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223화 (223/227)
  • 제223화

    # 상건아파트 괴담 (3)

    경비원이 인터뷰를 마치고 관리실로 다시 들어가자 일행이 카메라 앞에 삼삼오오 모였다.

    “우리가 갈 동선이 정해진 것 같습니다.”

    현수가 102동을 한 번 본 후 말을 이었다.

    “야외에서부터 안쪽까지, 계속 들어가면서 확인해보면 될 것 같습니다. 야외 놀이터와 주차장을 먼저 들르고요. 그다음에 쓰레기 수거통을 확인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아파트 옥상을 확인한 다음 엘리베이터, 마지막으로 지하 설비실을 가죠.”

    현수의 말에 태환이 물었다.

    “설비실을 찍고 옥상으로 올라가는 게 조금 더 효율적이지 않나요?”

    “나도 그 생각을 했는데 지하가 가장 귀신 나오기 좋은 환경이니까 마지막에 가는 게 좋을 것 같아. 쓰레기 설비 시설도 지하 설비실에 있다니까 쓰레기 수거통에서 손이 튀어나오는 걸 다시 확인해 볼 수 있을 거고.”

    현수가 대답한 후 몸을 돌렸다.

    “음.”

    태환은 어깨를 으쓱였다.

    현수는 주변을 보면서 놀이터로 이동했다.

    늦은 밤이 아닌데도 동네가 무척 조용했다.

    조금만 소음을 내도 아파트 단지 내에 메아리 칠 것만 같았다.

    “이 놀이터인가 봐요.”

    현수가 앞에 있는 놀이터를 가리켰다.

    어렸을 적 보았던 모래 놀이터가 아닌, 푹신한 우레탄으로 바닥을 깔아 놓은 놀이터였다.

    미끄럼틀과 그네, 시소들도 투박한 디자인이 아닌 형형색색으로 예쁘게 꾸며 놓은 모습이었다.

    “뭐가 보이나요? 나는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혜련이 솔트샷건을 꽉 쥐고 두리번거렸다.

    확실히 이곳에서는 귀신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고 있었다.

    EMF 탐지기 역시도 두 칸에서 세 칸 정도를 보였다.

    “여기서 어떤 형태의 귀신이 보인다는 건지 들었나요?”

    혜련이 물었다.

    그 순간이었다.

    살짝 찬바람이 스치듯 불었다.

    야외다 보니 언뜻 평범한 바람으로 느낄 만 했지만 현수는 뭔가 이상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뒤를 돌아보자 수정이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수정의 뒤로 회색 아지랑이를 피우며 그네에 앉아 있는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

    “뒤에. 뒤에.”

    현수가 아주 작게 속삭였다.

    그러자 일행과 모든 카메라가 그네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네 위 빨간 원피스의 귀신은 등 돌리고 앉은 채 아주 천천히 그네를 타고 있었다.

    심령카메라에는 회색 형체가 앉아 있는 걸로.

    일반 촬영카메라에는 빈 그네가 흔들리는 것으로 촬영되었다.

    그리고 그건 시청자들에게 또 다른 공포로 전달이 되었다.

    바로 옆에 있는 그네는 가만히 있는데 다른 한 그네만 혼자 흔들거리고 있는 것이었다.

    거기에 심령카메라로 회색 아지랑이까지 촬영되니, 더욱 그럴싸했다.

    - 저거저거저거저거저거저거저거저거저거

    - 초자연적현상!!!!

    - 아 막 폴터가이스트 있을 때 심령카메라 저거 쓰면 저런 거 보이는 건가

    - 가끔 방문 혼자 닫힐 때!!!!

    - 잘 때 누워있으면 갑자기 어디서 이상한 소리 나는 거 있잖음.

    - 아 무서워!!!

    - 나 혼자 있음. 다들 조용히 해주세요.

    그네가 혼자 흔들리는 것에서 시청자들은 폴터가이스트를 떠올렸는지, 저마다의 경험을 이야기 해주었다.

    현수는 그네 위에 있는 여성을 가만히 보았다.

    그녀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편안하게 줄을 잡고 앉아 아주 천천히 그네를 움직였다.

    현수가 다가가는 사이, 혜련을 비롯한 일행 모두 무기를 꺼내들었다.

    “제 목소리가 들리시나요?”

    현수가 물었다.

    원피스 귀신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102동에 나타난다는 분이 맞나요?”

    현수가 다시 물었다.

    “그런 질문이 쓸데없다는 걸 왜 아직도 몰라?”

    수정이 옆에서 놀리듯 말했다.

    하지만 현수는 이에 대꾸하지 않고 다시 물었다.

    “제 말이 들리시면 손을 흔들어 주세요.”

    현수의 말에 그네가 우뚝 멈췄다.

    그리고 원피스 여성이 한 손을 들더니 자신의 뒤통수 머리카락을 슥 치웠다.

    “헉!”

    현수가 깜짝 놀라 걸음을 멈추었다.

    원피스 여성의 뒤통수에 눈이 달려 있는 것이었다.

    현수를 제외한 일행들은 영안이 약해 뚜렷하게 보지 못했지만, 흐릿한 형체로 원피스 귀신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으헉!”

    혜련도 몸을 움츠렸다.

    무척 깜짝 놀랐지만 비명이 나오는 ‘놀람’과는 차이가 있었다.

    원피스 귀신은 회색 아지랑이를 풀풀 풍기며 뒤통수 머리카락을 걷은 채 가만히 앉아 있었다.

    “지금 그네에 악귀 기운을 뿜는 원피스 귀신이 앉아 있습니다. 심령카메라로 확인이 되실 텐데요. 그런데 저희를 공격하려는 의지는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현수가 말했다.

    악귀의 기운을 뿜어내고 있지만 공격성이 없다는 건, 원한이 깊은 원귀 정도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뭐가 됐든 새빨간 원피스를 입고 뒤통수에 눈을 달고 있는 귀신이 흔한 것은 아니었다.

    현수가 멘트를 치는 사이, 태환이 레이니앱을 켜 카메라에 비춰주었다.

    레이니앱에서는 이목구비를 찾는 듯 이리저리 실선이 그려지다 원피스 귀신의 얼굴에 딱 맞춰지자 정확히 눈코입을 잡아 주었다.

    - 헐

    - 보인다 보여.

    - 보여요!!

    - 100000원 파워챗 후원.

    - 귀신아 안녕?

    시청자들이 흥분해 채팅을 썼다.

    “뭔가 이상합니다. 덤벼들거나, 도망가거나 해야 하는데 가만히 앉아서 우릴 보고 있어요. 할 말이 있는 것 같아요.”

    현수가 카메라를 보며 말한 뒤 고스트사운드를 꺼내 설치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원피스 귀신은 가만히 앉아서 현수를 지켜보고 있었다.

    ‘할 말이 있는 것 같다.’

    현수는 수시로 그녀의 움직임을 확인하며 설치를 마무리했다.

    그리고 스피커 볼륨을 천천히 올렸다.

    “지금 내 목소리 들리나요?”

    현수가 물었다.

    뒤통수에 달린 이목구비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때 스피커 안에서 ‘구우우우웅’하는 동굴 소리가 들렸다.

    고스트사운드에서 흔히 포착되던 소리였다.

    가만히 서서 이 모습을 보던 수정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그런데 너. 방송 때문에 이 기계 이용해서 귀신 목소리를 포착하려는 건 알겠는데 너 스스로도 귀신 목소리 들을 수 있잖아. 그걸 좀 더 활용해 봐.”

    그녀의 말에 현수가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방송에서 잘 잡혀야-”

    현수가 수정을 보며 말하는 순간, 빨간 원피스 귀신이 순식간에 현수 앞으로 다가왔다.

    옷차림으로 봐선 앞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현수가 깜짝 놀라 뒤로 주춤했다.

    분명 앞모습임에도 불구하고 귀신은 머리카락을 앞으로 쓸어내려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현수가 주춤거린 자세 그대로 귀신을 주시했다.

    다른 일행 모두 집중한 채로 그 모습을 보았다.

    “나좀구해줘냄새나미치겠어나좀구해줘냄새나미치겠어나좀구해줘냄새나미치겠어나좀구해줘냄새나미치겠어나좀구해줘냄새나미치겠어나좀구해줘냄새나미치겠어나좀구해줘냄새나미치겠어나좀구해줘냄새나미치겠어나좀구해줘냄새나미치겠어나좀구해줘냄새나미치겠어.”

    원피스 귀신은 굉장히 빠르게 말했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계속 듣다보니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 있었다.

    반면 다른 일행들은 귀신의 목소리를 똑바로 듣지 못하고 있었다.

    대신 고스트사운드에서 나오고 있는 소리는 현수보다 선명히 들었다.

    현수는 다른 소리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치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직-

    원피스 귀신이 빠르게 같은 말을 반복하는 사이, 고스트사운드에서는 노이즈가 격렬하게 담겼다.

    그리고 그 소리는 시청자들에게도 전해졌다.

    - 뭐라는 거임???

    - 지금 캡틴님 앞에 있는 거 아니야???

    - 둘이 대화하나??

    - 헐

    - 무슨 소리임??

    - 노이즈소리 ㅈㄴ무섭네

    빠른 노이즈와 함께 화면도 잠시 깜빡거리며 문제가 생겼다.

    - 화면 화면

    - 버퍼링 걸림

    - 갑자기 왜 이럼????

    - 화면 멈춘 듯????

    시청자들 사이에서 항의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캡틴님.”

    세정이 손을 흔들며 사인을 보냈다.

    현수가 바로 카메라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원피스 귀신의 목소리와 노이즈 모두 사라졌다.

    동시에 화면도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무슨 일이에요?”

    “아뇨. 방금 갑자기 방송 버퍼링이 심하게 걸려서. 장비들도 잠깐 렉 걸리고.”

    세정이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현수가 다시 앞을 봤을 땐, 원피스 귀신이 사라져 있었다.

    “귀신이 뭐라고 했나요?”

    화진이 다가와 물었다.

    “구해달라고요. 자기가 있는 곳은 너무 냄새난다고.”

    현수가 카메라와 일행에게 몸을 돌리며 나지막이 말했다.

    화아아아아아-

    그 순간, 찬바람이 강하게 한 번 일행 사이를 훑고 지나갔다.

    *

    현수 일행은 놀이터에서 주차장으로 이동을 했다.

    상건아파트는 각 동별로 지상주차장이 있고, 통합 주차장이 있는 형태였다.

    그러기에 지하주차장에는 특별히 102동이라고 구획이 나뉘어 있지는 않는 구조였다.

    그래서 현수 일행은 지하주차장에 들렀다가 바로 지상주차장으로 가보았다.

    이렇게 이동을 하면서도 멤버들 간의 티키타카는 이어졌다.

    특히 혜련과 현수, 태환의 대화는 적당히 재미를 주면서도 현재 상황에 대한 해설로 귀결이 되었다.

    그게 중간에 유입되어 온 시청자들에게는 설명이 되었고, 빠르게 방송에 몰입할 수 있게 해주는 요소가 되었다.

    “귀신이 저렇게 회색의 형태를 띠고 있으면서 살려달라고 직접 말한다는 건 분명 102동에 뭔가 있다는 것 같아요.”

    현수가 말했다.

    “어디서 자살 같은 걸 했나? 살인 사건이 일어났었나. 아니, 그런 게 있었으면 사연자나 경비아저씨 통해서 듣지 않았을까?”

    태환이 볼을 긁적이며 중얼거렸다.

    “얘기 안 하지. 집값 떨어지니까. 요샌 옆집 아들이 자살을 해도 모른 척 한 대잖아. 동네 소문날까 봐.”

    화진이 냉소적인 투로 말했다.

    “만약 그런 사건이 있는 집이 있었다면 그 집을 중심으로 나타나지 않았을까요? 지금 특정 집에 나타나는 게 아니라 공용시설에 나타나고 있잖아요.”

    현수가 102동을 전체적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면-”

    화진이 걸음을 멈추고 말끝을 흐렸다.

    “어쩌면 수정 누나 때 사건과 비슷할 수 있을 것 같네요.”

    현수가 자신의 옆에 서있는 수정에게 고개를 돌렸다.

    평소 때는 현장에서 무어라 잘 말하지도 않는 그녀가 갑자기 귀신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라고 하는 것부터, 공용시설에 나타나는 것까지.

    수정이 겪었던 일과 교집합이 있는 것 같았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혜련이 물었다.

    “아직 확실한 건 아니니 일단 현장부터 돌아다니죠.”

    현수가 고개를 가로젓고는 주차장에 진입했다.

    102동 앞 주차장은 그리 크지 않았다.

    저녁이라 가득 찬 주차장 곳곳에 꽃나무가 올라와 있었다.

    아파트 미관을 위한 조경이었다.

    “이곳도 그저 평범한 아파트 주차장인데요.”

    현수가 주변을 보며 말했다.

    그때 주차장 한쪽으로 쓰레기 수거통이 보였다.

    쓰레기봉투 하나가 겨우 들어갈 만한 뚜껑을 열고 넣으면 지하로 연결된 쓰레기 집하장으로 모이는 그런 구조였다.

    현수는 카메라에 따라오라는 손짓을 하고 쓰레기 수거통으로 걸음을 옮겼다.

    “저기서 손이 튀어나온다는 이야기가 있었죠?”

    현수가 말했다.

    “맞아요.”

    “사연이 꽤 디테일한 걸 봐선 목격담이 제법 되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쓰레기 수거통은 일반쓰레기를 넣는 주황색 뚜껑과 음식쓰레기를 넣는 노란색 뚜껑으로 나뉘어 있었다.

    먼저 노란색 뚜껑을 열어보았다.

    음식물 쓰레기 냄새가 확 풍겨 올라왔다.

    내려놓자 ‘쿵’하는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바람에 열리지 않게 무거운 금속으로 뚜껑을 만들어 둔 것이었다.

    그리고 일반쓰레기 통을 열었다.

    역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현수가 뚜껑을 다시 내려놓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쿵’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뚜껑도 제대로 닫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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