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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초 소드마스터-48화 (48/200)

48화

0.01초 소드마스터 48화

“여기서는 마력 조절을 간결하게 해야 돼요. 잘 보세요. 여기서 휘리릭 마력을 바람처럼 내보낸다는 생각으로 보냈다가 빠르고 간결하게 회수를 하는 거죠. 그렇게 하면······.”

콰아아앙-!!

라파엘이 보여 주는 폭발 마법에, 마법사들은 모두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와아-.”

내가 봐도 눈을 즐겁게 만드는 마법이었다.

비록 눈은 즐거우나, 저걸 내가 맞는다고 생각한다면 등골이 서늘해진다.

“근데 저걸 대체 어떻게 하라는 거지?”

“넌 이해했냐?”

“아니.”

라파엘은 열정을 가지고 마법사들을 가르치고 있었지만, 정작 이들 중 그녀의 가르침을 이해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여기서 제일 높은 마력을 가진 자의 스텟이 고작 57,

나머지는 30~50 사이에 머무르고 있어 실력차가 월등하게 나는 라파엘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도 놔두면 알아서 잘 성장을 하겠지.’

당장 가르침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도 라파엘을 수석 마법사로 세웠으니, 곧 실력이 올라갈 것이다.

드라마틱한 성장은 바라지도 않는다.

그냥 잔잔해도 괜찮으니, 사람 노릇 할 수 있을 정도로만 컸으면 좋겠다.

“헉!”

“대, 대기사단장님!”

“언제부터 거기에 계셨는지······!”

나는 마법사들을 지그시 내려다보았다.

그러자 그들은 마른침을 삼키며 나를 올려다 보고 있었다.

“잘 배우거라. 라파엘 같은 대단한 마법사 밑에서 배우는 건 무척 귀한 경험이니.”

너희 키우면서 들어가는 세금이 생각보다 많단다.

“옙!!”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래. 이놈들도 언젠가는 밥값을 하겠지.

나는 오늘의 마법 강의를 끝내고 돌아오는 라파엘에게 다가갔다.

“어? 대기사단장님!”

라파엘은 다가와 내 손부터 살펴봤다.

“어제 피를 좀 많이 흘리시는 거 같던데. 손은 다 나으셨나요?”

말도 마라.

안 그래도 어제 집에 돌아가서 포션이란 포션은 다 쏟아 부었다.

그때 느꼈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했다.

“별거 아닌 상처였다.”

별거 아니긴.

어제 아프다고 밤새 팔짝 팔짝 뛰었으면서.

이놈의 허세가 아니었으면 지금도 따끔거리는 고통 때문에 눈물을 질질 흘렸을 것이다.

진짜 나중에 회복 능력 하나는 만들어 둬야겠다.

“마법 병단 구성은 잘 되고 있는냐?”

“네. 마탑도 아주 순조롭게 잘 지어지고 있고요. 마탑이 완성만 되면 다양한 마법을 연구할 테고, 그럼 마법 병단의 질도 엄청 높아질 거예요.”

마탑의 존재가 그 때문이다.

비유를 하자면 마탑은 이 왕국에서 연구실 역할을 하는 것이다.

문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과학이 발전해야 하는 것만큼, 왕국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마탑의 연구가 필수적이었다.

‘역시 라파엘을 데려오는 건 신의 한수였어.’

엘티히에게 죽을 뻔한 위기를 숱하게 넘기면서 받은 아주 값진 보상이었다.

‘나중에 하프 데빌들을 만날 때도 쓸모가 있겠지?’

하프 데빌.

다크 엘프가 된 라파엘처럼 악마의 피가 섞인 하프들을 뜻한다.

엘티히가 저번에 언급했던 것처럼, 그들이 무리를 이루어 사는 마을이 있다.

훗날 스토리 진행을 위해 한번은 지나가야 하는 곳이었다.

“떠날 채비를 하거라.”

“아-. 오늘 바로 떠나시나요?”

“그래. 기사단과 함께 떠날 것이다. 비행 몬스터라고 하니, 마법의 힘이 필요하겠지.”

“예. 그럼 마법 병단은요? 같이 데려가나요?”

나는 마법 병단들이 있는 쪽을 슬쩍 쳐다보았다.

그들은 얼른 고개를 돌려 내 시선을 피했다.

“데려가라. 실전 경험을 쌓는 것이 백번 훈련을 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값질 테니.”

“그렇게 할게요.”

라파엘이 내 말을 마법사들에게 전달하자 그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우리도 드디어 대기사단장님 뒤에 서서 싸우는 거야?”

“흑흑. 우리의 설움을 드디어 풀게 되는 구나.”

나는 피식 웃으며 어떻게든 왕국에 도움이 되어 보려고 하는 그들의 기특함에 칭찬을 하려고 했으나,

“모두 들어라.”

등허리를 타고 올라오는 허세는 이들에게 엄중한 경고를 날렸다.

“낙오된 자는 버리고 간다.”

“헉.”

라파엘은 조용히 다가와 내게 말했다.

“저기, 그래도 기사들과 똑같은 속도로 달리는 건 힘들지 않을까요?”

그러나 아슬란의 허세에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는 얘기였다.

“너희들이 마법사라고 해서 봐주는 건 없다. 보병들과 함께 뛰어라. 당장 심장이 터질 것 같아도 뛰어야 한다. 하지만-.”

나는 그들에게 등을 돌리며 망토를 과하게 펄럭였다.

“끝까지 낙오되지 않고 살아남는다면 내 너희들의 이름을 전부 기억할 것이다.”

그러자 잔뜩 주눅이 들어 있던 마법사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쳤다.

“예!!”

그들의 대답에 라파엘이 깜짝 놀라며 몸을 움찔 거렸다.

나는 그런 그들을 보고 싱긋 미소를 지었다.

“대답은 마음에 드는군.”

막상 자기보고 말에서 내려와 뛰라고 하면 10분도 못 버틸 놈이 허세는.

그래도 의도치 않게 마법 병단의 사기를 제대로 높여 준 듯했다.

* * *

“대족장. 저기 ‘만’ 왕국의 기사단입니다!”

호드족의 대족장, 막투르는 자스트라 경계선을 넘어 ‘만’ 왕국의 경계선까지 넘었다.

허락도 없이 국경선을 넘는 건 모든 왕국이 금지하는 일.

그러나 막투르는 거침이 없었다.

그의 목소리에도 가득 힘이 들어가 있었다.

“상관없다! 우리는 저 몬스터만 잡으면 된다. 가자!”

그는 하늘을 높이 비행하며 마치 막투르와 그의 부족을 놀리는 것만 같은 사파이어 자쿤과 그 무리였다.

반드시 잡아야 한다.

국경을 넘어 군사적 충돌이 일어난다고 해도 상관없다.

우리 부족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저놈들을 꼭 잡아야만 했다.

“멈춰라! 너희는 무단으로 ‘만’ 왕국의 국경을······ 으헉!”

콰콰쾅-!

만 왕국의 기사단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자쿤들의 공격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그들이 우왕좌왕 하는 동안, 호드들은 다시 방향을 틀었다.

자쿤들이 이번에는 반대쪽으로 비행하여 달아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족장! 여기서부터는 일라이 왕국의 국경입니다!”

“상관없다!”

“하지만 상대는 그 아슬란이 있다는 일라이 왕국인데······.”

막투르는 부하들의 표정을 살폈다.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고 싸움을 즐기는 호드.

그들의 얼굴에 묘한 흥분감이 돌고 있었다.

“아슬란이 여기까지 직접 올 일은 없겠지만, 만약 온다면 영원히 잊지 못할 전투를 벌이게 될 것이다!”

“우우-!!”

그러면서 그들이 타고 있던 코뿔소 벨랍토르의 배를 힘차게 찼다.

조금만 더 가면 사파이어 자쿤을 잡을 수 있다.

“대족장까지 오실 필요는 없었는데······.”

“너희들을 몇 번이나 보냈지만, 허탕만 치지 않았느냐. 계속 시간을 허비할 순 없다!”

막투르는 자쿤들의 보호를 받으며 무리 가운데에서 비행하고 있는 사파이어 자쿤을 향해 창을 힘껏 던졌다.

퍼억-!

“키에엑!”

하지만 다른 놈이 대신 맞아 추락하면서 기회를 놓쳤다.

그러나 여기서 포기할 순 없지 않은가.

“날 위로 올려라.”

“우우-!”

부하 몇 명이 달리는 벨랍토르 위에 있는 막투르를 붙잡았다.

그리고 그가 발을 강하게 내디디며 위로 떠오르는 순간, 그들도 있는 힘을 다해 그의 몸을 위로 올렸다.

파앗-!

육중한 몸이 허공을 가르며 날아올랐다.

“키에엑-!!”

자쿤 무리가 필사적으로 그를 막아 보려 했으나, 무지막지한 힘으로 그들을 밀어내고 기어코 막투르는 사파이어 자쿤의 위에 올라탔다.

그러자 자쿤들은 그를 떨어뜨리기 위해 달려 들었고, 막투르는 양날 도끼를 꺼내 그들을 무참히 내리 찍었다.

“키에에엑-!!”

그를 등에서 떨어뜨리고자 사파이어 자쿤은 몸부림을 쳐댔다.

그러나 녀석의 등을 발바닥으로 꽉 붙잡으며 막투르는 절대 떨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나 비행을 거듭했을까.

“대족장!!”

부하들의 다급한 외침에 막투르는 끝을 봐야 할 때가 왔음을 깨달았다.

그는 달려드는 자쿤들을 몰아내며 도끼를 높이 들었다.

“이제 끝이다!!”

한방에 끝을 보기 위해 도끼를 내려치는 순간.

파직-! 파지직-!

마른하늘에서 갑자기 날벼락이 내려쳤다.

콰아앙-!!

그것을 맞고 사파이어 자쿤은 기절을 한 것인지 퍼덕이던 날갯짓을 멈추고 추락하기 시작했다.

같이 번개 공격에 맞은 막투르 역시 놈과 함께 아래로 떨어졌다.

“크으-. 대체 어디서 갑자기 번개 공격이······.”

한참이나 바닥을 굴러서야 막투르는 간신히 자리에서 일어날 수가 있었다.

다행히 크게 피해를 입은 곳은 없다.

상처를 입었다고 해도 걱정은 되지 않는다.

호드에게는 뛰어난 회복력이 있기 때문이다.

“대족장!!”

부하들이 소리를 치며 빠르게 자신의 곁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호들갑 떨기는.

사파이어 자쿤은 바로 앞에 꿈틀거리며 누워 있는 상태.

이제 사냥은 끝났다.

“뒤! 뒤를 보십시오!!”

그런데 부하들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뒤를 보라고?

그러기도 전에 막투르는 자신의 위로 드리우는 그림자를 느꼈다.

그가 뒤를 돌아보자 그곳에는,

“······?”

붉은 망토를 펄럭이며 자신을 냉담하게 내려보는 한 남자와 기사단이 서 있었다.

* * *

[막투르]

무력: 94

지력: 60

이놈이 왜······ 여기 있는 거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사파이어 자쿤과 함께 떨어진 막투르.

라파엘이 만들어낸 뇌격에 이놈이 같이 떨어졌다.

‘막투르라면 아직 나올 때가 아닐 텐데?’

나는 황급히 뒤따라 오는 호드들을 바라보았다.

모두 덩치가 크고 어금니가 길게 솟아 나왔다.

“대족장!!”

전부 각성을 마친 호드들이다.

그 말은 호드에게 네임드급 대족장이 생겨났다는 뜻.

호드라는 족속은 원래 여러 부족으로 나뉘는데, 자신들을 각성시켜 줄 수 있는 대족장이 나타나면 하나로 뭉치게 된다.

그리고 막투르가 바로 저들의 대족장이다.

‘아직 나와서는 안 될 놈이 이렇게나 일찍 나와 버리다니.’

만약 상대가 대족장이 있는 호드라는 것을 알았다면 이렇게 엉성하게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애초에 나오지도 않았을 것 같다.

“보아 하니, 일라이 왕국의 기사단이군.”

키가 2m 30은 되어 보이는 막투르가 높게 솟은 두 어금니를 보이며 말했다.

“나는 호드의 대족장, 막투르다!”

그 목소리에서부터 어마어마한 기세가 느껴졌다.

기사단의 말들이 전부 그 험악한 음성에 푸르르 몸을 움찔 거렸다.

물론, 내 말은 그냥 현실 감각이 없는 건지 아주 태평해 보였다.

“우우-!!”

“막투르!!”

뒤에 있던 호드들이 호응을 하며 함께 울부짖었다.

“일라이 왕국의 기사들이여. 죽음이 두렵다면 그냥 돌아가라. 어차피 너희의 국경을 넘는 일은 당분간 없을 것이다.”

당분간 없을 거라는 말은 또 이런 일이 생기면 언제든 넘겠다는 뜻이었다.

“우린 그만 이 사냥감을 가지고 돌아가겠다.”

막투르는 저벅저벅 걸어가 꿈틀 거리고 있는 사파이어 자쿤에게 다가갔다.

그 뒤에 있던 호드들은 당장이라도 싸울 기세로 콧김을 강하게 내뿜는 중이었다.

그냥 일반 호드들이었으면 가소롭다고 생각했겠지만, 저들은 무려 각성한 호드들이지 않던가.

심지어 저들을 이끌고 있는 건 무려 막투르다.

정상적인 생각이 박힌 놈이라면 그냥 보내주는 게 맞다고 판단하겠지만,

“감히-.”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리 없듯,

저런 건방진 도발을 듣고도 병적인 허세가 가만있을 리 없었다.

등허리를 타고 전율을 일으키며 올라오는 허세에 나는 거만한 어투로 말했다.

“내 허락도 없이 누가 움직이라고 했지?”

“······뭐?”

그리고 막투르가 인상을 찌푸리며 내게 고개를 돌리는 순간.

쿠웅-!!

내 발밑에서부터 땅이 움푹 파이더니 그것은 역병처럼 빠르게 퍼져 나가,

쿠웅-!!

“!?”

막투르와 그 뒤에 있는 호드들이 디디고 있는 땅까지 움푹 파였다.

그와 동시에,

“크헉!”

저 거구의 몸이 신음을 터트리며 비틀거렸다.

호드들과 그들이 타고 있던 벨랍토르들 역시 비명을 지르면서 하나 둘 쓰러지기 시작했다.

“크악!”

“키르르-!”

충만하게 끓어 오르며 내 몸을 가득 채우고 있던 허세를 따라 나는 무심한 눈빛으로 막투르를 내려다 보았다.

“건방지구나.”

막투르의 얼굴은 경악과 공포로 얼룩져 식은땀이 주륵 흐르고 있었다.

“한낱 미물 따위가 이 몸을 앞에 두고 꼿꼿하게 서 있다니.”

그러면 그럴수록 나의 허세는 더욱 뜨겁게 타올랐다.

“꿇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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