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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초 소드마스터-178화 (178/200)

178화

178화

0.01초 소드마스터 178화

위엄 넘치는 날갯짓.

[크롸라라라-!!]

웅장한 포효 소리.

그리고 장인들의 혼이 담겨 있는 뛰어난 자태의 몸통까지.

“오오. 저것이 폐하께서 창조하셨다는 그 드래곤인가?”

“과연······. 창조물이 폐하를 닮아 위엄이 넘치는 것 같습니다.”

“역시 폐하이시다. 저렇게 아름다운 창조물을 만들어 내시다니.”

“생명을 불어넣으신다라······. 이 얼마나 아름다운 힘인가?”

신하들은 황궁 위를 비행하고 있는 카릴디움을 보고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저놈은 일반적인 드래곤이 아니라, 장인들이 만들어낸 조각상으로 탄생한 드래곤이기 때문에 다른 드래곤들보다 훨씬 더 정교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특히 미의 기준으로 봤을 때 그 깊이와 빛을 다른 물질들이 따라오기 힘들다는 아스릴타디움이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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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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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더욱더 그 자태가 뛰어나 보이는 효과를 지니고 있었다.

[카릴디움]

-창조주 ‘아슬란’에 의해 탄생한 드래곤.

-생명을 받은 창조물은 창조주의 특성을 확률적으로 이어받게 됩니다.

“······.”

그렇다는 건 설마 저놈도-

[본좌는 위대한 하늘의 제왕. 그 누구도 본좌의 힘을 거스를 수 없다.]

아슬란의 허세에 잡아 먹힌 놈이라는 건가.

“야.”

그런 카릴디움의 행보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일까.

레드 드래곤이 인상을 쓰며 카릴디움을 불렀다.

“정신 사나우니까 그만 지랄하고 내려와.”

카릴디움은 레드 드래곤 플레임을 매섭게 노려보며 아래로 내려왔다.

쿠웅-!!

일부러 더 과장 되게 착지하여 날개를 넓게 펴는 저 동작.

틀림없다.

내 아슬란 허세력으로 봤을 때, 저건 아슬란이 망토를 과하게 펄럭이는 것과 같은 이치라 볼 수 있었다.

‘미친.’

좀 정상적인 놈을 부하로 만들어서 써먹으려 했더니.

또 다른 허세충 한 마리가 늘어나고 말았다.

저놈을 저거 어쩌면 좋지.

[나를 불렀는가. 미물이여.]

“미, 미물?”

[그래. 본좌 앞에서 넌 그저 미물일 뿐이다.]

플레임은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터트렸다.

“평생 돌덩이로 살다가 이제 막 생명을 받은 놈이 주제도 모르고 까부네? 야. 올려다보기 목 아프니까, 너도 인간 모습으로 와봐.”

[인간 모습? 본좌가 왜 하찮은 인간이 되어야 한단 말인가. 그건 본좌에 대한 모욕이다. 하긴. 미물 따위가 본좌의 마음을 어찌 이해하겠는가.]

“이게 보자 보자 하니까.”

결국 화를 참지 못한 플레임도 순식간에 몸이 커져 드래곤의 모습으로 카릴디움 앞에 섰다.

[오늘 네놈에게 위아래가 무엇인지 제대로 가르쳐 주겠다!]

플레임은 냅다 카릴디움을 향해 달려들었다.

콰앙-!!

두 거대한 덩치가 부딪히니, 굉음이 터져 나오면서 땅이 흔들렸다.

콰콱-! 콰콰콱-!!

힘은 비등하다고 봐야 하는 건가.

카릴디움이 아슬란의 특성을 타고났다면 설마 스텟도 똑같이 똥은 아닐지 걱정했는데, 플레임과 대등하게 힘 싸움을 하는 것을 보면 꼭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이 건방진 애새끼가!]

하지만 점차 힘에 있어서 플레임이 카릴디움을 앞서기 시작했다.

정말 내 우려대로 카릴디움이 내 스텟을 이어받아 약하게 태어난 것인지, 아니면 그냥 플레임이 더럽게 강한 것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죽어라!]

콰아아아-!!

플레임은 입에서 거친 브레스를 내뿜으며 카릴디움을 공격했다.

위기감을 느낀 것인지, 카릴디움은 꼬리를 흔들어 플레임을 뒤로 밀쳐냈다.

그 뜨거운 브레스에 의해 몸이 빨갛게 달아오른 카릴디움이었다.

[감히 미물 따위가 존귀한 본좌의 몸에 흠집을 내려 하다니!]

그에 이어 카릴디움도 천천히 발밑에서부터 힘을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부우우웅-!!

푸른 빛이 번쩍이며 꼬리를 타고 올라와 점점 카릴디움의 목구멍으로 모이는 것이 눈에 보였다.

브레스를 쏘려는 건가?

카릴디움의 첫 브레스 데뷔였다.

하지만 이렇게 싸움이 격해지면 황궁이 또 죄다 망가질 것 같아 나는 둘을 진정시키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그러는 동안 목구멍까지 브레스를 다 모은 카릴디움.

[!?]

플레임도 어떤 공격이 날아 들어올지 몰라 긴장하며 지켜보던 중이었다.

카릴디움은 이 세상을 완전히 두 쪽을 낼 기세로 힘을 모으며 아가리를 크게 벌렸다.

그러고는 그 모아 왔던 힘을 발산하는 순간!

뽁~

귀여운 소리와 함께 브레스는커녕 작은 연기조차 그 입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

당황한 플레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 역시 당황해서 제자리에 굳어 버리고 말았다.

‘뭐야. 브레스를 못 쏘는 거야?’

맙소사.

정말 아슬란의 스텟을 이어받아서 브레스도 못 쏘는 고철이었단 말인가!

[뭐야? 방금 그건.]

플레임의 물음에 카릴디움은 애써 태연한 척을 하며 말했다.

[본좌의 브레스는 땅을 가르고 저 하늘마저도 가른다. 괜히 이런 곳에서 썼다가 모든 것을 파괴할 순 없지 않느냐.]

하지만 플레임은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아닌데. 아무리 봐도 방금 그건 브레스를 전혀 쓰지 못하는······.]

[닥쳐라! 그렇게 원한다면 보여 주마. 대신 네놈의 몸이 두 쪽으로 갈라져도 원망하지 말거라!]

그러면서 카릴디움이 다시 한번 힘을 모아 브레스를 쏘려 했다.

나는 녀석이 더 비참해지기 전에 중재에 나섰다.

“둘 다 그만하거라.”

[아슬란. 넌 빠지거라. 오늘 내가 저 버르장머리 없는 놈을 똑똑히 교육시켜 줄 것이다.]

[참으로 어리석은 선택이구나. 네놈의 숨통을 이곳에서 끊어 주겠다.]

하지만 둘 다 내 말을 듣지 않았다.

결국 나는 힘을 발산하며 저 둘을 짓눌러 버렸다.

“짐이 그만하라고 했다.”

[크헉!]

[으악!]

쿵-!!

두 거대한 몸뚱이가 그대로 바닥에 엎어지면서 발버둥을 쳐댔다.

“감히 짐의 말을 우습게 여기다니. 죽고 싶은 것이냐?”

[아, 아니. 그, 그러니까 나는 저 어린 놈의 새끼가 위아래도 모르고 나대니까······.]

“그래서 고작 그따위 이유로 짐의 명령을 어겼다는 것이냐?”

[······.]

플레임은 할 말이 없는지 입을 꾹 다물었다.

이번에 나는 카릴디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너도 짐을 우습게 보는 것이냐?”

[아, 아니요.]

“근데 왜 짐의 말을 무시하는 것이냐? 벌써부터 반항이라도 하는 건가?”

[죄, 죄송합니다.]

카릴디움은 머리가 땅을 파고들 정도로 처박으며 용서를 구했다.

그나마 한 가지 다행인 건, 이놈이 내 앞에서는 이빨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처음 놈이 내게 생명을 받아 태어났을 때 한번 크게 짓밟아 놓으니, 그 이후부터는 절대 내게 덤비지 않았다.

“카릴디움.”

[예, 주인님.]

“너와 갈 곳이 있다. 그러니 네가 짐을 등에 태워 가거라.”

[예.]

나는 카릴디움 등 위로 올라탔다.

그러자 플레임이 다시 어린아이 모습을 하며 내게 다가와 물었다.

“어디 가려고? 같이 가.”

“넌 여기 있어라.”

“저놈 저거 비행은 똑바로 할 수 있겠어? 가다가 픽 쓰러지는 거 아니야? 걱정돼서 그래.”

“······.”

듣고 보니 좀 쫄리는 거 같기도 하고.

하지만 이건 카릴디움과 나, 둘만의 일이었다.

“말썽 피우지 말고 여길 지키고 있거라, 플레임.”

나는 카릴디움 등 위에 올라탔다.

플레임의 경고가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설마 이놈이 짧은 비행도 제대로 못 하겠어?

* * *

콰아아앙-!!

나를 등에 태우고 아주 위엄 넘치는 모습으로 비행하던 카릴디움.

하지만 조금 있다가 놈은 휘청거리며 균형을 잃고 결국 땅에 추락하고 말았다.

“······.”

진짜 괜히 만들었나.

내가 기대했던 드래곤은 이런 게 아니었는데.

“혹시 짐을 죽이려고 그런 것이냐?”

[저, 절대 아닙니다. 그냥 갑자기 힘이 풀려서······.]

그래. 이게 다 주인인 내 잘못이지.

내 스텟만 좋았어도 네가 이렇게 약골로 태어나진 않았을 터인데.

“그래도 목적지에는 잘 도착했군.”

이곳은 인적이 없고 딱 우리 둘만 넓게 쓸 수 있는 숲이었다.

물론, 자잘한 몬스터들이 있긴 하나, 드래곤의 그림자만 봐도 알아서 도망을 칠 놈들이었다.

“카릴디움. 브레스를 한번 쏴보거라.”

[예.]

카릴디움은 아까처럼 힘을 강하게 끌어모았다.

꼬리에서부터 치고 올라오는 폭발적인 힘.

하지만,

뾰옥~

이번에도 역시 입에서 방귀 소리 같은 것이 튀어나올 뿐.

위협적인 드래곤의 브레스가 나오진 않았다.

[······.]

카릴디움은 곧 시무룩해졌다.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 놈이라 죄송합니다, 주인님.]

툭 치면 눈물을 광광 흘릴 것처럼 침울해져 있었다.

그걸 보고 안쓰러운 마음이 들기는 개뿔.

‘지금이라도 확 녹여 버려야 하나.’

거기서 나오는 아스릴타디움을 곳곳에 비싼 값으로 팔아 버린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쓸모가 있어 보이는데 말이다.

“괜찮다. 이것이 다 짐이 부덕한 탓이겠지.”

[아, 아닙니다! 다 제 잘못입니다!!]

그럼 알아서 용광로를 찾아 들어가 주겠니.

잠깐. 용광로에 넣는다고 녹기는 할까.

플레임이 브레스를 날려도 몸만 빨갛게 변할 뿐, 흠집 하나 내지 못했던데.

그렇다면 차라리 고기 방패로 써야 하나.

이런저런 고민을 하고 있을 때였다.

[찾았다.]

어디선가 메아리처럼 울려 퍼지는 어두운 목소리에 나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왜냐하면 이 목소리.

어디선가 많이 들어봤던 것이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곳에 있었구나, 필멸자여.]

맑았던 하늘이 어둡게 변하고, 그 위에 악마보다 더 끔찍한 악마처럼 생긴 얼굴이 크게 그려졌다.

그것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너를 줄곧 찾아다녔다, 나의 그릇이여.]

그릇?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아니. 그보다 저 목소리와 저 얼굴.

저건 틀림없이-

“레메게톤.”

지옥의 왕, 악마들의 왕, 레메게톤이었다.

[나를 알고 있구나. 역시 너는 나의 그릇이 될 자격이 충분하다.]

레메게톤의 눈동자가 나를 관통하고 있었다.

놈에게서 나오는 강력한 마기.

정신이 아늑해질 정도였다.

‘진짜 부활을 했잖아?’

어느 정도 시간이 더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놈이 벌써 부활을 하다니.

그럼 이대로 게임이 끝나는 건가?

레메게톤이 부활하면 반드시 게임은 엄청난 악마들의 공세에 의해 대륙이 파괴되면서 엔딩을 맞이하게 된다.

그렇다면 결국 이번에도······.

[감히 우리 주인님에게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 것이냐?]

바로 그때였다.

침울하게 있던 카릴디움이 눈을 부라리며 레메게톤을 노려보았다.

아슬란의 허세처럼, 카릴디움의 허세가 발동되는 순간이었다.

[넌 무엇이냐? 처음 보는 드래곤이로군.]

[나는 주인님의 고귀한 힘을 받아 태어난 몸. 이 하늘의 제왕이자, 최강의 드래곤, 카릴디움이다.]

그 말에 레메게톤이 인상을 찌푸렸다.

[고귀한 힘을 받아? 그렇다는 건 아슬란이 너를 창조했다는 것이냐?]

[그렇다. 감히 주인님의 이름을 함부로 그 더러운 입에 담지 말거라, 악마여.]

레메게톤의 안색이 점점 굳어 갔다.

[그럴 리 없다. 인간이 어찌 생명을 창조할 수 있단 말인가. 그건 오직 신이 가질 수 있는 권능! 감히 인간 따위가 창조의 힘을 쓸 수 있다는 것이냐!?]

[저분은 평범한 인간이 아니시다. 모든 것을 초월한 전능자. 너 같은 놈은 감히 바라볼 수도 없으신 분이다!]

[이런 건방진 놈이 감히!]

레메게톤이 역정을 내자 카릴디움도 물러서지 않고 힘을 끌어모았다.

그러자 다시 한번 꼬리에서부터 빛이 번쩍이며 점점 위로 올라갔다.

또 방귀 소리를 귀엽게 내려는 건가.

그런데 이번에는 뭔가가 달랐다.

아까까지만 하더라도 힘을 끌어모으기 시작하면 늘 푸른 빛을 띠었는데, 이번에는 황금빛이 번쩍였다.

그리고 그것이 목구멍에 가득 차올라 입을 여는 순간.

콰아아아아-!!

땅을 두 쪽으로 가르고 저 하늘까지 이어지는 황금빛 브레스가 카릴디움의 입에서 뿜어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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