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7화
# 룩소르 앙크 신전 (2)
호텔에서의 사전 생방송이 진행된 이후, 각종 커뮤니티와 너튜브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퇴마 탐정’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현수가 이제 급기야 고대 유적 발굴 현장에 투입이 되었다는 것.
이건 그 자체만으로도 신선하고 새로운 재미를 부여해주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커뮤니티에서는 현수가 어떤 식으로 유적을 찾아낼지, 시뮬레이션 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뿐만 아니라 너튜브에서도 ‘이집트’ 관련 키워드가 급부상하면서 많은 역사 채널에서 고대 이집트와 람세스2세, 그리고 룩소르에 대해 다루었다.
현수 방송의 알고리즘을 한 번 타보려는 물밑작업들이었다.
이뿐만 아니라 뉴스에서도 현수 채널이 등장했다.
퇴마사가 유적 발굴 현장에 간다는 것에 대한 이슈를 다루는 것이었다.
또 한 가지.
해외 언론에서도 주목을 한다는 점이었다.
이집트 유적은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소스였다.
독일과 프랑스, 미국을 비롯해 수많은 국가들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런 와중에 480만 구독자를 가진 퇴마 채널에서 이집트 유적에 방문한다는 건 많은 학자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질 만한 일이었다.
미신에 의지한다며 비난을 하는 여론이 있는가 하면, 새로운 수색 방법이라며 응원을 하는 여론도 있었다.
이러든 저러든 강찬범이 이집트 학자로서의 입지가 줄어들게 되었다.
그 스스로 이런 문제를 감수하고 현수에게 의뢰를 한 만큼, 이번에 반드시 성과를 내야 했다.
이렇게 국내외 할 것 없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현수의 앙크 신전 방문.
드디어 촬영 날이 밝았고 현수 일행과 강찬범은 앙크 신전으로 이동을 했다.
해외인 데다가 여러 가지 여건상 낮 시간에 방송을 시작하려는 것이었다.
방송이 켜지자 현수가 익숙한 인사말과 함께 멤버들을 소개했다.
그리고 신도알과 혜련도 카메라 앞에서 해맑게 인사를 했다.
“지금 저희는 어제 방송 때 말씀드린 바로 그 신전. 앙크 신전으로 이동을 하고 있습니다.”
현수가 카메라를 보며 말했다.
“근데 ‘앙크’가 무슨 뜻이에요?”
혜련이 물었다.
그러자 강찬범이 몸을 돌려 가이드처럼 설명을 해주었다.
“‘앙크’는 이집트의 위대한 신, 오시리스가 주는 생명입니다. 콥트교회 십자가 보신 적 있죠? 그, 우리나라 말로 표현하면 ‘우’자 닮은 문양이요.”
“아하!”
“많은 이집트 벽화나 파피루스를 보면 오시리스가 파라오에게 이 ‘앙크’를 주는 장면이 묘사 되어 있습니다. 그만큼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죠.”
“신기하네요.”
신도알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 ‘앙크’ 신전 지하에 ‘아누비스’가 있다고 하니까 너무 신기하죠. ‘아누비스’는 ‘삶’보다는 ‘죽음’에 가까운 신이거든요.”
강찬범이 웃으면서 설명을 해주었다.
“이집트에도 참 신이 많아요. 우리나라 무속 신앙에도 신이 많지만.”
태환이 웃으며 현수에게 말했다.
“맞아. 그렇지. 사회상에 따라서 신을 만들기도 하고 또 의지하기도 하고 해서 그럴 거야.”
현수가 대답하며 길을 걸었다.
그렇게 몇 걸음 걷자 사막이 나타났고, 사막에 난 이정표를 따라 조금 더 이동하자 작은 고대 건축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황량해 보이는 사막 한가운데 올라선 독채 신전이었다.
“저기입니다. 저기가 ‘앙크 신전’입니다.”
강찬범이 멀리 보이는 신전을 가리켰다.
- 우와 진짜 영화에서 보던 거 같앜ㅋㅋㅋㅋㅋㅋㅋ
- 가보고 싶다ㅠㅠㅠㅠㅠ 이집트 워너비인데.
- 우와!!!!!!!
- 멋있다.
- 저기 황사 장난 아닐 것 같ㅋㅋㅋㅋㅋㅋㅋ
- 콧구멍 시커매질 듯???
- 샛노래지는 거 아니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모래가 노래섴ㅋㅋㅋㅋ
- 앜ㅋㅋㅋㅋㅋ
- 노란 코딱지 ㅁㅊㅋㅋㅋㅋㅋㅋㅋ
채팅이 올라오는 가운데, 현수 일행은 앙크 신전으로 조금씩 접근해 들어갔다.
앞에 도착하자 편한 옷차림의 현지인들이 제법 보였다.
강찬범이 다가가 영어로 무어라 소통을 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 발굴을 도와줄 현지 조사팀입니다. 먼저 도착해 있었네요.”
강찬범이 카메라를 보며 말했다.
현수 일행이 꾸벅 인사를 하자 현지 조사팀원들도 인사를 받아주었다.
까칠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상당히 살가운 모습이었다.
“팀원 분들 중에 캡틴님 방송을 보는 분도 계시더라고요. 월클이세요.”
강찬범이 말했다.
“아유. 아닙니다. 저는 월클이 아닙니다.”
현수가 손사래를 쳤다.
“자- 그럼-! 시간 끌 거 없이 바로 준비하죠.”
강찬범이 한국 동료와 현지 조사팀을 번갈아보며 말했다.
“저하고 캡틴님 일행은 지하 공간으로 가는 길을 찾아볼게요. 한국 분들하고 현지 조사팀 분들은 이 1층과 신전 주변을 수색해 주세요.”
강찬범이 말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그와 함께 온 한국인 동료가 카메라에 손 인사를 하고는 앵글 밖으로 사라졌다.
“저희도 시작할까요?”
강찬범이 웃으면서 현수에게 물었다.
*
신전은 무척 조용했다.
밀폐되어 있는 것 같은 공간이지만 바람소리만 은은하게 들려왔다.
그 사이로 선선한 공기가 느껴지기도 했다.
그게 귀신의 기운인지 아닌지 바로 파악하기는 어려웠다.
현수는 신전 내부를 돌아다니며 EMF 탐지기를 확인해 보았다.
탐지기 LED는 네 개 정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지금 귀신의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는데 EMF 탐지기가 네 개 정도죠? 이 정도면 이곳에 심령 현상이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현수가 카메라를 보며 말했다.
그 사이 신도알과 태환은 신전 벽면을 만져보고 있었다.
음각으로 만들어진 벽화.
색이 칠해져 있었는지 언뜻 갈색과 노란색이 보이는 듯했다.
“볼 때마다 신비롭긴 하네요.”
태환이 나지막이 말했다.
“저 사람이 제일 높은 사람이었나 봐요.”
신도알이 벽화 끝,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의 그림을 가리켰다.
수염을 형상화한 턱받침과 독특하게 생긴 모자를 쓴 모습이었다.
하지만 얼굴 부위는 누군가 망치로 부순 것처럼 음각이 망가져 있었다.
“저 그림은 호루스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강찬범이 그림 앞으로 다 가가며 말했다.
“그런데 얼굴이 왜 다 부서져 있죠?”
화진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과거에 크리스트교가 이집트에 유입이 되면서 신자들이 이집트 신화 속 신의 동상과 벽화, 그림들을 손상시켰습니다. 크리스트교는 유일신 종교잖아요. 다른 신의 존재를 거부하는 거죠.”
강찬범이 말을 이었다.
“그래서 많은 유적들을 보면 신들의 얼굴, 또는 파라오의 얼굴이 저렇게 뭉개진 것들이 많습니다.”
그의 말을 듣던 혜련이 물었다.
“파라오도요? 파라오는 그냥 왕 아닌가요?”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파라오도 신격화를 시켰으니까요.”
강찬범이 대답했다.
“그런데 왜 복원을 안 해요? 엄밀히 따지면 유물이 손상된 거잖아요.”
“이에 대해서는 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나뉘었던 것 같은데요. 어쨌든 크리스트교가 유입되면서 유물을 손상시킨 것 자체도 고고학 역사의 일부니까 그대로 보존을 하는 거죠.”
강찬범은 어깨를 으쓱였다.
화진과 혜련, 태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이, 현수는 카메라 앞에서 고스트사운드를 세팅하고 있었다.
“귀신의 흔적이 보이지는 않는데 EMF 탐지기는 반응을 하니까 소리를 한 번 잡아보죠.”
현수가 세정과 카메라를 보고 말했다.
그러자 신전 내부를 돌아다니던 일행들이 다시 모였다.
브즈으으응-
볼륨을 살짝 키우자 저주파에서 나오는 것 같은 오묘한 소리가 들렸다.
고스트사운드를 통해 자주 들었던 동굴 소리보다 더 저음이었다.
“이 소리는 뭐죠?”
강찬범이 스피커에 귀를 대고 나지막이 물었다.
“영혼의 소리라고 보면 됩니다. 가끔 소통도 되고요.”
현수는 볼륨을 천천히 올리면서 귀를 기울였다.
우우우우우우웅-
드가리텝트모지파투셉투-동굴소리 속에서 무언가 다른 소리가 잡혔다.
“지금 소리 들려요?”
현수가 볼륨을 조금 더 올렸다.
드가리텝트모지파투셉투-또 한 번 들려왔다.
조금 전보다 더 선명했다.
“무슨 뜻인가요?”
신도알이 강찬범을 보고 물었다.
“글쎄요. 이집트어 같기는 한데 해석이 안 되네요. 발음이 이상한 것도 같고.”
강찬범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사아아아아아아
순간 벽화 사이로 회색 연기가 은은하게 피어났다 사라졌다.
현수는 바로 악귀의 흔적이라는 걸 캐치할 수 있었다.
“여기 악귀가 있네요.”
현수가 솔트샷건을 장전했다.
게스트용 솔트샷건을 든 신도알과 혜련도 총구를 번쩍 들고 주변을 겨누었다.
하지만 갑자기 덤벼드는 악귀는 보이지 않았다.
“여기에 발견된 무덤은 없죠?”
현수가 물었다.
강찬범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확인한 바로는 없습니다. 만약 무덤이 있다면 제가 찾으려고 하는 지하 비밀공간에 있겠죠?”
그가 대답했다.
“그러면 악귀들을 유인해 내봐야 지하 비밀공간이 있는지, 통로가 어딘지 추측할 수 있겠네요.”
현수가 힙색에서 귀신을 부르는 부적을 꺼냈다.
그리고는 고스트사운드 주변에 부적을 붙인 후 뒤로 물러섰다.
휘이이이이이-
현수는 뒤로 물러서며 휘파람을 불었다.
이를 본 화진이 다른 일행들에게 따라하라는 손짓을 했다.
휘이이이잉-
그러자 강찬범을 비롯한 신도알, 혜련, 화진, 태환 모두 휘파람을 불었다.
그 순간이었다.
사아아아아아아아아
신전 구석 모퉁이에서 회색 아지랑이가 진하게 피어나는 것이 보였다.
이어 반투명 사람의 형체로 만들어지더니 고스트사운드 쪽으로 다가왔다.
그 모습은 심령카메라에도 그대로 포착 되었다.
- 헐?????
- 저거 뭐임??
- CG???
- 저거 뭐야?
- 어케 찍는 거임?
- 심령카메라임. 영혼 찍음.
- 귀신은 하얀색. 악귀는 회색.
- 악귀네.
- 이집트 귀신이닼ㅋㅋㅋㅋ
시청자 채팅창도 난리가 났다.
우뚝-
순간 악귀가 고스트사운드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현수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듯 보였다.
이목구비는커녕 몸의 앞뒷면도 구분이 되지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그 시선이 전해졌다.
꾸오오오오오-
그때 고스트사운드에서 거대한 남성의 포효와 같은 소리가 들리더니 악귀가 현수 쪽으로 확 덤벼들었다.
현수가 눈을 부릅뜨고 바로 방아쇠를 당겨버렸다.
팡!
솔트샷건이 발사되면서 악귀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동시에 고스트사운드에서 나오던 소리도 끊기면서 침묵이 찾아왔다.
“바, 방금 뭐였죠?”
악귀를 보지 못하는 신도알이 어리둥절해 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저 구석에서 악귀가 나와서 우리한테 덤벼들었어요.”
현수가 대답을 한 후 신전 구석으로 향했다.
부적을 붙이자마자 회색 아지랑이가 피어났던 바로 그곳이었다.
“그곳이 통로인가요?”
강찬범이 물었다.
“저 부적은 귀신을 부르는 부적이었어요. 저걸 붙이니까 이쪽에서 악귀가 올라왔거든요? 여기를 조금 자세히 확인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현수가 대답했다.
강찬범은 현수가 가리킨 곳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이것저것 만져 보았다.
그러다 작은 틈을 발견하고 작은 망치로 두드려 보았다.
뚱 뚱 뚱 뚱-
안쪽에서 메아리가 들려왔다.
“야! 데알 알라 후나!”
강찬범이 갑자기 신전 바깥을 향해 아랍어로 무어라 외쳤다.
이곳으로 와보라는 말이었다.
그의 외침에 이집트 현지 조사팀원 중 한 명이 곡괭이를 들고 들어왔다.
“야지브 앤타프르 하드히 아부키트 알란!”
강찬범이 뒤로 물러나며 구석을 가리켰다.
“아술 알레히!”
현지 조사팀원이 고개를 끄덕인 후 곡괭이로 구석을 강하게 내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