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225화 (225/227)

제225화

# 상건아파트 괴담 (5)

- 아파트 쓰레기 집하장 처음 봄.

- 되게 더러울 거 같아.

- 떨어지다 터지는 쓰레기봉투도 있을 거 아냐???

- 냄새 ㅈㄴ 싫겠다.

- 50000원 파워챗 후원.

- 고생이 많습니다. 캡틴.

- 이러면 악귀 냄새랑 어케 구별?

일부 시청자들은 벌써 쓰레기장이라고 하니 악귀 냄새와 어떻게 구별하냐는 걱정을 해주고 있었다.

오랫동안 현수 방송을 시청했다는 의미였다.

현수는 일행들과 함께 한 걸음 안으로 들어갔다.

- 우와 지금 시청자 수 실화???????

- 더 나온 적도 있어요.

- 이 방송 꿀잼이에욬ㅋㅋㅋㅋ

현재 시청자 수 64만 명.

해외 시청자 수 유입으로 이제는 50만 명 대 이하로는 잘 떨어지지 않았다.

그만큼 각양각색의 채팅도 달렸다.

특히 외국어 채팅의 비율이 급속도로 올라가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역시 혜수와의 촬영 이후로 해외 시청자 수가 늘어났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었다.

“어우. 냄새.”

태환이 코를 틀어막고 손사래를 쳤다.

화진과 세정, 혜련도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주변을 비췄다.

“여기도 형광등이 안 들어와요.”

경비원이 문 옆에 있는 스위치를 조작하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안 들어올 거예요.”

현수가 쓰레기 더미에서 피어나고 있는 회색 연기를 보며 말했다.

여러 쓰레기들이 쌓여 있는 와중에, 한 곳에서만 유독 악귀의 흔적이 강하게 발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때 쓰레기 더미 안에서 이상한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나좀구해줘냄새나미치겠어나좀구해줘냄새나미치겠어나좀구해줘냄새나미치겠어나좀구해줘냄새나미치겠어나좀구해줘냄새나미치겠어나좀구해줘냄새나미치겠어나좀구해줘냄새나미치겠어나좀구해줘냄새나미치겠어나좀구해줘냄새나미치겠어나좀구해줘냄새나미치겠어.”

아까 그 원피스 귀신이 빠르게 중얼거렸던 그 소리였다.

현수는 본능적으로 뒤에 있는 일행들을 보았다.

일행 누구도 그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이 쓰레기들. 좀 뒤져볼 수 있을까요?”

현수가 경비원에게 물었다.

그러자 경비원이 난색을 표했다.

“쓰레기가 어질러지면 수거하는 분들이 싫어하는데.”

“저 안에서 악귀의 흔적이 보이고 있어요. 쓰레기 밑에 뭔가가 있는 것 같습니다.”

현수가 대답했다.

경비원은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네. 대신에 봉투가 터지지 않게 조심해주세요.”

경비원이 대답했다.

현수는 고개를 끄덕인 후 쓰레기봉투를 하나씩 옆으로 치웠다.

독한 악취가 더 심하게 올라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화진이 선뜻 나서 도와주었다.

“아.”

태환은 하기 싫었지만 화진까지 나서서 치우니 도울 수밖에 없었다.

혜련도 선뜻 나서서 함께 쓰레기를 치워주었다.

세정은 이 모습을 계속 촬영했다.

그러던 중, 뭔가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쓰레기를 수거했다면 오래 된 쓰레기가 있을 리 없었다.

하지만 악귀의 흔적이 발현한 쪽에선 쓰레기를 치우면 치울수록 오래된 쓰레기가 드러나고 있었다.

그만큼 악취도 점점 더 심해졌다.

이제는 쓰레기 냄새인지, 악귀 냄새인지 구분하지 못할 정도였다.

그렇게 바닥이 다 드러났을 무렵, 현수는 숨이 멎을 듯 놀라고 말았다.

몇 개 안 남은 쓰레기봉투 밑으로 빨간 옷자락이 눈에 들어온 것이었다.

쓰레기봉투에서 흘러나온 정체 모를 액체들 때문에 변색이 되었지만 분명 붉은색 옷감이었다.

“저, 저, 저, 저거 뭐예요!”

태환이 소리쳤다.

세정과 화진, 경비원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혜련도 입을 틀어막고 뒷걸음질 쳤다.

시신이었다.

쓰레기봉투들에 파묻혀 그 형체가 분명하게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분명했다.

“아니, 어떻게 아파트 지하에 이런 시신이.”

현수가 손등으로 입을 막으며 주변을 보았다.

구석에 원피스 입은 악귀가 뒤돌아 서있었다.

역시 뒷모습만 보여주고 있는 것이었다.

철컥

현수가 솔트샷건을 장전하며 물었다.

“여기 어떻게 계신지 모르겠지만 저희가 편안하게 해드리겠습니다.”

현수의 말에 원피스 귀신이 손을 들어 뒤통수 머리카락을 걷었다.

그러자 뒤통수의 이목구비가 다시 드러났다.

이번에는 징그럽게 웃고 있는 표정이었다.

“누가 이런 짓을 한 겁니까!”

현수가 물었다.

그 순간이었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원피스 귀신이 비명을 내질렀다.

고막을 찢을 정도의 강한 비명이었다.

“큭!”

현수가 귀를 틀어막았다.

다른 일행들도 귀를 막고 구석을 보았다.

회색 형체가 점점 더 강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자가자가자가자가자가자가

이어 사방에서 바퀴벌레와 지네들이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현수는 이것이 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악마.’

서양 문화권에서는 악마, 악귀는 벌레와 함께 등장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서양 공포영화에서는 악마가 등장할 때 바퀴벌레와 같은 해충들이 떼로 등장하는 장면이 종종 연출되곤 했었다.

쩌저저저저저적

형광등이 설치된 천장 틈에서도 축 늘어진 머리카락이 내려오기 시작했다.

사방에서 동시에 이런 현상이 나타나자 일행 모두 혼란스러워했다.

“엎드려요!”

현수가 경비원을 보며 소리쳤다.

여기서 가장 위험한 건 경비원과 혜련이었다.

그나마 혜련은 영안이 있기 때문에 자신에게 달려드는 악귀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경비원은 그게 아니었다.

“으어! 으어어어어!”

경비원이 제 자리에서 방방 뛰기 시작했다.

온갖 벌레들이 바지 밑단으로 기어들어온 것이었다.

“젠장.”

현수는 힙색에서 밀집인형을 꺼냈다.

꺄아아아아아아악-

그러자 더 강렬한 비명을 질러댔다.

“벽과 바닥에 액막이 부적을 붙여요! 구석으로 몰아야 해요!”

현수가 소리쳤다.

그러자 일행들이 빠르게 흩어져 집하장 바닥과 벽에 액막이 부적을 붙였다.

척 척

척-

원피스 귀신은 부적을 피해 계속 구석으로 피했다.

현수는 일행들의 움직임을 보며 귀신을 어디로 모는지 파악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 밀짚인형을 놓았다.

인형에는 귀신을 부르는 부적이 붙어 있었다.

사아아아아아아아-

차가운 공기와 함께 지독한 악취가 코끝을 찔렀다.

동시에 비명이 고막을 마구 건드렸다.

한 마디로 아비규환인 상황.

구석에 몰린 원피스 귀신이 현수 쪽으로 고개를 휙 돌렸다.

순간 현수가 귀신을 향해 밀짚인형을 던졌다.

화아아아아악-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원피스 귀신이 밀짚인형 속으로 빨려 들어간 것이었다.

현수는 곧장 인형을 손으로 꽉 누르며 귀신 부르는 부적을 위에 액막이 부적을 덕지덕지 붙였다.

악귀를 인형 안에 가두는 것이었다.

휘이이이이이잉-

이어 찬바람이 잦아들었다.

바닥에 가득했던 벌레들도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쓰레기봉투들 밑으로 사라졌다.

깜빡깜빡- 띠디딩-

전기 소리와 함께 형광등 불빛도 들어왔다.

현수는 쪼그려 앉아 밀짚 인형을 억누른 채로 주변을 보았다.

모든 상황이 진정되고 있었다.

한 가지, 남은 것이 있다면 지독한 악취였다.

- 헐???

- 퇴마 성공????

- 퇴마 성공!!!!

- 귀신 잡았다!!

- 와 방금 뭐였어요???

- 뭐가 안 보였는데.

침묵이 이어지는 사이 채팅이 올라왔다.

현수는 밀짚인형을 가방에 넣으며 일행을 보았다.

“다친 사람 있나요?”

현수가 물었다.

화진과 태환, 세정, 혜련, 경비원 모두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괘, 괜찮습니다.”

경비원은 자신의 바지를 걷어 올려보며 말했다.

아직도 벌레가 남아있는지 보는 것이었다.

“되, 된 건가.”

태환이 고개를 갸웃하며 중얼거렸다.

현수는 씁쓸한 표정으로 쓰레기봉투 밑, 붉은 원피스를 보았다.

* * *

밤 12시가 되어서 구급차량과 경찰차가 상건아파트 102동 주차장으로 진입해 들어왔다.

지하 쓰레기 집하장에서 시신이 발견 되었다는 신고 때문이었다.

현수는 경찰차를 확인하자마자 바로 시청자들에게 인사를 한 후 방송을 종료했다.

잠시 뒤, 특수 보관함에 담긴 시신이 지상으로 올라왔다.

현수 일행은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신분과 사건 경위가 밝혀졌다.

피해자 이름은 21살의 김현지.

그녀는 근처 유흥업소에서 일하던 여성이었다.

거주하는 집은 상건아파트가 아닌 근처에 있는 원룸이었다.

그런데 그녀의 시신이 상건아파트에서 발견이 된 이유는 남자친구 때문이었다.

그녀의 남자친구는 28살 박춘벽.

아파트 단지의 쓰레기를 수거하는 업체 직원이었다.

그는 김현지와 교제를 하던 도중, 그녀의 외도를 의심했고 데이트 폭력을 일삼았던 것.

어느 날 크게 다툼을 벌이다 박춘벽은 그녀를 죽이기에 이르렀다.

소름끼치는 건 그녀의 목뼈가 부러져 있었다는 점.

법의학자 소견으로는 높은 곳에서 떨어진 것 같다고 했다.

두개골 파열도 발견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박춘벽은 김현지를 살해한 뒤 시신을 숨기기 위해 자신이 쓰레기를 수거하던 아파트 단지 구석을 이용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틈을 봐서 시신을 다른 곳에 유기하려 했지만 항상 팀으로 움직이는 일정상 그 틈을 찾지 못했던 것.

결국 그는 그녀를 살해하고 무려 3년 동안 단 한 주도 빼지 않고 꼬박꼬박 열심히 일을 해야 했다.

다른 직원이 집하장에 들어가서 쓰레기를 헤집으면 시신이 발견되기 때문이었다.

김현지의 신분이 밝혀진 이후, 첫 번째 용의자가 바로 박춘벽이었다.

김현지의 마지막 통화기록이 박춘벽이자, 그의 직장이 이곳과 관련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는 용의선상에 오르자마자 지체없이 바로 자수를 했다.

덕분에 이 사건은 수사에 난항을 겪지는 않았다.

다른 사건들보다 상대적으로 빠르게 해결이 된 것이었다.

그리고 현수는 또 한 번 ‘퇴마 탐정’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실종 사건 하나를 해결한 게 되었다.

아울러 아파트 내 귀신을 없애주었다며 일부 주민들의 감사 인사를 받았다.

후기방송을 진행 중, 아파트 주민이라는 시청자들에게 파워챗 후원도 제법 받기도 했다.

또 한 가지 남은 문제는 봉인해 둔 김현지의 영혼이었다.

불태워서 천도를 시키기에는 그녀의 사연이 안타까웠던 것이다.

그래서 현수의 모친에게 천도재를 지내줄 것을 요청했지만 그녀는 거절했다.

[나도 가급적 해주고 싶은데 방송 보니까 공격성이 상당하더라고요. 벌레까지 꼬인 것 같던데요? 자기를 봐달라는 시위에서 시작한 행위가 이미 변질 됐다고 봐야 할 것 같아요. 그냥 불 태워서 보내주도록 해요.]

태환 모친의 답변은 이러했다.

현수는 그녀의 말을 듣고 햇살이 좋은 날. 공터로 나가 밀짚인형을 태웠다.

꺄아아아아악- 하는 비명이 또 한 번 들렸다.

안타까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현수는 하늘로 올라가는 회색 연기를 보며 이런저런 생각에 잠겼다.

* * *

상건아파트 촬영 이후, 구독자 수는 480만 명에 다다르고 있었다.

생방송과 편집 영상에 달린 댓글들을 관리하기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정도였다.

그래서 캡틴 타워에는 현수 방송의 인사이트를 분석하는 팀과 댓글과 채팅을 관리하는 피드백 팀.

그리고 새로운 의뢰나 현장을 서칭하고 정리하는 기획팀으로 분류가 되었다.

현수는 이 세 팀의 이야기를 번갈아 들으며 채널을 더욱 체계적으로 키워나갔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기획팀이었다.

다음 촬영은 어디로 할지, 그것이 채널의 재미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팀을 나눈 이후, 조금 더 흥미로운 의뢰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촬영했던 그 어떤 곳보다도 큰 스케일이 펼쳐졌다.

현수는 자신의 앞에 놓인 기획팀의 보고서를 보고 혀를 내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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