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224화 (224/227)

제224화

# 상건아파트 괴담 (4)

뚜껑을 내려놓고 무심히 돌아서던 현수가 멈칫했다.

당연히 들려야 할 ‘쿵’소리가 나지 않자 되레 놀란 것이었다.

다른 일행들도 멈칫하고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현수도 마찬가지로 뒤를 돌아보았다.

- 헐?

- 아아아아 그거 생각난다. 책상에서 등 뒤로 연필 던졌는데 소리 안 났다고.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거 한창 오래된 괴담 아님???

- ㅋㅋㅋㅋ맞아 그런 괴담 있었다.

- 쫄

시청자들도 긴장한 듯 화면이 쓰레기 수거통을 비추기를 기다렸다.

현수가 뒤를 돌아보는 순간, 카메라도 쓰레기 수거통을 비췄다.

뚜껑이 무언가에 걸린 듯 살짝 열려 있었다.

현수가 손잡이를 잡고 천천히 들어보았다.

그 순간이었다.

안에서 회색 손이 불쑥 튀어 올라왔다.

“우왓!”

현수가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섰다.

팡!

옆에서 함께 보던 혜련이 바로 솔트샷건을 쏘아버렸다.

그러자 튀어 올라왔던 손이 아래로 쑥 내려갔다.

“바, 방금 뭐였어요?”

화진이 물었다.

“손, 손인데. 여자 손 같았어요. 자세히는 못 봤지만.”

현수가 대답했다.

“그 빨간 원피스 귀신의 손일까요?”

태환이 물었다.

“글쎄다. 그거까지는 아직 확인하긴 어려운데-”

현수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금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귀신이 모두 한 명이라면 분명 현수 일행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의미일 것이었다.

만약 모두 다른 귀신이라면 그건 또 그것대로 문제가 될 수 있었다.

이곳 자체가 음기가 아주 강해 귀신들이 구속되어 있는 땅이기 때문이었다.

현수는 턱을 매만지다가 102동 현관을 보았다.

아까는 보이지 않던 회색 아지랑이가 어른거리고 있었다.

현수는 바로 현관을 가리켰다.

“빨리 이동해보죠.”

현수의 말에 세정이 카메라로 현관을 비췄다.

- 현관에 있다.

- 악귀 있네 저쪽 현관.

- 저기로 가봐야 할 듯.

- ㄱㄱㄱㄱㄱㄱㄱ

현수가 앞장서서 따라오라는 손짓과 함께 걸음을 옮겼다.

“저기요!”

그때 뒤에서 경비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현수 일행이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았다.

“옥상 가시려고 하는 거죠?”

경비원이 다급하게 물었다.

“네, 네.”

“저기, 종합 관제실에서 연락이 왔는데요. 옥상 촬영은 안 된다고 합니다. 방송을 보고 있었던 모양이에요.”

“옥상 촬영이 안 돼요? 왜요?”

현수가 물었다.

“거- 조금 에둘러 말하긴 했지만 캡틴 퇴마 방송에서 여러 차례 사고도 났었고 해서 위험한 곳에는 들어가지 못하게 하라고…….”

경비원이 말끝을 흐렸다.

아파트 관리인 입장에서는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이유였다.

“그럼 지하 설비실은 가능한가요?”

“그건 관리인 입회하에 가능하다고 합니다.”

경비원이 자신을 가리키며 말했다.

한 마디로 동행을 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조금 위험할 수도 있는데. 괜찮으시겠어요?”

현수가 물었다.

경비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손전등을 켰다.

“그럼 계속 이동하도록 하겠습니다. 방금 경비원 분 말씀처럼, 옥상에는 올라가보지 못할 것 같습니다. 먼저 엘리베이터부터 확인하죠.”

현수가 카메라를 보며 말한 후 다시 현관으로 향했다.

“지금 보시면 현관에 악귀의 기운이 포착 되죠. EMF 탐지기로도 감지가 되고 있습니다.”

현수의 솔트샷건에 부착된 EMF 탐지기 불빛은 네 개까지 치솟아 있었다.

경비원은 긴장한 표정으로 두리번거리다 카드키로 현관을 열었다.

드르륵

아파트 현관이 열리자 현수 일행이 안으로 들어갔다.

그 순간이었다.

또각 또각 또각 또각 또각 또각

뒤에서 구두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현관에 들어간 현수 일행 모두 깜짝 놀라 뒤를 보았다.

하지만 뒤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앞을 보면, 다시 소리가 들렸다.

또각 또각 또각 또각 또각 또각

뒤를 돌면 아무도 보이지 않고, 또 다시 앞을 보면 소리가 들렸다.

- 이건 또 뭔 상황이야.

- 누가 소리 내는 거 아님????

- 이제 10시 좀 넘었음. 사람이 다닐 수도 있는 시간이긴 한데.

- 뭐야 소리 좀 어케 해봐

- 무서워요

이 구두 소리는 시청자들에게도 전달이 되었다.

더욱 소름끼치는 것은 그 소리가 멀리서 가까워오는 것도, 점점 멀어지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었다.

현수 일행은 그 소리를 들으며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띵- 딩딩- 띵-

그때, 시메루의 오르골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건 곧 굉장히 무서운 장면이 연출될 수 있다는 의미였다.

“향로 불을 켤까요?”

세정이 나지막이 물었다.

“안 돼요. 엘리베이터 안에서 연기를 피우면 화재 경보가 울립니다.”

경비원이 대답했다.

“일단 그냥 가죠.”

현수가 카메라와 세정을 번갈아 본 후 엘리베이터 쪽으로 몸을 돌렸다.

땡-

알림음과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현수 일행은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은 후 문을 닫았다.

[올라갑니다.]

안내 방송이 울리더니 문이 닫혔다.

[올라갑니다.]

다시 한번 방송이 울렸다.

엘리베이터는 올라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올라갑니다.]

또 한 번 방송이 들렸다.

“이거 왜 이래요?”

태환이 엘리베이터 열림 버튼을 연타하며 물었다.

“어? 고장 났나?”

경비원이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러보며 중얼거렸다.

[올라갑니다. 올라갑니다. 올라갑니다. 올라갑니다. 올라갑니다.]

방송은 마치 구간반복을 하듯 같은 소리를 반복했다.

동시에 천장에 회색 연기가 자욱하게 꼈다.

-엘리베이터 저러면 진짜 ㅈㄴ 무서울 거 같은데.

- 왜 저럼??????

- 왜 저러는 거임???

시청자들도 엘리베이터 기현상을 보고 반응했다.

[올라갑니다. 올라갑니다. 올라갑니다.]

방송은 계속 끊이지 않고 울렸다.

사아아아아아아-

그때 엘리베이터 문틈으로 머리카락이 스멀스멀 기어 들어왔다.

그 모습도 무척 기괴하고 징그러웠다.

현수 일행은 엘리베이터 벽 쪽에 딱 붙은 채로 문을 보았다.

머리카락은 점점 더 길게 문틈으로 파고 들어왔다.

[올라갑니다. 올라갑니다. 올라갑니다.]

방송도 계속 들리는 와중에 태환이 신칼을 꽉 움켜쥐었다.

그 순간이었다.

태환의 등 뒤에 있는 거울에서 손이 불쑥 나오더니 태환의 목을 졸랐다.

“으헉!”

태환이 깜짝 놀라며 앞으로 넘어졌다.

현수가 거울 쪽을 보자 빨간 원피스를 입은 귀신이 거울 속에 서있었다.

“빌어먹을!”

현수는 스프링텐션 수류탄을 꺼낸 뒤 바닥에 던져버렸다.

빠각-

플라스틱 깨지는 소리와 함께 팥가루가 확 퍼졌다.

그러자 회색 연기가 휙 물러나며 반복되는 알림 소리도 멈췄다.

화진이 엘리베이터 열림 버튼을 누르자 문이 열렸다.

1층 현관이 그대로 보였다.

현수 일행은 몸을 던지듯 엘리베이터 밖으로 뛰쳐나왔다.

“헉, 헉.”

현수가 숨을 몰아쉬며 엘리베이터 안을 보았다.

[문이 닫힙니다.]

알림과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다.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 아주 평온하게 멈춰 있었다.

“방금 그건 무슨 반응이죠?”

혜련이 물었다.

현수는 계단 난간에 몸을 기댄 채 잠시 생각해 보았다.

냄새나는 곳.

구해달라는 말.

쓰레기 수거통에서 튀어나온 손.

올라가지 않는 엘리베이터.

이런 요소들을 봤을 때 이 귀신이 바라는 건 일행이 지하에 오는 것 같았다.

“엘리베이터 진짜 무섭네.”

태환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현수는 그의 어깨를 토닥이며 경비원에게 물었다.

“지하 설비실에 대해서 설명을 좀 해주실 수 있나요?”

“지하 설비실이요. 말씀드렸듯이 아파트 상하수 관리에 필요한 기계가 있고, 전기나 엘리베이터 같은 것들. 한 마디로 기계실이라고 보면 돼요.”

“쓰레기 집하장도 밑에 있고요?”

“네. 설비실에서 지하 집하장으로 가는 길이 있습니다.”

“그곳으로는 안내해 주실 수 있나요?”

“음. 네, 그러죠.”

경비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지하 설비시설로 가보겠습니다.”

현수가 카메라를 보며 말했다.

“설비실에 뭐가 있을까요?”

혜련이 물었다.

“지금까지 모든 상황을 봤을 때 빨간 원피스를 입은 귀신은 우리가 지하로 내려오기를 바라는 것 같아요.”

현수는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차근차근 설명을 해주었다.

설명을 들은 시청자들이 신기하다는 채팅을 올렸다.

- 아 저런 현상들을 그렇게 추리할 수도 있구나.

- 역시 퇴마 짬밥 무시 못 하네.

- 진짜 그럴 수 있겠다. 맞네 맞네.

- 1000원 파워챗 후원.

- 그럼 시간 끌지 말고 얼른 ㄱㄱㄱㄱ

- 아아아아아아아아 엘리베이터가 올라간다고만 하고 안 올라간 이유가. 아아아아아.

- A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현수는 채팅을 한 번 확인하고는 경비원에게 몸을 돌렸다.

“그럼 안내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현수가 물었다.

경비원은 고개를 끄덕인 후 바로 옆에 있는 계단 아래로 내려갔다.

이곳은 주민들이 다니지 않다 보니 먼지가 제법 많이 쌓여 있었다.

삐빗-

경비원이 설비실 앞에 있는 키패드를 조작하자 문이 열렸다.

꾸우우웅-

철로 된 설비실 문이 열리자 먼지가 확 피어났다.

“이곳은 사람들이 드나들지 않다 보니까 먼지가 좀 있어요.”

경비원이 손전등으로 이곳저곳을 비추다 형광등 스위치를 켰다.

딸깍 딸깍

하지만 형광등이 들어오지 않았다.

“어? 이거 어제까지만 해도 들어왔는데.”

경비원이 의아한 표정으로 형광등을 비췄다.

겉으로는 전혀 문제가 있어 보이지 않았다.

“그냥 이동하죠.”

현수가 나지막이 말한 후 주변을 비춰보았다.

여러 스위치들이 달린 커다란 기계들이 곳곳에 보였다.

기계에는 ‘E/L’나 ‘환기’라는 글자가 새겨진 팻말이 붙어 있었다.

이런 곳에는 귀신의 흔적이 감지되지 않았다.

현수는 회색이나 흰색 연기가 눈에 보이지 않아도 EMF 탐지기 불빛을 수시로 카메라에 비춰주었다.

심령카메라에 아무것도 비치지 않을 때는 EMF 탐지기도 반응이 없다는 걸 다시금 상기시켜주는 것이었다.

그때, 한쪽 벽에서 회색 아지랑이가 은은하게 피어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저긴 뭐죠?”

현수가 회색 아지랑이를 가리키며 물었다.

“아. 저기는 102동 쓰레기 집하시설입니다. 평소때는 잠겨 있다가 매주 목요일 수거하는 사람들이 오면 그때 엽니다.”

경비원이 대답했다.

“원래 아파트마다 쓰레기 집하장이 이렇게 다 따로 있나요?”

화진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아뇨. 다른 아파트들은 각 동별로 한 번에 모으는 경우가 많은데 이 아파트는 처음 시공 단계에서 쓰레기 관리 효율을 높이겠다면서 동별로 따로 집하시설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효율적이지 않아서 이 이후에 올라간 신축 아파트들은 다시 공동 집하를 하죠.”

경비원이 대답했다.

현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 문 앞으로 다가가 보았다.

“후우-”

하얀 입김이 은은하게 피어 올라왔다.

문에 다가갈수록 온도가 점점 내려가고 있는 것이었다.

“여기 왜 이렇게 춥죠?”

경비원도 뭔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어깨를 움츠렸다.

“열어주시겠습니까?”

현수가 집하시설 옆에 있는 키패드를 가리키며 물었다.

경비원이 침을 꿀꺽 삼킨 후 키패드를 조작했다.

덜컹-

육중한 소리와 함께 커다란 문이 열렸다.

그러자 강한 악취가 확 풍겨왔다.

온갖 쓰레기들이 뒤엉켜 있는 바로 그 냄새였다.

일행 모두 코를 틀어막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순간 현수는 이 냄새 사이로 강력한 악귀의 냄새가 난다는 걸 포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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