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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초 소드마스터-129화 (129/200)

129화

0.01초 소드마스터 129화 

“뭐, 뭐라고? 다, 다시 한번 말해 보거라. 뭐가 어떻게 되었다고?” 

“아슬란에 의해 마검이 파괴되고 마검의 주인 역시 죽었습니다! 또한 악마들과 개조 병사들까지 전멸을 당했다고 합니다!” 

드워프들의 왕, 우데르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우리 드워프의 최고 장인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마검이 파괴되다니! 그 검은 결코 파괴되지 않는 검이다. 알고 있느냐? 그 검에는 무려 태초의 보석이 들어가 있단 말이다!” 

태초의 보석. 

전설적인 펜던트와 마찬가지로 신화적인 유물로 취급을 받는 보석이다. 

그 보석에 대한 이야기는 여러 구전을 통해 많이 들었지만, 실제로 그것이 존재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태초부터 존재했으며, 그 어떤 보석보다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지 않은가. 

당연히 모험가들이 그 보석들을 찾고자 노력했으나, 지금까지 그들은 단 하나도 찾아내지 못했다. 

하지만 그중 하나를 드워프들이 가지고 있었으며, 그들은 악마와 결탁하여 마검이라는 새로운 검을 만들어냈다. 

그 검을 완성시켰을 때만 하더라도 그들은 이보다 더 강한 검은 나올 수 없을 것이며, 오직 이 대륙을 지배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자만이 검을 가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어떻게 그 검이 파괴될 수가!” 

“아슬란이 라할의 화신이라는 소문이 무성합니다. 만약 그 소문이 사실이라면······.” 

“아무리 상대가 라할이라고 해도 그 검은 결코 파괴될 수가 없다. 분명 뭔가 보고가 잘못된 것이겠지! 거기다 그 검을 정말 파괴했다면 그 안에 있는 태초의 보석은?” 

“그에 대한 내용은 없습니다.” 

무엇 하나 단정 지을 수가 없는 상황.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카르펠을 따르던 악마 군단이 전부 사라졌다는 것이다. 

즉, 다음 공격 목표는 드워프들이 될 것이라는 건 자명한 일. 

“놈들이 공격을 해오기 전에 몸을 피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공격을 피해? 우리가 대체 어디로 간단 말이냐? 이미 이곳으로 거점을 옮기는 데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데! 그리고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이곳에는 군대가 들어오지 못하니까.” 

드워프들이 살고 있는 이 리베리엄 화산 안쪽에 들어올 수 있는 통로는 단 하나. 

하지만 그 통로는 이 뜨거운 리베리엄 화산의 연기에 가로막혀 버렸다. 

드워프들이 자신들의 기술력으로 모든 열기를 통로에다 집중시켜 적의 침입을 완전히 막아 놓은 것이었다. 

대군을 이끌고 저 통로를 지나려고 하면 전멸을 면치 못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곳으로 들어오려면 악마 군단의 공격을 막아내야 한다. 거기서 한 차례 피해를 입고 저 통로까지 쉽게 뚫을 순 없겠지.” 

나름 최악의 사태를 대비해 둔 우데르였다. 

“역시 왕이십니다.” 

“이곳에서의 생활이 불편하긴 해도, 이곳만큼 안전한 곳이 없긴 하지요.” 

“그래. 감히 누구도 이 리베리엄 화산에 발 들이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자화자찬을 하고 있을 때였다. 

콰직-! 콰쾈콱-!! 

불길한 소리가 하늘에서 들려왔다. 

고개를 들어 보니, 그들의 거점과 이어진 통로에서부터 빛이 번쩍이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통로 전체를 틀어 막고 있는 리베리엄 화산의 열기를 가득 담은 뿌연 연기들이 휘몰아치는 검강 소나기에 갈라지고 흩어지며 마침내 모든 연기가 사라져 버렸다. 

“저, 저게 무슨!” 

대마법사들이 와도 저 연기를 어찌하지 못할 거라 자신했건만. 

소낙비처럼 몰아치는 검강에 의해 그토록 이들이 자부하던 방어벽이 전부 허물어졌다. 그리고 그곳에서 푸른 마력을 온몸에 휘감은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여기에 있었구나. 감히 악마들과 손을 잡은 더러운 족속이.” 

“너, 너는······.” 

“안타깝구나, 드워프들이여. 300년 전에는 그래도 꽤 협조적인 놈들이었는데. 어찌 이리도 타락을 했는지. 너희 선조들에게 부끄럽지도 않으냐?” 

우데르는 전신에서 닿기만 해도 베일 것만 같은 칼날들이 마구 휘몰아치고 있던 사내를 가만히 올려다 보았다. 

저 매혹적인 푸른 마력. 

강직한 인상에 노란 머릿결. 

영웅적인 상을 타고난 얼굴. 

옛 선조들이 그려 놓은 한 남자가 떠올랐다. 

“다, 당신은 설마 라일라칸!” 

“라, 라일라칸이라고?!” 

“그, 그런 말도 안 되는!” 

칼라 왕국에서 아직 라일라칸의 공식적인 부활을 공표하지 않았기에 이들은 그가 깊은 잠에서 깨어난 것을 모르고 있었다. 

“오늘 내가 너희 드워프의 씨앗을 전부 말려 버릴 것이다.” 

“자, 잠깐만!” 

우데르는 애처롭게 소리쳤다. 

라일라칸의 힘이라면 능히 이곳에 있는 모든 생명을 없애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간절한 부름에도 라일라칸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여기서 모두 죽어라.” 

그는 붙잡고 있던 칼을 휘둘렀다. 

그러자 하늘에서 푸른 검들이 비처럼 쏟아지며 지면에 있는 모든 생명을 쓸어 버리기 시작했다. 

* * * 

“아오. 내가 진짜 그놈 잡기만 하면 가만 안 놔둘 거야.” 

테르카나가 만들어 놓은 포탈에 빠진 뒤 간신히 빠져나온 플레임은 투덜거리기 바빴다. 

테르카나를 붙잡아 어떻게 요리를 할 것인지 100번은 더 떠든 것 같은데도 끊임없는 것을 보니, 어지간히 빡이 친 것 같아 보였다. 

‘태초의 보석도 얻었으니, 이대로 돌아가도 괜찮겠지만.’ 

드워프가 악마들과 결탁하여 또 이상한 걸 만들어 버리기 전에 그놈들을 얼른 잡아 놔야 할 것 같았다. 

‘이대로 놔두면 위험하겠지.’ 

태초의 보석을 이용해 마검을 만들어 놓은 놈들이니, 더 기괴한 걸 만들지 말라는 법이 없다. 

차라리 그럴 거라면 우리 편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무력으로 굴복을 시킨 다음, 우리 왕국으로 데리고 와서 노예처럼 부려 먹으면 되지.’ 

무려 드워프다. 

기술력에 있어서는 대륙 최고라는 장인들의 종족, 바로 그 드워프라는 것이다. 

이놈들을 우리 편으로 끌어들여 기술력에 한층 도움을 받는다면- 

‘지금보다 더 군사력을 강하게 끌어 올릴 수 있다.’ 

가히 최강의 군대를 만들어 낼 수 있으리라. 

하지만 그곳으로 가는 데까지 문제가 있었다. 

‘리베리엄 화산이면 쉽게 접근을 못 할 텐데.’ 

이미 플레임을 통해 한 차례 그곳 주변을 정찰했다. 

그리고 드워프들이 침략에 대비해 방어를 철저히 해 놓았다는 것 역시 알 수 있었다. 

통로를 막고 있는 그 연기를 뚫는 것이 이번 전쟁에서 가장 중요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곳을 어떻게 뚫느냐가 문제인데- 

“왕이시여. 저곳을 보십시오!” 

“······?” 

내가 괜한 걱정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분명 통로를 막고 있어야 할 리베리엄 화산 연기가 전부 사라진 지 오래였고, 지형이 죄다 망가져 있을 것을 보아하니, 우리가 오기 전에 다른 군대가 침공을 한 것이 틀림없었다. 

“모두 경계 태세를 갖춰라.” 

“예!” 

나는 천천히 통로 쪽으로 다가가 보았다. 

멀리서 봤던 것보다 훨씬 더 높은 지형이었다. 

그런데 길은 뻥 뚫려 있었고, 그냥 지나가도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우리 말고 누가 온 거지?’ 

여기저기 뭔가 거대한 검으로 내려친 듯한 흔적이 있는 것 같은데. 

나는 플레임을 먼저 하늘로 보내 절벽 위에서 누가 매복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확인하게 했다. 그리고 군사들과 함께 통로를 지나 마침내 리베리엄 화산 안쪽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아-” 

수많은 시체 위에 홀로 서 있는 라일라칸을 만날 수 있었다. 

“자네 왔군.” 

“······이들을 모두 그대가 죽인 건가?” 

“그래. 어리석게도 드워프는 테키나 족속과 손을 잡았다. 선조들의 숭고한 뜻도 잊은 채. 그래서 놈들을 벌할 수밖에 없었다.” 

주변 꼴만 봐도 라일라칸 혼자서 여기를 뒤집어 놓았다는 걸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아무리 드워프라고 해도 한 종족을 혼자 몰살시키다니. 

과연 라일라칸이었다. 

“잠깐 나와 단둘이 이야기를 나누는 게 어떤가? 따라와라.” 

그리 말하며 라일라칸은 푸른 오러를 전신에 두르고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 

다른 사람도 아니고 라일라칸이 오라는데 같이 안 갈 수도 없고. 

나는 망토를 펄럭이며 그의 뒤를 따라 함께 비행했다. 

그는 절벽 쪽으로 사뿐히 착지하며 나를 신기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나는 내 오러를 전신에 둘러 하늘을 간신히 비행하는 수준인데, 너는 전혀 그런 것이 없군. 비결이 뭐지? 어떻게 마력 없이 하늘을 날 수 있는 것이냐?” 

“······잡기술일 뿐이다.” 

“하하. 하늘을 나는 것이 잡기술이라. 하긴. 너한테는 그럴지도 모르겠지.” 

그러면서 라일라칸은 절벽 위에서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말했다. 

“난 너의 마음을 잘 헤아리고 있다, 아슬란.” 

“······?” 

갑자기? 

“최강의 자리란 그런 법이지. 늘 외롭고 고독하다.” 

전혀 아닌데. 

“그런 점에 있어서 난 이 시대에 태어난 것을 감사한다. 처음으로 내가 바라보는 시야를 똑같이 볼 수 있는 사내를 만나게 되었으니까. 그렇지 않느냐?” 

라일라칸은 뭔가 단단히 크게 착각을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구태여 그것을 반박하진 않았다. 

대신, 

“원하는 것은 찾았나?” 

“······무슨 소리지?” 

“라일라칸. 나는 네가 왜 여기에 왔는지 알고 있다.” 

겉으로는 악마들과 결탁한 드워프를 처단하고자 함이라고 하지만, 그의 본 목적은 다른 곳에 있었다. 

“여기 리베리엄 화산에 있는 영원의 불을 찾으러 온 것이 아니더냐?” 

“······!” 

그 말에 라일라칸의 안색이 비틀렸다. 

영원의 불. 

바로 이곳 리베리엄 화산을 뜨겁게 만들어 주는 핵 같은 것이다. 

라일라칸이 여기에 있는 것을 보고 난 그것부터 떠올렸다. 

“왜 그렇게 생각하지?” 

“300년 전 너와 함께 싸웠던 부하들을 살려내려는 것이겠지.” 

“!?” 

라일라칸은 드디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내가 설마 거기까지 알고 있을 줄은 몰랐던 모양이다. 

그는 안색을 굳히며 내가 물었다. 

“대체 그걸 어떻게 알았지?” 

“난 네가 아는 것을 전부 알고 있으며, 네가 모르는 것 또한 알고 있다.” 

“······.” 

라일라칸은 침묵했다. 

“그래서, 찾았느냐?” 

“글쎄. 과연 내가 찾았을까?” 

말을 저렇게 돌리는 것을 보아하니, 찾긴 찾은 것 같았다. 

원래 스토리에도 놈은 영원의 불을 찾아 이 대륙 어딘가에 잠들어 있는 자신들의 부하들 무덤을 찾아내 그들을 전부 살려냈으니까. 

“이런. 악마들이 몰려오는군.” 

리베리엄 화산 주변으로 악마 군단이 몰려오는 게 보였다. 

라일라칸은 인상을 쓰며 검을 휘둘렀다. 

“역겨운 놈들.” 

그러자 하늘에서 푸른 검들이 쏟아지며 악마들을 때렸다. 

그러나 워낙 숫자가 많아 피해는 미미한 수준이었다. 

그는 몰려드는 악마들을 내려다보며 내게 물었다. 

“내가 영원의 불로 내 부하들을 살려낸다면 넌 날 비난할 것이냐?” 

원래 스토리 라인에서는 라일라칸이 네크로맨시를 한다며 수많은 사람이 그를 비난했다. 하지만 그는 그 군대를 앞장세워 테키나 족속과 맞서 싸우게 된다. 

즉, 내게는 아주 도움이 되는 일이라는 것이다. 

“비난하지 않는다.” 

“어째서지? 내가 그들을 일으킨다면 그 어떤 왕국의 군대보다 강력할 것이다.” 

그건 맞는 얘기였다. 

아무리 일라이 왕국의 기술력이 발전했다고 해도 라일라칸의 정예 부대는 그 궤를 달리한다. 

“그들이 너의 왕국을 위협할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은가?” 

당연히 안 괜찮지. 

하지만 라일라칸은 악마들과 싸우기 바빠서 우리 왕국을 위협할 시간도 없을 것이다. 

“상관없다.” 

바로 그때였다. 

단전에서부터 끓어 오르는 허세가 내 머리 끝까지 차오르기 시작했다. 

“넌 한 가지 착각하고 있는 것이 있다, 라일라칸.” 

그에 따라 허리춤에 있던 내 검이 강렬하게 울음을 터트려댔다. 

나는 그 검을 천천히 뽑아 부드럽게 내려놓았다. 

그러자 검이 알아서 떠올라 저 악마들이 득실거리는 곳으로 내려갔다. 

피이이잉-!! 

베라크의 찬란한 보검에서 검은빛이 뿜어져 나왔다. 

내 힘과 연결이 되어 있어, 암속성의 힘을 발휘하는 것이었다. 

통로 쪽으로 몰려들던 악마들은 그 빛을 보고 멈춰 선 뒤, 그것을 향해 뛰어가기 시작했다. 

난 그 검과 나를 번갈아 쳐다보고 있던 라일라칸에게 말했다. 

“감히 네가 나와 같은 시야를 바라본다고 했느냐?” 

나는 그 검으로 악마들이 전부 몰려들기만을 기다렸다. 

“건방진 소리다. 넌 예전에도,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본좌와 같은 시야를 바라볼 수 없다.” 

“······?” 

“과거에는 네가 최강이었을지 모르나, 이곳에서는 아니다. 오직 대륙의 최강은 한 사람뿐이기 때문이다.” 

이윽고 저 수많은 악마가 검 주변으로 전부 몰려든 순간. 

나는 보검에 깃든 힘과 찰나의 괴력을 합친 능력을 발휘했다. 

그러자, 

쿠우우웅-!! 

거대한 검의 포효가 일어나면서 사방에 있는 모든 악마를 단번에 휩쓸어 버렸다. 

그 어마어마한 파괴력과 굉음에 라일라칸은 눈을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그러니 착각하지 마라. 넌 내가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지, 또 무엇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 절대 이해할 수 없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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