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226화 (226/227)

제226화

# 룩소르 앙크 신전 (1)

다음 날.

캡틴 타워 회의실.

현수와 화진, 태환, 세정과 신 주임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들 앞에는 정장을 입은 중년 남자가 앉아 있었다.

고고학자 ‘강찬범’이었다.

“박사님께서 이번에 저희한테 의뢰를 해주신 거죠?”

현수는 앞에 놓인 기획팀의 보고서를 들고 물었다.

“네. 맞습니다.”

강찬범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집트에 있는 ‘룩소르’ 지역에 같이 갔으면 좋겠다-는 말씀이시네요?”

현수가 물었다.

“네, 네. 그렇죠.”

“그러면 저희가 아니라 고고학 연구팀이 가야 하는 거 아닌가요?”

“맞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저희는 좀 새로운 걸 시도해 보려고 합니다.”

강찬범이 패기 넘치는 목소리로 설명을 해주었다.

고고학자 강찬범이 이번에 진행하고자 하는 프로젝트.

이집트 룩소르 지역에 있는 ‘앙크 신전’을 조사하는 것이었다.

현재 이집트의 수도는 카이로이지만 고대 이집트에서 가장 크게 문명을 꽃피웠던 곳은 ‘룩소르’라는 지역이었다.

투탕카멘이 발견된 왕가의 계곡 역시도 룩소르에 위치한 무덤가였다.

이곳에는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앙크 신전’이 있었다.

그리 크지 않고 또 유물도 없다 보니 학자들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었다.

강찬범 역시도 앙크 신전에 관심이 없었다.

그러던 중, 그는 고문헌에서 한 가지 글귀를 발견하였다.

‘앙크 신전 지하에 아누비스가 머물고 있노니, 이를 깨우는 자는 죽음을 면치 못하리라.’

이집트 유적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글귀였다.

현지인들은 이런 글귀에 두려움을 느끼곤 했지만 고고학 발굴단이나 학자들은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강찬범은 학자임에도 이런 ‘저주성 글귀’에 대해 어느 정도 믿음을 가진 편이었다.

그리고 그만큼 앙크 신전 지하에 굉장히 중요한 것이 매장되어 있으리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곳에 이런 저주성 글귀가 적혀 있다면, 고대인들이 굉장히 중요한 걸 감추고 있고 또 지키고 싶어 했다는 걸 보여주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몇 년에 걸쳐 아무리 연구를 해도 비밀 공간을 찾지 못했다.

그렇게 이집트 당국의 지원도 중단 되었고, 종료 학자들도 떠나게 된 상황.

오직 강찬범만이 아직 그 믿음을 굳게 가진 상태였다.

한참 설명을 하던 강찬범은 주먹을 꽉 쥐고 말했다.

“진짜 사정사정해서 마지막 한 번 더 수색을 하는데 당국 허가를 받았습니다.”

“그……, 저희가 퇴마를 하는 사람들인 건 아시죠?”

화진이 멋쩍게 웃으며 다시 물었다.

지금까지 이야기를 들어봐도 캡틴 타워에 의뢰를 한 이유가 확실치 않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강찬범이 손가락을 딱 튕겼다.

“물론이죠. 그래서 이번에는 여러 과학적인 조사를 하지 않고 바로 심령적인 측면에서 수색을 해보려고 합니다.”

“심령적인 수색-이요?”

“네. 그곳에 그런 저주성 글귀를 적었다면 거기에도 귀신들이 있을 거 아닙니까. 그 귀신들을 이용해서 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거죠.”

“보통 과학자가 역사학자분들은 퇴마나 귀신, 잘 안 믿지 않나요?”

“그만큼 저한테는 절실하니까요.”

강찬범이 대답했다.

현수는 입을 삐쭉 내밀고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이집트 당국 관계자가 캡틴 님 방송을 보는 사람이더라고요. 덕분에 승인도 떨어졌다니까요. 물론 유적을 손상시키지 않는다는 조건에서요.”

강찬범이 양 엄지를 척 들어보였다.

“음. 논리적으로 맞긴한데.”

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귀신들의 한을 풀고, 사연을 알아내고, 시신을 찾아냈던 일들을 떠올려 보면 불가능한 건 아니었다.

어쩌면 미이라를 찾거나 유적을 발굴하는 것 역시 폐가를 수색하는 것과 같은 메커니즘이기 때문이었다.

“의뢰비용은 오천만 원으로 하겠습니다. 비행기값이나 식비 등 제반 비용은 제 쪽에서 할 거고요. 방송에서 나오는 수익은 저에게 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강찬범이 말했다.

현수는 그런 그의 눈을 가만히 응시해 보았다.

만약 그의 조건대로라면 강찬범 쪽이 상당히 불리했다.

저렇게 투자를 했는데 유물이 나오지 않으면 엄청난 돈이 깨지기 때문이었다.

‘그 밑에서 뭔가 대단한 게 나올 거라는 믿음이 있나.’

현수는 그의 눈을 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어떻게 하시겠어요? 의뢰를 받아주시나요?”

강찬범이 물었다.

화진과 세정, 태환도 현수에게 시선을 집중시켰다.

현수는 가만히 고민을 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의뢰를 받도록 하겠습니다.”

현수가 대답했다.

강찬범은 굉장히 기뻐하는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꾸벅 인사를 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는 연거푸 감사 인사를 해댔다.

“신 주임님. 계약서 준비해 주세요.”

그 사이 현수가 신 주임을 보며 말했다.

* * *

오랜만에 잡힌 해외 촬영.

촬영 전부터 오가는 금액만 봐선 위즈소카 수용소나 노로이노무라 보다도 큰 프로젝트였다.

문제는 이집트 현지에서 생방송이 가능하냐는 것이었다.

이 부분은 강찬범이 당국의 협조를 받아놓은 상태기 때문에 생방송을 해도 크게 무리가 없다는 회신을 받았다.

물론 거듭 강조하는 건, 유적이 파손되면 안 된다는 점이었다.

그렇게 강찬범은 룩소르로 갔을 때 필요한 자료들을 수집했고, 현수는 해외 촬영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그리고 라미로브 측 요청으로 게스트를 부르기로 결정이 되었다.

해외에 나가는 김에 조회 수를 한 층 더 끌어올리자는 의견이었다.

그래서 합류하게 된 것은 신도알과 혜련이었다.

현수는 커뮤니티 탭에 이집트 룩소르 출장에 대한 내용을 업로드 하면서 신도알과 혜련이 함께 할 것임을 공지했다.

그러자 댓글 창은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뜨겁게 달아올랐다.

- 오오오오오오 이집트!!!!

- 이집트 ㅈㄴ좋아!!!!

- 거기도 귀신 진짜 많을 거 같긴 하닼ㅋㅋㅋㅋㅋㅋㅋ

- 생각해보면 우리 처녀귀신 있듯이 거기도 뭔가 귀신이 있긴 할듯ㅋㅋㅋㅋ

- 아 기대된다.

- 낮시간 방송이네. 시차 때문인가.

- 아 진짜 재밌겠다ㅠㅠㅠㅠㅠ

- 낮에 일하는데 아 ㅅㅂ

신비로움으로 사람들의 매력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이집트와 캡틴 퇴마 현수의 만남.

구독자들의 흥미가 극대화 될 수밖에 없는 조합이었다.

주중 진행하는 스튜디오 촬영과 캠핑 촬영까지 마친 현수는 바로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에는 강찬범과 그의 동료들이 먼저 도착해 있었다.

잠시 뒤, 신도알과 혜련도 공항에 도착했다.

드디어 출발하는 모든 인원이 모인 것이었다.

“그럼 가실까요!”

강찬범이 파이팅 넘치는 목소리로 말하고는 출국장으로 향했다.

언제나 그렇듯 일행들은 모두 살짝 들뜬 모습으로 그 뒤를 따랐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하나 있었다.

언제부턴가 수정의 모습이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었다.

* * *

이집트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심지어 이집트 안에서 룩소르로 가는 길 또한 평탄하지는 않았다.

카이로에서부터 나일강을 따라 쭉 내려와야 만날 수 있는 룩소르는 오랜 전통을 가진 도시였지만 다른 도시들에 비해선 낙후된 느낌이었다.

물론 관광시설이 잘 되어 있기는 했지만 특유의 삭막함이 있었다.

룩소르에 도착한 후 간단히 시내를 둘러본 일행은 간단한 먹거리와 맥주를 사들고 호텔로 돌아왔다.

그리고 강찬범과 게스트 모두와 함께 사전 생방송을 진행했다.

해외 촬영인 만큼 긴급 생방송을 하기로 했다.

세정의 손짓과 함께 카메라가 켜졌다.

야외 촬영이 아닌지라 스튜디오에서 촬영하듯 삼각대를 놓고 편하게 진행되었다.

“안녕하세요. 캡틴 퇴마 박현수입니다.”

현수가 카메라를 보며 인사를 했다.

“커뮤 탭에 공지해드린 바와 같이 저희 고스트 크루와 신도알님. 그리고 지난 방송에 이어 혜련님도 함께 해주시기로 했습니다.”

현수의 인사에 혜련과 신도알이 각자의 시그니처 제스츄어로 인사를 했다.

- 혜련은 이제 멤버 같음ㅋㅋㅋㅋㅋㅋㅋ

- 캐미가 좋잖음ㅋㅋㅋㅋㅋ

- 혜련이 출연할 때가 재밌긴 함.

- 오디오 꽉 꽉 채운달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신도알도 개꿀잼

- 멋있는데 뭔가 허당 같은....ㅋㅋㅋㅋ

“그리고 여기는 저희에게 의뢰를 해주신 고고학자, 강찬범 박사님이십니다.”

현수가 바로 찬범을 소개했다.

그러자 찬범이 카메라를 보며 꾸벅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고고학자 강찬범입니다.”

그의 인사는 상당히 무미건조했다.

아무래도 긴장을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저희가 내일 방문하게 될 신전이 ‘앙크 신전’이라고 하셨죠? 거기가 어떤 곳인지 간단히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현수가 말했다.

그러자 강찬범이 바로 설명을 해주기 시작했다.

“저희가 갈 ‘앙크 신전’은 언제 지어졌는지 정확한 연대는 파악이 되지 않는데요. 여러 정황상 기원전 1000년에서 1500년 사이 쯤 지어졌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럼 지금으로부터 대략 3000년 전이네요?”

“네, 네. 그렇죠. 그 유적의 양식이 람세스2세가 지은 유적들과 비슷한 부분이 있어서 그 전후가 아닐까 보고 있는 거죠.”

“아. 람세스2세요.”

“네, 네. 람세스2세 직전쯤이 아닐까- 추측만 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곳에 뭐가 있다는 거죠?”

“뭐가 있는지 모릅니다. 다만, 앙크 신전에 지하 공간에 대한 묘사가 있고, 그 공간에 들어가게 되면 저주를 받는다는 글귀가 적혀 있었습니다.”

“오호. 네, 네.”

“그렇다는 건 그 지하에 굉장히 중요한 게 있는 거거든요. 당대 사람들이 자신들의 믿음을 걸고 지키려 한 거니까요.”

“그런데 미이라의 저주- 같은 게 무서운 건 아닌가요?”

“음. 학자로서 말씀드리면 ‘미이라의 저주’ 같은 건 없다고 봅니다. 이집트 자체가 워낙 신비로운 역사로 가득하니까 생긴 루머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귓동냥으로 듣기는 예전에 발굴했던 사람들이 갑자기 급사를 하거나 병에 걸렸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것 같아서요.”

“맞습니다. 그런데 그건 저주라기보다 ‘독성물질’ 때문이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오랫동안 밀폐되어 있던 무덤 안에 여러 미생물, 혹은 오염된 기체가 들어 있었고 무덤을 열면서 그걸 흡입한 사람들이 병에 걸린 거죠.”

“흠.”

“그런 신비로운 곳에 들어가 시신을 찾았는데 갑자기 사람들이 병에 걸리면, 누구나 저주라고 생각할 법하죠. 당시에 미디어에서는 실제로 그렇게 보도를 했고요. 그게 고착화 돼서 영화 같은 것도 나온 거죠.”

강찬범이 웃으면서 설명을 해주었다.

- 그래도 이집트 미이라는 신기햌ㅋㅋㅋㅋㅋㅋ

- 저주는 있다!!!!!

- 저주 있어요!!!!

- 저주가 있는 곳은 어떻게 보일까 궁금하긴 하닼ㅋㅋㅋㅋㅋ

시청자들도 무척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다.

“앙크 신전 사진이 있습니까?”

현수가 묻자 강찬범이 몇 가지 사진을 꺼냈다.

기획팀에서 정리한 보고서에 포함되어 있던 신전 내부 사진들이었다.

세정은 자리에서 일어나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클로즈업 해 시청자들에게 보여주었다.

“규모는 상당히 작아요. 저 내부에서 사람들이 모여 있을 만한 곳은 기껏 해봐야 50평이나 될까 싶습니다. 그 안에 여러 방이 있고요.”

강찬범은 브리핑을 하듯, 시청자들에게 설명을 해주었다.

살갑게 인사를 하는 재주는 없었지만 그래도 자기 전공 분야에 있어서는 듣는 이를 흥미롭게 하는 부분이 분명 있었다.

덕분에 시청자들은 앙크 신전에 대해 더욱 큰 호기심을 갖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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