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화
1초만 소드마스터 28화
“라할의 영광스러운 빛을 내가 이렇게 보게 되다니.”
“역시 아슬란 대기사단장님이시라니깐? 라할께서 그분과 함께 하고 계시는 게 분명해!”
“힘없는 사람 편에 늘 서는 분이시잖아. 라할께서 왜 저분을 선택하셨겠어?”
백성들은 쉽사리 제 자리에서 떠나가지 못 하고 있었다.
그들이 봤던 그 감동의 여운을 그 끝자락까지 만끽하려는 것이었다.
“와. 거 사람 참 멋있네.”
“남자가 봐도 반하겠어. 저게 진짜 기사지.”
문제는 이놈의 길드원들까지 난리였다.
“흑흑. 누님. 너무 감동적이지 않소?”
“넌 또 왜 울고 지랄이야, 병신아.”
“아니. 이렇게 사람이 감정이 메말라서야. 난 엄청 울컥했단 말이오!”
“나도 그렇소. 내가 일라이 왕국 출신은 아니지만, 갑자기 소속감이 생기면서 막 왕국이 자랑스럽게 느껴지는 거 아니겠소?”
하다하다 이젠 소속감을 들먹이고 있다.
지랄도 풍년이었다.
“난 이제까지 누님한테 아슬란이 아주 쓸모없고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말만 들었는데, 오늘 보니까 전혀 아니던데요?”
“그러게. 대체 누님은 그동안 누구 얘기를 했던 거요? 동명이인이 있던가?”
그에 대해서는 레베카도 할 말이 없었다.
오늘 본 아슬란은 그동안 자신이 알고 있던 그 망나니와 정반대였기 때문이다.
‘대체 뭐지?’
혼란스러웠다.
그 탐욕스럽고 치졸한 아슬란이 저런 작고 연약한 아이의 편에 서주었다.
그저 백성들의 환심을 사려는 행동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럴 놈이 아니라는 건 옛날부터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 보인 그의 행동은 진심이 묻어 나왔다.
마치 정말 저 아이가 팔던 그 검은 쪼가리들이 필요하다는 듯이, 아슬란은 진심으로 아이를 대하며 후하게 값까지 치렀다.
가장 충격적인 건,
‘그건 분명 성스러운 빛이었어.’
천한 백성들도 알아볼만큼, 그건 분명 라할의 신성한 빛이었다.
대체 어떻게 아슬란 따위의 인물에게 그런 빛이 나올 수가 있단 말인가?
그때만큼은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아슬란이 성스럽게 보이기까지 했다.
거기다,
‘날 알아보기도 했고.’
아슬란은 레베카 자신과 눈을 마주쳤다.
그것도 꽤 오랫동안 말이다.
예나 지금이나 짜증 나게 잘생긴 그 미모 때문에 순간 레베카도 모르게 그 눈빛을 피하고 말았다.
“누님. 얼굴이 빨개요.”
“뭐, 뭐야?”
“무슨 생각하시길래 그래요? 혹시 남자 생각?”
“이게 드디어 미쳤나.”
레베카가 손에 마력을 모으기 시작하자 길드원들이 기겁하며 뒤로 물러날 때였다.
“그대들이 그림자 길드요?”
그들 앞으로 기마를 탄 기사들이 나타났다.
그 앞에는 아름다운 왕자의 미모를 가진 엘버스테인이 있었다.
“······?!”
갑작스러운 기사들의 출연에 길드원들은 당황하며 두리번 거렸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라는 표정이었다.
“누, 누님.”
“모두 가만히 있어.”
레베카는 마력을 거두며 엘버스테인 앞으로 걸어나갔다.
“맞아요. 제가 그림자 길드의 길드장, 레베카입니다.”
그러자 엘버스테인이 미소를 보였다.
뭔가 적의가 느껴지진 않았다.
“저는 아슬란 대기사단장님의 명령을 받고 왔습니다. 레베카님을 모셔 오라고 말입니다.”
“아슬란······ 대기사단장님이 저를요? 무슨 이유 때문이죠?”
“그에 대한 말씀은 없으셨습니다만, 극진히 모셔 오라는 명령을 내리셨습니다. 제가 호위해 드리겠습니다, 레베카님.”
극진히 모셔오라고?
대체 무슨 꿍꿍이인 거지?
“알겠어요. 같이 가도록 하죠.”
길드원들은 귓속말로 그녀를 만류했다.
“누님. 미쳤소!? 제 발로 끌려 가다 죽을 작정이오?”
“그럼 여기서 싸우니? 성 안에 있는 모든 기사랑 싸워 보려고?”
“그래도 우리가 명색이 그림자 길드인데, 잘만 하면 빠져 나갈 수 있을지도 모르오.”
레베카도 그래야 하나 고민을 했지만, 엘버스테인의 말이 자꾸 걸렸다.
극진히 모시고 오라는 명령, 거기다 아슬란과 나눴던 그 뜨거운 눈빛도.
만약 정말로 자신을 죽이려는 거라면 순순히 죽어 줄 생각도 없었다.
동귀어진을 하는 각오로 아슬란의 목숨은 반드시 가져가고 죽을 것이다.
거기다 여기 길드원까지 모조리 몰살시킬 순 없지 않은가.
나 하나 죽어서 끝낼 수도 있는 문제였다.
“됐어. 나 혼자 다녀올 테니까, 너희들은 여기 기다리고 있어.”
“혼자요?”
“누님. 아무리 그래도 우리가 누님을 혼자 보낼 것 같소?”
“그래요. 우리가 누님을 지켜드릴게요.”
라고 말하면서 손발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하여튼 멍청하면서 웃긴 놈들이라니깐.
“무슨 문제라도 있으십니까?”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그들을 이상하게 여긴 엘버스테인의 말에 레베카는 미소를 보였다.
“아니요. 지금 다 같이 가죠.”
아슬란. 네가 무슨 의도로 이러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예전 그 멍청하고 순진했던 귀족집 영애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야.
레베카는 천천히 마력을 예열시키고 있었다.
* * *
[검의 의지]
-검이 주인의 의지를 따르며 공유합니다.
-검을 다루지 않아도 검의 능력을 일부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
나는 한참 동안 정보창을 바라보았다.
애써 검은 보석으로 베라크 보검에 잠겨 있는 히든 능력을 찾아내 열어 놓았더니······.
“이게 대체 뭐야?”
이런 능력은 처음 보는 거라 당황스러웠다.
아니. 이거 분명 보검 아니었어? 그런데 붙은 옵션도 그렇가 해금한 히든 능력도 왜 이따구인데?
“보통 보검에 담긴 히든 능력이면 엄청 좋은 게 나오지 않나?”
막 번개를 일으키던가, 마력이 없어도 마법을 부린다든가 하는······ 뭐 그런 거 말이다.
“그런데 검의 의지?”
검이 나와 의지를 공유한다고?
내 생각을 공유하고, 내 허세도 공유하는 뭐 그런 거?
잠깐 이거 설마······.
“에고 소드?”
판타지 세계관이니 당연히 에고 소드, 그러니까 말을 하는 무기가 존재한다.
물론, 플레이어가 에고 소드를 갖는 일은 드물다.
왜냐하면,
“쓸모가 없거든.”
하지만 컨셉 플레이를 하고 싶고 진짜 판타지 느낌을 살리기 위해 일부러 에고 소드를 가지려고 해당 아이템을 찾으러 다니는 놈들은 있었다.
실제로 에고 소드에 해당하는 검이 몇 개가 있는데, 괜히 거슬릴 것 같아 나는 가져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설마 그런 옵션이 무려 베라크 가문의 보검에, 그것도 히든 옵션으로 숨겨 있을 줄이야.
“진짜 상위 옵션 하나 붙여 주는 게 그리도 힘들었더냐.”
이 검을 만든 대장장이를 조져야 하는 건지, 아니면 이걸 보검이랍시고 가지고 다니는 아슬란을 조져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그래도 일단은······.”
에고 소드라면 말을 하겠지?
“어이.”
나는 검에 대고 말을 걸어봤다.
“네 주인에게 답해라.”
······.
“대답하라고.”
검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야. 검. 귀 먹었냐?”
급기야 현타까지 왔다.
내가 뭘 잘못 알고 있는 건가.
에고 소드인 줄 알았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네.
“쓰읍. 그럼 이건?”
나는 검집에 다시 넣어 놓고 붙잡은 채 반대편 손을 휘둘러 보았다.
슉-!
그러자 놀랍게도 손에서 검기가 뻗어 나가 기둥에 작은 흠집을 냈다.
“오?”
검을 다루지 않아도 능력을 쓸 수 있다는 게 이런 거였구나.
“이거 생각보다 괜찮은데?”
나는 몇 번 더 손을 흔들어 보았다.
그러자 여러 검기들이 기둥을 때렸다.
“잠깐. 그럼 이거 검을 잡지 않아도 발동이 되나?”
나는 검을 조금 떨어뜨려 놓고 손을 휘둘러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촤악-!
이번에도 검의 의지가 발동되면서 검기가 앞으로 솟아 나가 벽에 부딪혔다.
하지만 무력 50따리에 걸맞게 그 위력이 미미해서 흠집이 조금 나는 것 말고는 특별한 게 없었다.
“검을 어디까지 떨어뜨려도 되는 거지?”
혹시 이것도 기검사가 딱 15m만 나갈 수 있는 것처럼 쪼잔하게 거리 제한이 있나?
나는 내 자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검을 놓은 뒤 한창 실험에 열중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조금이나마 스펙업을 한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지려는 찰나.
“위대한 분이시여.”
엘버스테인의 목소리에 나는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마에스트로에 빙의하던 것을 멈추었다.
망가진 자세는 다시 올곧게 돌아왔고 헤실헤실 풀어져 있던 얼굴도 근엄하게 바뀌었다.
“무슨 일이냐?”
“그림자 길드의 길드장, 레베카를 데리고 왔습니다.”
레베카가 왔구나.
안 그래도 그녀에게서 정보와 아이템을 구매할 겸 엘버스테인을 보냈었다.
“들어 오너라.”
“예.”
정보 상인 레베카.
아름다운 미모와 달리 괴팍한 성격에 말투가 반전인 여자다.
이 게임을 하게 되면 반드시 부딪힐 수밖에 없는 여자이기도 했다.
“그럼 저는 이만. 두분 얘기 나누십시오.”
엘버스테인이 밖으로 나가자 그녀는 뒤집어쓰고 있던 보라색 후드를 벗었다.
그러자 고풍스러운 레베카의 미모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거기다 저 보랏빛 눈동자.
이 게임을 오랫동안 한 사람이라면 저 눈동자에 담긴 비밀을 알고 있을 것이다.
“오랜만이네요, 아슬란?”
아슬란과 레베카가 안면이 있었나?
뭐, 베라크 가문에서 정보를 산 적이 있나 보지.
거기다 레베카는 일라이 왕국 출신으로 알고 있다.
몰락한 귀족 가문의 자녀였다나.
그녀에 관련된 친밀도 퀘스트를 해본 게 아니라서 자세한 건 알지 못 한다.
나는 대충 대답했다.
“그렇군.”
하지만 뒤에 이어진 그녀의 말이 충격적이었다.
“오랜만에 약혼녀가 보고 싶었나요? 아니지. 파혼녀라고 불러야 하나. 호칭이 애매하네.”
“······?”
지금 뭐, 뭐라고?
약혼녀?
“뭐, 어차피 그쪽은 나한테 관심도 없었잖아. 당신의 가문이 우리 가문을 철저히 짓밟고 불에 태워 없애 버리는 그 순간에도 나한테 일말의 관심조차 주지 않았지.”
설마 몰락한 귀족 가문이 아슬란의 베라크 가문과 연관이 있었나?
이건 진짜 나도 몰랐던 얘기였다.
“그런데 갑자기 날 여기에 불렀다는 건······.”
그녀는 내가 검의 의지를 실험하기 위해 자리에서 멀찍이 놔두었던 검을 부드럽게 손가락으로 쓸어내렸다.
이어지는 목소리에는 살의가 담겨 있었다.
“역시 날 죽이려고?”
아니. 난 그냥 정보만 사려던 것뿐인데.
운이 좋으면 쓸만 한 아이템도 사려고 했었다.
그런데 약혼녀?
아슬란이 누가 약혼을 맺었었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
이런 똥캐한테 누가 관심을 준다고.
“당신도 다 알고 있잖아. 내가 라울에게 미혼약을 팔았다는 걸. 라울을 조사를 했다면 그 정도는 금방 알아냈을 테니까.”
이건 또 무슨 소리야?
라울이 내게 먹였던 그 미혼약이 레베카한테 온 거였어?
그때 그 사건은 내가 집에서 퍼질러 자고 있는 통에 제대로 조사를 하지도 않았다.
이미 내가 깨어났을 땐 왕이 라울을 죽여 버렸기 때문이다.
설마 거기에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을 줄이야.
“그게 당신 입으로 들어가는 것도 난 알고 있었어. 당신이 죽든 말든 내 알 바 아니었거든. 그런데 멀쩡하네? 그걸 먹고 대체 어떻게 살아난 거지? 잠든 사람도 못 죽일 만큼 라울이 병신이었나?”
점점 격해지는 말투와 목소리처럼, 그녀의 몸에서 나오는 마력 역시 험악해지고 있었다.
이대로면 위험하다.
위험을 감지한 약자의 본능이 머릿속에서 사이렌을 울리고 있었다.
하지만 내 검은 저곳에······.
“그런데 날 죽이려면 검이 필요하지 않아? 기사라는 사람이 검을 멀리에도 놨네. 아니면 검이 없어도 나 하나쯤은 죽일 수 있다고 자신하는 거야?”
레베카의 입꼬리가 씰룩였다.
“사람들은 당신을 소드마스터라고 칭송하지만, 난 그걸 믿지 않아. 난 당신의 본성을 알고 있어, 아슬란. 무슨 수작을 부려 이 많은 사람들을 속였는지는 몰라도-.”
그녀는 검의 손잡이를 붙잡고 그것을 천천히 빼 들었다.
“난 속지 않아. 그리고 쉽게 죽어 줄 생각도 없어. 나, 생각보다 강하거든.”
이런.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모르겠다만, 이대로 가면 레베카 손에 죽을 거 같았다.
그냥 정보 몇 개 사려고 했던 건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야.
차라리 지금이라도 검의 의지를 활용해 찰나의 괴력을 발휘한다면 내가 먼저 레베카를 죽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고민을 하고 있을 때였다.
“윽!”
검을 붙잡은 레베카의 행동이 이상했다.
“뭐, 뭐야?”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 그녀는 멍하니 검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윽고 레베카는 몸을 휘청 거리더니,
쿵-!
곧 무릎이 꺾여 바닥에 쓰러졌다.
* * *
일레브로 가문은 베라크 가문 다음으로 잘 나가는 곳이었다.
하지만 그곳의 영애였던 레베카는 이상하게 미움만 받았다.
아니. 무관심이라는 게 맞을 것이다.
자신을 무시하고, 보러 오지도 않는 아버지.
누군지도 모르는 어머니.
거기다 뜬금없이 정치적 이유로 약혼을 맺게 되면서 조금은 나아질까 기대했지만, 저 아슬란마저 자신을 무시했다.
‘대체 왜? 내가 뭘 잘못했는데!?’
내가 다른 사람보다 외모가 유별나서?
눈동자가 달라서?
그게 어쨌다고?
날 싫어하는 이유가 뭔지 말은 해 줄 수 있는 거잖아!
하지만 누구도 그녀의 물음에 답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늘 무미건조한 눈동자로 바라만 보았고, 아슬란 역시 그러했다.
그래서일까.
세력 다툼에서 패배한 일레브로 가문이 멸망하고 가주는 처형을 당했으며, 가문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졌지만, 레베카는 슬퍼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뻤다.
이 좆 같은 집안에서 드디어 벗어날 수 있다는 안도감에 처음으로 행복을 느꼈다.
‘그런데 왜.’
널 보면 이렇게 화가 나는 거지?
그때의 일은 이미 다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오래 전 일이라 그때의 감정이 남아 있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아슬란이 여전한 눈동자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으니, 순간 화가 치밀어 이성을 잃었다. 그래서 그녀는 눈앞에 보이는 칼을 잡아 그곳에 마력을 불어 넣었다.
‘그냥 죽어!’
왕국의 대기사단장을 죽이려 했던 음모에 관여가 되어 있으니, 그 죄를 벗긴 어렵다. 그러니 차라리 널 내 손으로 죽인다면 그나마 좀 덜 억울하게 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감히.]
“······?”
큰 종이 울리는 것처럼 머릿속 안에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자격도 없는 자가 그 더러운 손으로 이 몸을 만지다니.]
대체 어디서 이런 목소리가-?
[죽고 싶은 것이냐?]
“뭐, 뭐야.”
설마, 이 검에서 나오는 건가?
아니나 다를까 검에서 엄청난 힘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난 너 같은 약자가 감히 들 수 있는 몸이 아니다.]
‘약자?’
내가?
대마법사 정도는 아니더라도 그동안 이를 갈으며 단련해 온 마력이다.
그런데 고작 검 따위가 그런 소리를 해?
뿌득-!
레베카는 이를 꽉 물며 그녀가 가진 마력을 검에 쏟아 부었다.
하지만 검은 나약하기 짝이 없다며 그녀를 비웃었다.
[건방지구나.]
그리고 그녀가 불어 넣었던 마력보다 훨씬 더 거대하고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건 말도 안 돼······!’
대체 검이 어떻게 이런 힘을 뿜어낼 수가 있는 거지?
애초에 검에게 자아가 있다는 건 듣도 보도 못 한 일이었다.
[오직 대륙 최강자만이 이 몸을 다룰 수 있다. 그런데 너 따위가 내 명예를 더럽히려는 것이냐?]
대륙 최강자?
그렇다면 이 검의 주인인 아슬란이 대륙 최강자라는 거야?
[끝까지 놓지 않겠다면······.]
당장 토를 하고 싶을 정도로 정신이 어지러워졌다.
이 검에게서 나오는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짓누르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대로 죽여 주마.]
순간 밀려오는 공포와 위압에 레베카는 얼른 검을 놓아 버렸다.
그러자 연결되어 있는 실이 툭 끊어지는 것처럼, 몸에 힘이 빠지면서 털썩 무릎을 꿇었다.
“하아- 하아-.”
숨이 가빠지고 시야가 어지러웠다.
이건 마검이다.
대체 아슬란은 어떻게 이런 검을 가지고······.
뚜벅- 뚜벅-
그때 들리는 발소리.
레베카는 자신의 머리 위로 드리워지는 그림자에 고개를 들었다.
그 위에는 그 옛날처럼 자신을 내려다 보고 있는 아슬란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