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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초 소드마스터-63화 (63/200)

63화

0.01초 소드마스터 63화

일라이 왕국으로 돌아온 나는 이번에 새로 생긴 능력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마기 포식자]

-마기의 핵을 흡수할 수 있게 됩니다.

-마기에 완전한 저항력을 얻습니다.

-이제 모든 공격을 어둠 속성으로 변환이 가능합니다.

-성속성을 가진 상대에게 200%의 추가 데미지를 가합니다.

“흐음”

스펙업을 할 방법이 하나 더 생겼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테스트를 해보고 싶었다.

문제는,

“악마를 잡아야 된다는 거네?”

그 방법이 무척 괴랄하고 힘들다는 점이었다.

“이번에야 운 좋게 키야르트를 잡았다고 해도······.”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기면 그때도 지금처럼 운이 좋을 수 있을까?

“하아- 하필이면 마기 포식이냐.”

그냥 일반 포식 스킬이었다면 자잘한 것들부터 차근차근 먹어 치우며 힘을 키웠을 텐데, 이건 무조건 악마를 잡아야 하는 조건이 붙어 있었다.

“그래. 쉽게 꿀을 빨 수 있게 해 줄 리 없지.”

이 극악 난이도에서 사실 이런 히든 패시브 능력을 찾아낸 것도 기적이었다.

“작은 것들부터 시범 삼아 잡아 봐야 하나.”

네임드급이 아니고 아론, 알렉산더, 그리고 라파엘 선에서 정리가 가능한 놈이면 좋을 것 같았다.

그 세 명이 악마를 처리하고 전리품은 내가 갖는, 아주 공평한 방법이었다.

“그럼 정보가 필수적이라는 건데.”

어디서 악마가 출몰하고 있는지, 어느 구역이 마기에 오염이 되었는지 등등.

악마와 관련된 정보를 얻어야 그곳으로 가서 이 능력을 쓸 것인지, 아니면 방관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어디서 정보를 얻지?”

일라이 왕국으로는 정보를 얻는 데에 한계가 있다.

당장 우리 구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잘 모르고 있는 마당에 외부 정보까지 다루는 건 역시 어려웠다.

“샤를렌 가문에 한번 연락을 넣어 봐야 하나.”

우리 왕국에 아낌없이 투자를 하고 있는 나의 소중한 돈주머니, 샤를렌.

그러나 그들에게서 정보를 얻으려면 막대한 돈을 내야 한다. 심지어 악마와 관련된 정보는 가격이 뻥튀기 돼서 더욱 비쌌다.

“쓰읍-. 그냥 자력으로 알아내는 수밖에.”

그래도 다행인 건 내가 이 게임을 많이, 그것도 너무 많이 플레이 해봤다는 것이다.

“네임드급 악마 놈들이 어디 쪽에서 나타나는지는 대충 알고 있고······”

그곳들은 알아서 피해 가면 되고 그 외 게임을 플레이 할 때마다 가장 먼저 마기에 오염 당해 땅이 변질 되어 버리는 곳들을 몇 군데 체크해 놓았다.

“그래. 여기도 항상 마기로 오염되어 있어서 건너갈 때 빡치긴 했어.”

내가 유독 이걸 잘 기억하고 있는 건 맵을 이동할 때마다 마기에 오염된 구역을 만나면 여러모로 신경 쓸 것이 많았고 귀찮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동을 하기 전 어디가 마기 구역인지 미리 체크하고 가는 습관이 생겼었다.

이건 아마 이 게임을 플레이 하는 모든 플레이어가 그리 할 것이다.

“그럼 가장 가까운 곳은 여긴가.”

검의 왕국 ‘만’의 국경선과 연결되어 있는 통로.

또 ‘만’, 그놈들이냐.

“자스트라 숲 주변에서 처음 키야르트가 나타났었으니깐.”

그놈이 마냥 놀고만 있지는 않았을 테니, 분명 놈에 의해 오염된 구역들이 있을 것이다.

“아님 말고.”

나는 흠흠 목을 가다듬은 뒤 말했다.

“밖에 누구 있느냐.”

“예!”

그러자 기사 하나가 빠르게 안으로 들어왔다.

나는 지도를 가리키며 그에게 말했다.

“이 주변으로 정찰병들을 보내거라. 숫자가 몇이든 상관없다. 이 근방을 빠른 시간 내에 확인할 수 있으면 된다.”

“예! 그대로 기사단에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내 명령을 받들어 기사는 얼른 밖으로 나갔다.

* * *

“여긴 정말 많은 것이 바뀌었구나.”

소수의 인원으로 교단을 대표해 일라이 왕국에 찾아온 하리엘.

그녀는 저번과 확연히 달라진 왕국 모습에 감탄을 터트렸다.

허름했던 성벽은 이제 쉽사리 뚫을 수 없을 만큼 위용 있게 보수가 되었고, 그 높이도 달라졌다.

또한 거리를 지나다니는 백성들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어 있었으며, 거리도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 있었다.

대륙에 있는 모든 왕국 중에서 가장 대도시로 불리는 칼라 왕국의 수도보다 여기가 훨씬 더 관리가 잘 되는 것 같았다.

“내가 바로 아슬란이다! 나를 따르라!”

“악마들을 다 죽여라!”

거리에 목검을 들고 뛰어다니는 아이들은 신나게 기사 놀이를 하고 있었다.

도시 중앙에는 큰 분수대가 있었는데, 그 주변에서 연인들이 해맑게 웃으며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했고, 상인, 용병, 모험가 등등.

도시 전체가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 모든 게 다 아슬란님 덕분입니다.”

“그분께서 매번 도시를 순찰해 주신 덕분에 치안도 엄청 좋아졌어요.”

“저희 모두 아슬란님에게 감사하며 살고 있습니다. 허허.”

왕국의 민심을 살피기 위해서는 가장 아래에 있는 사람들을 찾아 물어보면 된다고 했던가. 그들은 전부 아슬란을 찬양하기에 바빴다.

이렇게나 압도적인 신뢰와 사랑을 받는 권력가라니.

다른 왕국에서는 감히 찾아볼 수 없는 일이었다.

“하리엘 님. 저, 저쪽을 봐보세요.”

“음?”

타샤가 가리키는 곳에는 놀랍게도 엘프가 상점을 열고 물건을 판매하고 있었다.

“엘프가 인간의 도시에 나와 상점을 여는 날이 오다니······.”

“그 옆에도 보세요. 저거 호드 아니에요?”

엘프 상점에 이어 그 옆에는 덩치 큰 호드가 자스트라 숲에서 가져온 고기들을 판매하는 중이었다.

“와. 진짜 줄 긴 거 봐.”

“엘프는 아무래도 포션을 파는 모양입니다.”

“엘프가 만든 포션은 최상급이라고 했는데······.”

타샤와 에길론이 나누는 얘기를 들으며 호기심에 다가가 봤지만, 너무 많은 사람이 몰려 있어 뭔가를 구경하기도 힘들어 보였다.

“여긴 다음에 와봐야겠구나.”

“으으. 꼭 한 병 사갈 겁니다. 언제 또 여길 올지 알 수 없으니까요.”

바로 그때였다.

“키루우우-!!”

거대한 그림자가 머리 위로 드리우며 위협적인 울음 소리가 들렸다.

“모, 몬스터!?”

세 사람은 반사적으로 무기를 꺼내 들었다.

몬스터의 습격에 주민들을 지키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와아-!”

“키루다!”

“키루우우-!”

몬스터가 사뿐히 내려앉자 방금 전까지 기사 놀이를 하고 있던 아이들이 그쪽으로 뛰어갔다. 그리고 아주 자연스럽게 몬스터의 머리와 부리를 쓰다듬는 것이 아닌가.

“키루. 이거 가져왔어. 먹어.”

“키루-!”

몬스터는 아이들이 주는 음식을 열심히 주워 먹었다.

그 모습에 주민들도 다가와 음식을 내주었다.

“키루. 앞으로도 대기사단장님을 잘 지켜드려야 한다?”

“키루우~!”

주민들에게 둘러 싸여 음식을 받아 먹고 있는 몬스터를 하리엘은 멍하니 바라보았다.

“저게 그······사파이어 자쿤이구나.”

교단에 들어온 기이한 정보 중 하나가 바로 사파이어 자쿤에 관한 내용이었다.

아슬란이 그 귀하고 보기 힘들다는 사파이어 자쿤을 애완동물처럼 데리고 다닌다는 것이었다.

너무 어처구니가 없는 정보라 다들 믿지 않았는데, 오늘 그 몬스터의 존재를 확인했다. 거기다 여기 주민들과 매우 친한 것인지 이들도 전혀 거부감이 없어 보였다.

“내, 내가 지금 뭘 본 거야?”

“자쿤은 엄청 난폭한 몬스터라고 알고 있는데······.”

타샤와 에길론도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여긴 완전히 상식을 벗어난 도시였다.

“키루?”

그런데 그때 몬스터가 무언가를 발견한 듯 갑자기 먹던 음식을 제쳐 두고 날개를 퍼덕이며 하늘 높이 날아 올랐다.

“엇. 하리엘님. 저쪽을 봐보세요!”

사파이어 자쿤이 날아가는 곳에는 기사단이 있었다.

그들은 어디론가 급히 가는지, 빠르게 말을 몰며 성문 밖을 나서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 선두에는,

“아슬란?”

바로 아슬란이 있었다.

* * *

검의 왕국 ‘만’의 대기사단장, 크라엘.

자스트라 숲에서의 일이 있은 뒤 크라엘은 키엔과 라이에르의 대기사단장직을 박탈해 버렸다.

무단으로 기사단을 움직인 것에 모자라 국경을 침범해 일라이 왕국과 전쟁 직전까지 몰고 간 이유였다.

그 당시 키엔은 큰 부상을 당해 선택권이 없었고, 라이에르 역시 군말 하지 않고 크라엘의 뜻에 따랐다.

“대체 이건 무엇이냐?”

그렇게 후방을 키엔과 라이에르에게 맡기고 국경 근처는 크라엘이 맡았다.

대기사단장의 직책으로 맡기에는 너무 하찮은 일 같았지만, 지금처럼 대륙이 격변하고 있는 시기에 언제 어디서 충돌이 일어날지 모르기에 크라엘은 매번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특히 아슬란이 있는 일라이 왕국에 거의 모든 신경을 쏟아 붓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던 중.

“언제 이런 것이······.”

기사들의 기이한 보고를 받고 도착한 곳은 일라이 왕국의 국경선과 연결된 긴 통로였다.

분명 며칠 전만 하더라도 멀쩡했던 곳이었건만.

어느 날 갑자기 이렇게 변해 버렸다.

“불이 난 것도 아닌데, 숲이 검게 변하다니.”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저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 같았다.

“여기가 언제부터 이렇게 변하였느냐?”

“예. 일라이 왕국 쪽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은 이후부터 점점 숲이 검게 변하는 것 같더니, 지금은 완전히 통로 전체가 변해 버렸습니다.”

일라이 왕국에서 먼저 시작됐다는 것인가?

혹시 아슬란의 흉계?

“으음.”

아니. 저번에 자스트라 숲에서 만나봤을 때 아슬란은 직접 칼을 들고 국경을 넘어오면 넘어왔지, 이런 짓을 꾸밀 것 같진 않았다.

그럼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것인가?

“대기사단장님. 여길 보십시오.”

그때 부장 하나가 바닥을 가리켰다.

“이것들이 줄기처럼 이어져 점점 퍼져 나가고 있습니다.”

과연 그 말대로 검은 줄기들이 바닥으로 이어져 사방에 퍼져 나가는 중이었다.

“그래. 이게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가만 놔두면 안 될 것 같구나.”

크라엘은 기사들에게 명했다.

“너희가 먼저 안으로 들어가 보거라.”

“예!”

기사 몇이 천천히 숲 안으로 진입했다.

검게 변한 수풀을 헤치고 안으로 들어간 그들은 횃불을 켠 뒤 소리쳤다.

“안에는 별 이상이 없습니다.”

“좋다. 모두 들어간다.”

크라엘은 100명의 기사들을 데리고 숲 안을 들어가 보았다.

대낮인데도 횃불을 켜지 않으면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그만큼 숲이 너무나 어두웠다.

“이대로 쭉 가게 되면 일라이 왕국의 국경입니다.”

“그럼 그 직전까지만 가보도록 하지.”

그렇게 얼마나 앞으로 나아갔을까.

바스락-.

앞쪽에서 들리는 소리를 듣고 크라엘은 반사적으로 허리춤에 손을 가져갔다.

아니나 다를까.

“키에에엑-!”

몬스터 하나가 튀어 나와 크라엘에게 몸을 날렸다.

스걱-!!

그는 아주 가볍게 날아오는 몬스터의 몸을 베어 버렸다.

기사들은 반으로 갈라진 몬스터를 횃불로 얼른 비춰 보았다.

“이곳에서 서식하는 몬스터인 것 같습니다. 헌데 그 생김새가······.”

이 숲처럼 검게 변한 것은 물론, 그 생김새도 기괴하게 뒤틀려 있었다.

무언가가 이곳에 있는 것들을 전부 이런 식으로 바꿔 놓은 것 같았다.

“대기사단장님. 이걸 보십시오.”

어느 기사가 무언가를 발견했다

길게 솟아 오른 가는 몸통과 닫힌 입구 안에 뭔가를 빵빵하게 가득 채운 식물이었다.

“이런 건 처음 보는구나.”

기사들도 신기하게 그 식물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촤악-!

갑자기 그 식물이 닫혀 있던 입구를 열더니, 밖으로 검은 연기를 뿜어냈다.

“으악!”

“억!”

그 연기에 노출된 기사 몇몇이 신음을 터트리며 바닥에 쓰러졌다.

“무슨 일이냐? 독에 당한 것이냐?”

“크아악!”

크라엘은 기사들의 상태를 면밀히 살펴보았다.

몸에 올라온 검은 핏줄과 검게 충혈되는 눈동자.

예전에 이런 현상을 배운 적이 있다.

이건 분명······!

“설마 마기인가?”

그런 생각도 잠시.

“대기사단장님!”

부장이 그를 다급하게 불렀다.

“저, 저런 흉측한 식물들이 사방에······.”

방금 전 마기를 내뿜은 식물들이 지천에 깔려 있음을 알게 됐다.

거기다 저 이름 모를 식물과 마찬가지로 주변에 가득한 나무들 역시 무언가를 머금은 듯,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들썩이는 것이 보였다.

“이런!”

그리고 그것들이 하나 둘 닫힌 입구를 열기 시작했다.

촤아아아-!!

검은 마기가 사방에서 몰려온다.

마기라니.

대체 어떻게?

“으, 으아아악!”

“크아악!”

마기에 노출된 기사들은 자리에 쓰러져 괴로움에 몸부림을 쳐댔다.

크라엘 역시 순식간에 몰려든 마기에 노출되어 몸을 비틀거렸다.

“이, 이게 마기인가······!”

닿는 것만으로도 몸이 불에 타는 듯한 고통을 느끼며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이대로 있다가는 마기에 잡아 먹혀 떼죽음을 당할 것 같았다.

“모두 바닥에 엎드리거라!”

그리 크게 소리치며 크라엘은 몸을 둥글게 회전시켜 검강을 발현했다.

콰아아아-!!

그러자 강한 검강이 사방으로 뻗어 나가며 마기를 거둬 냈다.

“우웁-!”

“크읍!”

크라엘 덕에 간신히 마기에서 벗어난 기사들은 여전히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했다.

“다들 일어나거라. 저것들이 언제 또 몰려올지 모른다. 서둘러 이곳에서 나가야 돼!”

마기가 잠시 주춤하는 틈을 타서 얼른 저 바깥까지 뛰어 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여기서 모두 마기 중독으로 죽을 게 뻔했다.

크라엘의 명령에 따라 기사들이 간신히 몸을 일으켜 뒤쪽을 향해 나아가려 하는 때였다.

“어딜 그리 급히 가시는 겁니까?”

저 시커먼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음산한 목소리.

그 목소리의 주인이 천천히 횃불 사이로 모습을 드러냈다.

“!?”

크라엘은 그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인간의 형체이나, 그 뒤에 펼쳐진 검은 날개와 머리 위에 있는 검은 뿔.

저것은 필시······.

“악마-!?”

제대로 맞췄다는 듯 치명적인 외모와 감미로운 목소리로 악마가 말했다.

“제 정원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저, 전투 준비!”

기사들은 크라엘과 마찬가지로 저마다 허리춤에 칼을 뽑아 들었다.

“이런. 제 아름다운 정원에 그런 무기들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놈은 사악한 미소를 보이며 손을 들었다.

촤르르륵-!

“아니!?”

“엇!”

크라엘과 기사들이 들고 있던 검이 그들의 손에서 벗어나 일제히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염동력?”

하지만 이리도 강한 염동이라니.

검들이 일제히 그 끝을 세워 기사단을 향해 조준했다.

“그럼 모두 행복한 잠에 드시길.”

그리고 악마가 손을 내리는 순간, 검들도 동시에 비처럼 땅으로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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