 정말 대기사단장의 자리에 적합한지에 관해서는 말이 많았지만, 지금은 무엇보다 강력한 힘이 필요하다고 여긴 신하들이 의견을 모아 그를 적극 추대했다.

그 결과 새로운 대기사단장이 된 라일라칸은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인생이란 참으로 알 수가 없구나.”

300년 전만 하더라도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몰랐다.

원혼의 기사들로 하여금 자신에게 대항하는 이들을 쓸어 버린 뒤, 악마들까지 함께 소멸시키려 했으나, 그때의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지금 대륙을 위협하는 이 악마들은 300년 전과 다르다.

그 규모도 다르고, 그들이 가진 힘 역시 다르다.

그렇기에 아론과 엘버스테인, 그리고 플레임이 그리도 허망하게 죽은 것이리라.

“꽤나 무거운 짐을 달고 살았구나, 아론.”

대기사단장이었던 아론이 얼마나 막중한 책임감을 늘 떠 안고 살았는지, 이 자리에 올라서고 나니 알 것만 같았다.

하나의 왕국이 아닌, 모든 왕국을 대표하는 제국의 대기사단장.

그 자리가 주는 부담감은 라일라칸의 어깨를 짓누를 정도였다.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으니, 일단 돌아가겠다.”

“예.”

“하리엘. 너는 혹시 모르니 저 반대쪽을 확인하고 오거라.,”

“네.”

그래서 그는 더욱 열심히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처리해 나갔다.

대기사단장이지만, 손수 정찰까지 나와 확인을 하는 등, 철저함까지 보여 주었다.

그런데,

“······음?”

그만 성으로 돌아가려는 때에 라일라칸은 무언가 음습한 기운이 느껴져 몸을 다시 돌렸다.

“대기사단장님?”

“분명 아까 저곳에 아무것도 없다고 하지 않았나?”

“예. 그렇습니다.”

“근데 이 지독한 냄새는 무어란 말인가?”

라일라칸은 인상을 찌푸리다 자신에게 보고를 했던 기사들을 바라보았다.

저 어둠 속에서 흘러나오는 악취가 이 기사들에게도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네놈들은 누구냐?”

그러자 기사들이 소름 끼치는 얼굴로 히죽 웃었다.

“어떻게 알았지?”

“눈치 빠른 놈!”

그들이 달려들려고 하자 라일라칸은 검을 뽑아 들어 순식간에 그들의 몸을 뇌전으로 태워 버렸다.

그리고 저 어둠 속에서 방금 전보다 훨씬 더 짙은 마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라일라칸.]

[레메게톤 님을 위하여 그 몸을 바쳐라!]

라일라칸은 검에서 폭발하는 전류로 하여금 자신에게 달려드는 악마들을 모조리 쓸어 버렸다.

그의 막강한 힘에 악마들이 그를 둘러 싸고 있음에도 털끝 하나 건들지 못했다.

[가, 강하다!]

[너무 강해!]

악마들은 절규하며 슬금슬금 도망치려는 기색을 보였다.

“어딜 감히!”

라일라칸은 그들을 단 한 놈도 남겨두지 않고 없애려고 했다.

그래서 그들의 뒤를 쫓아 높이 날아올라 낙하했을 때였다.

[걸렸다!]

“······?!”

그 순간 땅바닥이 어둠의 소용돌이로 변하여 라일라칸을 그대로 삼켜 버렸다.

그는 그곳에서 빠져 나가고자 했으나, 이미 문이 닫혀 버린 통에 밖으로 나갈 수도 없는 상황.

“이런 멍청한-!”

뻔한 함정에 당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가 있는 곳에는,

[캬오오오!]

수많은 악마들이 즐비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서 실컷 놀고 있어라. 그럼 알아서 일이 끝나 있을 터이니.]

저번 날 라일라칸을 유혹하던 그 목소리였다.

설마 자신을 일부러 떼어 놓으려고 이런 짓을 벌인 것인가?

대체 왜?

“······하리엘.”

라일라칸과 오늘 같이 순찰을 온 사람은 바로 하리엘.

만약 이들이 그녀를 노리는 것이라면 라일라칸을 먼저 다른 곳에 묶어 두고 싶었을 터.

“하리엘!!”

라일라칸은 그녀에게 닿지도 않을 목소리를 외치며 악마들의 소굴에서 빠져 나가고자 검을 휘둘렀다.

* * *

“하리엘 님?”

“응?”

“무슨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아니······. 누가 날 부르는 것 같아서. 기분 탓이었나.”

하리엘은 라일라칸이 지시를 내린 대로 정찰 임무를 끝냈다.

다행히 주변에 악마의 흔적이 없다는 것으로 결론을 낸 하리엘은 말머리를 돌려 이제 그만 성으로 돌아갈 채비를 했다.

“그럼 모두 돌아가자.”

“예.”

임무를 마치고 성으로 돌아가던 하리엘은 길게 숨을 내쉬었다.

‘그날 이후로 날 만나주지도 않으셔.’

태어나 처음으로 술을 잔뜩 마신 다음 하리엘은 아슬란에게 찾아가 고민은 그만 하고 차라리 자기를 황후로 받아 달라는 말을 했었다.

지금 생각해도 완전 미친 짓이었고, 그날의 일이 떠오를 때마다 이불킥을 하고 있었다.

‘근데······ 정말로 내게는 관심이 없으신 걸까.’

미친 짓거리를 하긴 했어도 아슬란에게서 조금은 반응이 올 거라 생각했다.

예전에는 자기를 기다렸다느니, 뭐니, 하더니.

그건 다 순 뻥이었나?

‘아니면 그새 다른 여인에게······!’

질투심에 눈이 먼다는 것이 무엇인지 오늘에서야 깨닫는다.

어쩌다 자기가 이렇게 된 것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하리엘.]

바로 그때였다.

“누, 누구······.”

누군가가 하리엘과 기사들의 앞을 가로 막았다.

[여기 있었구나.]

남성은 기분 나쁜 미소를 흘리며 자신을 덮고 있던 후드를 벗었다.

그러자 온몸이 서서히 붕괴되고 있는 테르카나가 그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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