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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초 소드마스터-166화 (166/200)

166화

0.01초 소드마스터 166화

“이런 버러지 같은 년. 기어코······.”

엘비하스가 엘티히에게 붙잡혀 엘프들의 나라로 끌려갔다는 소식이 바빌론들에게도 닿았다.

“그 한심한 년이 어쭙잖게 덤벼들 때부터 내가 알아봤다니깐!”

“바빌론의 명성이 덕분에 바닥을 치게 생겼군.”

“이제 어쩌면 좋지? 바빌론은 고작 우리 4명이 전부다.”

서로 인정은 하고 있지 않지만, 은연중에 그들의 리더격이 되어 버린 모데루스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바빌론이야 다시 뽑으면 될 일. 문제는 엘티히가 엘비하스를 끌고 간 것이다. 엘티히는 마법의 통달한 여왕이니, 우리 바빌론의 약점을 샅샅이 파헤치려 할 것이다. 300년 전에도 엘티히는 그런 방법으로 대악마들을 상대해 왔지.”

엘티히는 과거 여러 악마를 붙잡아 머리부터 발끝까지 분해하여 악마들의 약점을 찾아내고자 노력했다.

그 결과 악마들의 약점이 무엇인지, 대악마의 약점은 또 무엇인지를 파악해 그에 맞는 마법을 만들어내서 그들을 괴롭혔다.

그런데 이번에는 절대 잡혀서는 안 될 바빌론이 붙잡혀 버렸다.

지금쯤 엘티히의 끔찍한 마법 연구에 엘비하스는 비명을 지르며 고통받고 있을 것이다.

“그럼 어쩌자는 거지? 엘프들을 치자는 건가?”

모데루스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지금까지 우리가 너무 안일했다. 행동을 하려면 제대로 했어야 했는데 말이야. 이제 우리도 수세에 몰렸으니, 뭔가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도 엘비하스 꼴이 날 것이야.”

“하지만 상대가 아슬란이잖아. 그놈이 정말 라할이라면······‧.”

“그딴 건 이제 상관없다. 만약 그가 정말로 라할이라면 더 큰일이겠지. 이제 우리도 살 길을 찾아야 한다. 이대로 가만히 앉아만 있다가는 저들이 언제 우리의 목을 따기 위해 들이 닥칠지 모른다.”

이미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다.

300년 전과 다르게 금방 대륙을 점령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으나, 그때와 많은 것이 달라졌다.

아슬란을 중심으로 대륙은 강해졌고, 이제 그들이 먼저 선제공격을 펼쳐도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

“테르카나.”

뜻을 정한 모데루스는 테르카나를 불러 말했다.

“모든 포탈을 열어라. 악마 군단을 일으켜 대륙 전체를 불바다로 만들 것이다.”

* * *

나는 내 집무실로 주요 관직에 앉아있는 인원들을 불러 모았다.

하루 빨리 이 게임을 평화롭게 끝내기 위해서는 세상의 끝으로 다다라 그곳의 문을 닫아야만 한다.

그러므로 나는 그 문을 찾아야만 했다.

“포탈의 범위를 늘리겠다. 우리 베라크 제국이 소속되어 있는 왕국뿐만이 아니라, 그 경계 너머에 있는 곳에도 포탈을 설치해 둘 것이다.”

“예? 제국 영역 바깥까지 말입니까?”

“그래. 엘프족들이 살고 있는 곳부터 시작해 자스트라 경계까지 범위를 넓히겠다.”

“!?”

그 말에 이들은 묘한 표정을 지으며 서로를 쳐다보고 있었다.

“왜 그러지? 혹시 반대 의견이라도 있나?”

난 꽉 막힌 사람이 아니니 반대를 한다면 얼마든지 의견을 수용할 생각이었다.

내가 보기에도 포탈을 마구잡이로 설치하는 건 여러모로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로 세상의 끝을 발견해 그 문을 찾는다면 포탈을 설치한 값을 충분히 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든 의견을 하나로 모으려고 했는데,

“소신은 찬성입니다.”

호레스의 말에 갑자기 모두 같은 의견을 내비쳤다.

“찬성입니다!”

“당장 설치하시지요!”

“폐하의 뜻에 무조건 찬성입니다!”

“······?”

다들 반응이 왜 이러지?

뭔가 흥분에 가득 찬 눈빛인 거 같은데.

기분 탓인가, 아니면 그냥 호레스 눈치를 보는 건가.

‘호레스가 찬성표를 던져야 다른 놈들도 찬성표를 던진단 말이지.’

이게 바로 그림자 권력이라는 것인가.

우리 제국의 총리인 호레스는 사실상 신하들의 리더 역할을 하고 있다.

즉, 이 영감이 찬성표를 안 던지면 다른 놈들도 똑같이 반대표를 던진다는 것.

본래 나라가 잘 살려면 왕권이 바로 서야 한다고 했거늘.

이참에 이 적폐 호레스를 제거해 버리고 저놈 양옆에 붙어 있는 간신배들을 싸그리 갈아 버려야 하나?

“······왜 그러시는지.”

내 눈총에 호레스는 고개를 숙였다.

“아무것도 아니다. 아무튼, 모두 찬성을 했으니, 지금 바로 움직이도록 해라. 비용은 상관하지 말고 가능한 많은 구역에 포탈을 설치해 놓도록.”

그래야 내가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문을 편하게 찾을 수 있지.

이런 플렉스를 하려고 내가 지금까지 뼈 빠지게 일하며 돈을 모은 것이 아니던가.

어차피 여기 돈을 다 싸 들고 현생으로 돌아갈 것도 아니니, 지금 쓸 수 있을 때 최대한 써 버릴 작정이었다.

‘그리고 얼른 이 지긋지긋한 곳을 빠져나가야지.’

이 게임의 끝이 점점 눈에 보이는 것만 같았다.

그런데 바로 그때.

[새로운 메인 퀘스트가 발생했습니다!]

불안한 알림창이 내 눈앞을 가렸다.

* * *

아슬란 황제와의 회의를 끝마친 신하들.

그들은 조심스레 호레스에게 물었다.

“총리님. 폐하께서 저희에게 내리신 명령은 분명······.”

그러자 옆에 있던 아론이 대신 대답을 했다.

“후후. 폐하께서는 제국의 무한한 영광과 역사를 위하여 영토를 넓히시려는 겁니다.”

호레스도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리 생각하오. 폐하께서 갑작스레 영토 바깥에다가도 포탈을 설치하라 명령을 내리신 건 이제 본격적인 영토 확장에 들어가시겠다는 거겠지.”

“아무렴요. 우리 베라크 제국은 역사상 최강의 대국입니다. 또한 아슬란 폐하께서 저리 중심을 잡아 주고 계시고, 수많은 백성이 저분을 우러러보고 있으니 반란 걱정은 없지요. 그럼 그다음으로 해야 할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모두 아론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바로 다른 종족들도 그분 앞에 굴복시키는 겁니다. 반드시 그래야 하고요. 저분은 빛의 신이시며 이 대륙을 다스리는 전능하신 분. 아슬란 황제께서 그동안 우리에게 주신 가르침과 그 뜻을 다른 종족에게도 전파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뭔가······. 나와는 살짝 생각이 다르긴 하다만. 아론 대기사단장의 말이 맞소. 아슬란 폐하께서는 이 대륙 전체를 베라크 영토로 삼으시려는 것이오. 그동안 우리 인간들이 제대로 넘지 못했던 저 미지의 영역까지 파고들면서까지 말이오.”

이들은 아슬란이 갑자기 포탈을 영역 바깥까지 설치한다는 명령을 이제 본격적으로 정복 전쟁을 시작하겠다는 말과 똑같은 것으로 알아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정복 전쟁 말고는 포탈을 굳이 설치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포탈을 곳곳에 설치해 보급로를 원활하게 할 것이며, 거점을 짓는 데에도 무척 편할 것이오.”

“예. 더군다나 지원군을 보내는 것도 무척 쉽겠지요.”

“허허. 드디어 우리 인간이 자스트라 영역을 손아귀에 넣는 것입니까?”

“자스트라 영역을 얻게 되면 그 밖에 있는 해상권도 우리가 가질 수 있소. 그건 엄청난 이득이오. 그럼 이 대륙 바깥에 있는 다른 섬들도 베라크 제국의 깃발을 꽂을 수 있다는 것이오.”

“오오. 폐하께서는 정녕 거기까지 바라보고 계신단 말입니까?”

“그렇소. 폐하께서는 이 세상 모든 땅을 점령하여 누구도 피 흘리지 않고 평화롭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려는 것이오!”

“과연!”

당사자의 마음도 모르고 그들은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흥분감에 휩싸였다.

이들의 표정만 보면 벌써부터 온 대륙에 베라크 제국 깃발이 꽂혀 있는 것만 같았다.

“자자. 어서들 움직입시다. 폐하의 대업이 우리 때문에 늦춰질 순 없지 않소?”

“예!”

그들은 힘찬 발걸음으로 빠르게 움직였다.

* * *

“뭐라고? 베라크 제국에서?”

“예. 저희 엘프들의 영역에도 포탈을 설치하고 싶답니다. 그리고 현재 베라크 제국 영역 바깥에도 포탈을 하나둘 설치하는 중입니다.”

보고를 받은 엘티히는 잘게 미소를 지었다.

“아슬란. 역시 드래곤의 심장을 품고 있는 사내로구나.”

“예?”

“갑자기 포탈을 곳곳에 설치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느냐. 베라크 제국이 본격적으로 다른 종족들까지 정복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 그렇다면 설마 저희 엘프까지도!”

“우린 이미 동맹 상태가 아니더냐. 그리고 내가 여기 있는 한, 아슬란은 함부로 이곳을 건드리지 않을 것이다. 애초에 그럴 사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도 저희 영역에까지 포탈을 설치하는 건······.”

“어차피 잘 됐다. 그놈을 만나러 가려면 늘 내가 마법을 써서 가는 게 귀찮았는데, 포탈이 있으면 한번에 이동이 가능하니까.”

엘티히는 그리 말하며 수정구에다 마력을 강하게 불어 넣었다.

그러자 수정구를 타고 흘러간 마력이 강한 전류를 일으키며 저 안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엘비하스에게 전달됐다.

“꺄아아악-!”

기절해 있던 엘비하스는 퍼뜩 정신을 차리며 비명을 질러댔다.

“흠. 이번에도 회복이 무척 빠르군. 이러다가는 우리가 제한시킨 회복력까지 뚫고 나오겠어.”

그녀는 마법 실험에 한창이었다.

“사, 살려 주세요! 다시는 나쁜 짓 안 하고 착하게 살게요. 제발 살려 주세요!”

처음 이곳에 끌려 올 때만 하더라도 엘비하스는 온갖 욕설과 발악을 하며 몸부림을 쳐댔다. 그러나 지금은 매일 같이 살려 달라 빌고 있었다.

하지만 엘티히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곧바로 다음 마법을 가했다.

“죽지 말고 참거라, 이 잡종 년아. 우리 엘프들이 그동안 너희 악마들에게 당한 것들을 풀려면 아직 한참은 더 남았으니.”

“꺄아아악!!”

싸늘하게 웃고 엘티히의 모습에 보고를 하던 부하들은 슬그머니 뒤로 물러났다.

평소에도 무서운 여왕이었지만, 이렇게 마법 연구를 할 때면 그 광기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났다.

“베라크 제국이 요구하는 대로 들어주거라. 지금까지는 포탈을 입구에만 깔아 두었지만, 내 침소가 가까이 있는 곳에 깔아도 괜찮다고.”

“예? 그, 그렇게까지 말입니까?”

“그래. 그런데······.”

엘티히는 하던 연구를 멈추고 슬쩍 부하들을 바라보며 말을 끌었다.

“왜 그러십니까, 여왕이시여?”

“그······. 황후 간택에 관해서는 소식이 없느냐······?”

“그건 따로 전해 들은 것이 없습니다.”

“그래······?”

엘티히의 표정이 묘하게 바뀌었다.

좋아하는 건지, 아니면 아쉬워하는 건지.

알 수 없는 표정들이 교차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따금 끓어 오르는 분노를 풀어 버리듯, 애꿎은 엘비하스에게 마법을 강하게 걸어댔다.

“꺄아악! 그, 그만해! 이 미친년아!!”

그렇게 엘비하스의 비명 소리가 점점 괴롭게 느껴질 때쯤.

“음?”

엘티히는 갑자기 하던 것을 멈추고 위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부하들에게 말했다.

“가서 엘프의 전사들을 대기시켜라. 모두 전투 준비를 해야 한다.”

“네? 저, 전투 준비 말씀이십니까?”

“그래. 악마들이 오고 있구나.”

“악마들!?”

그러자 안에 갇혀 있든 엘비하스가 낄낄 웃음을 터트렸다.

“엘티히. 이 요망한 년. 이제 악마들이 와서 너를 찢어 죽이고 날 이곳에서 탈출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하지만 그건 그저 엘티히의 심기를 건드릴 뿐이었다.

“그 주둥이만 닥쳤다면 정말 그랬을지도 모르겠는데.”

“뭐?”

“이 밑바닥에 널 가둬서 나 말고는 그 누구도 찾을 수 없게 해주마. 영원히 말이다.”

대롱대롱 매달려 있던 엘비하스의 몸이 점점 아래로 내려가 저 바닥에 있는 어둠 속으로 끌려 들어갔다.

“어? 자, 잠깐만! 야! 안 돼!! 미, 미안해!! 꺄아아악!”

그녀의 비명 소리는 곧 잠잠해져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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