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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초 소드마스터-103화 (103/200)

103화

0.01초 소드마스터 103화

“흐음. 할라즈 성에서만 최고의 음식을 파는 줄 알았더니, 사실은 내가 우물 안 개구리······. 아니. 둥지 안 드래곤이었군.”

플레임은 오늘도 어린아이 모습을 한 채 맛있게 음식을 먹고 있었다.

할라즈 성에서만 음식을 먹었던 터라 다른 성의 음식을 접할 기회가 없었는데, 오늘에서야 자신이 시간 낭비를 했다는 걸 깨달았다.

“여기가 할라즈 성보다 맛있다는 건······. 다른 왕국은 더 맛있다는 걸까?”

“음하하. 그럴 리가 있겠느냐, 꼬마야.”

그때 누군가가 플레임의 머리 위에 손을 올리고는 말했다.

“일라이 왕국의 음식은 가히 대륙 최고라 할 수 있다. 위대하신 우리 아슬란 님 덕분에 온 대륙에 있는 실력자들이 이곳에 모여들었기 때문이지. 그들이 가져온 새로운 고기와 향신료는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음식의 맛을 풍미 있게 만들어 주고 있단다.”

“······.”

“거기다 아슬란 님의 뛰어난 외교로 다른 왕국에서는 값비싸게 돈을 줘야 살 수 있는 재료들을 이곳에서는 싼값에 구매할 수가 있지. 또한 다른 왕국에서는 구할 수 없는 재료도 이곳에는 아주 가득하다. 특히 엘프족의 별미라는······.”

“어이.”

얘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플레임은 인상을 찌푸렸다.

“지금 감히 누구 머리 위에다 손을 올리고 있는 것이냐?”

“으응? 하하하! 우리 꼬마의 패기가 대단한걸?”

“이 손을 얼른 내리지 않는다면 그 팔을 몸통에서 뜯어 주마.”

플레임의 위협적인 살기에 남성은 화들짝 놀라며 뒷걸음질을 쳤다.

“당신들 지금 여기서 뭐 하는 거야!?”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식당 안으로 들어와 소리를 쳐댔다.

“지금 이 역사적인 날에 여기서 밥을 먹고 있을 때인가! 모두 나가세! 새로운 왕께서 탄생하는 날이니까!”

“뭐?”

“그게 오늘이라고?!”

“이런.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잖아!”

그러자 식당 안에 있던 손님들과 직원들, 그리고 주인까지 하던 것을 멈추고 밖으로 우르르 튀어 나갔다.

“다들 왜 저러는 거지?”

플레임은 저들이 왜 저러는지 알 수가 없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방금 전 그의 머리에 감히 손을 올렸던 남성이 쭈뼛거리며 말했다.

“꼬, 꼬마야. 넌 아무래도 다른 왕국에서 온 모양이구나.”

“뭐?”

“저들이 저리 바삐 나간 건 오늘 새로운 왕이 탄생하는 날이라서 그렇단다.”

“새로운 왕?”

“그래. 아무튼, 흠흠. 나도 이만 나가볼 테니, 너도 어서 나오너라. 이런 역사적인 광경을 놓쳐서는 안 되니까.”

남성은 그 말을 남기고 도망치듯 레스토랑 밖으로 나가 버렸다.

홀로 남겨진 플레임도 궁금증이 생겨났다.

“왕이야 매번 바뀌는 건데, 왜들 저리 난리인 거야?”

궁금한 건 참을 수 없었기에 플레임도 밖으로 나가 인파 속에 섞여들었다.

어느새 성안에 있는 백성이 모두 모여 왕궁 입구에 다다랐다.

그들은 얼른 자신들이 기다리는 새로운 왕이 저 왕궁 성벽 위에 나타나 주기를 기다렸다.

이윽고,

“백성들이여!”

어디서 많이 본 영감이 나와 목청을 높이며 소리쳤다.

이름이 뭐였더라.

호 뭐시기였는데.

“모두 맞이하거라. 우리 왕국의 검이 되시고, 방패가 되시며, 찬란한 빛으로 앞을 인도해 주시는 너희의 새로운 왕······!”

그는 들끓는 목소리로 그 이름을 외쳤다.

“아슬란 님이시다!!”

“!?”

아슬란이라는 이름에 플레임은 몸을 들썩였다.

아슬란 그놈이 왕이 되었단 말인가?

하지만 그가 몸을 들썩인 건 단순히 이름 때문만은 아니었다.

“우와아아아-!!”

“아슬란 님!!”

어마어마한 백성들의 함성에 플레임은 귀가 떨어질 지경이었다.

그 함성소리는 아슬란이 저 성벽 위로 나타나면서 더욱 심해졌다.

“와아아-!!”

“아슬란 님 만세!!”

“우리의 구원자이시다!!”

그가 이 왕국에서 얼마나 인정을 받고, 사랑을 받고 있는지 이들을 보면 알 수 있었다. 이들 중에는 눈물을 줄줄 흘리며 아슬란이 드디어 왕이 되었다고 기뻐하는 자들도 있었고, 개중에는 실신을 하는 자들도 있었다.

할라즈 성에서도 느끼긴 했지만, 아슬란이 이 정도의 인기를 끌고 있을 줄은 몰랐다.

“······.”

잠시 묵묵히 백성들을 둘러 보고 있던 아슬란.

그가 천천히 말문을 열었다.

[모두 들으라.]

진하게 울려 퍼지는 음성에 함성을 지르던 군중이 순식간에 고요해졌다.

그것을 보고 플레임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뭐, 뭐야 이건.’

아마 이들은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 저 아슬란이 뿜어내고 있는 목소리에 얼마나 무시무시한 힘이 깃들어 있는지를 말이다.

[본좌가 왕이 된다고 하여 달라지는 것은 없다.]

만약 저 목소리를 살상용으로 사용하고자 했다면 능히 이곳에 있는 자들을 순식간에 죽였을 것이다.

[항상 그랬듯, 너희 곁에 있을 것이며, 너희를 지키고 이 왕국의 미래를 찬란하게 할 것이다. 그러니 너희는,]

하지만 아슬란은 저 목소리로 이 모두를 격동시키고 있었다.

[그저 믿고 따르라. 나 아슬란이 너희와 늘 함께할 것이다.]

과연 저 힘이 가진 효과를 보여 주듯,

“우와아아아-!!”

“아슬란 님!!”

백성들은 그 어느 때보다 격동하며 하늘이 무너질 것처럼 함성을 질러댔다.

문제는,

“으읍-!”

이 백성들과 마찬가지로 플레임마저 피가 뜨겁게 타오르며 감정이 요동치고 있다는 것이었다.

“고, 고작 인간 따위가······!”

다른 것도 아닌, 그 무엇보다도 뛰어나고 우월한 드래곤의 감정을 흔들어 놓다니.

결국 활활 타오르는 그 뜨거운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플레임은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피이이잉-!!

“!?”

“헉!”

“뭐, 뭐야?”

작은 몸에서 벗어나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플레임.

그 거대한 레드 드래곤이 성벽 위에 거칠게 내려앉자 함성을 지르던 백성들이 얼어붙었다.

플레임은 뿌연 연기를 입 밖으로 내뱉으며 잠시 아슬란을 내려다보았다.

그는 눈길조차 줄 필요가 없다는 듯, 무심하게 앞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역시, 저놈은 언제 봐도 거만하고 건방지기 짝이 없구나.

하지만 그렇기에,

‘저놈을 싫어할 수가 없단 말이지.’

플레임은 두 날개를 양옆으로 넓게 뻗으며 포효했다.

“크롸라라라-!!”

그러자 잠시 얼어붙어 있었던 백성들도 다 같이 손을 높이 들며 환호성을 질렀다.

“우와아아아-!!”

“아슬란 님 만세!!”

“일라이 왕국 만세!!”

일라이 왕국의 새로운 왕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 * *

“결국 그리되었단 말이냐?”

“예. 아슬란이 일라이 왕국의 새로운 왕이 되었습니다.”

레이어스 교단의 교황, 레헤나.

그녀는 기도를 올리고 있던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레헤나 곁에 머무는 신성한 빛은 항상 보는 이의 눈을 사로잡았다.

또한 그 빛과 어울리는 아름다운 미모 역시, 저절로 신앙심을 갖게 하는 힘이 있었다.

“아슬란. 신을 부정하지만, 빛의 힘을 쓰는 자. 그자가 이제는 왕의 권력까지 가졌구나.”

교단에 있어서 아슬란은 결코 반가운 존재가 아니었다.

그가 쓰는 빛의 힘은 늘 의문만을 남기고 있었고, 그것이 진짜인지는 직접 이 두 눈으로 보기 전까지 믿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샤나 왕국에서도 그 신성한 힘을 보였다고 하던데······. 그자가 대륙에서는 영웅으로 칭송을 받는다는 것이 사실이냐?”

“일라이 왕국 백성들은 그를 영웅으로 내세우며, 오히려 그가 라할의 현신이라는 감히 입에 담을 수도 없는 종교적인 모독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단 말이지······.”

대륙의 중심이 되던 레이어스 교단이 지금은 그 신뢰를 잃어 가고 있다.

그 이유에는 아슬란이 있었다.

그가 교단을 무시하고, 또 출몰하는 악마를 처단하면서 벌어지는 상황인 것이었다.

심지어 한번은 교단의 군대와 부딪혀 그들을 쓸어 버린 적도 있으니, 당연히 교단의 명성이 과거에 비할 바 없이 추락했다.

“성물을 가져와라.”

“예?”

“아슬란. 그자를 만나야겠다.”

“하, 하지만 성물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장로들의 회의를 거쳐야 합니다.”

“난 이 교단의 교황이다. 그런데 내가 왜 그들의 명령에 따라야 한단 말이냐? 어서 가져와라.”

“······.”

교황의 명령에 사제들은 하는 수 없이 고개를 조아렸다.

교단에서 거의 죽은 사람처럼 성전에 박혀 있는 채로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던 교황, 레헤나.

그녀의 눈길이 향한 곳은 이 앞에 놓여 있는 거대한 라할의 동상이 아닌, 바로 일라이 왕국이었다.

* * *

[당신은 일라이 왕국의 국왕입니다.]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보상으로 10골드를 얻습니다.]

“······.”

결국 저질러 버렸나.

나는 이제 대기사단장이 아닌, 일라이 왕국의 국왕이 되었다.

그러면서 바뀐 것이 몇 가지 있었다.

[왕으로서의 기품이 올라갑니다.]

[지위의 영향으로 매력과 명예가 상승합니다.]

[특성이 바뀌게 됩니다.]

기품, 매력, 명예가 상승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무려 한 나라의 왕이지 않은가.

또한 내가 가지고 있는 고유 특성에도 변화가 생겨났다.

[특성 ‘중후한 매력’이 ‘제왕의 카리스마’로 바뀌게 됩니다.]

[특성 ‘군림’이 ‘천상의 군림’으로 바뀌게 됩니다.]

[특성 ‘자긍심’이 ‘서사적 자긍심’으로 바뀌게 됩니다.]

[지위와 특성의 영향으로 ‘사기 증진’이 더욱 원활하게 됩니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이 특성들만 바뀐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내게 치명적으로 작용한 특성 변경은 바로······.

“쩝쩝쩝.”

“······.”

쩝쩝대는 소리에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왕궁 안으로 들어와 성대하게 차려진 만찬을 즐기고 있던 플레임.

그는 곧 내 시선을 느꼈는지, 먹던 것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았다.

“왜 그리 보느냐?”

“······할라즈 성에 있다고 하지 않았나? 왜 여기에 왔지?”

“흠, 그야 더 다양하고 맛있는 음식을 즐기기 위해서지.”

“음식은 칼라 왕국이 훨씬 맛있다고 들었다. 거길 가서 실컷 즐기고 오는 건 어떤가?”

“후후. 어림도 없지. 이미 성안에 있는 백성들에게 들었느니라. 그 어떤 대륙에서도 일라이 왕국의 음식을 따라갈 순 없다고.”

누가 또 그런 쓸데없는 소리를 한 거야.

플레임을 칼라 왕국으로 보내서 거길 한바탕 뒤집어 놓을 수 있었는데.

아깝게 됐다.

“그래도 결국 왕이 되었군. 하긴. 이상한 일이긴 했어. 난 네가 당연히 왕인 줄 알았거든. 어쩌면 순리대로 일이 흘러간 것이겠지.”

“네 입에서 순리라는 말이 나오다니.”

“크크. 내가 그래도 너보다는 수백 년을 더 살았다. 무시하지 마라, 아슬란.”

알겠으니까 얼른 좀 가라.

너만 있으면 또 뭔 일이 일어날까 봐 심장이 쿵쾅대니까.

“여기 일라이 왕국. 참 마음에 들었어. 내 둥지가 할라즈 성 쪽에 있어서 아쉬울 정도야. 아니지. 이참에 여기 주변에다 새로운 레어를 까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이는데?”

“······저번처럼 또 부숴 줄까?”

그 말에 플레임이 눈을 치켜떴다.

“또 그랬다가는 진짜 가만 안 둬!”

“그러니 허락도 없이 그딴 걸 만들 생각은 하지 마라.”

“······젠장. 둥지를 만드는데 허락까지 받아야 하다니. 한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지금이라도 잘 알았으니 다행이군.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이다.”

“알겠다고. 잔소리는-”

“왕국에 있는 것은 좋으나, 괜한 말썽은 피우지 말거라. 본좌가 항상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순간 나도 모르게 또 그 단어가 튀어 나가고 말았다.

플레임도 그것을 눈치챈 것일까.

“크크크. 본좌라······. 틀린 말은 아니지. 천하의 드래곤을 상대하고도 멀쩡한 놈이니, 적어도 이 대륙의 인간 중에서는 너보다 강한 놈은 없을 거다.”

본좌.

내가 말을 꺼내 놓고도 몸서리가 쳐질 정도로 소름이 돋는다.

하지만 이것은 내가 의도한 것이 아니다.

이게 전부 다 왕이 되면서 뒤바뀐 특성 때문이었다.

[특성 ‘병적인 허세’가 ‘극단적인 허세’로 바뀌게 됩니다.]

[특성 ‘심취’가 ‘자아 과잉’으로 바뀌게 됩니다.]

바라지도 않은 특성 업그레이드였다.

가뜩이나 병신 같은 허세가, 극단적인 허세로 바뀌면서 더 근엄한 병신이 되어 버린 것이다.

가장 큰 변화는 역시나 말투였다.

평소보다 더 근엄하게 목소리가 바뀌었고, 스스로를 본좌라 칭하기까지 하는 말기 증상까지 다다랐다.

더군다나-

“고작 인간뿐이겠는가.”

“뭐?”

“온 대륙에 있는 종족을 통틀어 감히 본좌의 위에 있는 것은 없다.”

“······.”

허세를 부리는 것까지 한 층 더 업그레이드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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