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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초 소드마스터-74화 (74/200)

74화

0.01초 소드마스터 74화

“라이텐 님도 참 급하셨군. 우리가 즐길 거리는 하나도 남겨 두지 않으시다니.”

“오랜만에 맛보는 다른 종족의 피이지 않나. 이 정도는 우리가 이해해 드려야지.”

보좌관들은 아쉬운 김에 웅덩이처럼 고인 피를 손가락으로 찍어 먹었다.

“흐음. 그래. 이것이 인간의 피 맛이었어. 이 짜릿한 맛. 너무 오랜만이야.”

“이제 이런 싱싱한 피 맛을 온종일 느낄 수 있다는 건가? 크흐흐.”

라이텐의 성정 못지않은 잔인함과 흉포함을 지닌 보좌관들.

저들까지 이 대륙에 풀려났으니, 이제 이 카팰 대륙의 미래는 불을 보듯 뻔했다.

“천천히 즐겨 주십시오, 보좌관님들. 이 밖으로도 즐길 거리가 매우 넘······.”

바로 그때였다.

스걱-!

섬뜩한 절삭음과 함께 온 하늘을 뒤덮을 만큼 강렬한 빛이 번쩍이다 사라졌다.

“방금 그건 뭐지?”

“분명 황금빛이었는데······?”

그리고,

“크아아아악!!”

라이텐이 비명을 질러댔다.

그것도 몸이 반으로 쪼개져 버린 모습으로 말이다.

“저, 저게 무슨!”

이 자리에 있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 한 일이었다.

이 대륙에서 저 라이텐의 몸을 일격에 가를 수 있는 존재가 있을 거라고는 말이다.

‘대체 누구지?’

무려 대악마다.

그런데 상대는 무슨 진흙을 가르듯이 너무나도 가볍게 라이텐을 갈라 버렸다.

‘설마 라일라칸?’

대륙 최강자라 불렸던 라일라칸.

그가 부활이라도 한 것일까?

하지만 아무리 라일라칸이 이곳에 왔다고 하더라도-.

“저놈이 무슨 술수를 부렸는지는 몰라도······.”

“라이텐 님은 특별한 존재이시다. 고작 저런 걸로 죽지 않아!”

보좌관들의 말대로 대악마란 존재는 불사에 가깝다.

저 몸을 가른다고 한들, 저 마기를 완전히 정화시키지 않는 한 그는 그릇을 옮겨 다니며 계속해서 살아날 것이다.

그것이 바로 대악마의 권능이라 할 수 있다.

이제 저 소용돌이 치고 있는 마기가 곧 보좌관 중 하나의 몸에 들어와 그 그릇을 대신하게 될······.

콰아아아-!!

그런데,

“······?”

그릇을 옮겨 부활을 준비하는 라이텐의 마기가, 저 남자의 칼끝에 찔려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뭐, 뭘 하는 거야. 저놈이 지금.”

“설마 라이텐님의 마기를······?!”

그 기괴한 광경에 보좌관들은 안색을 굳혔다.

저 인간은 라이텐의 마기를 빨아들이는 것 같더니, 곧 그 마기 전체가 황금빛 물결로 뒤바뀌고 있었다.

“저, 저건!?”

“라할의 빛?”

그제야 이들도 저 남자가 무엇을 하는지 알아차렸다.

저자는 지금 라이텐의 마기를 정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저 신성한 빛으로 말이다.

그때 테르카나는 왜인지 노트라드가 담긴 예언서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보아라. 하늘의 뜻을 이어받은 빛의 기사가 어둠을 집어삼키고, 그것을 빛으로 정화하리라.]

저것이 예언 속에만 존재한다던 빛의 기사인가.

그저 노망난 늙은이의 헛소리인 줄 알았더니-!

파앗-!!

둥그렇게 퍼져 나가는 빛의 고리와 함께 라이텐의 마기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그저 반으로 갈라진 채로 썩어 문드러져 가는 그의 시체만이 덩그러니 바닥에 놓여 있을 뿐이다.

“마, 말도 안 돼.”

“라, 라이텐 님이······ 라이텐 님이······!”

보좌관들은 라이텐의 죽음을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건 테르카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설마 이곳에서, 그것도 인간의 영토에서 저 라이텐이 죽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여, 여기로 온다.”

라이텐을 이 땅에서 완전히 지워 버린 그가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어디선가 역겨운 냄새가 난다 했더니-”

어느새 저 남자의 둔중한 음성이 귀에 울릴 정도로 거리가 가까워졌다.

“감히 더러운 쥐새끼들이 내 영토를 더럽히고 있었구나.”

“!?”

어마어마한 위압감이다.

고작 인간이 저 정도의 존재감을 풍길 줄이야.

그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몸이 굳어 버리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일까.

“으으-”

보좌관 중 하나가 먼저 냅다 뒤로 물러나며 그들이 나왔던 차원의 문을 다시 쏘옥 들어갔다.

그러자 다른 보좌관이 꾸짖듯 소리쳤다.

“뭐, 뭐 하는 거야! 라이텐 님의 복수를 해야지!”

“복수는 얼어 죽을! 라이텐 님을 일격에 죽이고 그분의 마기를 정화한 자다! 우리 같은 게 떼로 덤벼도 상대할 수 있을 것 같냐? 죽으려면 너 혼자 가서 죽어!”

그 말에 다른 보좌관들도 하나둘 차원의 문으로 다시 들어갔다.

그들이 끔찍하게 싫어하던 무저갱을 제 발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보좌관마저 이를 악물며 도망치듯 차원의 문에 다다랐을 때, 그는 남자에게 물었다.

“인간, 네 이름이 무엇이냐?”

그러자 남자는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더러운 잡귀들한테 알려 줄 이름 따위는 없다.”

“······!”

“감히 이 몸 앞에서 도망치는 것이냐?”

보좌관들은 저 남자가 따라오기 전에 얼른 문부터 닫았다.

그러고는 소리쳤다.

“네 얼굴을 기억하겠다, 인간! 우린 반드시······반드시 돌아올······.”

쿠웅-!

그렇게 문이 닫혔다.

“······.”

테르카나는 어이가 없었다.

이 비겁한 놈들.

애써 어렵게 문을 열어 놓았더니, 이렇게 허무하게 도망친다고?

졸지에 테르카나는 붉은 망토를 화려하게 펄럭이고 있는 남성과 단둘이 남게 되었다. 하지만 여유를 잃진 않았다.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거, 예상 밖이로군. 설마 라이텐이 인간의 손에 죽을 줄이야. 그것도 아슬란 당신의 손에.”

그는 상대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

무저갱에 갇혀 살던 악마들은 모르겠지만, 대륙을 돌아다니는 테르카나가 어찌 아슬란을 모를 수 있을까.

“빛의 기사라는 소문이 자자하던데. 오늘 그게 헛소문이 아니라는 것을 직접 증명했군.”

“시끄럽구나.”

“······?”

“언제까지 쫑알쫑알 시끄럽게 떠들어 댈 생각이지?”

테르카나는 힐끗 비열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나를 죽이기라도 할 건가? 미안하지만, 아무리 너라도 날 죽일 순 없다.”

그러자 아슬란도 비웃음 젖은 입가를 보였다.

“자신만만하군. 그 몸뚱이가 분신이라고, 네 목숨은 영원히 안전할 거라 생각하는 것이냐?”

“!?”

테르카나의 안색이 일순 당혹감으로 물들었다.

그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한 것을, 대체 아슬란 저자가 어떻게!

“이 아슬란을 우습게 보지 말거라. 내 눈은 모든 것을 꿰뚫어 보고 있다. 빈 껍데기인 네 몸조차도 내게는 보인다. 너의 본체가 어디에 있는지도 내 눈은 알 수 있다.”

테르카나는 뒷걸음질을 쳤다.

말도 안 되는 얘기다.

분신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자신의 본체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낼 수 있을 리 없다.

하지만,

‘저 눈빛은-’

거짓을 말하는 것 같지 않았다.

위엄 넘치는 저 목소리 역시 진실만을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다는 건 정말로,

‘내가 어디에 있는지 금방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인가?’

테르카나는 입술을 깨물며 뒤로 물러났다.

괜히 여유를 부렸다가는 저 라이텐처럼 어떤 꼴을 당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오늘의 파티는 여기까지인 것 같군.”

그는 저 위압적인 눈빛이 자신을 더 꿰뚫어 보기 전에 얼른 분신과의 접속을 끊어 버렸다. 그러자 그의 분신은 그 자리에서 불타 사라졌다.

“후우-”

재빨리 본체로 돌아온 테르카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강렬한 눈동자가 아직도 자신을 꿰뚫어 보고 있는 것 같아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 * *

화르륵-

테르카나의 분신이 파란 불꽃과 함께 사라지는 것을 보고 나는,

“가, 갔나?”

관자놀이가 꿀렁일 정도로 치밀어 오르던 허세가 순식간에 사라지면서 하마터면 제자리에 주저앉을 뻔했다.

나는 휘청거리는 몸을 간신히 붙잡았다.

“이런 미친······.”

몸의 떨림이 가시지를 않는다.

라이텐에게 모든 능력을 쏟아붓는 바람에, 정말 쥐뿔도 없는 상태에서 허세를 부린 게 전부였다.

하지만 그 허세에 속아 넘어간 라이텐의 보좌관들은 자기들 알아서 도망쳐 주었고, 친절하게 차원의 문까지 닫아 주었다.

거기다,

“테르카나······. 하긴. 저놈이 나올 때가 되긴 했지.”

인간이면서 악마에게 조력하는 방관자 테르카나도 있었다.

놈은 직접 나서지 않고 항상 분신을 조종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입을 턴 것이긴 하지만,

“그놈 본체가 어디에 있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

놈의 본체가 어디에 있는지는 나도 모른다.

그냥 이 들끓는 허세를 부려 본 것이었고, 테르카나 역시 거기에 깜빡 속아 넘어가 알아서 사라져 준 것이었다.

“그런데 이젠 대악마가 깜빡이도 없이 나타나고 그러는 거냐?”

말이 안 되는 스토리 진행이다.

다른 것도 아니고 대악마가 이렇게 빨리 등장하다니.

대체 이 게임은 얼마나 막장으로 치닫는 것이냐?

“내가 대악마를 죽인 것도 어이가 없네.”

우연과 우연이 겹친 결과였다.

만약 라이텐이 쉴 틈을 주지 않고 공격을 가했다면, 놈이 조금 더 신중을 기해 나를 상대했다면 난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여긴 완전 학살을 벌여 놓았구먼.”

라이텐이 휩쓸고 간 자리에는 피와 시체만 가득할 뿐이다.

놈을 소환한 숭배자들은 그 죗값을 톡톡히 치렀다.

“이제 얼른 여기서 나가야······.”

지독한 살육의 냄새가 가득하다.

토악질을 하기 전에 이곳에서 나가고 싶었다.

그런데,

“대기사단장님!!”

저 멀리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떻게 알고 온 것인지, 기사단이 이곳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그들은 사방에 난자한 시체들을 바라보며 말발굽을 멈췄다.

“헉!”

“이, 이렇게나 끔찍한······.”

“그 짧은 시간 동안 이들을 전부 죽이신 건가?”

이들의 눈빛에 두려움이 물들고 있었다.

그 순간 잠시 잠잠하던 허세가 다시 한번 끓어 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거만하게 고개를 들며 선두에 있던 엘버스테인에게 말했다.

“엘버스테인.”

“예? 아, 예!”

대답을 하는 엘버스테인의 목소리가 심하게 떨려왔다.

“내 말은 가져왔나?”

“예! 저 뒤에 오고 있습니다.”

저놈의 말 새끼가 주인이 죽을 위기를 겪었는데도 아주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통통 내 앞에 다가오고 있었다.

언젠가 이놈도 한번 손을 봐야 할 것 같았다.

나는 말 위에 올라타며 망토를 과하게 펄럭였다.

“대기사단장님. 이들은······.”

엘버스테인의 물음에 나는 무심하게 대꾸했다.

“감히 이 땅을 더럽히려 한 자들이다. 그들은 그 죗값을 치렀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그런 뒤 나는 라파엘을 불러 말했다.

“이곳에 있는 더러운 시체들을 전부 불태워라.”

“네. 그, 그런데 저곳에 있는 시체는 무엇인가요? 아무리 봐도 인간의 것이 아닌데.”

“대악마 라이텐이란 놈이다.”

“네? 대, 대악마 라이텐이요!?”

“그래. 놈의 시체는 쓸 일이 있을 수 있으니, 가져가겠다. 그 외 것들은 전부 태워 없애 버려라.”

나는 더 이상 볼 것 없다는 듯, 말머리를 돌렸다.

“돌아가겠다.”

“예!”

얼른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이놈의 허세 때문에 난 아주 천천히 말을 앞으로 몰았다.

[마기 포식이 완료되었습니다.]

거대한 라이텐의 마기가 완전히 내게 흡수되었음을 알렸다.

그리고,

[새로운 능력을 획득하셨습니다.]

나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과연 어떤 능력이 생긴 것일까.

[신속]

-30초 동안 몸의 움직임이 빨라집니다. 탈 것을 타고 있을 경우, 함께 속도를 공유합니다. (재사용 대기시간 1분)

-사용자의 힘과 신속이 비례합니다.

신속?

라이텐의 능력 때문인가.

놈은 차마 눈으로 쫓을 수 없는 초신속으로 공격하는 것이 특기였다.

아무래도 그 능력에 영향을 받은 듯하다.

그렇다면 설마-.

‘이것도 찰나의 괴력과 섞는다면······.’

다른 스킬들과 마찬가지로 엄청난 효율을 뽑아낼 수 있을 터.

나는 고민하지 않고 곧바로 행동에 옮겼다.

그러자.

파앗-!!

순식간에 나와 내가 타고 있던 말이 저 앞까지 순간이동을 했다.

“!?”

“대, 대기사단장님!”

깜짝 놀란 기사들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그리고 내 말은,

푸르르-! 푸르르르-!!

아주 까무러치게 놀랐다는 듯이 앞발과 뒷발을 번갈아 가며 들면서 발광했다.

그리고 내 앞에 새로운 정보창이 나타났다.

[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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