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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초 소드마스터-122화 (122/200)

122화

0.01초 소드마스터 122화 

드워프들은 어디에 숨어 버린 것인지, 결국 놈들의 행방을 찾아내진 못했다. 

또한 그 마검을 가지고 살육을 벌였던 정체불명의 기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조준! 발사!” 

콰콰쾅-!! 

드워프들의 소재를 찾는 동안 나는 잠시 할라즈 성에 머물렀다. 

귀여웠던 뮤즈족이 눈에 아른 거렸지만, 반들 나무로 이어진 독성처럼 치명적인 동맹을 맺었으니, 곧 다시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현재 개발을 완료한 새로운 신무기 성능을 시험하고 있었다. 

“다시 한번 조준! 발사!!” 

콰콰콰쾅-!! 

연신 터져 나오는 폭발음에 시연을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이 감탄을 터트렸다. 

그중에는 샤를렌 가문의 비올레타도 있었다. 

“정말 대단하군요.” 

그녀는 오늘도 어김 없이 부채를 흔들면서 말했다. 

“폭발을 일으키는 랜스라. 저런 건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 

비올레타의 말대로 여기 있는 모두가 처음 보는 신무기였다. 

기사들이 쓰는 길쭉하고 두꺼운 창, 랜스. 

그 안에다가 마력석과 칼루탄을 합성해 폭발을 일으키는 구체를 쏘아 보낼 수 있었다. 물론, 10발을 쏘면 안에 있는 보석을 바꿔줘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재장전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 

반동을 견딜 수 있는 든든한 하체를 가지고 있는 기사라면 누구나 저 랜스를 활용해 적을 터트려 버릴 수 있을 것이다. 

‘역시 개발을 빨리하길 잘했다.’ 

한때 할라즈 왕국을 섬겼다가 지금은 나를 섬기고 있는 대마법사 켈린과 라파엘이 있으니, 개발이 한층 더 빠르게 이루어졌다. 

저 랜스에서 뿜어져 나가는 마력탄은 테키나 족속에게도 엄청난 파괴력을 보여줄 것이다. 

“일라이 왕국에는 인재들이 참 많군요. 누구도 생각지 못한 저런 대단한 걸 만들어낸 것을 보면 말입니다.” 

그 말에 옆에 있던 켈린이 작게 미소를 지었다. 

“비올레타 가주는 몰라도 한참을 모르는구려.” 

“뭐라고요?” 

“저 버스트 랜스를 만든 건 우리가 아니오. 바로 여기 계신 아슬란 님이시지.” 

“네에-?!” 

“마력석과 칼루탄을 합성하고, 그것을 시작으로 버스트 랜스를 최초로 기획하신 분이 바로 우리의 왕이시오. 우린 그저 시키는 대로 만들기만 했을 뿐.” 

비올레타와 샤를렌 가문 사람들은 나를 존경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왕께서는 실로 대단하시군요. 저런 무기까지 직접 개발을 하시다니.”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이 게임을 많이 플레이해 봐서 알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켈린과 라파엘이 없었다면 어림도 없었을 무기이기도 했다. 

하지만, 

“너희의 지혜와 지식이 아직 부족하여 본좌가 말을 아끼는 것일 뿐. 그 가르침을 전부 받으려고 한다면 정녕 버텨내지 못할 것이다.” 

이놈의 허세는 한시도 가만 있지를 못하고 지껄여댔다. 

가관인 건 이 헛소리를 들은 자들의 반응이었다. 

“과연······.” 

“빛의 증표를 받은 분은 달라도 한참 다르시구나.” 

“왕께서 가지신 지혜를 우린 영원히 헤아리지 못할 겁니다.” 

그러면 나는 또 이들의 찬사와 시선에 심취를 즐기면서 이 악순환이 계속 반복되게 된다. 

“발사!” 

콰콰쾈쾅-!! 

버스트 랜스 시범을 성공적으로 끝낸 기사단은 내게 예를 차려 인사했다. 

이 정도면 바로 실전에 투입해도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칼루탄과 성수를 섞은 투석기 공격으로 먼저 악마들을 무력화시킨 다음, 그대로 돌진하여 버스트 랜스를 발포한다면 순식간에 악마 군단을 쓸어 버릴 수 있으리라. 

‘이제 슬슬 악마 군단이 본격적으로 공격을 해 올 테니······. 대비를 해야지.’ 

악마 군단의 무서운 점은 머릿수를 앞세운 공격 작전이라는 것이다. 

마치 성난 파도가 몰아치듯, 놈들은 상대가 대처하지 못하도록 빠르게 접근해 적을 짓밟아 버린다. 

그동안 아군이 짓밟혀 죽는다고 해도 전혀 상관하지 않고 돌진을 계속 이어가는 것이 놈들의 전법이었다. 

하지만 이 버스트 랜스는 뛰어난 폭발력으로 그런 악마 군단의 전진을 막아낼 수가 있었다. 그래서 악마 군단을 상대하기 전에 이 무기를 개발해 놓는 것이 게임의 정석이었다. 

“보면 볼수록 일라이 왕국의 영향력이 가히 대단합니다. 악마에게 공격을 받아 폐허가 되었다던 할라즈 성은 전보다 훨씬 더 좋아졌고요. 그 외에도 여러 가지로 저를 놀래켜 주시는군요. 이제 또 놀랄 만한 게 과연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그런 비올레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쿠웅-!! 

무언가가 내려앉으면서 지붕과 성벽이 다 함께 흔들려 이곳 객석이 들썩일 정도였다. 

“대, 대체 이게 무슨······.” 

저들은 당황하며 무언가가 천천히 지붕 위를 내려오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이윽고 그것이 지붕에서 내려와 지상에 내려앉았다. 

콰앙-!! 

그 짧은 동작만으로도 천지가 울리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이런 소란을 벌인 것은 다름 아닌- 

“쯧. 여긴 착지하기가 더럽게 힘들다니깐.” 

레드 드래곤 플레임이었다. 

“꺄아아악-!” 

“으, 으아악!” 

일라이 왕국 사람들은 이제 익숙해서 플레임을 봐도 놀라지 않았지만, 샤를렌 가문 사람들은 달랐다. 

레드 드래곤이 일라이 왕국과 함께한다는 것을 이들도 이미 알고 있을 터. 그러나 그것을 말로 듣는 것과 직접 눈으로 보는 건 천지 차이였다. 

“뭐냐, 이 꽥꽥 소리만 지르는 여자는. 풍겨오는 냄새나 몸짓을 보아하니, 너를 유혹하려고 작정을 한 것 같은데?” 

플레임의 말에 비올레타의 얼굴이 시뻘겋게 물들었다. 

나는 계속 장난을 쳐대는 플레임을 차갑게 불렀다. 

“플레임.” 

내 부름에 플레임은 언제 그랬냐는 듯 웃음기를 얼굴에서 싹 지워 버렸다. 

“내가 시켰던 건 어떻게 됐지?” 

“그렇지 않아도 내 부하들과 확인하고 오는 길이다.” 

플레임의 부하들이라고 하면 키루를 포함한 자쿤들이었다. 

우리 왕국이 가진 최강의 공중 부대라고 해야 할까. 

사실 지상군보다 저 공중 부대가 더 믿음이 갔다. 

왜냐하면 무려 레드 드래곤이 선두에 있으니까! 

“드워프들이 어디서 정착을 하고 사는지 알아냈다. 예전에 내가 잠시 머물렀던 곳이더군.” 

역시 이들을 보내기 잘한 것 같았다. 

걸어 다니면서 찾는 것보다 하늘을 날아다니며 찾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되기 떄문이다. 

“지도를 가져다주면 특정할 수 있겠나?” 

“뭐, 대충은?” 

내가 눈짓을 하자 기사 하나가 헐레벌떡 자스트라 경계 안을 그린 지도를 가져왔다. 

플레임은 그것을 보자마자 얼굴을 찡그렸다. 

“참 대충 만든 지도로군.”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아직 자스트라 경계가 완전히 정복되지 않았다. 

그래서 어디에 무엇이 있고, 또 어떤 몬스터가 서식하는지 알 수 없다. 

이건 매 게임마다 바뀌는 설정이라서 복잡하다. 

하지만 큼지막한 지형들은 그대로라서 고인물들은 대충 특정만 하면 어디가 어디인지를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아마 이쯤일 것이다. 이곳에 큰 화산이 하나 있는데, 그 열기가 너무 강해서 함부로 접근하기도 어렵겠더군. 드워프 놈들이 아주 작정하고 이 안에 숨은 것 같았어.” 

플레임이 발톱 끝으로 가리키는 곳과 덧붙이는 설명을 듣고 드워프들이 어디에 숨었는지 나는 바로 알 수가 있었다. 

‘리베리엄 화산인가?’ 

자스트라 영역 끝 부분에 있다고 알려진 리베리엄 화산. 

그쪽에 숨은 거라면 왜 지상군이 드워프들을 발견하지 못한 것인지 이해가 간다. 

일단 드워프들 말고도 여러 종족이 자스트라 영역 안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함부로 접근하는 게 어렵기도 했고, 무엇보다 리베리엄 화산은 생명체가 살만한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드워프들이 그곳에 들어가 살고 있다라- 

뭐, 온도가 뜨거워서 불 조절은 따로 할 필요 없겠네. 

“잠시 확인을 해봐야겠군.” 

나는 눈을 감은 뒤 천상의 눈동자를 발동시켰다. 

그러자 내 온몸에서 황금빛 기운이 솟아 나오며 주변인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아, 아니!?” 

“저것이 바로 라할의 빛인가!” 

샤를렌 가문 사람들의 호들갑에 아론이 호통을 쳐댔다. 

“왕께서 신성한 힘을 사용하고 계실 땐 모두 정숙하시오. 저 경외스러운 힘이 진노로 바뀔 수도 있으니.” 

“······!” 

아론 덕분에 그들은 얼른 벌리고 있던 입을 다물었다. 

그동안 나는 천상의 눈동자를 리베리엄 화산으로 보내 그곳에서 천천히 눈을 떠보았다. 

까앙-! 까앙-! 

“어서 빨리들 움직여!” 

“여기서 지체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열심히 담금질하며 무기를 만들고 있던 드워프들. 

대체 누구를 위해 저렇게 대량으로 무기를 만들고 있는 것일까. 

이 화산에서 끓어 오르는 열기 덕분에 대량 제작이 가능한 듯 보였다. 

“으허헉!” 

“저, 저게 뭐야!” 

시끄럽게 소리를 지르며 무기 제작에 열을 올리던 드워프들은 내가 만들어낸 눈동자를 보고 깜짝 놀라 뒤로 벌러덩 넘어져 버렸다. 

저 작은 몸뚱이로 모두 두 발을 높이 든 채 쓰러져 있으니, 왠지 귀엽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나는 이놈들이 여기서 무슨 작당을 하고 있는지 유심히 살펴보다, 

“······.” 

그날 잔상에서 보았던 마검의 주인을 보게 되었다. 

놈은 내 황금빛 눈동자와 마주하더니, 갑자기 비틀거리며 머리를 부여잡았다. 

뭐지? 내가 뭘 위해를 가한 건 아무것도 없는데? 

“아, 아슬란······.” 

그러고는 놈은 갑자기 내 이름을 부르며 자신의 뒤를 두둥실 떠다니는 채로 따라다니던 마검을 붙잡았다. 

“아슬란-!!” 

급기야 놈은 눈동자를 향해 달려들어 마구잡이로 검을 휘둘러댔다. 

콰콰콰콱-!! 

보통의 힘으로는 절대 베어낼 수 없는 천상의 눈동자였지만, 저 마검에 담긴 사악한 힘 때문인지, 아니면 이놈이 더럽게 센 것인지 내 눈동자가 수십 갈래로 갈라지며 바닥에 떨어졌다. 

나는 놓치지 않고 놈의 정보를 확인해 보았다. 

[카릴리페] 

-타락한 마검의 주인. 

타락한 마검의 주인? 

거기다 카릴리페?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다. 

이 게임을 수천 시간 동안 플레이하면서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이름이 나타난 것이었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내가 모르는 네임드가 있을 수 있다고? 

“아슬란-!! 아슬란-!!” 

콰직-! 콰득-! 

놈은 말로다 형용할 수 없는 분노를 표출하며 눈동자를 짓밟고 또 짓밟았다. 

그렇게 천상의 눈동자와 연결되어 있던 정신이 끊겨 버렸다. 

“······.” 

나는 잠시 허공을 바라보았다. 

이제까지 느껴본 적 없는 무시무시한 분노였다. 

그리고 그 분노가 향한 곳은 바로 나. 

‘아니. 대체 왜 나한테?’ 

생전 본적도 없는 놈이, 심지어 게임에 등장인물도 아닌 놈이 왜 나한테 그런 분노를 품고 있단 말인가. 

그렇게 끔찍하고 강한 힘을 가진 놈이 말이다. 

‘억울하다, 억울해!’ 

이놈의 게임은 하면 할수록 억울해서 살 수가 없다. 

* * * 

“아슬란-!!” 

카릴리페의 분노가 담긴 괴성에 드워프들은 겁을 먹고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강력한 마기가 이들을 질식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분노를 결코 잊지 않으셔야 합니다.” 

그때 독사 같은 목소리로 누군가가 그에게 겁도 없이 다가갔다. 

“테르카나.” 

카릴리페는 이를 뿌득 갈며 말했다. 

“포탈을 열어라. 놈을 찾아가서 죽일 것이다.” 

“그건 안 됩니다.” 

“뭐야?” 

“카릴리페 님도, 그리고 저도 알고 있지 않습니까? 아슬란의 힘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어쩌면 라일라칸에 버금갈지도, 혹은 그 이상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 감정적으로 움직였다가는 그동안의 수고가 무로 돌아갈 것입니다.” 

살기 어린 눈빛으로 테르카나를 노려보던 카릴리페였지만, 그는 곧 화를 삭였다. 

“네 말이 옳다. 아슬란의 사지를 뜯어 버리고, 놈의 뼈를 씹어 먹으려면 더 강한 힘이 필요해.” 

“후후. 그러실 줄 알고 제가 만찬을 준비해 두었습니다.” 

테르카나의 손짓에 포탈이 열렸다. 

그 포탈 안에는 한 마을이 보였다. 

“당신의 힘을 더욱 강력하게 해줄 제물들입니다.” 

“좋아.” 

카릴리페는 음흉한 웃음 소리를 내며 포탈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그의 마검이 번뜩이듯 마기를 뿜어내었고, 얼마 가지 않아 비명 소리가 가득 들려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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