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6화
# 무덤 위의 무덤 (2)
캡틴 타워 측의 연락을 받은 의뢰인은 자신이 직접 오겠다고 답했고, 통화를 한 다음날 사무실로 방문을 했다.
그는 무척 마른 몸에 하얀 머리카락을 가진 50대 중년 남성이었다.
아토피인지 다른 피부병인지 모를 피부 병변이 손등과 목에 잔뜩 올라와 있는 것이 꽤나 흉했다.
그는 사무실 자리에 앉자마자 땅이 꺼지듯 한숨을 쉬었다.
태환이 그에게 커피를 한 잔 내주는 사이, 현수가 앉아 그의 얼굴을 보았다.
그의 등 뒤로 하얀색 구체가 아주 옅게 떠있는 것이 보였다.
누군지 몰라도 귀신이 그에게 얹혀 있는 것이었다.
“의뢰하신 내용은 확인을 해봤습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주시겠어요?”
현수가 물었다.
그러자 의뢰인은 숨을 크게 쉬고 말했다.
“한 1년쯤 전입니다. 지금은 끊었는데요. 그때는 모다교에 다니고 있었거든요. 그때 어쩌다 강내수 교주랑 면담을 할 일이 있었는데, 이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부모님 귀신이 붙어 있다고요.”
“아. 그래요?”
현수는 그의 등 뒤에 떠있는 구체를 다시 한번 더 보았다.
“그때 교주가 그러더라고요. 자신이 점지해준 곳에 부모님 묘를 하면 앞으로 운이 잘 풀릴 거라고요.”
“실제로는 어땠나요?”
“진행하던 사업이 어느 정도 풀리는 것 같긴 했는데 그때부터 눈만 감으면 익사하는 꿈을 꿨어요.”
“물에 잠기는 꿈이요.”
“네. 그 느낌이 너무 생생해요. 코랑 입으로 물이 들어오고- 숨은 못 쉬고- 물이 기도로 들어오고, 기침할수록 더 심해지고-”
“무척 괴롭겠네요.”
“미치겠습니다. 지금 그러기 시작한 뒤로 30kg나 빠졌어요.”
확실히 그의 몸은 비정상적으로 마른 상태였다.
“의뢰 내용을 보니까 다시 이장하는 것도 여의치 않다고 작성해 주셨는데요. 이 정도면 어떻게 해서든 이장을 하는 게 낫지 않나요?”
“당연히 그러려고 했죠. 그런데- 이장을 하려고 사람을 고용했는데 한 번은 차가 고장 나지 않나, 또 한 번은 인부 중 한 명이 돌연 피를 토하면서 죽지 않나. 그러니 뭐 사람들이 이장하려고 나서야 말이죠.”
의뢰인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자, 잠깐만요.”
태환이 미간을 찌푸리며 끼어들었다.
“토혈을 했다는 말씀이세요?”
태환의 질문에 의뢰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습니다만.”
의뢰인이 대답했다.
“왜?”
현수가 물었다.
“건강하던 사람이 갑자기 피를 토하면, 강한 귀신이 경고를 하거나 저주를 할 때 나타나는 반응 중 하나일 수 있어요.”
태환의 대답에 현수가 미간을 찌푸렸다.
“뭔진 몰라도 무언가가 그곳에 들어간 사람들의 이장을 막는 것 같은데요?”
태환이 덧붙였다.
잠시 생각하던 현수가 물었다.
“강내수가 뭐 다른 말을 한 건 없습니까?”
“으음.”
의뢰인이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사실 전 신수식 대상자였습니다.”
“신수식이라면-”
“네. 신수 대상자였죠. 신수식을 받지는 않았지만.”
“그럼 모든 신도들에게 묏자리를 봐준 건 아닌가요?”
“제가 알기론 그렇습니다. 신수식 대상자들에게만 조상님 묏자리를 봐줬습니다.”
“아.”
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순간 ‘새우니’라는 단어가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 지역이 어디죠?”
“고양시 일산동구에 있습니다. 자세한 주소는-”
그는 앞에 있던 메모지에 주소를 적어 건넸다.
“알겠습니다. 저희가 가서 촬영을 해보도록 하죠.”
현수가 웃으며 대답했다.
“그럼 잘 좀 부탁드립니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꾸벅 인사를 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회의실 안에 남은 현수와 화진, 태환, 세정이 서로를 보았다.
“이거, 또 모다교 건인가?”
현수가 주소를 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신수 대상자한테 조상 묏자리를 봐줬다면 그것도 다 꿍꿍이가 있는 거였겠죠?”
화진이 물었다.
현수가 고개를 끄덕이자 태환이 말했다.
“제 생각에도 꿍꿍이가 있는 것 같아요. 새우니는 무당 몸에 붙어서 악귀로서 강해지는 존재잖아요. 강내수 안의 새우니가 새 몸 후보를 고르려고 신수식을 벌이고 있다고 가정하면, 그들에게 쉽게 빙의되기 위해 그들의 기도 쭉쭉 빼놔야겠죠.”
“그러니까 네 말은 신수 대상자는 새우니가 강내수 다음으로 들어갈 후보들인 거고, 그들 조상님들의 무덤 자리를 이장시켜서 영혼의 기운을 빼놓는다는 말이잖아. 언제든 자기가 들어갈 수 있게.”
“그렇죠.”
“와. 강내수 교주 진짜 어마어마한 사람이네.”
현수가 혀를 내둘렀다.
“물론 제 가정이에요.”
태환이 한 발 빼듯 말했다.
“새우니가 뭔지 정확히는 몰라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 같아.”
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촬영도 빡세려나.”
세정이 혼잣말을 했다.
그녀는 육탄전이 벌어졌던 화천 붕어섬 촬영 날의 기억을 떠올린 것이었다.
“강내수가 체포된 이후 모다교는 거의 와해 상태인 것 같아요. 지키고 있는 사람이 있단 이야기는 없으니 뭐. 그때 같은 몸싸움이 일어날 확률은 적다고 봅니다.”
현수가 대답했다.
“강내수 머릿속에 들어갔다가 나오고 싶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태환이 의자 등받이에 몸을 푹 기대며 말했다.
“그걸 알 정도면 아마 교주가 되지도 못했을 거야. 무슨 생각하는지 알 수 없어야 신비로우니까.”
화진이 피식 웃으며 받아쳤다.
“자. 아무튼 각자 촬영 준비들 잘 해주시고.”
현수가 박수를 짝짝치고 말했다.
그때 세정이 말했다.
“저, 그런데 현수 님.”
“네?”
“그 ‘혜수’라는 가수 아시나요? 아이돌.”
“아아. 아이돌! ‘워치레이디즈’에 메인 보컬.”
“네. 이번에 그 친구가 신곡을 냈다고 홍보차 저희 방송에 나오고 싶다고 하던데요.”
“그래요?”
현수가 고개를 갸웃했다.
* * *
일전에도 언급했듯, 현수의 채널은 대한민국에서도 손에 꼽히는 거대 채널이 되었지만 광고 및 게스트 섭외 부분에 있어서는 상당히 폐쇄적인 태도를 보여주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하날하날과 방고리를 비롯해, 게스트들이 죽거나 다치는 일들이 발생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취하게 되는 조치들이었다.
때문에 인지도가 없는 스트리머나 연예인, 혹은 패기만 넘치는 사람들은 방송에 출연시키지 않았다.
정 부탁을 할 때면 ‘수요일의 괴담’이나 너도캠핑의 캠핑 채널에 출연시키는 것이 전부였다.
물론 아예 게스트를 들이지 않겠다는 건 아니었다.
신도알, 화력중위와 같은 케이스도 있기 때문이었다.
화력중위가 중간에 멘탈이 한 번 나가 위험한 순간이 오긴 했었지만 그래도 잘 헤쳐나갈 수 있었다.
거대 채널을 이끌고 있고 또 본인들이 ‘알파메일’ 컨셉인 만큼 강한 정신력으로 버텨낸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게스트를 불러오더라도 자신이 책임질 것이 있는, 이미지 관리가 강하게 필요한 사람을 불러야 했다.
그 외 이런 케이스도 있었다.
엔터 회사에서 자신의 소속 가수를 홍보하려고 출연제의를 해오는 것이었다.
이런 경우 계약에 따라 금액에 차이는 있지만 통상 엄청난 거액이 오가는 거래가 이루어졌다.
그러기에 제안을 쉽게 거절할 수 없었다.
이번 혜수 건도 마찬가지였다.
혜수의 소속사 ‘마인드리’ 쪽에서 엄청난 금액을 제시했고, 라미로브 측에서 이를 긍정적으로 답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이 사항을 캡틴 타워 쪽에 넘긴 것이었다.
이런 경우 캡틴 타워 측에서 거절을 하면 무산이 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아이돌 ‘혜수’는 동남아를 비롯해 전 세계 탑급 여가수였기 때문에 채널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이 되었다.
그래서 캡틴 타워 쪽 행정 직원들이 현수에게 말을 꺼냈고, 현수는 고민하다 마인드리 쪽에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현장 촬영에서의 위험과 문제 발생 요지에 대해 다시 한번 언질을 했다.
심지어 현수가 직접, 촬영 중 죽은 사람들을 언급하며 위험을 각인시켰다.
하지만 마인드리는 무조건 괜찮다며 거듭 출연 의사를 보내왔다.
결국 현수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고, 아이돌 ‘혜수’의 게스트 참여가 확정되었다.
이 내용이 커뮤니티 탭에 공지로 올라가자 댓글 반응이 뜨겁게 타올랐다.
- 와!!!!!!!!! 혜수가 출연해????
- 대박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혜수 대박이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캡틴 진짜 컸구낰ㅋㅋㅋㅋ
- 우재석에 이어서 혜수까짘ㅋㅋㅋㅋㅋㅋㅋㅋ
- 입떡벌
- 축하드려요!!!!
- 아 어설픈 게스트 붙으면 분위기만 그지 같아지는데.
└ ㅇㅈ 막 지켜주는 분위기 되거나 게스트 혼자 징징대거나 그러면 개짜증
└ 혼자 설치다 빙의되지나 않으면 다행
- 혜수 겁내 털털하자늠ㅋㅋㅋㅋㅋ 걱정 ㄴㄴㄴㄴ
- 빠는 끄지세욬ㅋㅋㅋㅋㅋ
한국인 댓글 이외에도 온 나라 언어의 댓글들이 줄을 이었다.
평소 현수 채널을 즐겨보던 외국인들 사이에서도 혜수의 팬이 제법 되는 모양이었다.
이제 공지까지 떴으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현수는 마인드리의 요청사항을 확인해 보았다.
‘신곡 홍보를 넣어 달라. 혜수가 너무 추한 모습은 나오지 않게 해달라. 털털한 캐릭터가 잘 잡히게 해달라. 기타 등등.’
꽤 여러 종류가 있었다.
여기서 현수가 해줄 수 있는 건 신곡을 홍보할 시간을 주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생방송으로 진행이 되는 만큼 결국 본인이 잘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 * *
한 주 스케줄이 진행되고 드디어 찾아온 토요일.
밤 8시 반쯤 되어 의뢰인이 적어준 주소에 도착한 현수는 바로 카메라와 장비들을 챙겼다.
다른 일행들도 익숙하게 저마다 장비를 몸에 둘렀다.
“혜수 님은 어디래요?”
화진이 부적 봉 상태를 확인하며 물었다.
세정이 핸드폰을 보고는 어깨를 으쓱였다.
“스케줄 하고 바로 온다고 했는데…….”
세정도 난처한 모양이었다.
“음. 아이돌 갑질의 시작인가?”
태환이 혼잣말처럼 말했다.
현수는 괜한 호기를 부리다가 다쳤던 게스트들을 떠올렸다.
“우리는 아홉 시 되면 바로 방송 켭시다. 구독자들하고 약속은 약속이니까요.”
현수의 말에 세정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어어. 그러면 마인드리 쪽에서 좀 안 좋아할 텐데요. 오프닝도 같이 해야 할 텐데.”
“전 마인드리나 혜수 님보다 우리 구독자랑 시청자들이 더 중요해요.”
현수는 마이크와 로프로 카메라를 점검하며 대답했다.
화진은 걱정하지 말라는 표정으로 세정의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밤 9시.
혜수는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시작하죠.”
현수가 고개를 끄덕이자 세정이 방송시작 버튼을 눌렀다.
“안녕하세요! 캡틴 퇴마 박현수입니다. 오늘도 우리 크루와 함께 합니다.”
현수가 박수를 쳤다.
다른 일행들도 웃으면서 인사를 했다.
- 혜수 어딨음????
- 혜수.
- 안녕하세요~~~~
- 혜수 어딨음여???
시청자들은 바로 혜수를 찾았다.
“아. 혜수 님은 지금 조금 늦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 잠시 소통방송을 하면서 혜수 님을 기다려 보고 이동하도록 하죠.”
현수가 두 손을 모으고 말했다.
- 혜수 오는 거 구라 아님???zzzzzz - 꽃구랔ㅋㅋㅋㅋ
- ㄴㄴㄴㄴㄴ 혜수 오피셜 채널에도 오늘 여기 출연한다고 써있었음.
- 구라는 아닌 듯.
시청자들은 계속 혜수를 찾았다.
“자. 금방 오실 테니까 잠시 소통방송 진행하죠. 오늘 이곳이 어떤 곳인지 커뮤니티에 간략히 써드렸는데요. 퇴마 의뢰를 받고 온 이곳은 모다교의 공동묘지라고 합니다.”
현수가 뒤로 펼쳐진 어둠을 가리키며 말했다.
손전등 불빛에 어렴풋이 닿는 풍경으로 커다란 철문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