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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초 소드마스터-39화 (39/200)

39화

1초만 소드마스터 39화

“뭐, 뭐야······.”

대체 뭐야?!

“어떻게 안 거지?”

라파엘은 저 멀리 망토를 펄럭이며 사라지고 있는 아슬란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내 변신술이 조잡해?”

그럴 리가.

이제까지 누구도 그녀의 변신술을 알아차린 사람은 없었다.

딱 한 명.

엘프들의 여왕, 엘티히 말고는 없다.

그만큼 이 변신술은 가히 완벽했다.

무결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그런데,

“대체 저 사람은 어떻게······.”

일말의 마력도 느껴지지 않는, 마법을 쓸 줄 모르는 평범한 인간이다.

그런 그가 이 변신술을 간파하다니.

“······.”

100번을 다시 생각해 봐도 라파엘의 변신 능력에는 문제가 없었다.

그렇다는 건 저 아슬란이 놀라울 정도로 보는 눈이 뛰어나다는 것이었다.

과연 그 카르만과 필적한다는 소문은 거짓이 아니었구나.

특히,

‘한번만 더 이런 장난을 친다면 그땐 가만 두지 않겠다.’

그 박력 넘치는 목소리가 아직도 머릿속에 맴도는 것 같았다.

나 미쳤나 봐.

그 살기 어린 목소리가 왜 이렇게 매력적으로 들리는 거지?

“이건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겠는데.”

샤를렌 경매에 참석을 하게 된 건 라파엘 그녀의 진로를 결정하기 위해서였다.

오늘 이곳에 모이는 사람들은 전부 나라의 고위직이다.

답답하고 자신을 구속하기만 하는 엘프들의 땅을 떠나 새로운 삶을 살고 싶었다.

그렇기에 이들 중 적당한 사람을 골라 왕국의 마법사가 되는 길을 열고자 했던 것이다. 그리고,

“역시 오길 잘했어.”

그녀는 어떤 왕국으로 가야 할지 이미 마음을 정했다.

* * *

“허-.”

같은 시각.

샤를렌 가문의 가주, 비올레타는 헛웃음을 지었다.

그토록 사람들에게 외면 받았던 팔찌를 아슬란이 가져가 버렸다.

“르네. 네가 봐도 아슬란은 처음부터 저 팔찌를 사려고 여기 온 거 같았지?”

그녀의 집사, 르네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예. 수많은 경매품이 지나갔지만, 아슬란은 앉은 자리에서 미동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저 레길로트 팔찌에만 반응을 했지.”

“맞습니다. 처음부터 저걸 기다리고 있었던 게 분명합니다.”

하지만 아슬란은 마지막에 저게 나올 거라는 걸 어떻게 알아낸 것일까.

레길로트의 팔찌는 원래 경매 예정 목록에 없는 거였다.

비올레타가 충동적으로 마지막에 끼어 넣은 물품이라는 것.

그런데 아슬란은 마치 그것이 나올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는 듯 행동했다.

“경매에 참석하는 귀족 중 아슬란과 같은 자는 처음 보는군요. 본인을 과시하고 사치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서라도 경매품에 돈을 아끼지 않는데 말입니다.”

베라크 가문의 자금력을 생각했을 때, 아슬란은 충분히 경매품을 쓸어 담고도 남았다. 그런데도 이 광기나 다름 없는 경매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고고하고 품위 있게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모두 탐욕에 눈이 멀어 돈을 물처럼 쓰고 있을 때도, 아슬란은 끝까지 묵묵하게 기다리기만 했다.

그 모습이 비올레타에게는 꽤나 신선하게 보였다.

그건 비올레타 뿐만이 아니었다.

“아슬란님께서 이번에 레길로트의 팔찌를······.”

“사실은 엄청 고귀한 팔찌였던 것이 아닐까요?”

“허허. 악마에게 저주를 받았다는 그 팔찌를 사시다니.”

“아슬란님이 사신 것이니, 뭔가 달라도 다르지 않을까?”

“이런. 나도 한번 레이스를 해볼 걸 그랬나.”

보통 경매가 끝나고 나면 귀족들은 수다를 떨며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청탁을 넣곤 한다.

그렇게 서로 상부상조하며 각자의 이익을 취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전부 아슬란, 아슬란, 아슬란.

1층부터 꼭대기 층까지 아슬란 얘기로 시끄럽다.

아마 오늘 밤 내내 아슬란 얘기만 하다 끝날 것 같았다.

“참 어딜 가도 주목을 받는 사내구나, 아슬란 그자는.”

“최근 보여 주는 거칠 것 없는 행보가 이목을 끌긴 했지요. 오늘도 충분히 시선을 집중할 만한 모습을 보여주었고요.”

음지에 숨어 있다 혜성처럼 등장한 아슬란.

한두 번쯤 조용히 지나갈 만도 한데, 가면 갈수록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 모으고 흥미를 불러 일으키는 남자였다.

“그런데-.”

비올레타는 붉은 부채를 살랑이며 중얼거렸다.

“그 팔찌를 대체 왜 노린 거지?”

아슬란 때문에 그 팔찌를 내놓은 것이긴 하지만, 정말 그걸 사갈 줄은 몰랐다.

아무래도 악마와 관련이 되어 있으면 아슬란이 무슨 반응을 보이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 때문이었는데, 이제 그 호기심에 머리 끝까지 달해 극으로 치달았다.

“혹시 아슬란 그자는 저 팔찌가 무슨 힘을 가지고 있는 건지 알고 있는 건가?”

“그럴 리야 있겠습니까. 여러 왕국에 있는 저명한 마탑에 의뢰를 해봤지만, 누구도 이 팔찌가 가진 힘을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그거야 그놈들이 겁을 먹어서 그런 거고. 그중에서 이 팔찌를 제대로 만져본 놈이 없지 않느냐?”

흉흉한 소문이 돌기 시작하고, 급기야 팔찌를 만지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미쳐 버린다는 괴담이 퍼지면서 마탑 역시 레길로트의 팔찌를 감정하는 걸 꺼려했다.

그렇다고 샤를렌 가문의 청을 거절할 순 없으니, 질질 시간만 끌다 악마와 관련된 힘만 확인했을 뿐, 자세한 건 알 수 없다는 식으로 결말을 내 버린 것이었다.

“내가 이래서 마법사 놈들을 싫어한다. 음흉하기만 하고 실속이라고는 전혀 없는 놈들이야.”

하지만 그 마법사들도 모르는 것을 아슬란은 알고 있다라-.

악마 사냥꾼이라는 명성이 은근하게 퍼지고 있는 이때에, 하필이면 그가 악마와 관련이 있다는 이 팔찌를 손에 넣었다.

당연히 흥미가 당기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슬란을 잘 주시해 보거라. 그 팔찌를 과연 어떻게 사용할지 궁금하구나.”

“예, 가주님.”

그녀는 가느다란 턱을 접어놓은 부채 끝으로 톡톡 건드렸다.

잘 알지도 못 하는 사내에게 이토록 관심이 가는 건 참 오랜만이었다.

* * *

나는 지금 무척 기분이 좋다.

왜냐하면 기분이 좋기 때문이다.

흐흐흐.

바보처럼 웃고 싶었지만 그럴 순 없다.

경매장에 모여 있는 사람들이 다 나를 쳐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라파엘과 사이가 틀어진 건 안타깝긴 하다만.’

히든 퀘스트가 아니면 얻기 힘들다는 레길로트 팔찌를 거저 얻게 되었고, 거기다 가장 중요한 건,

[상점을 오픈합니다.]

드디어 상점이 오픈되었다는 것이다.

현재 내가 소지하고 있는 금액은 정확히 50골드였다.

빠득빠득 이를 갈며 백성들의 탄원을 들어주고, 목숨을 걸면서 10골드짜리 퀘스트를 클리어해 만들어낸 승리였다.

‘그럼 어떤 아이템들이 있는지 한번 봐볼까나?’

나는 콧노래를 부르고 싶은 것을 참으며 혼자 있을 수 있는 공간을 찾았다.

어느 비어 있는 방으로 들어가 나는 상점창을 열었다.

[라오렌트의 창]

[융겐의 마력석]

[다르트의 활]

[칼로루스의 심장]

다 내가 알고 있는 아이템들이었다.

라오렌트의 창은 목표에다 던지면 그 아래로 번개를 내리꽂는 능력이 있었고, 융겐의 마력석은 나의 마력을 증폭시켜 강한 마법을 쓸 수 있게 도와 주는 아이템이었다.

그 외에도 전설급으로 치부되는 아이템들이 줄줄이 나열되어 있었다.

“하-. 이게 행복이구나.”

하지만,

[주의사항]

-상점 물품은 오픈 때마다 랜덤으로 바뀝니다.

-한번 상점에 판매 목록으로 올라왔던 것은 두 번 다시 올라오지 않습니다.

-가격은 모두 동일하게 50골드입니다.

이런 악랄한 놈들.

이렇게 좋은 아이템들을 보여 주면서 한번에 하나씩 밖에 못 사게 하다니.

거기다 한번 초기화가 되면 같은 물품은 절대 다시 올라오지 않는다.

“뭘 사야 하지.”

신중하게 골라야 한다.

아슬란의 스텟을 고려했을 때, 지금 아슬란에게 가장 좋은 아이템을 골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나는 목록을 쭉 살피던 중.

“어?”

한 아이템에 눈이 꽂혔다.

“이, 이게 왜 여, 여기에 있어?”

너무 당황해서 말도 제대로 나오지가 않았다.

[모비로스의 팬던트]

지금까지 내가 봤던 것들이 전설급으로 분류가 된다면 이건 무려 신화급 아이템이었다. 그것도,

“게임 클리어에 필요한 팬던트잖아!?”

대륙 곳곳에 흩뿌려져 있는 총 6개의 팬던트.

신화 속 이야기만으로 알려져 있던 이 팬던트들은 게임 클리어에 반드시 필요한 아이템들이었다.

이것들을 다 모아야만 테키나 족속을 봉인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악의 힘을 완전히 소멸시켜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게임 클리어 조건이 바로 주인공이 6개의 팬던트를 모아 모든 악의 세력을 대륙에서 몰아내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중 하나가 되는 모비로스의 팬던트가 이 상점창에 떡하니 자리를 하고 있었다.

“미친.”

팬던트는 매 게임마다 위치가 랜덤으로 뜬다.

어디에 팬던트가 숨겨져 있는지는 수많은 퀘스트와 여러 소문을 따라가야만 구할 수가 있다.

하지만 이렇게 상점에서 뜨는 건 처음 봤다.

“이건 고민할 것도 없는 거잖아.”

게임 클리어를 위해서라면, 내가 목숨을 보전하며 무사히 이곳에서 빠져 나가려면 이 팬던트가 꼭 필요했다.

물론, 나중에 주인공한테 팬던트를 넘겨야 한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지만, 어차피 그건 마지막 순간에나 필요한 거고.

그때까지 아주 유용하게 써 먹을 작정이었다.

[모비로스의 팬던트를 선택하시겠습니까?]

그래.

솔직히 라오렌트의 창도 무척 탐이 나지만, 이걸 포기할 순 없지.

“이걸로 하겠다.”

[상점을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문구가 사라짐과 동시에 내 손 위로 모비로스의 팬던트가 떨어졌다.

[모비로스의 팬던트]

-악의 힘을 물리치기 위해 만들어진 고대의 유물.

-여섯 개로 나뉜 팬던트들을 하나로 모으면 전설적인 힘을 얻을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풍족의 신, 모비로스의 가호가 함께 하는 팬던트입니다.

여기까지는 모비로스의 팬던트가 가진 정보였다.

그 다음이 가장 중요했다.

팬던트는 게임 플레이 때마다 나오는 위치도 바뀌고 가지고 있는 고유의 능력도 바뀐다. 이번에는 과연 어떤 능력을 줄 것인지······.

-모든 스킬의 쿨타임을 초기화 시켜줍니다. (재사용 대기시간 30분)

“!?”

쩍 벌어진 입을 틀어 막았다.

모든 스킬, 그러니까 내가 가지고 있는 찰나의 괴력 스킬의 쿨타임을 초기화 시킬 수 있다는 것이었다.

즉, 일회성에 불과했던 찰나의 괴력을 2번이나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미친 능력이었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절로 감사의 말이 튀어 나왔다.

쿨타임 초기화는 지금 내게 절실하게 필요했던 옵션이었다.

나는 팬던트를 꾹 쥐었다.

그러자 팬던트가 사르르 녹아내리더니, 내 팔 안으로 스며 들어가 손목에 소라 모양 같은 표식을 남겼다.

첫 번째 팬던트를 모았다는 증거였다.

“아슬란 대기사단장님. 안에 계십니까?”

그때 누군가의 목소리에 음흉하게 혼자 웃고 있던 나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헤실헤실 거리던 얼굴은 근엄하게 뒤바뀌고 풀어졌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누구냐?”

“오늘 경매의 진행을 맡았던 바르엔이라고 합니다.”

“들어와라.”

검은 정장을 깔끔하게 차려 입은 바르엔이 조심스레 안으로 들어왔다.

“무슨 일이지?”

“아슬란 대기사단장님께서 구매하신 경매품을 확인받기 위해 왔습니다. 잠시 동행해 주시겠습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바르엔의 뒤를 따라갔다.

그러자 시끄럽게 떠들고 있던 귀족들이 나를 보고 일제히 고요해졌다.

그들은 귀를 쫑긋 세우며 마지막 경매품이었던 레길로트 팔찌가 회수되는 것을 지켜보았다.

“물품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해 보시지요.”

뭐 이상이 있을 게 있나.

“······괜찮아 보이는군.”

“예. 극도로 위험한 물품으로 지정이 되어 있어 배송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배송? 그럴 필요 없다. 그냥 가져가겠다.”

굳이 귀찮게 배송까지 할 필요 없었다.

이 좋은 아이템이 어떤 옵션을 가졌는지 확인하기에도 바쁜데, 이게 배송될 때까지 집에서 가만히 기다리라는 건가?

“하, 하지만 레길로트의 팔찌는 어떤 사악한 힘이 깃들어 있을지 모릅니다. 자칫 잘못 만지셨다가는 봉변을 당하실 수도 있어 저희가 마법 보호를 걸어 안전하게 포장을 하려는 것입니다.”

여기 바르엔도 그렇고, 저 물품을 마법 보호가 되어 있는 작은 방석 같은 것에 받쳐서 가져가야 하는 직원들도 그렇고, 모두 겁에 질려 있는 얼굴이었다.

아까 경매 때는 다 헛소문이라며 떠들더니, 이들도 팔찌에 대한 괴담을 철썩 같이 믿고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일까.

“사악한 힘?”

저들의 겁 먹은 표정과 목소리에 마치 먹잇감을 만난 것처럼 아슬란의 허세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

“멍청한 소리를 하고 있군.”

그러면서 나는 팔찌에 손을 가져다댔다.

그러자 바르엔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아, 안 됩니다! 잘못 만지셨다가는 큰일이 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소리치면서 바르엔은 뒷걸음질을 쳤다.

직원들도 벌써 멀찍이 도망친지 오래.

이들 모두 팔찌에 깃든 사악한 힘에 안 좋은 영향을 받을까 두려운 것이었다.

“······.”

나는 조용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경매장에 모인 사람들 모두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들의 눈빛에 담긴 긴장감, 기대감, 호기심, 등등.

그 모든 시선이 한 데 모이자,

“건방지구나.”

허장성세는 극에 달하고,

“감히 이런 팔찌 따위가,”

심취는 나를 더욱 허세의 수렁으로 빠져 들게 만들었으며,

“추악한 악마의 힘 따위가,”

그것이 극에 달하면서 나는,

“이 아슬란을 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느냐?”

병신 같은 허세를 부렸다.

턱-

나는 망설이지 않고 팔찌를 집어 들었다.

“헉!”

사람들이 기겁하며 기함을 터트렸지만, 난 괘념치 않았다.

오히려 보란 듯이 그것을 팔에 착용했다.

그러자,

촤아아악-!!

검은 기운이 그 안에서 솟구쳐 나오기 시작했다.

“아, 악마의 힘이다!”

“여, 역시 저건 저주받은 팔찌였어!”

“아슬란님! 지금이라도 얼른 팔찌를 벗으십시오!”

하지만 나는 덤덤하게 대꾸했다.

이건 처음 이 팔찌를 착용했을 때 나오는 이펙트에 불과하다.

그걸 말해 주고 싶어도 아슬란의 허세가 그냥 넘어갈 리 없었다.

“호들갑 떨지들 마라.”

이윽고,

“엇!?”

“저건?”

검은 기운은 전부 사라지고 그 안에서 찬란한 빛이 새어 나왔다.

회장 전체를 눈부시게 만들 정도로 강렬하고 아름다운 빛이었다.

“이건······?”

그것을 보고 귀족들이 하나 둘 소리쳤다.

“라, 라할의 빛이다!”

“저 팔찌에 담긴 악마의 저주를 그 빛으로 정화한 것인가!?”

저주라니.

어림도 없는 헛소문이다.

나는 잘 착용이 된 팔찌를 살펴보았다.

[레길로트의 팔찌]

-전설의 대장장이 레길로트가 만든 팔찌입니다.

-모든 공격을 빛 속성으로 전환합니다.

-어둠 계열에 200%의 추가 데미지를 줍니다.

-팔찌 착용시 랜덤으로 옵션이 추가로 하나 더 부여됩니다.

나는 입가를 꿈틀거렸다.

그러고는 언제 저 먼발치까지 달아난 바르엔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그는 나를 넋이 나간 얼굴로 쳐다보고 있었다.

“이건 내가 가져가도록 하지.”

“······.”

“왜 대답이 없지?”

“아! 예, 옙! 자, 잘 알겠습니다!”

그는 얼른 머리가 바닥에 닿을 정도로 허리를 숙였다.

나는 그런 그를 지나쳐 입구로 향했다.

뚜벅뚜벅-.

느릿하면서 격조 있는 나의 발소리만이 회장 안에 울려 퍼질 뿐.

감히 입도 벙긋하지 않을만큼 고요했다.

나는 거만한 고갯짓과 눈빛을 풀지 않은 채 경매장을 나섰다.

그리고,

[레길로트 팔찌에 새로운 옵션을 부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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