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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초 소드마스터-59화 (59/200)

59화

0.01초 소드마스터 59화

콰콱-! 콰콰콱-!!

“그오오!”

저 높은 절벽 만한 몸통으로 수많은 이들의 목숨을 빼았었던 메가 트롤.

하지만 그것이 괴성을 지르며 직선으로 갈라진 몸이 스르르 미끄러지고 있었다.

콰아아앙-!!

쪼개진 몸뚱이 절반이 아래로 떨어지면서 산산조각이 났고, 그 아래 덩그러니 남은 몸통도 역병처럼 퍼지는 균열로 인해 차츰 무너져 내렸다.

“!?”

부하들과 함께 은밀히 기사단을 뒤따르던 자칼은 그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잠시 넋을 잃었다.

“대, 대장. 저, 저게 대체!”

“이, 인간이 어찌 저런 힘을!”

그의 곁에 있던 부하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모두 입을 쩍 벌린 채로 먼지 속에 파묻혀 버리고 있는 트롤의 시체를 바라보았다.

“우와아아아-!!”

“대기사단장님 만세!!”

기사단의 함성소리에 자칼은 뒤늦게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대체 어떻게 한 거지?’

모든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저건 비행술입니까, 대장?”

특히 바닥이 무너졌는데도 그 위에 꼿꼿하게 서 있을 수 있다니.

“비행술이었다면 마력이 흐르는 게 보여야 돼. 하지만 어떤 것도 보이지가 않아.”

참 신기한 일이었다.

마력도 없이 허공 위에 떠 있는 존재라.

더욱 가관인 것은,

뚜벅- 뚜벅-.

마치 계단을 내려오는 것처럼 아슬란이 천천히 아래로 내려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의 격조 있는 발걸음과 그 안에 담겨 있는 품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했다.

특히,

펄럭~!

빛을 흩뿌리는 듯한 저 붉은 망토가 유독 두드러지게 보였다.

아슬란의 품위를 한 단계 더 올려주는 느낌이랄까.

‘인간이 아니구나.’

마력도 없이 하늘을 땅처럼 걷는 경지가 있다는 건 들어본 적이 없다.

아슬란은 아주 태연하게 지상으로 내려와 말 위에 올라탔다.

기사단은 여전히 뜨겁게 함성을 지르고 있었지만, 그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덤덤하게 말을 앞으로 몰았다.

“대, 대장.”

“어, 어떻게 하죠?”

부하들의 얼굴에 두려움이 물들었다.

방금 전 그 광경을 봤으니 당연히 그럴 만도 하다.

자칼 역시 심장이 아직도 쿵쾅 거리며 뛰고 있으니까.

거기다,

‘저놈도 넋이 나갔군.’

멀리서 보이는 로벤도 그 광경을 봤던 것인지, 완전히 얼이 나간 표정이었다.

“일단······ 은밀하게 따라간다. 들키지 않게 은신술을 최대한으로 써라.”

처음에는 기습을 통해 로벤을 데려오려고 했으나, 아무래도 계획을 바꿔야 할 것 같았다.

최대한 저 괴물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도록 말이다.

* * *

‘미친 트롤 새끼.’

나는 바닥에 널려 있는 돌무더기를 바라보며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객기 부렸다가 뒤질 뻔했네.’

비행술을 시험해 보기 위해 올라갔다가 영원히 구천을 날아 다니는 원혼이 될 뻔했다.

‘사실 이건 다 개발자의 음모가 아닐까.’

나를 죽이려고 일부러 비행술 옵션을 넣어 준 것이 아닌가- 싶은 합리적인 의심이 들었다. 그래도 다행히 위기를 잘 벗어날 수 있었다.

‘그나저나 저놈은 죽이면 뭐 안 주냐?’

메가 트롤은 몸뚱이 전체가 돌이라서 죽여도 얻을 게 없었다.

‘진짜 가성비 없는 놈이네.’

상관 없었다.

어차피 내가 여기 온 건 저놈이 목적이 아니라, 바로 여기.

황무지에서 잠자고 있는 황금을 캐러 왔기 때문이다.

우린 칼루석이 아주 넘치게 쌓여 있는 검은 돌밭에 도착했다.

“역시 척박하기 그지없는 땅이군요. 개간할 곳이 마땅치 않고 이렇게 쓸모없는 돌들만 널려 있으니 말입니다.”

아론아. 네가 아직 보는 눈이 없구나.

이 황금을 보고도 그런 소리를 하다니.

이런 게 바로 황금을 돌 같이 보라는 건가.

“알렉산더.”

“예, 대기사단장님!”

“적당한 크기의 돌을 아무거나 주워 오너라.”

“예!”

알렉산더는 후다닥 뛰어가 자기 얼굴 만한 크기의 돌을 가져왔다.

검은 돌, 칼루석.

앞으로 평생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아주 든든하고 치트키 같은 자원이었다.

“라파엘.”

“네.”

“이 돌 위에 불을 붙여 봐라.”

라파엘은 곧바로 불을 소환해 돌 위에 올렸다.

하지만 돌에 불이 붙지 않고 있었다.

“너희도 보다시피 돌에는 불이 붙지 않는다. 이것 역시 마찬가지지. 허나-.”

나는 알렉산더를 시켜 돌을 반으로 쪼갰다.

그리고 다시 그곳에다 불을 붙이자,

화아아악-!!

“이렇게 안쪽은 불이 맹렬하게 붙게 되지.”

“오오······.”

“이리도 신기할 수가.”

겉표면에는 불이 붙지 않지만, 돌 안은 기름칠을 한 것처럼 불이 붙으면 강하게 타오른다. 쉽게 말해서 화약 같은 거라고 보면 된다.

“여러모로 쓸모가 많을 것이다.”

“그렇겠네요. 이 정도의 발화력이라면 무기로도 쓸 수 있을 테고, 마법적 용도로도 활용이 무궁무진할 것 같아요.”

제일 신나 보이는 건 라파엘이었다.

이곳 세상에서의 과학은 곧 마법이니, 마탑에서 연구를 하는 마법사는 과학자라고 봐도 무방했다.

“척박한 땅이지만, 이곳에서 채광을 하며 땅을 천천히 개간시킨다면 어느 정도는 사람이 살만 한 곳이 될 것이다.”

지금이야 여기가 발전 가능성 없는 황무지처럼 보이지만, 나중에 게임이 계속 진행되고 나면 왕국들이 채광 독점권을 위해 이곳에다 성을 쌓기까지 한다.

개간하는 게 어려울 뿐이지, 결코 불가능하다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문제는,

“그런데 여기를 개발할 만한 인력이 될까요? 호드와 엘프, 두 종족과 교역을 하기 위해 교역로를 열고 있잖아요. 투입된 인력이 엄청 많다고 들었는데.”

이곳에 배치시킬 만한 노동력이 부족했다.

어쩌다 보니 일을 많이 벌려서 두 교역로를 동시에 여느라 투입할 인력이 없었다.

‘어디 써 먹을 만한 공짜 인력 없나.’

라고 생각할 때쯤.

“대기사단장님. 그런데 아까 붙잡은 저놈은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정신을 차린 거 같던데······.”

아론의 말에 퍼뜩 뇌리에 스치는 것이 있었다.

‘그래. 반인반마, 루너들이 있었지.’

인간과 닮은, 인간 형체의 루인 등급 악마.

그들에게서 나온 반인반마 루너.

물론 반드시 그 절반이 인간이라는 법은 없다.

이들이 무리를 지어 살고 있는 마을에는 악마의 피를 이어 받은 다양한 종족이 살고 있었다.

‘그놈들을 잘 구슬려서 쓸 수만 있다면-.’

나는 칼루석을 싼 노동력에 얻어서 좋고, 음지에서 고통 받으며 살고 있던 그들은 일자리를 얻어서 좋고.

이것이 바로 일석이조였다.

‘어떻게 구슬리느냐가 중요하겠네.’

원래 스토리대로라면 주인공이 엘프와 인간의 하프라는 공감대를 형성해 서로 으쌰으쌰 하는 그림이 나온다.

내가 주인공이 아니니 똑같이 할 순 없겠다만, 지금 내 곁에는 알렉산더도 있고, 무려 악마와 엘프의 피를 이어 받은 라파엘도 있다.

로벤 저놈을 살살 구슬려서 마을에 숨어 살고 있는 루너들을 끌어낼 수만 있다면-.

“해가 곧 지겠군. 이곳에서 야영을 하겠다. 그런 다음 놈을 내 앞으로 끌고 와라. 내가 직접 놈을 심문할 것인즉.”

“예, 대기사단장님.”

그렇게만 된다면 칼루석 공급은 안정적으로 이루어질 것이고, 나는 금방 돈방석에 앉을 수 있을 것이다.

‘후후후-.’

입 꼬리가 쉼 없이 씰룩이고 있었다.

* * *

“대장. 저 돌에 불이 붙는다는 걸 알고 계셨습니까?”

멀리서 아슬란과 그의 기사단이 뭘 하고 있는지 감시하고 있던 자칼과 그의 부하들.

그들은 돌에 붙은 불꽃을 보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아니. 나도 몰랐다.”

이곳에 터를 잡고 사는 루너들도 모르는 일을 아슬란, 저자는 어떻게 알고 있는 것일까.

“근데 이제 어떻게 하면 좋죠?”

“보아하니 여기서 야영을 하려는 거 같은데, 그때 기회를 노려 부대장을 데려오는 것이 어떻습니까? 기습을 하면 저들도 당황해서 부대장이 도망쳤는지도 모를 겁니다.”

“기습? 미쳤어? 너 방금 그걸 보고도 그런 말이 나와?”

“맞아. 잘못 기습했다가 걸리면 어쩌려고? 저 거대한 트롤을 단칼에 죽여 버린 사람이잖아.”

부하들의 두려움도 이해가 됐다.

그리고 그 두려움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슬란, 저자는 무척 위험한 자다.

상상을 초월하는 힘을 가졌고, 저자의 분노를 사게 된다면 그 불길이 마을 주민들에게까지 번지게 된다.

그런 불상사는 막아야만 했다.

“어쩔 수 없지.”

기습은 이미 물 건나 갔고, 위험하지만 그래도 통하면 효과는 확실한 방법을 쓰는 수밖에 없었다.

“딱 3명만 움직인다.”

“고작 3명이요?”

“그래. 저들의 갑옷을 빼앗아 입은 뒤 기사단인 척 군영을 돌아다니며 로벤을 찾는다. 최대한 놈을 살리는 쪽으로 빼와야겠지만, 만약 불가능하다고 판단된다면······ 죽여야겠지.”

안타깝지만, 부하들도 동감하는 일이었다.

“그럼 간다.”

“예.”

자칼은 어둠 속에 몸을 맡기며 물 흐르듯이 움직였다.

그리고 한창 야영지를 만드는 곳 바깥에서 보초를 서고 있는 기사들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푸슉-!

“음?”

“엇-.”

보초병들은 자신의 목에 박힌 침을 확인하고는 눈을 껌뻑였다.

쿠웅-!

그리고 얼마 안 있어 그들은 바닥에 하나 둘 쓰러졌다.

“서둘러라. 다른 이들이 보기 전에.”

자칼은 그들의 몸을 끌고 와 빠르게 변복을 마친 뒤 군영 안으로 들어갔다.

야영지 설치가 거의 끝나가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기사들은 바쁘게 움직이는 중이었다.

“······.”

자칼과 그의 부하들은 티나지 않게 그들의 발걸음을 따라하며 걸었다.

그리고 눈으로는 로벤이 어디에 있는지를 찾아 다녔다.

“대장. 저기······.”

얼마쯤 걸었을까.

부하 하나가 무언가를 발견했다.

“······저기에 있군.”

군영 가운데에 놓여 있는 간이 감옥.

누구든 감시가 가능하도록 천막조차 되어 있지 않았다.

그 안에 로벤이 앉아 있는 게 보였다.

그는 천천히 주변을 살피며 그곳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로벤.”

“······대장?”

“쯧. 멍청한 새끼.”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소.”

그런 로벤의 얼굴을 보니 괜시리 또 마음이 약해지는 자칼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로벤을 꺼내고 싶지만, 주변에 눈이 너무 많다.

이렇게 개방된 곳에서 감옥을 부숴 놓는다면 금방 저들이 알아차릴 터.

이를 어찌해야······.

“거기 너희 셋.”

그때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자칼은 몸을 흠칫 거렸다.

뒤를 돌아보니, 아슬란 옆에 줄곧 붙어 있던 기사단장이 있었다.

“마침 잘 됐구나.”

“······?”

“그 안에 있는 죄인을 꺼내 오너라.”

그러자 그의 뒤에 있던 마법사가 손을 까닥이자 옥실에 잠금되어 있던 마법이 풀리면서 문이 열렸다.

“놈을 데리고 따라오너라.”

“······예.”

얼떨결에 호송을 맡게 된 자칼은 로벤 뒤에서 은밀히 속삭였다.

“몸 상태는 괜찮으냐?”

“보다시피 손에 마법으로 된 속박구가 걸려 있어 움직임이 원활하지 않소.”

탈출을 위해서 저 속박구를 먼저 풀어줘야겠다.

하지만 아직 때가 아니었다.

대체 어디로 데려가는 거지?

‘설마······.’

머지 않아 그 목적지를 알 수 있었다.

이곳 군영에서 제일 큰 막사를 하고 있는 곳.

“대기사단장님. 아론입니다. 죄인을 데려왔습니다.”

바로 아슬란이 있는 곳이었다.

곧 그의 둔중한 음성이 울려 퍼졌다.

“들어오너라.”

“예.”

자칼과 부하들은 당황했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도망칠 수가 없으니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곳에는,

“······.”

사자의 눈을 닮은 아슬란이 옆으로 턱을 괸 채 거만한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 엄청난 위세로구나.’

그저 바라보기만 할 뿐인데도 그 위압감이 대단했다.

벌써부터 심장이 쿵쾅 거리고 머리에는 식은땀이 흐른다.

자칼과 마찬가지로 부하들 역시 손을 떨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러다 그와 눈을 마주친 자칼은 얼른 고개를 숙였다.

“······.”

한동안 막사 안에 무거운 침묵이 감돌았다.

로벤을 무릎 꿇리고 조금 뒤로 나와 있던 자칼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보았다.

그런데,

‘왜 날 계속 바라보고 있는 거지?’

아슬란의 시선은 여전히 그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왠지 어디선가 냄새가 난다고 했더니-.”

아슬란은 그런 자칼을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쥐새끼들이 숨어 들어왔었구나.”

“!?”

설마 우리를 두고 하는 말인 건가?

마치 그런 자칼의 생각을 읽었다는 듯,

“모른 척할 필요 없다. 감히 겁도 없이 내 군영 안으로 들어오다니. 간이 크구나.”

그러자 기사들도 자칼과 그의 부하들을 바라보며 눈을 험악하게 부릅 떴다.

“이놈들!”

“너희는 누구냐!”

그들이 칼을 뽑아 겨누면서 자칼은 하는 수 없이 투구를 벗어 던졌다.

그리고 몸을 무겁게 만드는 갑옷들도 전부 풀어 헤쳤다.

“악의를 갖고 온 것이 아닙니다. 그저 동료를 구하러 왔을 뿐.”

“······내 기사들의 옷을 빼앗은 것인가?”

“그렇습니다. 하지만 결코 해치진 않았습니다. 모두 잠들어 있을 겁니다.”

자칼은 정중하게 예를 차리며 청했다.

상대가 어떻게 자신을 알아봤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이곳에서 나가는 것이 먼저였다.

“저희를 보내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우린 당신과 싸우고 싶지 않습니다. 두 번 다시 앞에 나타나지 않겠다고 약속드립니다.”

하지만 상대는,

“만약 거절한다면?”

순순히 보내 줄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자칼 역시 여기까지 온 이상 물러설 수 없었다.

“저희를 쉬이 잡으실 수 없을 겁니다.”

다른 건 몰라도 속력 하나는 자신이 있었다.

로벤의 속박을 부순 다음 그를 데리고 달린다면 순식간에 이곳에서 빠져 나갈 수 있으리라.

“무례하다! 감히 대기사단장님께 그따위 말을!”

아론이 역정을 내며 칼끝을 세웠다.

자칼은 로벤의 뒷덜미를 붙잡고 서서히 다리를 예열시켰다.

빠른 속도로 이곳을 벗어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아론.”

“예.”

“물러나 있거라.”

“······예.”

아슬란이 아론과 기사단을 뒤로 물렸다.

“대단한 자신감이로군. 좋다. 너희를 보내주지.”

정말?

정말 이렇게 쉽게?

“그러니 어디 갈 수 있으면 가보거라.”

마지막 말이 뭔가 의미심장했다.

그러나 길게 생각할 것도 없었다.

상대가 보내준다고 했으니, 그대로 빠져 나가기만 하면······.

“음?”

그런데,

“이, 이게 왜······.”

이상하게 발이 움직이질 않는다.

로벤의 뒷덜미를 붙잡은 손부터 시작해 마치 온몸에 마비가 찾아온 것처럼 꿈쩍도 하질 않았다.

거기서 뭔가 이상함을 느낀 자칼은 고개를 들어 아슬란을 바라보았다.

여전한 자세로 자신을 거만하게 내려다보고 있는 아슬란.

그리고 그를 바라보는 자신의 시야가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

색깔이 서로 엉켜 번지는 것처럼, 공간이 일그러지면서 동시에-.

쿠웅-!!

무시무시한 무언가가 몸을 짓눌렀다.

“커헉!”

신음을 터트리며 자칼은 그대로 주저 앉았다.

도저히 숨을 쉴 수가 없다.

고동치던 심장이 말라비틀어져 가는 것만 같았고, 온몸에 있는 핏기가 전부 빠져 나가는 것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크악!”

“우욱-!”

그건 그의 부하들과 로벤도 마찬가지였다.

모두 헛구역질을 하며 바닥에 엎드린 채 몸을 부르르 떨었다.

기이한 점은 이들을 제외하고 다른 기사들은 전부 멀쩡하다는 것이다.

그들도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몰라 당황한 표정들이었다.

‘대, 대체 이게 무슨······!’

그리고-.

“왜 아직도 그러고 있지?”

아슬란의 위압적인 음성이 사위를 갈랐다.

자칼은 쓰러진 자리에서 어렵사리 고개를 들어 보았다.

그곳에는,

“보내 준다는 내 말을 알아 듣지 못한 것이냐?”

싸늘한 눈동자로 자신을 꿰뚫어 보고 있는 아슬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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