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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초 소드마스터-26화 (26/200)

26화

1초만 소드마스터 26화

‘이건 뭔 경우야?’

[엘버스테인]

무력: 80

지력: 85

엘버스테인의 무력이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고 있다.

첫 성장이 있은지 일주일 후, 엘버스테인의 무력은 80까지 치솟았다.

대체 이게 어디까지 올라가려는 것인지도 가늠이 되지 않는다.

성장 촉진이라는 특성이 있는 건 알았지만, 그 특성을 폭발시킬 수 있는 건 오직 주인공인 줄로만 알았는데?

주인공.

엘라 비하크 게임의 스토리를 관통하는 가장 핵심 인물.

그 이름은 바로,

[알렉산더]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영웅이 될 수도 있고 악인이 될 수도 있다.

플레이어가 이 주인공을 어떻게 다루냐에 따라 그 방향이 달라진다는 것이었다.

‘주인공을 통해서만 엘버스테인의 특성이 해금되는 거 아니었나?’

대체 뭘 어쨌다고 갑자기 저렇게 무력 수치가 계속 오르는 거지?

‘설마 아슬란이 그때 허세 부린 게 효과가 있었다고?’

그게 사실이라면 이것 역시 대발견이었다.

주둥이를 잘 털면 잠겨 있는 특성도 열 수가 있다는 걸 알아낸 것이니까.

‘그나저나······.’

나는 오늘도 왕자님 같은 미소를 지으며 내게 예의를 차리는 엘버스테인을 바라보았다.

“오셨습니까, 위대한 분이시여. 오늘도 근엄한 모습이 무척 멋있습니다.”

“······.”

얘 집에 안 가냐?

아니. 지금 네 첫째 형이 왕국을 악마들한테 넘기고 있는데, 얼른 리카르 성주한테 뛰어가든가 해서 전쟁을 할 준비를 해야지.

왜 아직도 아무것도 안 하는 거야?

“오늘도 도시 안을 순찰하십니까?”

“아니. 그동안 너무 왕국 수도만 챙긴 것 같아 다른 곳에 가보려고 한다.”

일라이 왕국은 수도를 포함해 총 3개의 성이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저번 날 아론 손에 털릴 뻔했던 로난 성이다.

오늘은 그쪽 지역으로 가서 퀘스트를 수급해 골드 벌이를 할 예정이었다.

자주는 아니더라도 가끔 가서 얼굴만 비추어도 민심이 안정되니, 가뜩이나 극악 난이도 때문에 언제 민심이 요동칠지 모르는 상황이라 관리를 해주는 건 중요한 일이었다.

‘안쪽에서부터 분열이 되면 답이 없으니까.’

이런 전략 게임을 해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외부보다 내부에서 터지는 게 더 어지럽다는 것을 말이다.

민심 관리를 잘못해 멀쩡했던 성이 갑자기 반란군의 도시가 되어 고립되는 경우가 생각보다 이 게임에서 많이 나온다.

그렇기에 아슬란의 특성을 이용할겸 성을 순찰해 볼 생각이었다.

“그러시군요. 그렇다면 저도 뒤를 따르겠습니다.”

이놈은 아예 여기 눌러 앉을 작정인 건가.

‘잠깐. 차라리 이거 잘된 일이지 않나?’

엘버스테인 성장 촉진으로 계속 무력이 늘어난다면 나는 아론보다 더 능력 있는 부하를 곁에 두게 된다.

지금 아론 하나 있는 것만으로도 크게 도움이 되고 있는데, 여기에 무력 90짜리 캐릭터가 나를 위해 퀘스트 매크로가 되어 준다?

‘10골드보다 이게 더 나은 거 아니야?’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그동안 눈앞에 아른거리던 현상금 때문에 아니 곱게 보이던 엘버스테인이 갑자기 대견하게 보였다.

‘그래. 무럭무럭 자라라.’

이것이 아빠의 마음일까.

좌청룡 우백호처럼 아론과 엘버스테인이 내 곁을 든든하게 지켜준다면 이것도 나쁘지 않은 투자 같았다.

“위대한 분이시여. 잠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그때 나를 찾아온 건 호레스였다.

굳이 여기서 말하지 않고 안으로 들어가자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단둘이 할 이야기인 듯싶었다.

우린 집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무슨 일이지?”

“오메르 왕국에서 서신이 왔습니다.”

그래.

왠지 일주일이 넘도록 안 온다 했다.

“내용은 확인했나?”

“예. 혹시 몰라 흑마법의 흔적을 찾아봤지만, 다행히 그런 건 없었습니다. 안심하고 읽으셔도 됩니다.”

그러자 아슬란의 허세가 꿈틀거리며 대꾸했다.

“그깟 흑마법을 무서워하지 않아도 된다, 호레스. 내가 그런 조잡한 마법 따위에 당할 거 같나.”

“하하.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만일의 경우라는 것이 있으니, 부디 항상 안전을 위해 힘쓰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쯧. 걱정이 많구나. 알아서 하거라.”

흑마법에 스치기만 해도 몸이 터져 죽을 놈이 하여튼 허세는.

나는 호레스가 건넨 서신을 펼쳐 내용을 확인해 보았다.

‘오. 현상금을 따블로 준다고?’

예상했던 대로 보상금을 줄 테니 순순히 왕자를 넘겨 달라는 내용이었다.

그것도 현상금을 2배로 주겠다고 말이다.

이건 게임과 시스템이 똑같은 것 같았다.

상대 왕국이 원하는 사람을 플레이어가 붙잡고 있으면 이렇게 돈을 2배로 올려서 부르기도 한다.

“어찌 하시겠습니까?”

2배면 충분히 할 만한 장사겠지만,

'지금 한창 성장 중인 녀석을 파는 건 아깝단 말이지.'

수지타산이 안 맞아.

“그냥 보류하거라.”

어차피 당장 답을 해주지 않아도 된다.

이런 건 보통 몇 번 밀고 당기기를 하면서 값을 올리는 게 제 맛이니까.

그러니까 딱-

‘5배, 아니 3배만 현상금이 뻥튀기 되면 그때 넘겨 버리자.’

흐흐흐.

절로 웃음이 나오는 걸 간신히 참았다.

방금 전까진 엘버스테인을 잘 키워서 곁에 둬야겠다고 생각했지만, 현상금이 3배 이상으로 올라가면 그건 또 얘기가 달라지지.

“······알겠습니다. 이 문제는 외부에 알리지 않도록 할까요?”

“그러도록.”

괜히 잘못 떠들었다가 엘버스테인이 도망칠 각을 잡아 버리면 곤란하잖아.

거기다 이런 건 우리끼리만 알고 있어야 진짜 팔아 넘겨야 할 때 잡음 없이 해결할 수가 있다.

“교단에는 이 일을 알리지 않을 작정이십니까? 오메르 왕국은 대륙에서 금지하는 사령술을 썼습니다. 그에 모자라 테키나 족속과 손을 잡았고요. 이는 라할에 대한 반역이며, 대륙 전체를 적으로 돌리는 무모한 짓입니다.”

정상적인 사고라면, 300년 전 대륙에 있는 모든 족속이 힘을 합쳐 간신히 몰아내 봉인시켜 버린 테키나와 손을 잡은 오메르 왕국을 교단에 신고함이 옳다.

하지만 현상금을 3배로 뻥튀기 해 줄 수 있는 왕국을 신고해서 일을 그르칠 순 없지 않은가.

“호레스.”

“예, 위대한 분이시여.”

“넌 교단을 믿나?”

“······!?”

거기다 지금 교단을 믿는 건 좋지 못 한 선택이다.

으레 판타지 소설과 게임이 그렇듯 교단이라 불리는 작자들은 무늬만 교단이지, 사실상 양아치 집단이 따로 없었다.

이 게임이라도 다르겠는가.

물론 교단 내에도 정말 악마를 증오하고 그들을 몰아내려 하는 세력이 존재하는 반면, 타락한 놈들도 있기 마련이다.

테키나 족속이 벌써 튀어 나왔다는 건 분명 교단 안에서도 어둠의 마법에 손을 뻗고 있는 세력이 있음을 뜻한다.

그놈들이 어디까지 세력을 넓혔는지 모르니, 교단을 의지하는 건 위험하다.

‘그리고 교단이랑 엮여 봐야 좋을 거 하나 없지.’

허구한 날 사람 부려 먹기만 하고 말이야.

내가 그놈들 때문에 게임 할 때마다 얼마나 똥개 훈련을 했는데.

그래서 이 게임의 고인물이 됐을 땐 최대한 교단을 피해서 다니기도 했다.

“난 그들을 믿지 않는다.”

그냥 그놈들이 싫다.

내가 주인공도 아닌데, 엮여야 할 이유도 없고.

“하지만 테키나 족속을 상대할 수 있는 건 오직 빛의 힘입니다.”

저 말도 사실이다.

불이 물에 약하고, 어둠이 빛에 약한 것처럼, 이 게임에도 속성마다 상성이란 것이 존재한다.

테키나는 어둠이고, 교단은 빛이었다.

하지만,

“과연 그런가?”

등줄기를 타고 올라오는 아슬란의 허세가 근엄한 눈동자로 호레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너는 정녕 그 어둠을 벨 수 있는 것이 교단 밖에 없다고 생각하느냐?”

“그건······.”

“빛과 어둠은 중요하지 않다. 누가 그것을 베느냐가 중요한 거겠지.”

그것을 베는 건 이 게임의 주인공, 알렉산더가 될 것이다.

그러나,

“나 아슬란에게는 빛도, 어둠도 똑같이 베어 버리면 사라져 버리는 것들에 불과하다.”

이 허세는 알렉산더가 아닌, 마치 내가 주인공이라는 듯 말하고 있었다.

“그러니 교단에 의지하지 말거라, 호레스.”

“······.”

“이곳에는 내가 있지 않느냐?”

호레스는 마른침을 삼키며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명심하겠습니다.”

오늘도 아슬란의 허세 스택이 쌓여 가고 있었다.

* * *

탁-!

문을 닫고 나온 호레스는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았다.

‘빛과 어둠을 가리지 않고 벤다라-.’

굉장히 위험천만한 발언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믿음이 가는 건 그가 지금까지 보여 준 행동 때문일까.

‘설마 그 보고가 사실이었나?’

아슬란이 기사단을 데리고 엘버스테인을 데리고 왔을 때, 호레스는 기사들을 통해 한 가지 기이한 보고를 전해 들었다.

‘그건 분명 라할의 빛이었습니다!’

‘그토록 신성하고 아름다운 빛은 일전에 본적이 없습니다.’

기사들의 증언은 전부 똑같았다.

아슬란이 신성한 빛을 뿜어냈다고 말이다.

그 뒤로 악마와 대치하게 되었으며, 그 악마를 일격에 없애 버렸다고 한다.

‘테키나 족속은 단순히 힘이 강하다고 죽일 수 있는 존재가 아니야.’

그 악마들이 대륙을 멸망시킬 뻔했던 게 바로 이 문제 때문이었다.

빛의 힘으로 그들을 정화 시켜야만 베어낼 수가 있다. 아니면 그런 상성마저도 깨뜨릴 수 있는, 상상을 초월하는 힘이 있거나.

후자인 경우가 거의 없으니, 제 아무리 강한 힘을 가진 기사라고 해도 악마 앞에서는 꼼짝을 못 하는 것이었다.

‘이건 의심할 여지가 없다.’

아론이 이에 대해 직접적으로 물어봤지만, 아슬란은 호들갑 떨지 말라며 주의를 줬다고 한다.

그것이 무엇을 뜻하겠는가.

‘악마를 죽일 수 있는 신성한 빛을 가지신 게 분명하다!’

그리고 아슬란은 이것을 밖에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래서 호레스도 구태여 묻지 않은 것이었다.

그의 비밀을 지켜주기 위해.

‘우리가 감히 짐작할 수도 없는 짐을 짊어 계시는구나. 저분은.’

할 수만 있다면 그 짐을 나눠서라도 짊어지고 싶은 마음이었다.

* * *

“아슬란. 이 작자가 지금 뭐하자는 거지?”

일라이 왕국에 자존심을 굽히며 친히 서신까지 써서 보냈건만, 일라이 왕국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이놈들이 날 우습게 여기는 건가?”

화가 머리 끝까지 난 리버테일은 주먹으로 상을 내려쳤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구나.”

“조금 더 기다려 보심이 어떻습니까?”

루시안의 말에 리버테일이 언성을 높였다.

“루시안 대기사단장. 그대가 아슬란을 두려워하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 왕국 최고의 기사이자, 대륙 소드마스터라는 그대가 적을 두려워해서 쓰겠나!?”

“······그를 경계하고 있는 것이지, 결코 두려워하는 것이 아닙니다.”

검의 원탁에서 봤을 때만 하더라도 루시안은 리버테일 말대로 아슬란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젠 아니었다.

그토록 원하던 새로운 힘이 생겼으니 말이다.

“그럼 대체 언제까지 경계를 해야 한다는 것이냐! 저놈이 내 말을 무시하고 있는데! 그것도 일라이 왕국 따위가 말이다!”

리버테일은 그 성정이 잔악한 자다.

선왕을 독살시켜 죽인 것은 물론, 그 아래에 있는 왕자들까지 모조리 죽였다.

심지어 자신과 한 배를 타고 나온 친동생까지 죽이면서 자신의 왕권을 공고히 했다.

“난 엘버스테인을 반드시 죽여야겠다. 그리고 나를 능욕한 아슬란 그자의 목도 원한다. 아니. 일라이 왕국의 멸망을 원한다!”

이미 자신의 뜻을 확고하게 정한 리버테일이었다.

그의 야망은 일라이 왕국에게 향해 있었다.

“······정 그러하시다면 뜻대로 하셔야겠지요.”

그리고 사실 루시안도 피가 끓고 있던 참이었다.

그가 새롭게 얻은 이 힘을 얼른 써보고 싶었다.

과연 자신의 힘이 아슬란에게 닿는지, 그 당당하고 꺾이지 않는 그를 과연 굴복시킬 수 있는지 궁금했다.

왕의 자리니, 왕국의 부흥이니, 루시안에게는 상관 없었다.

그저,

‘알고 싶다.’

나의 힘이, 나의 의지가,

‘너보다 강한지.’

그것을 알고 싶을 뿐.

그렇기에,

“제게 군사를 내어 주십시오.”

“오오. 드디어 루시안 대기사단장의 출정인가?”

“예. 아슬란, 그자를 만나보고 오겠습니다.”

왕은 전쟁을 원하지만, 루시안이 원한 건 다른 것이었다.

군사들을 활용해 치열한 전략 싸움을 벌이고 싶지 않았다.

전쟁을 하기 위해 가는 것이 아닌, 아슬란 그자와 칼을 부딪히는 것이 그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었다.

“반드시 아슬란의 목을 베어 국왕께 바치겠습니다.”

루시안은 다짐했다.

아슬란 그를 이 손으로 꺾어 보겠다고.

그리고 나아가 이 대륙의 최강자가 되겠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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