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8화
# 모다교 : 에필로그
방송은 다급하게 종료가 되었고, 시청자들은 어떻게 된 일인지 항의성 댓글을 달았다.
평균 시청자 수 30만 명에 다다랐던 사람들이 항의를 하니 그 규모는 상당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온갖 언론에서 이 사건을 속보로 다루었다.
모다교의 추악한 진실이 밝혀졌다는 헤드라인이었다.
화천 붕어섬에서는 실종자들의 개인 소지품과 함께 여러 서류들이 발견되었다.
이곳은 한 동안 방치되어 있었지만 모다교에서 소유를 하고 있는 비밀 공간인 만큼 가끔 비밀 집회를 했던 모양이었다.
그리고 현수의 추론대로, 이곳에서 장기매매를 위한 살인 및 수술이 진행 되었다는 증거들이 쏟아져 나왔다.
모다교에서는 관련 없는 사실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피해자들의 소지품에서 모다교로 향하는 버스표와 택시 영수증.
그리고 핸드폰 통화 기록 등이 무더기로 쏟아지며 발뺌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이에 결국 강남의 모다 빌딩도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그곳에서는 더욱 충격적인 서류와 자료들이 발견되었다.
전국에 이런 곳이 다섯 곳이나 더 있고, 그곳은 지금도 활성화 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경찰과 검찰은 신속하게 태스크포스를 꾸린 후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갔고, 그곳들도 모두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그곳에서는 실제 수술을 앞두고 있던 사람들을 감금하는 곳과 실종자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무서운 것은 그곳에 감금되어 있던 사람들은 경찰에 의해 구조되는 그 순간까지도 강내수를 철썩 같이 믿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들은 감금이 된 작은 방 안에서도 모다교 성경과 강내수 사진 앞에서 무릎 꿇고 기도를 하고 있었다.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모다교에서 벗어난 사람들도 쉽게 놔주지 않았다.
그들에게 이런저런 항목을 붙여 돈을 내놓으라고 요구했고, 내놓지 않으면 다시 복귀하든가, 아니면 신체적, 물리적인 폭행을 가했다.
심지어 교주 강내수의 여러 욕망을 채워줄 신도를 뽑아 그의 사무실에서 온갖 추잡한 일들을 벌이기도 했다.
신도들 사이에서는 ‘승은을 입었다.’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빈번히 발생하는 일이었다.
현수의 방송이 촉매제가 되어 수많은 뉴스와 다큐멘터리에서 모다교를 다뤘고, 공공 언론에서 다루기 시작하니 수많은 고발자가 나오기 시작했다.
모다교를 탈퇴한 사람.
자신의 아내가 모다교 때문에 피폐해 진 남자.
부모님이 모다교에 빠져 재산을 탕진한 사람.
많은 피해자들이 나타나 더 현실적이고 끔찍한 ‘고발’을 했다.
이에 강내수의 입지는 점점 더 좁아졌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의뢰인 문경수의 모친도 발견했다.
그녀는 울산에 있는 시설에서 사망했고, 시신은 화장해 버린 것으로 확인 되었다.
결국 그녀가 자신의 아들 앞에 나타나 매일 같이 울었던 것은 자신의 죽음에 대한 슬픔과 자식에 대한 미안함이 뒤엉켜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어쩌면 그녀가 모다교의 진실을 파헤칠 수 있도록 최초로 신고해 준 ‘신고자’인 셈이기도 했다.
현수는 태환의 모친과 함께 의뢰인 문경수를 찾아가 이 내용을 조금 더 자세히 설명을 해주고 어머님에 대한 천도재를 지내 주었다.
비록 사이비 교단에 빠져 가족들을 힘들게 했지만 후회의 눈물을 더 흘리지 않도록 해주려는 것이었다.
의뢰인 문경수는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영정사진을 끌어안고 대성통곡을 했다.
모다교의 후기방송은 이 천도재를 촬영하는 것으로 대체가 되었다.
* * *
모다교 촬영 이후 행정적으로도 복잡한 일들이 많았다.
강내수를 비롯한 모다교 핵심 인력들이 모두 체포가 되고 여러 시설들이 폐쇄가 되었지만 현수와 캡틴 타워로 줄고소가 이어졌다.
불법 침입부터 사적 복수, 명예훼손과 기물파손, 폭행 등등 그 종류도 다양했다.
하지만 여론은 철저히 현수의 편이었다.
개중에는 모다교 신자들의 비난 댓글도 있었지만 현수는 잘못이 없다는 쪽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여기에 신도알과 화력중위의 이미지도 한 층 업그레이드가 되었다.
테러리스트와 적국의 병사를 제압하는 이미지에서 귀신도 때려 잡는 이미지가 된 것이었다.
계약한 대로 현수는 신도알과 화력중위의 채널에도 출연해 콘텐츠 촬영을 진행했다.
그리고 그들의 구독자 수도 또 한 번 껑충 뛰어 올라 시너지 효과를 일으켰다.
이런 와중에 위에서 언급한 모다교의 수사는 현재진행형으로 계속 되어 갔고, 현수의 스케줄도 평소와 같이 진행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태환의 모친이 캡틴 타워로 찾아왔다.
위험했던 모다교 촬영과 천도재를 마친 후 감사인사 차 들른 것이었다.
그녀는 직원들에게 떡을 한 상자씩 돌린 후, 현수와 회의실에서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감사 인사와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는 통상적인 이야기가 오가던 중, 그녀가 진지하게 말했다.
“모다교 촬영 영상을 쭉 봤는데 이상한 게 있어서 몇 번을 돌려봤어요.”
“네. 어떤 거죠?”
“그들이 ‘신수식’이라고 하는 거 있잖아요. 예배 시간에 신굿을 하는 것 같은.”
“네, 네. 기억납니다.”
“그 형태나 양식. 복장을 보니까 ‘새우니’를 몸에 들인 것 같더라고요.”
“새우? 새우요?”
“새우니.”
태환의 모친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새우니.
‘태자귀’와 같이 어린 영혼이 원한을 품었을 때 생기는 ‘새타니’가 진화한 형태라고도 하고, 귀신이 무당의 힘을 이용해 더 강해진 형태라고도 전해졌다.
강한 악귀가 무당의 몸에 들어 힘을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 무당의 몸에 든 상태로 영적 능력을 진화시킨 형태로 알려져 있기도 했다.
워낙 힘이 강해 날씨까지 조종할 수 있다는 소문이 돌 정도였다.
결국에는 자신을 부린 무당을 죽인다고 하지만 그전까지는 악한 기운을 뿜어내며, 자신의 ‘그릇’이 될 무당을 찾아 계속 헤맨다는 것이다.
그렇게 새 무당을 찾아내게 되면 그쪽으로 옮겨간 뒤 또 한 번 영적 능력을 진화시키는 것이었다.
일각에서는 새우니가 ‘민비’. 즉 ‘명성황후’의 영혼이라는 소문이 있기도 했다.
그래서 ‘왕과 김씨 성을 가진 궁녀가 자신을 배반했다.’라는 말을 끊임없이 반복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무속인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모양이었다.
설명을 들은 현수가 미간을 찌푸렸다.
“허태훈보다 강한 건가요?”
“그렇다고 봐야 할 거 같아요. 허태훈은 다른 사람에게 빌붙기는 했어도 그 존재 자체가 악해 사람을 악하게 만들었지만, 강내수는 일찌감치 몸에 들어 점점 더 자신의 기운을 강하게 키운 거죠.”
“그럼 신수를 찾아내고 신수식을 계속 했던 것도-”
“-네. 성직자를 뽑는다는 구실이 있지만 결론적으로는 새우니가 자신의 다음 그릇을 찾으려고 계속 헤매고 있는 형국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감옥에 가도 끝이 아니네요.”
“그렇죠. 아마 감옥에서도 그 세력을 만들어 낼 거예요.”
태환의 모친이 진지하게 말했다.
“방법이 있나요? 막을 방법.”
“찾아보겠지만 쉽지 않을 거예요. 새타니든, 태자귀든, 새우니든, 자연이 가진 기운으로 억눌러야 하는데 저렇게 세상에 돌아다니고 있으니.”
태환의 모친이 대답했다.
현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 * *
그녀가 돌아간 후, 현수는 새우니에 대해 검색을 해보았다.
인터넷에 방대한 자료가 노출이 되었지만 기재한 사람에 따라 그 의미나 해석이 중구난방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모두 동일하게 적혀 있었다.
굉장히 강한 악귀라는 것.
현수는 허태훈과 방고리 양수찬을 떠올리며 입가를 매만졌다.
“우와. 우리 450만 명 됐네요!”
그때 태환이 자기 자리에서 손을 흔들며 말했다.
“와. 반 900만이네. 회식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세정이 웃으며 거들었다.
“회식 구실 잡기 좋긴 하네요. 다들 한 잔 하고 싶은 모양인데요?”
화진이 현수의 옆에 다가와 말했다.
하지만 심각해 보이는 현수의 표정에 화진이 미소를 거두었다.
“뭔데 그렇게 심각하게 봐요?”
그녀의 질문에 현수가 대답했다.
“강내수 교주요. 단순히 무당 출신 사이비 교주가 아니라 ‘새우니’라는 악귀가 든 것 같대요. 태환이 어머님께서.”
현수의 말에 일행들 모두 다가와 함께 모니터를 보았다.
“이렇게 강한 악귀면- 허태훈 보다 세다는 건가요?”
태환이 물었다.
“글쎄다. 잘은 모르지만 그렇다는 거 같아. 만약 허태훈도 그 정도 악귀였으면 어머님께서 언질을 해주셨겠지.”
현수가 대답했다.
“어쨌든 모다교는 끝장냈지만 강내수는 끝난 게 끝난 게 아니라는 말이네요.”
화진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거들었다.
가만히 모니터를 보던 현수가 물었다.
“수정 누나. 새우니에 대해 잘 알아요?”
현수가 묻자 수정이 구석에서 슥 나타났다.
“알지. 우리도 보면 도망치는 악귀야. 허태훈하고 비교하면- 훨씬 더 사악하다고 해야 하나? 실제로도 그렇잖아. 허태훈한테 든 악귀도 악독했지만 강내수가 한 짓만큼은 아니었잖아.”
“그렇긴 하죠.”
“말리고 싶지만 네가 말을 들을 것 같지도 않고. 저 태환군 엄마가 하는 말처럼 자연의 기운으로 억누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돼.”
“자연의 기운으로 억누를 수 있는 방법이라.”
“그 놈이 왜 강남 한복판에 제 본거지를 만들어 놨겠어. 사업성, 접근성 문제도 있겠지만 자연의 기운이 가장 뻗치지 않을 곳으로 자리를 정한 거야.”
수정이 설명을 해주었다.
듣고 보니 정말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교도소에 갔으니 당분간은 그 놈이 법적으로 풀려나지 않는 데에 집중해.”
“알겠어요.”
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모다교와 강내수 관련한 법적 분쟁은 캡틴 타워와 연결이 된 법무사 쪽에서 진행이 될 예정이니 현수가 급히 신경 써야 할 부분은 없었다.
모다교의 범죄가 너무 명확한 만큼 현수에게 처벌이 나와 봐야 기껏 소액의 벌금형 정도일 것이기 때문이었다.
* * *
여러 일처리들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다음 퇴마 장소도 결정을 해야 했다.
신 주임을 포함한 캡틴 타워 직원들이 모여 다음 장소에 대한 서칭을 했다.
물론 여기에는 계속해서 쏟아져 들어오는 의뢰들도 있었다.
“구독자 수도 많고 시청자 수도 많아서 의뢰는 많이 들어오는데 뭔가 구미가 당기는 건 없네요.”
신 주임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메일 목록을 슥 훑어 내렸다.
“학교에 귀신 나온다는 거 어때요?”
“얼마 전에 했잖아.”
“해외는 좀 그런가요?”
“그건 고민을 좀 해보자. 일정을 길게 잡아야 하니까 이번 주에 당장 하긴 어렵지?”
“자꾸 악몽을 꾼대요.”
“사연이 빈약해.”
여러모로 눈에 띄는 의뢰가 없었다.
퇴마 방송을 하며 이런 주도 가끔 있었다.
그때, 화진이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핸드폰을 보여주었다.
“이거 한 번 보실래요?”
그녀가 보여준 영상에는 일본어 자막과 함께 한 남자가 어두운 시설을 탐색하는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조회 수가 무려 210만 회에 다다르고 있었다.
“일본에서 유행하는 ‘링톡’이라는 짧은 동영상 앱인데요. 여기 우리처럼 폐가 탐색을 하는 링토커인가 봐요. 그 사람이 우리나라에 방문했었다는 영상이에요.”
영상 속에서는 굉장히 허름해 보이는 실험실을 탐색하고 있는 영상이 나왔다.
“그림이 조금 흔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그 링톡커가 거기 촬영한 이후로 실종 됐다가 신주쿠에서 변사체로 발견 됐대요. 자기 자취방에서 한 달 썩은 채로. 물론 이 영상이 마지막으로 업로드 된 영상이었고요.”
화진이 덧붙였다.
“으음.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죠.”
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