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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초 소드마스터-67화 (67/200)
  • 67화

    0.01초 소드마스터 67화

    “······.”

    이 정도로 겁을 줬으면 이놈들도 쉽사리 덤비진 못하겠지.

    그런 생각도 잠시.

    “대기사단장님께서 주시는 이 가르침! 감사히 받겠습니다!”

    알렉산더 저 정신 나간 놈이 있는 힘껏 칼을 휘둘러 허공에 떠있는 내 칼과 부딪혔다.

    카아앙-!!

    염력으로 버티고 있던 내 검은 균형을 잃고 빙글빙글 돌며 위로 쭉 날아올랐다.

    알렉산더 저 미친놈이 가한 힘과 나의 염력이 서로 검에 엉키면서 균형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아론을 바라보았다.

    너라도 그만하라는 눈빛을 보냈지만.

    “저 역시 피하지 않겠습니다!”

    에라이 미친 새끼.

    나는 하늘 위로 붕 떠 버린 검을 간신히 붙잡아 내렸다.

    그러나 내려오기만 했지, 여전히 균형을 잡지 못하고 있어 빙그르르 회전하며 내려와 아론에게로 떨어졌다.

    “하압-!”

    아론도 그걸 알렉산더처럼 냅다 쳐버렸다.

    이놈들이 기어코 날 죽일 셈이구나.

    그런데,

    “헛-!”

    카아앙-!!

    “이런!”

    채앵-!!

    아론이 때린 검은 알렉산더에게 날아갔고, 그것을 재빨리 방어하고자 쳐낸 검은 다시 아론에게로 돌아갔다.

    ‘쟤네 둘이 뭐 하는 거지?’

    둘은 그렇게 마치 테니스를 하는 것처럼, 미친 듯이 검을 때리며 서로를 공격하고 있었다.

    나는 그저 검이 저러다 훅 하고 떨어질까 두려워 계속 중심을 잡아 주려고 염력을 불어 넣었다.

    그런 환장의 콜라보가 벌어지면서 정말 허공 위에 화려한 검술이 펼쳐지는 것처럼 보였다.

    “오오-!”

    “이것이 어검술인가!”

    “대기사단장님의 검술에 둘 다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데?”

    나는 딱히 하는 게 없었다. 그냥 저 둘이서 오두방정을 다 떨고 있는 것인데, 기사들 눈에는 내가 저 둘을 압도하는 것처럼 보이는 모양이다.

    그들의 환호성을 들으며 나는,

    “고작 그 정도밖에 못 하는 것이냐?”

    병신 같은 허세를 부렸다.

    촤아아아-!!

    아론과 알렉산더는 드디어 검을 완전히 쳐내며 지겨운 어검 테니스를 끝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참 검을 많이도 휘두른 탓인지, 둘의 이마에 땀이 주륵 흐르고 있었다.

    “허억- 허억-”

    숨을 헐떡이던 알렉산더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천천히 자신의 몸에 있는 오러를 끌어 올렸다. 그에 따라 아론 역시 푸른 오러를 뿜어내며 그것을 검에 담았다.

    “대기사단장님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전력을 다해서 가겠습니다.”

    그 정도 했으면 이제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니.

    하지만 저놈들은 무슨 말을 해도 들어 먹지 않을 것 같았다.

    ‘이러다 진짜 죽는 거 아니야?’

    아이고. 내가 호랑이 새끼들을 키웠구나.

    이놈들이 기어코 주인의 목덜미를 물려고 작정을 했다.

    ‘지금이라도 수호신의 방패를 꺼내서 막아?’

    여러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어떻게 하면 이 두 미친놈을 무사히 막아내고 여기서 살아나갈 수 있을지 말이다.

    그런데 그때 나는 알렉산더와 눈을 마주쳤다.

    화르르-!

    그의 몸에서 타오르고 있는 오러와 마찬가지로 그 눈빛에 엄청난 투지가 깃들어 있었다. 그것이 나의 허세를 더욱 들끓게 했다.

    “고작 그 정도의 투지로 감히 누구를 쓰러뜨리겠다는 것이냐?”

    “!?”

    “죽을 각오로, 너희가 가진 모든 힘을 끌어 올리거라.”

    그러자 그 둘은 거기서 더 힘을 끌어모았다.

    콰콱-!!

    두 사람이 디딘 땅이 거미줄처럼 균열이 일어나고 그들이 일으키는 뜨거운 열기가 공기를 후끈하게 만들었다.

    그런 그들을 보며 나 역시 몸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조금은 마음에 드는군.”

    그리고,

    우우웅-!!

    저 허세에 절여진 나의 검도 강렬하게 공명하며 울음을 터트렸다.

    난 본능적으로 검을 향해 손을 뻗었다.

    “나도 너희에게 내가 가진 투지를 보여 주마.”

    * * *

    아렌과 알렉산더는 눈앞에 보이는 태산에 마른침을 삼켰다.

    그동안 너무 편해져 있었던 것일까.

    저 아슬란을 아군이 아닌 적으로 상대하게 되니, 숨 막히는 위압감에 정신이 흐릿해지는 것만 같았다.

    ‘실로 무시무시한 검술이었다.’

    신검합일에 이른 자만이 다다를 수 있다는 경지, 어검술.

    매일 쉬지 않고 검술 연습을 하고 있지만, 감히 그 경지에는 이를 수가 없었다.

    어쩌면 그건 그저 이야기책에 나오는 경지가 아닐까 싶었지만, 오늘 그 놀라운 능력을 직접 목격했다.

    심지어 저 어검술로 화려한 검술까지 보여 주었다.

    만약 조금이라도 실수를 했다면 저 검에 의해 둘 중 하나는 크게 부상을 당했을지도 모른다.

    ‘내가 가진 모든 힘을 쏟아붓는다면······!’

    알렉산더와 같은 생각인지, 아론 역시 몸 안에 있는 모든 오러를 불태워 힘을 끌어모으고 있었다.

    이길 생각은 처음부터 하지 않았다.

    하지만 저 옷깃을 스치기라도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만족이었다.

    그러니 여기서 젖 먹던 힘까지 모아 부딪힌다면!

    키이이잉-!!

    바로 그때.

    “어······.”

    알렉산더와 아론은 허공 위에 떠있는 검이 만들어 내는 엄청난 크기의 검강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마치 저 하늘을 뚫을 것처럼 솟아오른 검강.

    설마 저걸 정말로 날려 버릴 생각인 건가?

    그 거대한 위세에, 애써 끌어 올렸던 투지가 뚝 소리를 내며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저 검이 무심하게 휘둘러지는 순간.

    콰아아아아-!!

    빛의 검강이 눈 깜짝할 사이에 아론과 알렉산더의 사이를 가르며 지나갔다.

    콰콰쾅-!!

    검강은 두 사람의 몸을 가르는 대신, 저 뒤에서 보수 중이던 정문을 부수고 땅을 저 깊은 곳까지 가른 뒤에 사라졌다.

    “······.”

    눈을 껌뻑일 새도 없이 벌어진 일이라 두 사람은 잠시 넋을 잃었다.

    한껏 끌어 올렸던 오러는 이미 온데간데 없었다.

    ‘어검술을 쓰는 상태로 저런 엄청난 힘을 발휘할 수가 있다니!’

    놀라움에 제대로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 둘이 할 말을 잃은 채 제자리에 얼어붙어 있자,

    “뭐 하고 있느냐? 어서 덤비지 않고.”

    아슬란은 이제 몸풀기가 끝났다는 듯 손을 까닥였다.

    거기서 아론은 멋쩍게 미소를 지으며 냉큼 칼을 집어넣었다.

    “전 이 정도 가르침이면 충분한 듯합니다.”

    그러자 알렉산더가 황급히 그를 불렀다.

    “아, 아론 단장님!”

    너만 이렇게 쏙 빠져나가면 어떡하냐는 원망스러운 눈초리를 보냈다.

    아론은 그런 알렉산더에게 말했다.

    “자네도 대기사단장님께 가르침을 받지 않았나? 저 태양을 향해 쏘라고. 하지만 그 태양이 대기사단장님이 될 수는 없네. 저분은 태양보다 훨씬 더 높이 계신 분이니까.”

    그러면서 죽고 싶지 않으면 얼른 칼을 집어넣으라고 눈짓을 보였다.

    “아-”

    뒤늦게 알렉산더도 뭔가 깨달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가, 가르침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이만하면 된 것 같습니다.”

    방금 전 그 일격을 보고 알았다.

    아슬란은 결코 가볍게 하지 않을 생각이다.

    누군가 그랬던가.

    대련을 실전처럼.

    토끼를 잡을 때에도 최선을 다하여.

    그것이 바로 아슬란이다.

    이 갈라진 땅을 보라.

    이렇게 몸을 갈라 버리겠다는 아슬란의 마지막 경고였다.

    만약 아론이 저지해 주지 않았다면 지금쯤 알렉산더의 갈라진 몸뚱이는 저 밑으로 떨어졌을 것이다.

    “시시하구나. 하지만······현명한 선택이었다.”

    허공에 있던 아슬란의 검이 주인에게 다시 돌아가고 있었다.

    스르르- 착!

    “오오.”

    “우와.”

    검집 안으로 들어가는 그 우아한 검의 몸짓에 기사들은 탄성을 내질렀다.

    “알렉산더.”

    “아, 예!”

    “항상 정진하는 모습은 좋지만, 무모한 도전은 화를 부를 뿐이다. 알겠느냐?”

    “예!”

    “지켜보고 있겠다. 네가 더 성장하는 모습을.”

    강렬한 눈빛으로 알렉산더에게 일침을 날린 뒤, 아슬란은 망토를 펄럭이며 훈련장을 나섰다.

    “휴우.”

    기사들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론은 제자리에 경직되어 있는 알렉산더에게 다가가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래도 좋은 시도였다, 알렉산더.”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꾸했다.

    “정말 어떤 피나는 노력을 해도 대기사단장님께는 영원히 제 검이 닿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야 당연하지. 누가 감히 대기사단장님과 자웅을 겨룰 수 있겠느냐.”

    “하지만-”

    알렉산더는 아슬란이 떠나간 자리를 바라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제가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본다고 하셨으니, 절대 실망시켜 드리지 않을 겁니다. 다음에는 반드시 제 검이 조금이라도 닿을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그런 알렉산더를 기특하게 여기며 아론이 힘을 북돋아 주었다.

    “그래. 넌 잠재력이 무척 뛰어난 기사이니, 난 할 수 없어도 언젠가 너는 할 수 있을 거다. 다음에 또 도전을 해보거라.”

    그렇게 덕담을 해준 뒤 아론도 이제 그만 오늘 훈련을 접으려고 했는데-

    “꺄아아아악-!”

    뒤에서 거센 비명이 들렸다.

    바로 라파엘이었다.

    “이, 이게 대체······.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무너진 건물은 잡부들이 고칠 수 있어도 갈라진 땅은 마법의 힘으로 고쳐야 한다.

    그래서 라파엘이 고생을 해가며 간신히 균열이 일고 갈라졌던 땅을 복구시켜 놓았는데, 이번에는 갈라지다 못 해 아예 두 쪽이 나 버린 땅을 보고 그녀는 졸도 직전이었다.

    “하하. 이, 일이 그렇게 되었소. 흠흠. 우린 얼른 가지.”

    “예!!”

    아론은 기사들을 데리고 도망치듯 훈련소를 나왔다.

    “잠깐! 당신들. 어디가! 어디 가냐고!!”

    한동안 훈련소에는 라파엘의 절규 어린 비명이 이어졌다.

    * * *

    “······왠지 오한이.”

    기분 탓인가.

    왕궁 안에 임시로 마련된 집무실에 돌아온 나는 허리춤에 있던 검을 매만졌다.

    “아까 그게 그렇게도 되는 거였구나.”

    검의 의지가 발동되어서 그런지, 내가 직접 검을 만지지도 않았는데도 검강이 검에서 만들어져 그것을 쏘아 보내기까지 했다.

    다행히 그 블러핑이 먹혀 아론과 알렉산더는 바로 꼬랑지를 말아 내렸다.

    “휴. 앞으로 훈련소는 가지 말아야지.”

    그놈들이 단체로 미쳐서 또 언제 날 죽이려 들지 모른다.

    대체 내게 안전한 곳은 어디란 말인가.

    이 왕국에 가만히 있는데도 위협이 사방에서 도사리다니.

    “그래도 그 정도로 겁을 줬으면 또 덤비진 않겠지?”

    아까 아론도 그렇고 알렉산더도 제대로 겁을 먹은 것 같았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조심해야지.

    “후우- 이 또한 지나가리라.”

    나는 그리 되뇌며 책을 펼쳤다.

    뭐, 정확히 말하자면 내 개인 노트라고 하는 것이 맞겠다.

    현재 게임이 어디까지 진행되었고, 앞으로 발생할 이벤트가 무엇인지 빼곡히 적어 놓은 내 비밀 노트였다.

    거기다 여기에는 아이템이 어디에 드랍이 되고 또 무엇을 우선적으로 챙겨야 할지도 정리를 해두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앞으로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경우의 수를 따진 시나리오도 적어두기까지 했다.

    그래서 벌써 비밀 노트만 7권이 생겼다.

    “다행인 건 나 말고는 아무도 이걸 못 읽는다는 거지.”

    이 세계에서 오직 나만 쓸 수 있는 글자, 한글.

    이게 바로 위대하신 세종대왕님의 힘이라는 것이다, 개발자놈들아.

    그래서 이 책이 들켜도 딱히 해가 될 건 없었다.

    무슨 수를 써도 이 책을 해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디 보자······.”

    검은 안개의 악마, 키야르트가 벌써 나왔고, 벨로스까지 나와 그 깽판을 쳤다.

    대체 어디서 이놈들이 자꾸 튀어나오는지 모르겠는데, 이 정도 속도라면.

    “대악마들이 지금 튀어나와도 전혀 이상할 게 없겠어.”

    순간 몸이 부르르 떨릴 정도로 소름이 돋았다.

    대악마.

    키야르트처럼 그냥 네임드 보스가 아닌, 정말 미친놈들이다.

    키야르트 같은 놈은 솔직히 어느 정도 마기에 익숙해진 네임드 영웅이라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터.

    하지만 대악마는 그 급이 달랐다.

    웬만한 네임드로는 턱도 없기에, 서로 힘을 합쳐 레이드를 하지 않으면 잡기가 불가능한 등급이다.

    중반부터 나와야 할 네임드들이 지금 줄줄이 나오고 있는 것을 보면 후반부에 등장하는 대악마가 빠른 시일 내에 등장할 확률이 높았다.

    “그럼 슬슬 숭배자들도 나오겠네.”

    라할을 섬기는 레이어스 교단이 있다면, 테키나 족속의 힘에 매료되 악마를 섬기는 숭배자들도 존재한다.

    그들은 악마를 찬양하며, 테키나 족속이 남긴 의식을 익혀 악마를 봉인에서 풀어 소환하는 등, 아주 끔찍하리만치 도시를 괴롭히는 놈들이다.

    자스트라 숲에서 의식을 펼쳤던 그 호드도 숭배자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사이비 종교가 성행을 하는 것처럼, 놈들은 조용히 도시 안으로 들어와 악마교를 만들어 백성들을 꾀하는데, 이걸 모르고 있다가 방치하는 순간 도시에 있는 백성들 전체가 악마 숭배자로 변질되어 대도시가 무너지는 경우도 있다.

    “대기사단장님. 하리엘입니다.”

    그때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와라.”

    나의 소중한 새로운 네임드 캐릭터, 하리엘.

    얼굴도 예쁜 것이, 내가 가진 네임드 중 가장 강한 무력까지 지녔다.

    물론, 언제 신전으로 쏘옥 내뺄지는 모르겠지만, 그전까지 아주 착실하게 써먹을 생각이었다.

    “무슨 일이냐?”

    밥은 잡쉈냐고 예쁘게 묻고 싶었지만, 하리엘 얼굴을 보자마자 치솟는 허세 때문에 목소리가 딱딱하게 나갔다.

    “예, 보고 드릴 것이 있어 왔습니다.”

    “말하라.”

    “로난 성 근처에서 검은 낙뢰가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는 보고가 들어왔어요.”

    검은 낙뢰?

    그건 결코 좋은 신호가 아니다.

    왜냐하면 누군가가 의식을 펼쳤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는 건 내가 우려했던 숭배자들이 벌써 어디선가 활동을 하고 있다는 건가?

    ‘이놈의 게임은 쉴 틈을 안 주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검은 낙뢰라면 악마와 관련된 것이겠군.”

    “예. 잘 아시는군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하지만 의식이라고 해서 다 나쁜 건 아니었다.

    개발자들이 왜 악마 의식을 넣어 놨겠는가?

    그냥 플레이어들을 엿 먹이려고?

    뭐, 그런 의도도 없잖아 있겠지만.

    ‘파밍하라고 만들어 둔 것도 있지.’

    보통 의식이라고 하면 당연히 그에 들어가는 재료가 있기 마련이다.

    산 사람을 제물로 바치기도 하고, 그와 더불어 이것저것 비싼 재료들을 섞어 놓는다. 그래서 일부러 검은 낙뢰가 떨어지기를 기다렸다가 그곳을 급습해 숭배자들을 죽이고 그들이 가진 것을 전부 빼앗는 것이 하나의 파밍 루트였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당연히 나 혼자였다면 접근도 하지 않았겠지만, 지금 내게는 하리엘까지 있다.

    그리고 검은 낙뢰가 떨어졌다고 해서 반드시 네임드급 악마가 나오는 것도 아니며 의식이 끝난 것도 아니다.

    보통 한번 의식을 시작하면 며칠을 걸쳐 진행하기에 놈들을 죽여 파밍할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심지어 나는,

    ‘마기 포식자가 있잖아?’

    과거 봉인된 악마의 심장 같은 거라든지, 아니면 뿔 같은 것이 의식에도 쓰여서 정말 운이 좋으면 마기 포식을 할 수 있는 재료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악을 처단하는 일에 있어서 어찌 게으름을 피울 수 있겠느냐.”

    오늘도 허세를 부리며 망토를 펄럭였다.

    “거기다 일라이 왕국에 악의 힘이 창궐하는 건 용납할 수 없다.”

    내가 조금이나마 강해지기 위해서라도, 이 게임을 얼른 클리어해서 빠져나가기 위해서라도, 뭔가 얻을 것이 있다면 하나라도 더 뭔가를 해야 한다.

    그러니까,

    “그곳으로 나를 안내하거라, 하리엘.”

    네가 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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