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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초 소드마스터-152화 (152/200)

152화

0.01초 소드마스터 152화

하늘의 제왕 드래곤.

언뜻 보면 그들이 마음대로 활개를 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그들에게도 체계가 있고, 그들을 통제하는 이가 있었다.

그것이 바로 골드 드래곤.

300년 전 인간의 편에 서서 싸웠다는 드래곤.

골드 드래곤이 딱히 인간의 편을 든 것은 아니었다.

그저 테키나 족속이 골드 드래곤을 흑마법으로 끌어들이다 실패하여 그것으로 인간의 편을 서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그 대전쟁을 치른 이후, 골드 드래곤은 자취를 감췄다.

자신의 힘을 회복하기 위해 잠에 들었던 것.

그리고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골드 드래곤을 만날 일은 거의 없다.

거의 로또 1등에 당첨될 확률로 만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골드 드래곤은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런데 왜······.’

저게 여기서 지랄이야.

“크롸라라라라-!!”

골드 드래곤에 이어 그 옆에는 레드 드래곤까지 튀어 나왔다.

“폐, 폐하. 저, 저건 대체······!”

설마 플레임이랑 싸우기라도 하는 것인가?

“폐하. 어,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저러다 도시 전체가 파괴될 수도 있습니다!”

드래곤 하나만 있어도 도시가 파괴될 마당에 무려 두 마리나 날뛰려 하고 있다.

“막아라!!”

도시 내부에서 상황이 발생하자 기사들과 마법사들이 빠르게 출동을 했다.

도시 어디에서든 볼 수 있는 드래곤이지 않은가.

그로 인해 도시에 있는 모든 마법사가 온 것처럼 보였다.

그들은 마법을 펼쳐 골드 드래곤 주변에 방어막을 쳤다.

[여긴 제법 대응이 빠르구나.]

그리 말하며 골드 드래곤의 이마 가운데에 박혀 있는 보석이 빛을 발했다.

피이잉-!!

그 빛이 퍼져 나가자 겹겹이 쌓여 있던 방어막이 순식간에 깨지고 말았다.

너무나도 쉽게 깨져 버린 방어막에 마법사들은 당황했으나, 기사들은 그렇지 않았다.

“공격!!”

“쏴라!!”

각 성벽 아래에 준비되어 있던 투석기들이 골드 드래곤을 향해 칼루탄을 던져 댔다.

또한 궁수들은 일제히 화살을 준비해 쏘아 보냈다.

콰앙-! 콰쾅-!!

하지만 그들의 공격이 가소롭다는 듯, 골드 드래곤은 가만히 서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쏟아부은 화력은 그의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했다.

피이잉-!!

골드 드래곤의 보석이 한번 더 강렬한 빛을 발했다.

그것이 넓게 퍼져 나가 성안에 있는 모두에게 닿자, 그는 곧 하늘을 울리는 음성으로 우리에게 말했다.

[지금부터 내 명령 없이 움직이는 건 허락하지 않겠다.]

“······!”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소란스러웠던 도시가 고요해졌다.

모두 제자리에 얼어붙은 듯 멈춰 버렸고, 눈 하나 껌뻑하지 못할 정도였다.

이건 설마-

‘언령이구나.’

골드 드래곤에게는 언령이란 특수 능력이 있었다.

이것으로 그동안 드래곤들을 다스리며 리더 역할을 한 것이었다.

당장 드래곤에게도 먹히는 언령인데, 우리 인간들은 어떻겠는가.

하지만-.

‘근데 난 왜 별로 영향이 없는 거 같지?’

처음 골드 드래곤의 언령을 들었을 땐 몸이 잠시 굳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으나, 딱 거기까지였다.

살짝 뻐근한 것 말고는 몸을 움직이는 데에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이제야 조용해졌군.]

골드 드래곤은 그윽한 눈빛으로 주변을 바라보다 레드 드래곤에게 시선을 옮겼다.

[이제 단둘이 오붓하게 얘기를 나눌 수 있겠구나, 플레임.]

[헉.]

플레임은 몸을 움찔거렸다.

언령에 의해 그 역시 몸이 묶인 것 같았으나, 조금씩은 움직일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상대는 골드 드래곤이지 않던가.

조금 움직인다고 해서 어떻게 할 수 있는 놈이 아니다.

‘나도 조용히 안 움직이는 척이나 해야지.’

괜히 나서서 깝쳤다가는 골드 드래곤의 브레스에 속절없이 녹아내릴 것이 뻔했다.

그리 생각하며 가만있으려고 하는데-

[여, 여기서 이러지 말고 다른 데로 가면 안 됩니까? 도시가 파괴될 겁니다.]

플레임의 설득에, 골드 드래곤은 콧방귀를 뀌었다.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구나. 네가 언제 그런 걸 따졌다고. 그들이 죽든 말든, 도시가 파괴되든 말든, 우리 드래곤과 무슨 상관이란 말이더냐?]

[그, 그래도······.]

[우리 드래곤은 영원하며, 인간은 찰나에 불과하다. 그들이 세운 왕조 역시 우리 드래곤에 비하면 하찮기 그지없지. 이처럼 저속한 족속 따위를 걱정해 주는 것이냐?]

골드 드래곤은 그리 플레임을 꾸짖으며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

[우리 드래곤은 대륙 최강의 종족이다. 내 항상 그에 따른 마음가짐을 가지라 가르쳤거늘. 너무나도 나약해졌구나, 불의 드래곤이여.]

바로 그때였다.

“최강의 종족?”

어느새 내 몸은 골드 드래곤 바로 위에 있었다.

“감히 미물 따위가 최강을 입에 담느냐?”

그리고 온몸이 황제의 권위와 위엄으로 가득한 허세에 잡아 먹히고 말았다.

난 그 강렬하며 충동적인 감정을 느끼며 드래곤을 내려다보았다.

[······뭐지?]

골드 드래곤의 눈동자에 당혹감이 어렸다.

[내 언령을 어떻게 버텨내는 것이냐? 아니지. 내 언령이 닿지 않았던 건가?]

놈은 한 번 더 보석을 반짝이며 내게 언령을 날렸다.

[그만 땅에 내려와 찌그러져 있거라, 인간.]

하지만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언령은 내게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했다.

아니. 딱 하나 영향을 준 것이 있었다.

그건 바로 황제의 위엄이 깃든 허세에 불을 지핀 것이었다.

“가소롭구나. 골드 드래곤이라고 하여 뭔가 다를 줄 알았더니. 다른 드래곤과 마찬가지로 나약하기 짝이 없군.”

[뭐라!? 감히 드래곤을 능멸하는 것이냐!]

“너야 말로 감히 짐과 짐의 제국을 능멸하지 않았는가. 그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겠지.”

나는 짧게 심호흡을 하며 골드 드래곤을 향해 언령을 날렸다.

“짐의 앞에 무릎을 꿇어라. 미물이여.”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쿠웅-!!

“컥!”

골드 드래곤의 몸이 바닥에 처박혀 버렸다.

[!?]

내 뒤에 있던 플레임은 숨이 넘어갈 것처럼 깜짝 놀라 했다.

나는 비행시간이 끝나기 전에 천천히 지상으로 내려와 놈의 머리 위에 착지했다.

내 언령을 거부하고자 온 힘을 다해 꿈틀거리는 것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난 그의 머리를 발로 짓밟으며 말했다.

“이제 말해 보거라. 누가 이 대륙의 최강인지.”

[······!]

골드 드래곤은 무언가 할 말이 있어 보였지만, 한 마디도 감히 꺼낼 수가 없었다.

내 언령에 의해 이미 굴복당한 몸은 입도 뻥긋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콰드득-!

그 분노가 얼마나 극에 달했는지, 골드 드래곤에게서 나오는 마력이 땅을 흔들고 있었다. 나는 언령의 지속시간 30초가 지나기 전에 한 번 더 말했다.

“반항하지 말고 가만 있거라.”

그러자 하늘과 땅에 퍼져 나가던 마력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리고 골드 드래곤의 몸이 작게 줄어들어 검은 후드를 뒤집어 쓴 인간의 모습을 하게 되었다.

“크윽-”

지속시간이 끝나면서 놈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대체 넌······ 무엇이냐. 감히 인간이 대륙 최강의 종족인 드래곤을······.”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내 허세는 여전히 견고했다.

“누가 일어나라고 했지?”

나는 다시 한번 골드 드래곤에게 명령했다.

“꿇어라.”

쿠웅-!!

“커헉!”

이번에도 골드 드래곤의 두 다리가 꺾였다.

놈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나를 쳐다보았다.

“감히 짐의 허락도 없이 움직이지 말거라, 미물이여.”

“······!”

그리고 그 눈동자에는 서서히 두려움이 번지기 시작했다.

“또한 이 제국의 황제를 감히 똑바로 쳐다볼 수 있는 존재는 없다.”

그러자 놈의 머리가 바닥에 처박히며 내게 조아렸다.

나는 겁도 없이 놈에게 가까이 다가가 몸을 숙였다.

“이제 다시 한번 말해 보거라.”

그런 뒤 놈의 귀에 속삭였다.

“이 대륙의 최강은 누구이더냐?”

* * *

언제부터 자신이 존재했는지, 그동안 어떤 영겁의 세월이 흘렀는지.

골드 드래곤은 이미 그 세월을 망각한 지 오래였다.

왜냐하면 그들에게 시간은 의미 없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오랜 세월 동안 감히 자신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존재는 없었다.

이렇게 발로 자신의 머리를 짓밟는 자 역시 없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존재가 그에게 도전해 왔지만, 단 한 번도 그의 위명을 꺾지 못했다.

대륙을 멸망 직전까지 몰고 간 악마들 역시 골드 드래곤에게 패배하고 말았다.

그런데,

‘대체 이놈은 무엇이기에-!’

감히 대륙 최강의 종족인 드래곤을 고작 말 한마디로 굴복시킬 수 있단 말인가!

‘언령의 힘을 가진 인간이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언령은 신성한 힘이며, 골드 드래곤 같이 선택받은 존재만이 쓸 수 있는 힘이었다.

드래곤을 통치하고, 그들을 이끌라는 뜻으로 이 자연이 골드 드래곤에게 선물한 특별한 능력이라는 것이었다.

적어도 골드 드래곤은 그렇게 믿고 있었다.

그런데 대체 어떻게 이 인간이 그 초월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골드 드래곤인 자신에게도 통한단 말인가?

정작 자신의 언령은 아슬란에게 전혀 먹히지 않는데 말이다.

“왜 대답이 없지? 죽고 싶은 것이냐?”

살기 어린 목소리가 귓가를 파고 들었다.

온몸을 쿡쿡 찌르는 것만 같고, 전류가 흐르는 듯 몸부림을 치고 싶은 이 느낌, 이 감정.

그래. 이것은 아마 난생처음 느껴보는 공포라는 감정일 것이다.

“끝까지 답을 하지 않겠다면 이 자리에서 네놈의 머리를 터트려 주마.”

아슬란의 발이 바닥에 조아리고 있는 골드 드래곤의 머리를 짓눌렀다.

한 가지 이상한 점은 발에 별 힘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그것이 더욱 골드 드래곤에게 공포스럽게 다가왔다.

이러다 한번에 강한 힘이 작용하여 머리가 날아가 버릴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점점 그 공포가 커지고, 아슬란이 짓누르는 힘이 조금씩 커져가려 할 때였다.

“다, 당신이오.”

그는 어렵게 입을 열었다.

“뭐라고?”

“다, 당신이 최강이라고 하였소.”

골드 드래곤의 그 말에 아슬란이 발을 풀었다.

그리고 자신의 몸을 꿈쩍도 하지 못하게 했던 힘 역시 풀리는 게 느껴졌다.

“그걸 알았으면 됐다.”

“······?”

“짐은 자비로운 군주다. 무지함으로 인한 실수는 넘어가 줄 수 있다. 하지만 한번 도 짐의 영토 안에서 난동을 피운다면 그땐 네 영겁의 세월을 단번에 끝내주겠다.”

아슬란은 그 말만을 남기며 몸을 돌렸다.

펄럭~

아름답게 휘날리는 붉은 망토에 골드 드래곤은 눈을 껌뻑였다.

정말 이대로 그냥 풀어 주는 건가?

분명 그 자리에서 끝을 낼 수도 있었을 텐데.

“그거야 언제든지 조져 버릴 수 있으니까, 저러는 거겠지요.”

그런 골드 드래곤의 마음을 다 헤아리고 있다는 듯 플레임이 말했다.

“저도 처음 아슬란을 만났을 때, 리탈리온, 당신과 똑같은 마음이었습니다. 드래곤으로서 처음으로 공포라는 것을 알려 준 사내, 드래곤으로서 처음으로 무력감이 무엇인지 알려 준 사내. 그게 바로 저 아슬란입니다.”

“······.”

골드 드래곤, 리탈리온은 말없이 침묵을 지켰다.

최강이란 자리에서 단번에 곤두박질쳐 내려와, 그동안 믿었던 자신의 신념이 산산조각이 나 버린 골드 드래곤의 마음을 전부 헤아린다는 듯, 플레임이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갑자기 무슨 일로 여기까지 오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들어가시죠. 옆에서 얘기를 나눠 보면 꽤 재밌는 놈입니다. 아슬란이란 사람은.”

그리고 조용히 속삭였다.

“맛있는 음식도 전부 공짜로 주고요.”

그렇게 히히 웃으며 앞장서는 플레임을 보며 저놈은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다는 듯 피식 웃음을 터트린 리탈리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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