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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초 소드마스터-85화 (85/200)
  • 85화

    0.01초 소드마스터 85화

    르데만은 쓰러진 자리에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를 따라 할라즈 왕국으로 출정한 가자르 왕국의 군대는 결코 오합지졸이 아니다.

    칼라 왕국 다음으로 강하다는 정예 병사들이다.

    제 아무리 아슬란의 위명이 대륙을 떨치고 있어도 가자르 왕국은 그 이름을 두려워 하지 않았다.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말이다.

    “우으으-.”

    “이, 이런 말도 안 되는······.”

    “사, 살려줘. 귀가 안 들려.”

    “괴물이다. 저, 저건 괴물이야!”

    이들을 보라.

    두려움에 몸을 떨고 있으며 누구 하나 자리에서 일어나지를 못 하고 있다.

    저 붉은 망토를 휘날리며 자신들을 내려다보고 있는 저 사내를 모두 경배 하듯이 말이다.

    ‘이것이 아슬란인가.’

    악마 사냥꾼, 빛의 기사, 카르만에 필적하는 강자.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남자, 아슬란.

    그의 힘은 그저 소문에 불과한 허상이라고 생각했건만.

    사실은 그 소문이 축소된 것이었다.

    ‘카르만이 와도 과연 저 남자를 이길 수 있을까?’

    목소리만으로 이 대군을 굴복시킨 남자다.

    하물며 카르만이라고 해서 다르겠는가?

    그도 똑같은 인간이거늘.

    “이, 이렇게 포기할 순 없다.”

    하지만 두려움보다 앞서는 것이 바로 사람의 욕심이라 했다.

    르데만은 자리에서 일어나 아직도 자빠져 있는 병사들에게 소리쳤다.

    “뭣들 하고 있어!! 얼른 일어나라! 너희는 최강의 가자르 왕국 기사다! 그런데 겨우 목소리 하나에 벌벌 떨며 여기 처박혀 있을 거냐!?”

    “······.”

    그러나 그들은 반응이 없었다.

    설마 방금 전 그것으로 청력을 전부 잃은 것인가, 아니면 그냥 못 들은 척을 하는 것인가.

    “얼른 일어나라고, 이 한심한 놈들아!”

    그는 급기야 쓰러져 있는 병사들에게 발길질까지 했다.

    “가서 싸워라! 가자르 왕국의 명예를 이대로 짓밟아 버릴 셈이냐? 가서 내 왕국을 되찾아 오란 말이다!”

    바로 그때였다.

    뿌우우우-!

    둥-! 두둥-!

    뿔나팔 소리와 함께 북소리가 울리면서 일라이 왕국의 군대가 앞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저건······.”

    화살과 웬만한 마법으로는 뚫리지 않는다는 중갑 기병.

    벌써 일라이 왕국은 저 정도의 군사 기술을 만들었다는 건가.

    그러나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쐐애애애액-!!

    무언가가 하늘 위로 번쩍 날아오르더니, 그것이 땅에 닿자마자-.

    콰앙-!! 콰쾅-!!

    큰 폭발을 일으키며 사방에서 터지기 시작했다.

    “으아아악!”

    “크악!”

    이건 또 무슨 기술이란 말인가.

    분명 마법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런 폭발력을 보이다니!

    가뜩이나 아슬란에 의해 사기가 꺾일 대로 꺾인 가자르 왕국 군대는 쏟아지는 칼루탄에 의해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

    “도, 도망가!!”

    “괴물의 군대다!! 도망쳐라!”

    결국 그들은 허겁지겁 자리에서 일어나 도망을 쳐댔다.

    “안 돼! 어딜 가는 것이냐! 이놈들!”

    르데만은 도망치려는 기사들을 붙잡아 못 가게 막았다.

    하지만 그런 그를 저지하는 건 다름 아닌 가자르 왕국의 대기사단장, 레키엘이었다.

    그는 르데만의 몸에 걷어 차며 대노한 목소리로 말했다.

    “감히 내 기사들에게 무슨 짓이더냐.”

    “레, 레키엘 대기사단장. 당신이야 말로 뭐하는 것이오? 이대로 물러날 생각인가? 당신의 왕은 분명히 할라즈 왕국을 수복하라 했을 텐데!”

    “우리 왕께서도 지금 이 상황을 보셨다면 내 결정에 따르셨을 것이다.”

    “뭐, 뭐야?”

    레키엘은 천천히 다가오고 있는 일라이 왕국의 군대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동안 우리가 너무 일라이 왕국을 우습게 봤어. 지금 이 상태로 싸운다면 필시 우리의 패배다. 그럼 주력군을 잃은 가자르 왕국은 할라즈 왕국처럼 멸망하겠지. 저 아슬란의 손에 말이다.”

    “······!”

    “남의 왕국 싸움에 우리 왕국까지 멸망하게 놔 둘 순 없다.”

    “아, 아니오. 지, 지금이라도 힘을 모아 싸운다면 이길 수 있소!”

    “닥쳐라! 방금 전 그 힘을 보고도 모르겠느냐?!”

    레키엘의 몸이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그건······ 내 평생 경험해 보지 못 한 힘이었다. 저런 힘을 보고도 대체 어떻게 싸우라는 게야!”

    레키엘은 르데만에게서 몸을 돌리며 말했다.

    “아슬란의 말대로 넌 망국의 왕이다. 난 네 개가 되어 줄 생각이 없어.”

    멍하니 넋을 놓고 있는 르데만을 놔두고 레키엘은 두 대마법사, 로멜리오스와 아르산에게 달려갔다.

    “둘은 괜찮나?”

    “그래. 좀 충격이 크긴 하지만······ 괜찮다.”

    두 사람은 보호막을 펼쳐 떨어지고 있는 공격을 막아내고 있는 중이었다.

    “저것이 일라이 왕국이 개발했다는 칼루탄이라는 것이군.”

    “마법탄보다 훨씬 더 강력하고 사거리도 길다. 저런 살상 무기를 일라이 왕국이 가장 먼저 개발할 줄이야.”

    왕국의 대마법사이기에 항상 새로운 마법과 무기에 호기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레키엘은 그런 둘을 못 마땅하게 쳐다보며 다그쳤다.

    “지금 감탄하고 있을 때인가? 일라이 왕국 군대가 물 밀 듯이 치고 들어오면 우린 모두 전멸이야.”

    “알고 있네. 설마 우리 왕국의 군대가 고작 목소리 하나에 이렇게 무력해질 줄 누가 알았겠나?”

    “······.”

    “하지만 이상한 일이군. 아슬란이 선봉에 서서 돌격을 한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해보지 못하고 멸절할 텐데 말일세.”

    그건 레키엘도 이상하게 생각하는 일이었다.

    아슬란이 아닌, 다른 이가 선봉으로 서서 공격을 감행했다면 한번 부딪혀 봤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아슬란이 선봉에 서서 저 무시무시한 포효를 또 한번 터트린다면 손 쓸 새도 없이 가자르 왕국 군대는 쓸려 나갈 터.

    “그런데도 공격하지 않고 있다는 건······.”

    “마지막 자비를 베푸는 거겠지.”

    “우리 가자르 왕국을 상대로? 우리가 어떤 보복을 할 줄 알고?”

    “방금 보지 않았나. 우리가 보복을 하려고 군을 일으킨다고 해도 자네는 정녕 저 괴물을 쓰러뜨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

    레키엘은 입술을 꾹 깨물었다.

    로멜리오스의 말대로 지금 여기서 두 배가 넘는 군을 모은다고 할지언정 아슬란을 쓰러뜨리는 그림이 좀처럼 그려지지 않는다.

    “제기랄.”

    결국 그는 쓴 침을 삼키며 소리쳤다.

    “모두 왕국 경계선까지 빠르게 퇴각한다!! 자네들은 후방을 맡아 주게.”

    “그러지. 얼른 군을 수습하시게. 아슬란의 인내심이 다 달하기 전에.”

    레키엘은 고개를 끄덕이며 서둘러 혼비백산 하고 있는 군을 수습하고자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면서 슬쩍 뒤를 바라보았다.

    아슬란은 여전히 붉은 망토를 휘날리며 저 위에서 자신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 * *

    “퇴각하라!!”

    “퇴각! 퇴각이다!!”

    나는 흙먼지를 일으키며 물러나고 있는 가자르 왕국의 군대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드디어 가나?’

    난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전장의 포효를 터트린 뒤, 칼루탄을 쏟아부어 놈들의 전의를 꺾어 버렸다.

    그게 제대로 먹혀 들면서 저렇게 꽁무니 빠지게 도망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저놈들이 도망치지 않고 끝까지 싸우겠다고 버텼다면 우리 군의 피해도 막심했을 것이다.

    “대기사단장님! 명령만 내려 주십시오!”

    “당장 가서 놈들을 도륙하고 오겠습니다!”

    아론과 기사들이 소리쳤다.

    이거 완전 전쟁광들 아니야?

    “······.”

    나는 그들을 날카롭게 노려보았다.

    그러자 아론과 기사들이 화들짝 놀라며 얼른 고개를 숙였다.

    “기사의 긍지와 명예를 버리고 등을 보이며 도망치는 적을 쫓아가고 싶다는 것이냐?”

    “그, 그것이······.”

    “저런 놈들을 도륙하여 너희의 명예를 더럽히지 말거라. 놈들의 피를 묻히는 것조차 기사의 수치다. 알겠느냐?”

    “예!!”

    “과연 옳으신 말씀입니다!”

    옳긴 개뿔.

    괜히 따라가다 잘못될 수도 있기 때문이지.

    가자르 왕국의 대기사단장, 레키엘은 [반격]이라는 특성이 있어 잘못 따라갔다가 역관광을 당하기 일쑤였다.

    그래서 그냥 도망치도록 놔두는 게 상책이다.

    물론 레바노스도 있기 때문에 우리 군이 패배하진 않겠지만, 압도적으로 이길 수도 없기에 그 이후에 벌어질 후폭풍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대기사단장님. 저기 한 놈이 남아 있습니다.”

    가자르 왕국의 군대가 떠나간 자리에 홀로 남아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할라즈 왕국의 왕, 르데만이었다.

    “저자를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나는 힐긋 르데만을 쳐다본 뒤 이내 몸을 돌렸다.

    “제 왕국을 버리고 간 자에게는 아무런 관심도 없다. 알아서 하거라.”

    저대로 놔두면 르데만은 알아서 죽을 것이다.

    난 신경 쓰지 않고 이제 그만 왕국으로 돌아가려 했다.

    “대기사단장님. 성에서 백성들이 모두 대기사단장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

    “이제 할라즈 왕국은 일라이 왕국의 아래로 들어갈 것입니다. 그로 인해 백성들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습니다. 대기사단장님께서 한 말씀을 해주신다면 안정이 될지도 모릅니다.”

    켈린 이놈이 쓸데없는 짓을 한 것이 아니다.

    보통 성이나 왕국을 정복하게 되면 그곳의 백성들을 안정시키기 위해 직위가 높은 이가 나서서 연설을 하곤 하다.

    아슬란에게는 군림과 중후한 매력이라는 특성이 있어서 조금 잘 먹히는 캐릭터라 할 수 있지만, 그것보다 강렬한 한 방이 필요했다.

    그때 나는 포효 스킬 설명에 있는 문장이 떠올랐다.

    -시전자의 포효를 듣게 된 아군은 사기가 올라갑니다. 적군은 사기가 저하됩니다.

    혹시 이게 먹힌다면······?

    * * *

    “······.”

    망연자실하며 무릎을 꿇은 채로 제자리를 지키고 있던 르데만의 머리 위로 검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망국의 왕다운 모습이구나.”

    고개를 들어 보니 대마법사 켈린이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 르데만은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

    “켈린. 감히 네가 나를 배신해?!”

    “웃기지 마라. 할라즈를 먼저 버린 건 네놈이지 않나!”

    “나와 같이 가자고 분명 말했을 텐데? 그건 거절한 건 바로 너였다.”

    “미친놈. 왕국의 백성들을 버리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하는 게 바로 왕이 가져야 할 자세 아닌가?!”

    화가 머리 끝까지 난 켈린은 르데만의 머리카락을 움켜 쥐었다.

    “그래. 죽여라.”

    “······아니. 이대로 죽이는 건 아깝지.”

    “뭐, 뭐라?”

    “너에게 똑똑히 보여주겠다. 너의 왕국, 할라즈가 이제 어떻게 변하는지.”

    켈린은 그의 머리채를 놓은 뒤 부하들에게 명했다.

    “놈을 끌고 와라. 성까지 갈 것이다.”

    “예!”

    그를 데리고 성에 도착했을 땐 이미 백성들이 전부 모여 있었고, 단상 위로 아슬란이 올라가 있었다.

    켈린은 그 인파 속에 르데만과 함께 끼어 들었다.

    백성들은 혼란에 빠져 있었고, 자신들에게 닥친 앞으로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걱정이 앞서 보였다.

    망국의 백성들은 보통 노예로 팔리거나, 인간보다 못 한 삶을 살지 않던가.

    그런 불안감이 이들에게 닥친 것이었다.

    “······.”

    오랫동안 말 없이 백성들을 둘러보던 아슬란.

    그는 천천히 말문을 열었다.

    [할라즈 왕국의 백성들이여.]

    웅장한 목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아까 평야에서 듣던 그 목소리와 마찬가지로 머리를 울렸으나, 그때와는 달리 위협적인 느낌이 나진 않았다.

    여전히 위압적이나, 부드러운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혼란스러웠던 백성들이 저 한 마디로 고요해졌다.

    [근심하지 마라. 난 너희를 굴복시킬 생각이 없다.]

    아슬란은 그런 그들을 보듬어 주는 듯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너희가 어떤 이름으로 살아갈지는 너희에게 맡기겠다. 끝까지 할라즈 왕국의 사람으로 남고 싶다면 그대로 살거라. 핍박하지 않겠다.]

    “······?”

    “할라즈 왕국을 이대로 놔둔다는 건가?”

    “그럼 우리 왕국은 안 망하는 거야?”

    백성들의 웅성 거림에 켈린도 당황하긴 마찬가지였다.

    대체 아슬란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지?

    [허나······ 너희가 할라즈라는 이름을 버리고 일라이 왕국의 백성이 되겠다고 결심한다면 나 아슬란의 이름과 명예를 걸고 약속해 주겠다.]

    이어지는 아슬란의 음성에 강한 힘이 깃들었다.

    [너희가 타 왕국의 백성이라고 해서 난 차별하지 않을 것이다. 너희가 누군가에게 공격을 받는다면 나와 내 기사들이 너희를 지켜 줄 것이며, 너희를 죽이는 자가 있다면 지옥 끝까지 쫓아가 복수할 것이다.]

    “······!”

    [하지만 그것이 싫다면 난 이곳에서 미련 없이 떠나겠다.]

    무거운 침묵이 성안에 감돌았다.

    그러던 중 어느 청년 하나가 소리쳤다.

    “우리 왕은 우리를 버리고 떠났습니다!”

    “맞습니다! 당신도 우리를 언제든 버리려는 게 아닙니까!?”

    왕조차 버린 곳이다.

    그런데 외지인이라고 해서 다르겠는가.

    언제든 버려질 것이라는 강한 두려움이 이들에게 남아 있었다.

    이런 의심이 강하게 자리 잡는다면 누구도 이들을 품어 줄 수가 없다.

    그런데,

    스르릉-!

    갑자기 아슬란이 천천히 칼을 뽑더니, 그대로 자기 손바닥을 그어 버렸다.

    “!?”

    그러고는 손에서 흐르는 피를 바닥에 뿌렸다.

    “저, 저런!”

    “피에서 성스러운 빛이?!”

    놀랍게도 바닥에 떨어지는 피가 밝은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아슬란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백성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 아슬란의 이름을 걸고 맹세하겠다. 너희가 나를 버리지 않는 한, 내가 너희를 먼저 버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면서 마지막 한 방울까지 피를 뿌리며 말을 이었다.

    “이 피는 그 증표가 될 것이다.”

    그들은 마른침을 삼키며 피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는 빛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제 선택은 너희의 몫이다. 망국의 백성으로 계속 살아 가겠느냐, 아니면 새로운 왕국의 백성이 되어 나와 함께 꿈을 꿔 볼 것이냐?”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하나 둘 소리쳤다.

    “다, 당신의 백성이 되고 싶습니다!”

    “우리도 일라이 왕국의 백성으로 삼아 주십시오!!”

    잠시 잦아 들었던 아슬란의 포효가 다시 한번 이어졌다.

    [정녕 망국의 이름을 버리고 일라이 왕국의 백성이 되고 싶으냐?]

    “예!!”

    큰 목소리로 대답하는 백성들을 스윽 훑어보며 아슬란이 말했다.

    [너희는 이제 일라이 왕국의 자랑스러운 백성들이다.]

    그 진한 울림에 백성들이 다 함께 함성을 내질렀다.

    “우와아아아-!!”

    [나의 약속이 의심된다면 이곳에 뿌려진 나의 피를 보고 새기거라. 앞으로 난 너희와 영원히 함께 할 것이다!]

    “와아아-!!”

    그곳에서 퍼져 나가는 어마어마한 떨림에 켈린은 몸을 떨고 있었다.

    이 상황을 통탄스럽게 보고 있던 르데만조차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보아라, 르데만.”

    켈린은 그런 르데만에게 말했다.

    “저분이 이제 우리의 새로운 왕이시다.”

    르데만은 켈린의 눈동자에서 활활 타오르고 있는 불꽃을 보았다.

    이제껏 자신에게는 단 한번도 보인 적이 없는, 뜨거운 눈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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