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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초 소드마스터-145화 (145/200)

145화

0.01초 소드마스터 145화

레메게톤.

지옥의 왕으로 알려져 있는 악마들의 신.

그 라할조차도 레메게톤의 부활을 막지 못하면 대륙이 불에 휩싸여 사라지게 될 거라 경고했다.

그래서 300년 전, 수많은 영웅이 레메게톤의 부활을 막고자 나섰다.

결국 레메게톤은 부활하지 못했고, 테키나 족속도 그렇게 봉인 당해 버렸다.

그런데,

“그 레메게톤이 부활하다니!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교황은 분명히 바빌론급 이상에 달하는 마기를 느꼈다.

바빌론급 이상의 마기를 뿜어낼 수 있는 존재라······.

그게 누구겠는가?

“바빌론급 이상의 마기를 뿜어낼 수 있는 존재는 레메게톤밖에 없어요.”

제사장들과 장로들은 격하게 반발을 했다.

그들은 레메게톤의 부활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혹시 뭔가를 잘못 느끼신 건······.”

“예. 교황님께서 너무 집중하신 나머지 착각을 하신 걸 수도 있지 않습······. 응?”

바로 그때였다.

교황이 느끼고 있던 강렬한 마기를 이들도 하나둘 느끼기 시작했다.

“이, 이럴 수가.”

“이토록 강력한 마기라니······!”

“그 먼 거리에서 퍼져 나온 것이 몸을 찌르도록 느껴질 정도라면-!”

그들의 얼굴이 점점 새하얗게 질려갔다.

어쩌면 정말로 레메게톤이 부활해 버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 * *

콰아아아-!!

거센 마기 폭풍이 휘몰아치면서 레키어스는 몸을 떨었다.

“이, 이게 대체······.”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어찌 인간이 이 정도로 강력한 마기를!”

살이 타들어 가고, 심장이 쪼그라드는 듯, 숨 막히는 마기였다.

이 정도로 강렬한 마기는 이제껏 느껴본 적이 없다.

아니. 딱 한 번.

지옥의 왕, 레메게톤을 알현할 때 느껴봤던 그 지독하고 공포스러운 마기가 분명했다.

“마,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어찌 인간이 그분의 마기를 품을 수 있단 말인가!”

모든 바빌론과 악마의 왕인 레메게톤은 아직 부활하지 못했다.

언제 그가 부활할 수 있을지는 누구도 모른다.

어쩌면 이제 그 존재는 영영 사라진 것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었다.

만약 그들의 말이 맞다면, 그리고 그 영혼이 인간의 몸으로 환생을 한 것이라면······!

콰아아아아-!!

거세게 몰아치던 마기 폭풍이 사라지고 그 모든 기운이 전부 한 사람에게로 모아 들어갔다.

그 기운을 삼키고도 정신이 미치지도, 몸이 망가지지도 않은 아슬란은 짧게 숨을 내쉬었다.

그의 숨결에서 지독하리만큼 사악한 마기가 새어 나왔다.

“대, 대체 넌······누구냐.”

레키어스의 떨리는 물음에 아슬란이 답했다.

“몰라서 묻는 것이냐? 본좌는 최강이다.”

그리고 그가 손을 뻗자, 그 아래로 부름을 받은 영혼들이 일어났다.

레키어스의 악마 군단이 아슬란의 명령을 따라 일어나고 있었다.

또한 이미 레키어스가 통제하고 있던 악마들조차도 아슬란의 명령에 따르는 것이 아닌가?

“이제 이곳에서 너의 명령을 따를 자는 없다.”

“그럴 리 없다.”

레키어스는 어둠의 권속을 활용해 악마들을 움직이려 했다.

하지만 아무리 힘을 발현해도 누구 하나 움직이지 않았다.

오히려 날카롭게 이빨을 드러내며 그를 노려볼 뿐이었다.

“이, 이게 무슨 짓이냐! 내가 너희의 주인이다. 감히 주인 앞에서 이빨을 드러내다니.”

하지만 그의 말은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아······. 아슬란.”

땅 밑에 솟아오른 한 아름다운 여인이 있었는데, 그녀가 아슬란을 알아보고 말을 건다는 것이었다.

“나타샤.”

“그래. 네가 날 살렸구나. 잠시 잠깐 얻는 생명이겠지만.”

그 외에도 수많은 영혼이 평야에 모습을 드러냈다.

레키어스는 그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 이게 무엇이냐. 어떻게 저들까지 한꺼번에······!”

네크로멘시는 오래된 시체를 불러일으키면 자아가 그 안에 없다.

또한 이미 죽은 지 오래된 영혼 역시 불러일으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데 아슬란은 이 평야에서 언제 죽었는지도 모를 수많은 영혼을 일깨워 자신의 군단으로 삼았다.

또한 저 정도로 강한 마력이 느껴지는 마법사까지 일으키다니.

대체 무슨 술수를 쓴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이제야 이렇게 널 만져 보는구나, 아슬란.”

나타샤의 차가운 손이 아슬란의 볼을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이윽고 그녀의 눈동자가 검게 변해 갔다.

새빨간 그녀의 머리카락과 옷 역시도 검게 물들었다.

아름다움은 사라지고, 오로지 타락한 영혼의 마기만이 그 안에 가득할 뿐이었다.

“명령을 내리거라, 아슬란. 너의 힘이 되어 주겠다.”

“네가 뭘 해야 하는지는, 내가 말하지 않아도 알 터.”

나타샤는 힐끗 뒤를 돌아보았다.

저 위에서 어쩔 줄을 몰라하는 레키어스가 눈에 들어왔다.

“저게 바빌론이라는 악마인가? 재밌는 상대구나. 내 마지막 길에 동행으로 삼아도 되겠어.”

나타샤가 서서히 하늘 높이 떠오르자 그녀를 따라 악마들이 일제히 레키어스를 바라보았다.

레키어스는 발악하듯 어둠의 권속을 발휘하며 소리쳤다.

“건방진 놈들! 너희는 나의 것이다! 그러니 나의 명령을 따라야 한단 말이다!!”

하지만 그들은 레키어스의 말에 따르지 않았다.

오히려 그를 향해 높이 날아오르며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크오오오!!”

나타샤 역시 레키어스에게 자신이 가진 모든 마력을 쏟아부었다.

콰아앙-! 콰쾅-!!

아슬란에 의해 살아난 나타샤는 마력이 마르지 않음을 느꼈다.

얼마나 강력한 힘으로 자신을 불러일으켰으면 마법을 아무리 써도 몸이 망가지질 않는다.

그래서 나타샤는 아무런 제약 없이 마법을 써대기 시작했다.

콰아아아-!!

그동안 그녀가 마력이 부족해 쓰지 못했던 메테오 마법까지 레키어스 머리 위로 떨어졌다.

콰아아앙-!!

사방에서 자신에게만 쏟아지는 공격에 벌써 너덜너덜해진 레키어스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그러고는 테르카나를 급히 불렀다.

“테르카나. 포탈을 열어라.”

“레키어스 님. 당신의 권속으로도 이 상황이 통제가 되지 않는 겁니까? 당신은 바빌론이지 않습니까?”

“닥쳐라! 너도 방금 느끼지 않았느냐? 뼛속 깊이 타락한 그 무시무시한 마기를. 아슬란 저놈은······. 저놈은 단순한 인간이 아니다.”

“그럼 무엇입니까?”

“저놈은 레메게톤 님에 준하는 마기를 가지고 있다. 어찌 그것이 가능한 건지는 모르겠으나, 일단은 이곳을 빠져나가야겠다. 그러니 그만 입 다물고 어서 포탈이나 열어라!”

“분부하신 대로.”

테르카나는 레키어스의 명령에 따라 포탈을 열려고 했다.

그런데 별안간 브레스 하나가 그들을 직격으로 강타하고 말았다.

간신히 방어막을 펼치긴 했으나, 그가 펼친 방어막이 부식되어 거의 다 파괴된 수준이었다.

“크롸라라라-!!”

드래곤이 거세게 포효하며 쿵쿵 발소리를 내면서 다가왔다.

아까 봤던 드래곤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붉은 몸통과 눈동자가 검붉게 변했다고 해야 할까?

그것을 보고 테르카나가 말했다.

“이런. 방금 전 그 마기 폭풍이 드래곤을 폭주시킨 모양입니다.”

살아 있는 드래곤을 폭주시킬 정도의 강력한 네크로멘시라-

레키어스는 감히 꿈도 꾸지 못할 경지였다.

자신이 무려 바빌론인데도 말이다.

“레키어스 님.”

테르카나는 그들을 향해 몰려드는 악마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무래도 우리의 인연은 여기까지인 듯싶군요.”

“뭐? 그게 무슨 소리냐?”

“부디 잘 살아남아 보시길.”

“자, 잠깐! 테르카나!”

테르카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기만 쏙 포탈을 타고 사라졌다.

“이 비열한 박쥐 같은 놈!”

욕을 퍼부어봐야 늦었다.

이미 테르카나는 사라진 지 오래니까.

그리고,

쿠웅-!!

드래곤과 함께 레키어스 주변으로 모여든 영혼들.

그들은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레키어스에게 달려들었다.

“내가 너희 따위에게 당할 것 같으냐!!”

어둠의 권속이 담긴 검은 구슬로 마기를 뿜어내며 레키어스는 자신을 공격해 오는 악마들을 처리해 나아갔다.

하지만 아무리 쓰러뜨리고 쓰러뜨려도 그 숫자는 줄어드는 것 같지 않았다.

광역 마법을 쓰면서까지 바빌론이라는 위엄을 보였지만, 그럼에도 끝이 없었다.

거기다,

콰앙-! 콰아앙-!!

나타샤의 공격과 드래곤이 퍼붓는 브레스에 점점 레키어스는 힘이 한계에 달했다.

결국,

콰콰콱-!!

드래곤의 발톱에 몸이 찢겨 나가며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레키어스는 검은 피를 토해냈다.

그의 눈동자가 향하는 곳은 자신을 무심하게 내려다보고 있는 아슬란이었다.

* * *

이 정도면 된 건가.

타락한 원혼의 불을 쓰자마자 그 안에 담긴 디버프, 저주가 내게 걸렸다.

하지만 이 저주는 이상한 방식으로 적용됐다.

[타락한 저주가 시전자의 어둠 속성에 의해 다른 효과로 바뀌게 됩니다.]

-타락한 저주가 걸려 있는 동안, 어둠 속성의 힘을 600% 발휘할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인지 엄청난 마기가 내 몸에서부터 퍼져 나가수많은 영혼을 깨웠다.

심지어 그곳에는 나타샤까지 끼어 있었다.

“대체 넌 무엇이냐? 네가 어찌 그분에 버금가는 마기를 쓸 수가 있단 말인가.”

“······.”

난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이게 사실 아이템 효과라는 걸 말할 순 없지 않은가.

그런데,

“설마······. 당신입니까?”

이놈이 하도 쳐맞아서 정신이 이상해진 건지, 눈이 풀린 채로 내게 말했다.

“레메게톤이시여. 그 육신은 정말로 당신의 환생인 겁니까?”

뭐라는 거야.

뜬금없이 레메게톤이라니.

“그렇지 않고서야 그 위엄 넘치고 두려운 어둠의 힘을 다룰 수 있을 리 없지요. 당신을 눈앞에 두고도 알아보지 못하다니.”

잠깐.

이놈이 정말 날 그 지옥의 왕, 레메게톤이라고 착각하는 건가?

“크크크. 당신이 정말 살아 계셨다니. 그럼에도 저희가 아닌, 인간의 편을 들었다는 것은······.”

레키어스는 안타깝다는 듯 중얼거렸다.

“역시 본인의 정체가 무엇인지 아직 깨닫지 못한 겁니까?”

그러나 놈은 곧 짧게 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당신이 있다는 걸 알았으니, 지금 당신의 손에 죽는다고 해도 여한은 없습니다. 내가 위대하신 분의 일부분이 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러니 이제 저를 거두어 주십시오. 지옥의 왕이시여.”

놈의 말에 포식자 능력이 내 몸 안에서 꿈틀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것은 폭주하듯 날뛰며 힘을 개방했고, 레키어스는 모든 것을 내게 맡긴다는 듯 어떤 저항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그의 몸이 먼지처럼 잘게 부서지면서 내 안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고 레키어스가 사악한 웃음을 터트렸다.

“크하하하! 지옥의 왕께서 부활하셨구나! 지금 나는 사라지지만, 지옥의 왕께서 이 대륙을 불바다로 만드실 것이다!!”

콰아아아-!!

그렇게 레키어스는 미친놈처럼 웃어 대며 내게 모든 것을 바쳤다.

“주인이시여. 그 뜻을 이루소서.”

그렇게 레키어스의 몸이 모두 내 안에 흡수가 되었다.

“······.”

일순 사방이 고요해졌다.

더 이상 레키어스의 사악한 웃음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저 그의 작은 흔적만 먼지처럼 바닥에 남아 있을 뿐.

그리고 내 앞에는,

[메인 퀘스트, ‘지옥의 왕’이 일부분 클리어 되었습니다.]

-일곱의 바빌론에게 복종을 받으십시오. (현재 완료 숫자 1)

-천계와 대륙을 파괴하고 지옥의 왕이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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