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화
0.01초 소드마스터 96화
쾅-!
연회장의 문이 닫히고 나서야 사람들은 간신히 숨을 쉴 수가 있게 되었다.
“바, 방금 전 그건 대체······.”
“아슬란이 카르만에 필적하는 힘을 가졌다는 것이 거짓이 아니었군.”
“필적? 방금 건 아무리 봐도 아슬란이 카르만을 압도한 것 같은데?”
“쉿! 목소리가 너무 커.”
홀에 모여 있는 사람들은 수군거리며 멍하니 서 있는 카르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
카르만은 그런 그들의 목소리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방금 그건 대체 뭐였지?’
난생처음 겪어 보는, 가히 압도적인 힘이었다.
카르만은 보았다.
아슬란 몸에서 흘러넘치는 어마어마한 투지와 살기를.
마치 거대한 악마의 기운이 그 안에서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듯한 환상이 눈앞에서 펼쳐졌었다.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 순간만큼은 아슬란이 자신을 압도했다는 것을 말이다.
‘아슬란이 저 정도였나?’
검의 원탁 회의에서 봤을 때만 하더라도 저 정도의 힘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설마 그사이에 힘을 더 키운 것일까?
그렇다는 건 이미 정점에 다다라 성장이 멈춰 있는 카르만과 달리, 아슬란은 여전히 성장 중이라는 뜻이었다.
“······.”
카르만은 경직된 자세를 풀고 아슬란이 떠나간 입구 쪽을 바라보았다.
만약 저자를 자신의 손으로 잡는다고 한다면.
‘목숨을 걸어야겠지.’
정말 오랜만에 식은땀이 나게 하는 존재가 나타난 것 같아 카르만은 차갑게 식어 있던 피가 뜨겁게 끓어 오르기 시작했다.
* * *
“호오-”
나타샤는 흥미롭다는 듯 혀를 할짝였다.
카르만과 아슬란의 구도라.
하긴. 이 대륙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 둘의 대결을 궁금해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방금 전 그건 분명 아슬란의 우세로 보였다.
만약 거기서 카르만이 칼을 뽑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슬란이 정말 대륙 최강이라 불리는 카르만을 쓰러뜨렸을까?
“흐흥. 이래서 아슬란이 좋다니까? 한시도 예측할 수 없도록 이런 지루한 파티에 긴장감도 넣어주고 말이야.”
“하지만 너무 무례하지 않습니까?”
“예. 나타샤 님에게 보이던 행동부터 시작해 좋은 분위기에서 이어지는 파티를 완전히 망가뜨렸습니다.”
“나타샤 님께서 얼마나 공들여 준비한 파티인데······! 저 두 사내의 치기 어린 기 싸움에 모두 엉망이 되지 않았습니까?”
그러자 나타샤는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그게 바로 아슬란이 노린 점이었다는 걸 정녕 모르느냐?”
“······네?”
“아슬란이 노린 거라고요?”
“그래. 너희는 아슬란을 뭐라고 생각하는 것이냐. 그냥 검만 휘두를 줄 아는 기사? 아니. 그는 정치를 하는 자다.”
부하들은 그녀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는 일라이 왕국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그리고 그의 아랫사람들 역시 아슬란을 거의 왕처럼 받들고 있지. 아니, 거의 신처럼 떠받드는 중이다. 심지어 백성들마저 아슬란을 저 라할보다 더 높은 존재로 여기고 있다.”
나타샤도 항상 두 귀를 열어 놓고 대륙 곳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듣고 있었다.
당연히 아슬란이 어떻게 국정을 운영하고, 일라이 왕국에서 영향력을 끼치는지 모두 들었다.
“아슬란은 매우 철저한 자다. 그의 사소한 움직임에도 다 뜻이 있지. 다 무너져 가는 일라이 왕국을 세운 것이 과연 운이겠느냐? 음모를 꾸미던 정적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고 힘을 모아 지금의 일라이 왕국을 만들어냈다. 그런 자가 단순히 치기 어린 마음에 기 싸움을 했겠느냐?”
“그럼 나타샤 님께서는 방금 전 행동도 아슬란이 다 계산적으로 움직인 거라는······.”
“그래. 지금 이 연회장을 보거라. 이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들어 봐라. 모두 무슨 얘기를 하고 있지?”
부하들은 잠시 주변을 바라보다 대답했다.
“아슬란 얘기뿐입니다.”
“맞다. 전부 아슬란 얘기뿐이지. 검의 원탁회의 때도 이러했다. 일부러 상대를 도발해 자신의 힘을 보여줌으로써 그날 며칠 동안 아슬란 이야기로 시끄러웠지. 그로 인해 그의 명성이 올라가고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졌다. 이곳도 마찬가지야.”
연회장에서 사람들은 카르만보다 아슬란이 우위에 있는 것이 아니냐는 토론으로 시끄러웠다.
설마 아슬란은 정말 이것을 노렸다는 것인가?
“검의 원탁회의 이후로 아슬란은 카르만에 필적하는 힘을 지녔다고 말이 많았지. 하지만 지금은 어떻게 됐느냐? 둘이 칼을 부딪쳐 싸운 것도 아닌데, 아슬란이 카르만의 위에 있다고 모두 시끄럽게 떠들고 있지 않느냐?”
“······놀랍군요. 설마 아슬란이 그 정도로 철두철미한 성정을 가졌을 줄은 몰랐습니다.”
“한 나라를 쥐어흔들고, 그곳의 백성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든 놈이다. 얼마나 영악하고 치밀하겠느냐?. 그놈이 침대 위에서는 얼마나 다른 모습을 보일지 궁금해지는군.”
“······.”
나타샤는 아쉽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그런데 잘 넘어오지 않는단 말이지. 혹시 내가 안 예쁜가? 말해 봐라. 내 얼굴이 너무 나이 들어 보이느냐?”
“그, 그럴 리가요! 당치도 않은 말씀이십니다!”
“예. 이 대륙에서 나타샤 님의 외모를 따라갈 사람은 없습니다!”
“호호. 그래. 너희가 그렇게 말한다면 그 말이 맞겠지.”
하지만 아무리 얼굴이 예쁘고 매번 강렬한 색욕을 내뿜는데도 아슬란은 요지부동이었다.
오히려 경멸스러운 눈빛마저 보내기까지 한다.
그것이 나타샤를 더욱 흥분하게 만들었다.
“그러고 보니 하리엘이 같이 왔었지······.”
설마 하리엘에게 아직도 마음이 있는 건가?
하리엘이 아슬란 곁에 있다는 건 그녀도 그에게 마음이 분명 있다는 뜻일 터.
“둘이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는 얘기는 못 들은 것 같은데.”
서로 눈치만 보면서 간을 보고 있는 건가?
답답해서야 원.
“흐음- 그렇다면······.”
뭔가 재밌는 생각이 떠오른 나타샤가 음흉한 웃음소리를 냈다.
* * *
“어휴. 시발.”
지정된 숙소로 들어오고 문이 닫힌 뒤에야 나는 꼿꼿하게 세우고 있던 허리와 다리에 힘이 쫙 풀렸다.
“진짜 큰일 날 뻔했네.”
다른 사람도 아니고 하필이면 카르만과 부딪히다니.
그냥 좋게 넘어갔어도 될 일을, 이놈의 허세가 난동을 피우는 바람에 사이만 험악해졌다.
“만약 그때 싸웠다면-”
보나 마나 결과는 뻔했다.
내가 가진 찰나의 괴력으로 카르만을 그 자리에서 베었다고 해도 그를 이긴 것이 아니다.
카르만의 무서운 점은 단순히 무력이 높아서가 아닌, 그가 가진 사기적인 특성들 때문이니까.
그는 불굴이란 능력으로 치명적인 데미지를 한번 흡수할 수가 있고, 만약 그 자리에서 몸이 반 토막 났어도 분신이라는 능력이 있어 그 몸을 죽여도 그것은 분신이라 다른 몸으로 다시 돌아오게 된다.
“괜히 대륙 최강이 아니지.”
그래서 고인물들이 뉴비에게 이 게임을 추천할 때, 시작부터 먼치킨 캐릭으로 무쌍을 찍고 싶다면 카르만을 선택하라고 조언을 해 준다.
“나중 가서 저 카르만보다 더 세지는 알렉산더는 대체 얼마나 괴물인 거야.”
그래서 이 게임은 무력이나 지력 수치보다는 그 캐릭터가 가진 특성이 더욱 중요했다. 스펙업을 한다고 내가 괜히 스킬 붙은 아이템을 찾아다니는 것이 아니다.
“그래도 잘 빠져나왔다.”
내가 연회장을 빠르게 나온 것도 카르만처럼 괜히 시비를 걸어 일이 커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 나는 무려 극악 난이도로 플레이를 하고 있지 않은가.
언제 어디서 내 목숨을 위협하는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에 늘 조심해야 한다.
그렇기에 네임드가 득실거리는 장소를 벗어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도 여기 가만히 앉아만 있는 건 좀 그렇겠지?”
마법 축제는 단순히 위정자들만의 축제가 아닌, 모든 마법사를 위한 축제였다.
각 왕국에 있는, 혹은 떠돌이 마법사들이 샤나 왕국에 모여 자신이 가진 마법의 힘을 뽐내고, 그들이 직접 만들고 개발한 마법 도구들을 공개한다.
거기서 마음에 드는 마법사가 있으면 자기 왕국으로 데려가는 권세가들도 있고, 아니면 어떤 마법사가 만든 도구가 마음에 들어 돈을 투자하는 경우도 있다.
즉, 마법사들에게는 크나큰 기회나 다름없는 축제라는 뜻이었다.
“쓸만한 마법사들이 좀 있으면 데려가고 싶은데.”
플레이어들도 그래서 마법 축제에 참여해 여러 아이템을 얻거나, 마법사들을 스카우트해 국력을 키우는 것에 집중하곤 한다.
나 역시 이 파밍 기회를 그냥 놓칠 순 없었다.
적당히 볼거리도 구경하면서 눈에 띄는 것이 있으면 한번 사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흠흠.”
나는 목을 가다듬은 뒤 말했다.
“밖에 누구 있느냐?”
“예!”
들어오는 건 알렉산더였다.
“축제가 열리는 곳으로 가봐야겠다.”
“예,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밖에는 알렉산더와 몇몇 기사들이 있었다.
보통 낮과 밤을 나눠 돌아가면서 내 호위를 맡기 때문에 아론은 숙소로 쉬러 들어간 것 같았다.
그런데,
“대기사단장님~! 혹시 밖으로 구경 가시나요?”
나를 기다리고 있는 건 이들뿐만이 아닌, 라파엘도 있었다.
“저도 같이 가요!”
“······그러지.”
라파엘도 마법사이니, 당연 이런 축제를 기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리엘은?”
“아! 하리엘 언니는 잠깐 숙소에 있다가 누군가의 부름을 받고 나갔어요.”
“누군가의 부름?”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하리엘 언니를 보고 홀딱 반한 사내가 아니겠어요? 호호. 이런 일이 한두 번도 아니고.”
하긴. 하리엘 정도의 외모라면 남자가 꼬일 만도 하지.
그런데 하리엘이 보통 성격이 아니라서 웬만한 남자로는 그녀를 품을 수 없을 텐데.
거기다 그녀는 무려 교단의 검이니, 더더욱 남자를 가까이하지 않으니까.
“알겠다.”
“어머. 혹시 하리엘 언니가 신경 쓰이시는 건가요?”
“······같이 나가기 싫으면 그냥 여기 있거라.”
“아, 아니에요! 같이 갈래요!”
나는 라파엘과 함께 왕궁 밖을 나섰다.
시장통처럼 열린 축제는 곳곳에서 마법쇼가 벌어지고 있었고, 자신이 만든 마법 도구를 열심히 광고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자! 이 빗자루로 말할 것 같으면, 마력 소모를 최소한으로 낮추고 동시에 속력은 최대한으로 높여 놓은 마법의 빗자루라 할 수 있소!”
“이 망토만 있다면 가벼운 마법과 함께 몸 전체를 숨길 수가 있지!”
“이 침낭을 쓰게 된다면 그 어떤 추위도 견딜 수 있고······!”
그중에는 사기꾼도 있을 테고, 진짜 쓸모 있는 마법사들도 있을 것이다.
난 조용히 그들을 구경하며 길을 가던 중, 라파엘이 어느 한 곳을 가리켰다.
“아! 저기 한번 가보실래요?”
그녀가 가리킨 곳은 유독 화려하게 마법 조명이 달려있는 술집이었다.
“저곳에서 샤나 왕국의 특산물인 루옹 열매로 만든 술을 판대요! 꼭 한번 먹어 봐야 된다고요!”
루옹 열매 술이라면 나도 알고 있다.
연인과 키스를 하는 듯한 달콤한 맛이라던데······.
“흠.”
갑자기 궁금해졌다.
나는 라파엘과 같이 술집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런데 안에서 옥신각신거리는 사내들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리고 있었다.
“워워. 난 자네들과 싸우러 온 것이 아니야.”
“하지만 방금 네놈이 우리 국왕을 우습게 여기지 않았느냐!”
“그냥 있는 사실을 말했을 뿐. 오늘 연회장에서 아슬란 대기사단장님이 국왕 카르만을 압도한 것은 사실이지 않나?”
“뭐야?! 이놈이 끝까지!”
저놈은 또 왜 저기서 가만히 있는 카르만 기사들을 건드리고 있어?
술집에는 아론과 몇몇 기사가 함께 있었다.
“화내지 말게. 두 분의 실력은 우리 모두가 인정하는 바이지 않나. 오늘 일로 미뤄보건대, 조만간 두 분께서 누가 더 우위에 있는지 실력을 가릴 것 같던데. 그때 가서 확인하면 되지 않나?”
가리긴 뭘 가려.
아론 저놈이 누굴 죽일 셈인가.
“흥! 거짓만 일삼는 너희 왕국의 대기사단장에게 우리 국왕께서 패배하실 것 같으냐?”
“뭐?! 거짓만 일삼아?”
“감히 누구보고 그런 소리를!”
칼라 왕국 기사의 도발에 우리 왕국 기사들이 역정을 냈다.
그러자 아론이 그들을 중재하며 나섰다.
“아아. 모두 그만.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난 싸우려고 온 게 아니야. 이렇게 서로 다른 왕국 기사들끼리 언제 또 술잔을 나눠 보겠나? 그런데 대체 우리가 어떤 거짓을 일삼는다는 거지? 말해 줄 수 있겠나?”
“아슬란이 드래곤의 레어를 박살 내고, 그곳에 있던 드래곤을 쳐죽인 것. 그리고 지옥으로 쳐들어가 직접 대악마에게 심판을 내린 것. 또한 라할의 화신으로 성수를 만들어냈다는 것! 이게 다 거짓말이 아니면 뭐란 말이냐?”
“흠······. 확실히 조금 와전된 것이 있긴 하군. 하지만 성수에 대한 건 절대 거짓이 아닐세.”
“뭐, 뭐야? 대체 신전도 아닌데, 성수를 어떻게 만든다는 것이냐?”
아론은 씨익 웃으며 테이블 위로 올라가 술집에 있는 모두에게 병을 보여주었다.
“이곳에 자네들이 그토록 궁금해하는 성수가 있지. 우린 이걸 매일 물처럼 마신다네. 아슬란 님의 축복을 떠올리면서 말이야. 왜냐하면 우리 일라이 왕국에는 이 성수가 폭포수처럼 샘솟거든.”
“거짓이다!”
“어디서 속내가 뻔히 보이는 거짓말을!”
야유를 퍼붓는 군중 속에 한 기사가 앞으로 나섰다.
“그게 진짜라면 이 상처를 치료할 수 있겠지!?”
“음?”
“한 달 전 악마와의 전투에서 입은 상처다. 마법의 힘으로 간신히 버티고 있긴 하지만, 마기로 인해 점점 살이 썩어들어가고 있다. 성수로는 이 마기를 없앨 수 있다고 하던데?”
“아아-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아론은 기사의 어깨에 나 있는 상처에다 성수를 부었다.
“크윽!”
그러자 상처에서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오더니, 곧 그 연기가 황금빛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어떤가?”
잠시 괴로워하던 기사는 아론의 말에 어깨 상처를 바라보았다.
“이, 이럴 수가. 마법으로도 치유가 되지 않았던 상처가······.”
살을 썩게 만들던 마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고, 점점 살이 아물고 있었다.
“이래도 내가 거짓을 말하는 거 같나?”
“······.”
아론은 거기서 한술 더 뜨며 술잔을 들었다.
“이 술잔에 담긴 술을 잘 보시게.”
그 투명한 잔에 성수를 몇 방울 넣으니, 술의 색깔이 황금빛으로 변하며 그 안에서 매혹적으로 찰랑거렸다.
“우, 우와아-.”
“정말 성수였잖아?”
술집에 모여 있던 각 왕국의 기사들은 당연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바로 성수로 만든 술이다.”
“!?”
아론이 그것을 꿀꺽꿀꺽 들이켜자 기사들은 군침을 삼켰다.
“크- 역시 그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천상의 맛이로군.”
“나, 나도 한 모금만 주시오!”
“나도! 나도 맛보고 싶소!”
방금 전까지 의심으로 가득하던 기사들의 태도가 완전히 바뀌었다.
그들은 아우성을 치며 제발 한 방울만 달라고 애원했다.
그러나 아론은 성수가 들어 있는 병의 뚜껑을 닫으며 말했다.
“오직 아슬란 님을 따르고, 그분을 섬기는 자만이 이 성수를 마실 수 있다. 너희같이 정화되지 않는 부정한 자들은 감히 입에 댈 수 없어. 그러니 이 성수를 맛보고 싶다면 일라이 왕국으로 오너라. 그곳에서 아슬란 님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목숨을 다해 그분을 따르겠다 맹세한다면 맛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지.”
“오오-”
“역시 소문이 다 사실이었단 말인가?”
“그래. 전부 사실이다. 오히려 소문이 함축된 거 같더군. 그분은 너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위대하신 분이다! 그분의 업적을 내 오늘 여기서 밤이 새도록 얘기해주도록 하지!”
“오오오-!”
기사들은 술잔으로 테이블을 치며 아론에게 호응을 해주고 있었다.
그는 일라이 왕국에서 그러는 것처럼, 이곳에서도 똑같이 이들을 열심히 선동하는 중이었다.
“······.”
왠지 아론이 점점 사이비 종교의 교주가 되어 가고 있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