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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초 소드마스터-120화 (120/200)

120화

0.01초 소드마스터 120화 

“뮤뮤~” 

하얀 털뭉치가 작게 울음을 터트리자 기사들이 창을 뻗으며 말했다. 

“왕이시여.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이 건방진 몬스터들을 단숨에 쓸어 버리겠나이다.” 

나는 그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손을 올렸다. 

“모두 창을 내려라. 우린 이들과 싸우기 위해 온 것이 아니다.” 

내가 이래서 중갑병을 데려온 것이다. 

뮤즈족의 몸통이 작고 귀엽다고 해서 절대 이들이 나약하기만 한 것이 아니다. 

이놈들은 독침을 발사해 적들을 무력화 시키는 데에 무척 뛰어나기 때문. 

심지어 방금 전처럼 매복을 하다가 공격이라도 하면 순식간에 부대 하나가 전멸을 당한다. 

하지만 이들의 독침을 튕겨내는 중갑병에게는 아무런 힘도 쓸 수가 없었다. 

“라파엘. 네가 나설 차례다.” 

“네.” 

라파엘이 마법 주문을 외우자 그 아래로 마법진이 생성되었다. 

뮤즈들은 환하게 빛나는 그녀의 마법이 신기했던 모양인지 탄성을 내질렀다. 

“뮤~” 

주문을 끝낸 라파엘이 감고 있던 눈을 뜨며 내게 말했다. 

“다 됐습니다.” 

“고생했다.” 

나는 뮤즈들에게 고개를 돌렸다. 

“뮤즈들이여. 우린 싸우러 온 것이 아니다. 단지, 너희에게 몇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어서 왔다.” 

내 말을 알아들은 뮤즈들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 

“인간이 우리 언어를 할 줄 안다뮤!” 

“신기한 인간이다뮤!” 

갑자기 이들이 내 말을 알아들을 수 있게 된 건 모두 라파엘의 마법 덕분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내가 짧게 설명해 줘도, 

“어떻게 인간이 우리 언어를 쓰는 거지뮤?” 

“생긴 건 인간이지만, 우리 종족인 모양이다뮤!” 

이놈들은 전혀 내 말을 듣지 않고 있었다. 

다른 때 같았으면 짜증이 확 솟았겠으나, 

‘귀엽다······.’ 

저 미친 듯한 귀여움에 짜증이 솟구치다가도 금방 사그라들었다. 

이윽고 놈들이 내게 폴짝폴짝 다가와 말했다. 

“신기한 인간. 우리 족장님에게 안내해 주겠다뮤.” 

그래. 차라리 그러는 게 대화하기가 빠를 것 같았다. 

“그렇게 하도록.” 

그러자 뮤즈들은 갑자기 폴짝 날아올라 기사들의 몸에 달라붙었다. 

“뮤뮤~!” 

“엇!” 

“흐억!” 

화들짝 놀란 기사들이 움찔거렸다. 

뮤즈들은 상대방을 친구라고 인식하게 되면 거리낌 없이 다가와 저렇게 머리나 어깨 위로 올라간다. 

“귀, 귀엽다.” 

“정신 차려! 이놈들이 언제 돌변해서 공격할지 몰라.” 

“이 작고 소중한 아이들이 공격은 무슨!” 

“맞아. 이런 냉정한 녀석!” 

기사들은 금세 뮤즈들의 귀여움에 푹 빠져 버렸다. 

저것이 뮤즈의 무서운 점이었다. 

저 귀여움 하나로 금방 사람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것. 

괜히 뮤즈를 붙잡아 애완동물처럼 파는 행위가 만연한 것이 아니었다. 

“환영한다뮤~!” 

“인간들이다, 인간!” 

숲을 지나 안쪽 깊숙이 들어가 보니, 뮤즈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 나왔다. 

저 작은 털 뭉치에 어울리게 이들이 짓고 사는 집들도 하나 같이 작았다. 

아니. 바람만 불면 다 무너져 내릴 것만 같은 모래성들이 있는 느낌이랄까. 

우리는 뮤즈들의 격한 환영 인사를 받으며 마을 끝에 다다랐다. 

그리고 그곳에는 이들의 족장이 있었다. 

“영차~ 영차~” 

뮤즈들은 몸으로 탑을 쌓아 족장이 올라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고, 그 덕분에 나와 비슷한 눈높이로 족장이 두 발로 서게 되었다. 

“뮤즈들의 마을에 온 것을 환영한다뮤.” 

한손에는 지팡이를 들고 있고 털 뭉치 속에 있는 코 밑으로 길게 수염이 난 족장은 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뮤드렐] 

뮤즈들의 족장, 뮤드렐. 

예전에 게임을 하면서 몇 번 봤던 기억이 있다. 

그때도 저렇게 지팡이를 의지하며 동글동글한 몸을 지탱하고 있는 모습이 무척 귀여워 강렬하게 기억에 남아 있었다. 

“인간들이 이곳까지는 무슨 일인가뮤?” 

“원래 이곳에 터전을 잡고 있던 드워프들이 어디로 갔는지 알고 있는가?” 

“드워프?” 

뮤드렐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침음을 흘렸다. 

“흠- 드워프에 대해서는 우리도 알지 못 한다뮤. 이곳에 드워프가 살고 있었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뮤. 우린 그저 먹을 것을 찾아 옮겨 다닌 것뿐이다뮤.” 

뮤즈족은 어느 곳을 정복하거나, 싸움을 일으키는 종족이 아니다. 

뮤드렐이 말한 것처럼, 이들은 늘 먹을 것을 찾아 돌아다닌다. 

“이곳에는 먹을 게 많은 모양이지?” 

“그렇다뮤. 반들 나무가 이곳에는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뮤.” 

그 이야기에 나는 잠시 미간을 찌푸렸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보기 드물다는 반들 나무가 이곳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라. 

그것도 드워프들이 살고 있던 곳에? 

‘반들 나무는 독성이 강해서 대부분 불에 태워 없애 버릴 텐데.’ 

반들 나무는 아무리 길어봐야 1m밖에 되지 않는 아주 작은 나무다. 

하지만 작은 고추가 맵다고 했던가. 

그 안에 무시무시한 맹독이 잔뜩 들어 있었는데, 잘못 만지기만 해도 중독 상태가 될 정도로 위험했다. 

그러나 여기 뮤즈족에게는 반들 나무가 최고의 음식이었다. 

뮤즈들은 몸에 맹독을 품고 있어서 독에 면역이다. 그렇기에 반들 나무를 이 종족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것이었다. 

“반들 나무~!” 

“반들 나무!!” 

반들 나무 얘기가 나오기 무섭게 양팔을 높이 들며 껑충껑충 뛰어다니는 뮤즈들이었다. 그만큼 이들은 반들 나무를 사랑한다. 아니. 숭배한다. 

실제로 반들 나무 석상을 만들어 섬기는 풍습이 있다. 

“반들 나무가 어디에 산처럼 쌓여 있는지 한번 볼 수 있겠나?” 

“물론이다뮤. 그대는 우리의 손님이니, 특별히 반들 나무를 대접해 주겠다뮤!” 

뮤드렐은 흔쾌히 우리를 반들 나무가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마을에서 약간 벗어난 곳에는, 

‘뭐야. 완전 밭이잖아?’ 

정말 뮤드렐의 말대로 반들 나무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뮤즈들이 열심히 톱질하며 반들 나무를 잘라 쌓아 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이건 자연적으로 생겨난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반들 나무만 이곳에다 심어 체계적으로 밭을 꾸린 것 같았다. 

하지만 대체 누가 이런 짓을? 

“인간. 우리가 너를 환영한다는 뜻이다뮤. 우리가 제일 소중하게 여기는 반들 나무를 주겠다뮤.” 

잠시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뮤즈들이 내게 잘라 놓은 반들 나무를 내밀었다. 

그러자 저 뒤에서 라파엘의 앙칼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 돼요!” 

그녀는 빠르게 내게 다가와 말했다. 

“반들 나무는 치명적인 독이 들어 있어요. 한 입만 먹게 되도 죽을 수 있다고요.” 

그 말에 영차영차 톱질을 하고 있는 뮤즈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기사들이 번뜩 정신을 차렸다. 

“이놈들이 감히!” 

“우리들의 왕을 시해하려 들다니!” 

역정을 내며 그들이 무기를 꺼내 들자 친근하게 그들 위로 올라타 있던 뮤즈들이 화들짝 놀라며 감전이라도 당한 것처럼 제자리에서 폴짝 뛰어댔다. 

나는 이 귀여운 뮤즈들이 탕후루처럼 꼬치에 줄줄이 찔리기 전에 기사들을 저지했다. 

“호들갑 떨 필요 없다. 뮤즈들은 그저 나를 환영하는 마음에 자신들이 제일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주는 것뿐이다. 어찌 이들의 마음을 거절할 수 있을까.” 

“하, 하지만 왕이시여. 라파엘의 말대로 그곳에는 무시무시한 맹독이······!” 

난 내게 첨언을 하는 기사를 힐끗 노려보았다. 

“그깟 맹독이 감히 본좌를 해할 거라 생각하느냐?” 

“······.” 

나는 뮤즈들이 조심스레 건네는 반들 나무를 받아 들었다. 

사실 나도 예전부터 궁금했다. 

대체 이 맹독 가득한 반들 나무가 뭐기에 뮤즈들이 저토록 열광을 하는지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만독지체 특성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설마 이 독은 만독지체에서 예외라고 죽는 건 아니겠지?’ 

문득 그런 불안감이 들었지만, 한번 끓어 오른 허세와 나를 바라보고 있는 저 똘망똘망한 뮤즈들의 시선에 난 망설임 없이 반들 나무를 입에 집어넣었다. 

“······!” 

그리고 반응이 왔다. 

치명적인 맹독이 아닌, 정신이 번쩍 들 정도의 맛있는 반응 말이다. 

어렸을 적 봤던 만화에서 맛있는 걸 먹으면 뒤에서 파도가 치고 우주여행을 가는 등 아주 난리 부르스를 떠는데, 그것이 처음으로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뭐, 뭐야 이거. 왜 이렇게 맛있어?’ 

아삭아삭하고 달콤하며, 자극적이기까지 한 이 형용할 수 없는 맛의 결정체. 

나는 그제서야 왜 뮤즈들이 반들 나무를 이토록 좋아하는지 알 것 같았다. 

이런 천상의 맛이라니. 

“와, 왕이시여. 괘, 괜찮으십니까?” 

기사의 물음에 나는 잠시 놓았던 정신 줄을 붙잡았다. 

이 허세조차도 잠시나마 잊게 만들 정도로 굉장한 맛이었다. 

“말하지 않았느냐. 이따위 맹독으로는 본좌를 어찌하지 못한다고 말이다.” 

나는 나머지 있던 반들 나무까지 남김없이 싹 해치웠다. 

“신기하다뮤. 다른 종족은 우리가 주는 반들 나무를 먹고 쓰러지기 일쑤였는데, 너는 괜찮은 모양이구나뮤.” 

그걸 알면서도 나한테 먹으라고 줬다는 건가? 

그냥 순수한 건지, 아니면 영악한 건지 모르겠다. 

“그러므로 우린 이제 가족이다뮤!” 

“뮤뮤-!” 

족장 뮤드렐의 외침에 뮤즈들은 한목소리로 울음을 터트렸다. 

이런 작은 아이들과 가족이라니. 

뭔가 거창하면서 이상했지만, 뮤즈들과 친하게 지내서 나쁠 건 없지. 

이렇게 된 김에 한 마리만 왕국으로 데려가서 키워 볼까? 

바로 그때였다. 

바스락- 

저 앞에 수풀이 흔들리더니, 무기를 든 기마대가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그것을 보고 우리 기사단은 소리를 지르며 빠르게 방어 태세에 돌입했다. 

“적이다!!” 

“모두 전투 준비!” 

“왕을 호위하라!” 

그들의 일사불란한 움직임에 겁을 먹은 뮤즈들이 사방으로 숨어들었고, 기사단은 엄한 목소리로 상대에게 외쳤다. 

“소속을 밝혀라!” 

“그렇지 않으면 위대하신 아슬란 님의 진노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우리 군의 위세에 상대가 바짝 겁을 먹은 것이 훤히 보일 정도였다. 

그들은 어쩔 줄을 몰라하며 주춤거렸으나, 이러한 일촉즉발의 상황을 정리하는 감미로운 목소리가 곧 들려왔다. 

“어머나~ 이게 누구세요? 아슬란 님 아니신가요?” 

보라색 부채를 흔들며 요염하게 천천히 말을 타고 나타난 여인. 

“비올레타?” 

바로 대륙 최고의 상단 가문인 샤를렌의 가주, 비올레타였다. 

“제가 그렇게 저희 가문으로 오시라는 청을 드려도 눈길 한번 주지 않으신 분이 요즘 어디서 뭘 하고 계시나 했더니, 여기서 뮤즈들이랑 계셨군요.” 

아니. 저 여자가 여기에 왜 온 거지? 

“가는 곳마다 인기를 끌어모으시는데, 이번에도 역시 뮤즈족의 마음을 얻으신 모양입니다. 호호.” 

그러다 나는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심어 놓은 듯한 이 반들 나무들. 

그리고 그 반들 나무를 따라 정착지를 옮긴 뮤즈족. 

무언가 딱딱 들어맞지 않은가? 

“비올레타.” 

“네, 왕이시여.” 

“여기엔 무슨 일로 온 거지?” 

비올레타는 마치 나를 유혹하듯 짧게 부채를 흔들며 대답했다. 

“음~ 그냥 지나가는 길이었습니다. 혹시 궁금하시다면 저와 동행을 하시겠습니까? 아슬란 님과 함께 밤길을 걷는다면 그것보다 안전한 건 없을 테니까요.” 

하지만 지금 나는 비올레타의 말장난을 들어 줄 기분이 아니었다. 

내가 살짝 앞으로 나아가려 하자, 타고 있던 말이 강하게 콧김을 내뿜으며 말발굽으로 세게 땅을 때렸다. 

나는 차갑게 비올레타를 바라보며 물었다. 

“마지막으로 묻겠다, 비올레타.” 

그와 동시에 혼돈의 피어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크억!” 

“으악!” 

그러자 비올레타 곁에 있던 기사들이 먼저 거품을 물고 쓰러졌고, 그 뒤에 있던 병력도 괴로운 비명을 지르며 무릎을 꿇었다. 

“목숨이 아깝다면 똑바로 대답하는 게 좋을 것이다.” 

그 모습에 크게 당황해하는 비올레타는 더 이상 그 눈동자에 유혹이 담겨 있지 않았다. 그 대신, 두려움이 가득해 보였다. 

“여기까지 무슨 일로 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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