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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초 소드마스터-138화 (138/200)

138화

0.01초 소드마스터 138화

“이 대륙의 구원자이시며, 그 은총이 하늘에 닿고, 땅에 닿아 나라와 백성을 이롭게 하시는 위대한 분이시여!”

가자르 왕국의 신하들이 내 앞에서 무릎을 꿇고 소리쳤다.

“부디 저희 왕국을 통치하시어 그 위대함을 더욱 넓히소서!”

뭔가······ 뭔가 분위기가 이상해지고 있다.

샤나 왕국이 내게 항복을 하고 통치권을 넘기면서 라일라칸에게 큰 피해를 입고 다 쓰러져 가던 가자르 왕국 역시 왕이 직접 내게 와서 무릎을 꿇었다.

“가자르 왕국은 이제 당신의 소유입니다! 저희를 부디 버리지 말아 주십시오.”

한 마디로 이놈들도 샤나 왕국처럼 당장 살기 위해 내게 손을 벌리는 것이었다.

웃긴 건 샤나, 가자르에 이어 만 왕국까지 내게 항복 의사를 밝혔다는 것.

“오오. 왕이시여.”

“감축드립니다!”

“이로써 왕께서는 다섯 개의 왕국을 통치하게 되셨습니다!”

신하들은 뛸 듯이 기뻐하고 있었다.

내가 게임을 플레이 하는 일반적인 플레이어였다면 이게 웬 횡재냐 하고 받아 먹었겠지만, 지금은 이게 내게 무조건 좋다고 볼 순 없었다.

‘여기 저기서 돈 달라고 지랄을 하겠구먼.’

저들이 내게 항복을 하면서 위협이 사라졌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만약 저놈들이 내 돈을 받아 쳐먹고 힘을 키운 다음에 내게 다시 반기를 들면?

그땐 내 손으로 적을 키운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샤나 왕국한테 내가 너무 잘해줘서 그런 건가.’

이 두 왕국이 갑자기 내게 조아리며 다가오는 건, 샤나 왕국의 탓이 컸다.

샤나 왕국이 내게 항복을 한다고 했을 때, 나는 라일라칸을 그곳에다 영원히 가둘 작정으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이미 샤나 왕국에 노동 인력들을 보내 복구 작업에 착수 했으며, 이미 다방면으로 지원이 시작됐다.

그리고 가장 큰 사업이라 할 수 있는 마탑 건설도 드워프의 지휘 아래 진행되는 중이다.

마법과 과학 기술이 하나가 되니, 건설 속도도 굉장히 빠르고 복구 속도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문제는 그 이야기를 듣고 가자르 왕국과 만 왕국이 내게 백기를 들고 항복을 했다는 점이다.

“오늘부로 가자르 왕국의 백성은 곧 나의 백성이다.”

“크나큰 영광이옵니다!”

그렇게 그들은 내게 넙죽 절을 한 뒤 그만 돌아가려고 할 때였다.

“한 가지 더.”

“······예?”

“만일 너희가 본좌를 배신하거나, 혹은 악한 마음을 품는다면······.”

쿠구구구구-!!

내가 힘을 발산하자 전각 안이 지진난 것처럼 흔들렸다.

그들은 화들짝 놀라 얼른 바닥에 엎드렸다.

“본좌가 친히 강림하여 너희 왕국 전체를 흔적도 없이 날려 버릴 것이다.”

“며, 명심. 또 명심하겠습니다!”

단단히 경고를 받은 그들은 후다닥 전각 밖을 빠져 나갔다.

이 정도 했으면 되려나?

[메인 퀘스트 ‘황제의 길’의 진행도가 업데이트 되었습니다.]

[현재까지 정복한 왕국]

-할라즈, 에인소프, 샤나, 가자르, 만

-모든 왕국을 정복하고 황제가 되십시오.

[다섯 개 왕국을 정복하셨기에 보상으로 20골드를 받습니다.]

두 왕국이 이렇게 내 손아귀에 들어오면서 무려 20골드를 받았다.

그리고 이건 충분히 상점을 이용할 수 있는 금액이었다.

“저들이 배신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내가 잠시 멍하니 정보창을 바라보고 있자, 호레스가 내게 말했다.

“그런가?”

“왕께서는 대륙 최강자라 불렸던 라일라칸을 꺾으셨습니다. 그리고 저들은 라일라칸에 대한 두려움이 뼛속 깊이 자리하고 있지요. 그 두려움 때문이라도 배신은 꿈도 꾸지 못할 겁니다. 그랬다가는 정말 왕께서 친히 강림하시어 저들의 터전을 모조리 없애 버리실 테니까요.”

뭐······ 내가 혼자 강림한다고 해서 어떻게 할 수 있는 건 아니다만.

호레스의 말대로 저놈들은 라일라칸 때문에 제대로 겁을 먹은 상태라 아마 당분간은 내 말에 무조건 복종을 할 것 같았다.

“샤나 왕국에서 내가 맡긴 마탑 건설은 잘 되어 가고 있는가?”

“예. 조만간 완공 소식이 들려올 겁니다. 최고의 마법사와 장인들이 마탑 제작에 열을 올리고 있지 않습니까?”

마탑이 얼른 완성 돼서 저 골칫덩어리를 가져가 줬으면 좋겠다.

그렇지 않아도 언제 악마들이 쳐들어올지도 몰라 전전긍긍 하고 있는데, 저 감옥까지 내게 스트레스를 줘야 하겠는가.

“그리고······ 칼라 왕국에 관해 보고 드릴 것이 있습니다.”

“말하라.”

“현재 칼라 왕국이 라일라칸의 원혼 기사단과 전투를 벌이는 중이라고 합니다.”

“저번에도 전투 중이라고 하지 않았나?”

“예. 처음에는 가벼운 충돌이라 여겼는데, 칼라 왕국의 대기사단장과 정예 기사들이 출격할 정도로 전투가 심각해지는 듯합니다.”

라일라칸이 영원의 불로 일으킨 원혼의 기사단.

그들의 위력이야 뭐 말하기 입 아플 정도다.

그런데 라일라칸이 우리 왕국에 구금당하자 갑자기 칼라 왕국에서는 원혼 기사단과 전투를 벌였다.

‘원래 스토리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지.’

원혼 기사단이 칼라 왕국과 전투를 벌이는 시나리오는 한번도 본적이 없었다.

‘원혼 기사단도 악마들이랑 싸울 때 엄청 쓸모가 많을 텐데.’

이렇게 칼라 왕국 손에 아까운 기사단이 사라지게 되는구나.

원혼 기사단이 칼라 왕국에 의해 소멸되는 건 불을 보듯 뻔한 일.

‘설마 칼라 왕국 기사단이 지겠어?’

그리 생각하며 나는 상점창을 열었다.

* * *

“모두 준비를 마쳤습니다, 대기사단장님.”

“그래. 마법 병단은?”

“준비를 다 마쳤네.”

칼라 왕국의 대기사단장 미뉴엘과 대마법사 레비안.

이 두 사람은 오늘 왕의 명령에 따라 병력을 이끌고 나와 원혼 기사단과 대치했다.

“쯧. 주인도 말썽을 피우더니, 결국 저놈들도 똑같군.”

원혼의 기사단은 왕국의 허가도 없이 병력을 이끌고 나갔다.

그것을 막기 위해 카르만은 군사를 보냈지만, 원혼의 기사단은 칼라 왕국의 병력을 무참히 짓밟아 버렸다.

이에 크게 노한 카르만이 정예 병력을 보내 저들을 막고자 한 것이었다.

“근데 놈들을 일라이 왕국에 보내는 것도 썩 나빠 보이지는 않는데.”

레비안의 말에 미뉴엘이 고개를 돌렸다.

“그게 무슨 뜻이지?”

“생각해 보게. 일라이 왕국은 지금 과할 정도로 국력이 강해졌어. 샤나 왕국에 이어 가자르, 거기에 만까지. 전부 다 항복을 해버렸지. 오메르 왕국은 또 어떤가? 거기를 통치하고 있는 엘버스테인은 아주 유명한 아슬란의 충복이지 않던가?”

그 말대로 칼라 왕국은 더 이상 대륙 최강의 왕국이 아니었다.

무려 다섯 개의 왕국을 통치하게 된 일라이 왕국이 최강이었다.

“만약 원혼의 기사단이 일라이 왕국을 침범해 이곳 저곳을 파괴해 준다면 우리한텐 이득이 아닌가?”

“그렇게 되면 칼라 왕국은 일라이 왕국과 전면전이다.”

“그건 그때 가서 발뺌을 하면 되지. 우리가 시킨 게 아니라고.”

“우리 칼라 왕국이 그런 더러운 수까지 쓰면서 일라이 왕국의 눈치를 봐야 한다는 건가!?”

“워워. 진정하시게. 그렇게 감정적으로 접근할 게 아니야.”

“시끄러워! 넌 뒤에 숨어서 마법이나 쓰거라! 이 추잡한 놈.”

“후-. 그래. 대기사단장의 명령에 따라야지. 이 겁쟁이가 뭘 어쩌겠나?”

뒤로 물러나는 레비안을 보면서 미뉴엘은 입술을 꾹 깨물었다.

“아슬란······.”

예전 그날, 검의 원탁 회의에서 마주친 이후부터 아슬란은 감히 바라볼 수 없을 정도로 성장했다.

그에 반해 미뉴엘과 칼라 왕국은 날이 갈수록 그 위상이 낮아지고 있지 않은가.

어쩌면 레비안의 말대로 원혼 기사단을 일라이 왕국에 보내는 것이 좋을지도······.

“아니. 그럴 순 없지.”

아슬란과 일라이 왕국을 꺾는 것은 칼라 왕국이다.

비겁하게 술수를 부려 놈들을 꺾고 싶진 않았다.

기사답게, 명예롭게 승부를 보고 싶었다.

“전군 돌격하라!!”

미뉴엘은 칼을 뽑아 들고 용맹하게 선봉에 서서 원혼의 기사단을 향해 달려 나갔다.

* * *

‘드디어 이 날이 왔구나.’

나는 콧노래를 부르고 싶은 걸 간신히 참았다.

라파엘을 비롯한 여러 대마법사와 그 외 수많은 마법 인력이 동원되어 마탑을 건설하는 데에 모든 걸 쏟아부은 결과, 굉장히 빠른 속도로 마탑이 완성 되었다.

그 보고가 들어오자마자 나는 라일라칸이 갇혀 있는 감옥을 운송시켜 샤나 왕국으로 향했다.

운송을 하는 김에 마탑이 제대로 완성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만일 내 눈에 덜 완성된 것처럼 보인다면 처음부터 다시 짓게 할 생각이었다.

라일라칸을 가둬 두는 마탑인데, 대충 만들어야 쓰겠는가.

그런데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소식이 있었다.

“칼라 왕국의 1만 군대가 원혼 기사단과 싸우다 결국 전멸을 당했다고 합니다.”

보름 동안 이어진 칼라 왕국과 원혼 기사단의 싸움.

나는 당연히 칼라 왕국이 이길 거라 생각했으나, 원혼 기사단이 승리를 거두었다.

‘하긴. 그놈들이 잡기 까다롭긴 하지.’

원혼 기사단의 사기적인 장점은 바로 몸에 칼을 찔려도 죽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놈들은 좀비처럼 목을 베어야만 죽일 수 있다는 조건이 있었다.

만약 그렇지 못할 경우, 마법과 창칼을 아무리 날려도 원혼 기사들은 쓰러지지 않는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칼라 왕국이 졌어?’

그놈들이 약해진 건지, 아니면 원혼 기사단이 생각 이상으로 한 건지 모르겠다.

‘그것들이 라일라칸을 구하려고 할 텐데.’

칼라 왕국이 비록 1만의 병력을 잃긴 했으나, 그 정도 죽었다고 해서 왕국이 멸망하는 건 아니다.

그리고 카르만 자존심상 원혼 기사단이 순순히 빠져 나가는 걸 가만히 지켜볼 리도 없을 터.

알아서 잘 막아 주기를 바랄 뿐이었다.

만약 놈들이 라일라칸을 구하겠다고 샤나 왕국을 공격하려 들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나는 말 위에서 상점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50골드 이상을 모아서 열리게 된 골드 상점.

문제는 역시나 이번에도,

[필하모트 팬던트]

-악의 힘을 물리치기 위해 만들어진 고대의 유물.

-여섯 개로 나뉜 팬던트들을 하나로 모으면 전설적인 힘을 얻을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정화의 신, 모비로스의 가호가 함께 하는 팬던트입니다.

상점에는 펜던트가 등장해 있었다.

‘대체 왜 펜던트가 자꾸 나오는 거냐고.’

다른 아이템도 사고 싶었지만, 이놈의 펜던트 때문에 살 수가 없었다.

만약 펜던트를 사지 않고 다른 아이템을 사버린다면 영영 펜던트를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라일라칸에게 열쇠가 있다는 걸 알았으니, 펜던트는 그만 모아도 되는 거 아닌가?’

펜던트를 모으는 목적은 테키나 족속의 완전한 봉인 때문이었다.

그래서 주인공인 알렉산더가 펜던트를 전부 모아 악의 힘을 완전히 대륙에서 몰아내지 않던가.

이게 정상적이고 정석에 가까운 스토리였다.

하지만 세상의 끝을 닫을 수 있는 열쇠가 라일라칸에게 있다는 걸 안 이상, 이걸 모을 필요가 있을까?

‘물론 라일라칸 저놈이 순순히 우리 뜻대로 움직일지가 의문이긴 하지.’

그렇게 고민을 하고 있던 찰나.

촤아아아-!!

갑자기 우리가 가는 길 앞에 포탈이 열렸다.

그 안에서 흘러나오는 음산한 기운에 오싹한 기분마저 들었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다그닥-.

말발굽 소리를 내며 원혼의 불이 온몸에 활활 타오르고 있던 기사단이 나타났다.

‘뭐, 뭐야. 저것들이 왜 여기에 있어?’

그것도 포탈을 타고 나타나다니.

이 정도로 규모가 큰 포탈을 열 정도의 능력자라면······.

‘테르카나. 또 이 새끼인가?’

그놈은 자꾸 왜 나를 방해하는 거야.

“우리의 주인이신······ 라일라칸 님을 모시러 왔다.”

[드보르작]

원혼 기사단의 수장이자, 300년 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라일라칸에게만 충성을 다 하는 기사.

300년 전 그는 대륙의 소드마스터 중 하나였다고 한다.

‘이제 거의 다 왔는데!’

아니. 칼라 왕국은 대체 애들 관리를 어떻게 하는 거야.

1만 명이나 당했다고 하더니, 정말 그냥 포기라도 한 건가?

하지만,

“필멸자여. 목숨이 아깝거든 항복하라.”

혼란스러웠던 머릿속이 금방 차분하게 돌아오고 빠르게 뛰던 심장 역시 냉철함을 되찾았다.

“필멸자라 했느냐?”

저 말발굽 밑에서부터 치밀어 오르는 허세가 저 말을 듣자마자 순식간에 머리 끝까지 차오른 것이었다.

“건방지구나.”

하필이면 제일 선두에 서 있던 나는 천천히 말을 앞으로 움직이며 나아갔다.

“지리멸렬하여 그 뼈조차 남지 않을 놈이 감히 뚫린 입이라고 지껄이다니.”

그러고는 고개를 거만하게 추켜 들며 말을 이었다.

“라일라칸을 원한다고 했나? 그럼 직접 와서 데려가 보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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