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7화
# 모다교 : 화천 붕어섬 (3)
화장터.
그리고 소각장.
직원들 사이에서는 저곳을 화장터라고 칭했지만 이곳을 설계하고 만든 사람은 소각장으로 명명한 모양이었다.
만약 그곳이 시신을 화장하기 위해 만들어둔 곳인데 소각장으로 명시했다면, 이들이 인명을 얼마나 경시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일 것이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이곳이 모다교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는 증거는 나오지 않은 상태였다.
모다교 십자가와 부적이 나오기는 했지만 부산지부에서 발생했던 일처럼, 강내수 측에서 모르쇠로 일관한다면 그냥 일부 신자들의 독단적인 행위로 마무리될 것이 뻔했다.
화장터는 굳게 잠겨 있었다.
문고리도 잔뜩 녹이 슬어 있는 것이 따기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지하에 화장터라니. 해외에 이런 곳이 있나요?”
현수가 물었다.
그러자 화력중위가 대답했다.
“오브코스. 비밀리에 시신을 처치하는 방법 중 하나지. 그런데 문제가 바로 연기예요. 시신을 태우면 연기가 나오는데 그 연기 때문에 위치가 발각되기도 하거든요.”
“그럼 어떻게 하나요?”
“다른 걸 태울 때 연기를 섞어 내보내기도 하죠.”
그는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어쩌면 이곳을 소각장으로 명명한 이유가 거기에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수와 화력중위가 대화하는 사이, 화진이 툴킷으로 문을 따보려 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열리지 않았다.
“이거 제가 못 열어요.”
화진이 뒤로 물러섰다.
그러자 신도알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쇠파이프를 하나 찾았다.
녹이 슬어있었지만 충분히 단단해 보였다.
“물러서요.”
신도알은 현수 일행에게 짤막하게 말한 후 파이프를 꽉 쥐었다.
쾅!
짧고 둔탁한 소리와 함께 문고리가 부서졌다.
동시에 문이 ‘끼이이잉’하며 열렸다.
그리고 나타난 화장터.
양쪽으로 쭉 뻗어져 있는 화구.
그리고 시신을 옮긴 듯한 기다란 침대.
한쪽 구석에는 커다란 상자가 놓인 책상이 있었다.
여기에 코끝을 찌르는 지독한 악취.
이곳에 강한 원한이 담겨 있었다.
현수가 화구 앞에 서있는 귀신들을 보고 있는 사이, 화진이 상자에 다가가 보았다.
안에는 온갖 잡동사니들이 가득 담겨 있었다.
“이게 다 뭐죠?”
화진이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현수와 일행들이 다가가 상자 안을 보았다.
오래된 핸드폰.
지갑.
신분증.
.
.
.
온갖 개인 소지품들이었다.
그리고 그건 한 사람의 것이 아닌 수십, 수백 명의 것이었다.
일부 지갑에서는 서울 강남행 버스표들이 발견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모다교 십자가나 편지들도 발견이 되었다.
모다교 신자들의 모임인지, 모다교 예배당 안에서 강내수와 찍은 사진도 발견되었다.
이 소지품의 주인들이 모두 실종된 사람들이고 여기서 사망한 것이라면 이는 이곳과 강내수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되어줄 것이었다.
“아까보다 더 추워진 것 같아요. 이거, 그거죠?”
신도알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네. 점점 더 강해지고 있어요.”
현수가 소지품 속 사진을 보며 대답했다.
화악!
사진 속 사람들의 눈이 모두 시커멓게 변해 있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현수가 인상을 쓰며 화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닫혀 있는 철제 화구 입구 틈으로 검붉은 액체가 주르륵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어 사백안의 눈들이 사방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더니 사백안에서 붉은 피눈물이 주륵 흐르기 시작했다.
현수 일행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등을 맞댔다.
하지만 신도알과 화력중위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아니, 왜, 왜요?”
화력중위가 묻자 세정이 심령카메라 화면을 보여주었다.
- 이제 절정이다.
- 과연 어떻게 처리가 되려나.
- 진짜 미쳤다.
- 모다교 싹 다 처넣어야지.
악귀의 흔적이 점점 선명해지자 시청자들도 흥분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이었다.
콰당-
들어왔던 복도 쪽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그러더니 구둣발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귀신이 아니라 산 사람의 발자국 소리였다.
우르르르르
이내 모습을 보인 것은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었다.
외모는 달랐지만 분명 모다교에서 보았던 그 ‘안내인’들과 비슷한 분위기였다.
어깨에 회색 아지랑이가 피어나고 있는 것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제야 우리가 나설 때인 거 같은데?”
신도알과 화력중위가 주먹을 풀며 복도 쪽으로 나섰다.
현수는 바로 세정의 카메라에 대고 말했다.
“우리 방송을 보던 모다교 측에서 이곳의 위치를 알고 사람을 보낸 것 같습니다. 지금 당장 경찰에 신고해주세요. 신고하실 때 이곳 상황에 대해서도 설명 부탁드립니다.”
현수가 다급하게 말했다.
- 신고 ㄱㄱㄱㄱㄱㄱㄱ
- 신고합니다.
- 그냥 신고하면 순찰차만 나가요. 자세히 말해주세요.
- 강력범죄라고 해요!
시청자들이 바로 경찰에 신고를 넣기 시작했다.
심지어 누군가를 특정하지 않았지만 꽤 많은 수의 신고가 들어갔다.
“세정 님. 세정 님은 증거가 되게 이 소지품들. 심령카메라와 일반 카메라로 모두 촬영해 주세요.”
현수가 말했다.
“캡틴님 촬영해야죠.”
“폭행 장면이 들어가면 노딱이나 빨딱 먹어요. 무엇보다 이 소지품들이 피해자 거면, 피해자 가족들이 알아야죠. 알아보는 사람들도 나올 겁니다.”
현수가 웃으며 말했다.
- 아 보고 싶은데!!!!
- 그냥 갑시다! 노딱!
- ㄴㄴㄴㄴㄴ 이 채널 폭파되면 볼 거 없어짐.
- 증거들 보여주세요. 실종자 가족들이 볼 수도 있잖아요.
세정은 채팅을 확인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상자 앞에 서서 소지품들을 하나하나 촬영하기 시작했다.
화력중위가 맨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나는 퇴마니뭐니 모릅니다. 저놈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겠으니까, 이제 안 봐줍니다. 뻐킹 가이.”
그는 화가 난 듯 이를 부득거렸다.
“오늘 할 일이 없으려나 했는데. 뒷수습 좀 잘 해줘요.”
신도알도 웃으면서 엄지를 들었다.
“알겠습니다.”
현수가 고개를 끄덕인 후 솔트샷건을 장전했다.
“캠핑님. 태환아. 위험할 것 같으면 바로 뒤로 빠져요.”
그는 자기 뒤에 있는 화진과 태환에게도 한 마디 덧붙였다.
“악귀 들린 놈들은 우리도 상대할 수 있어요. 힘이 세지만 어쨌든 퇴마용품에는 약하니까.”
화진이 대답했다.
“저도 신칼 한 번 제대로 써보죠.”
태환이 신칼을 양손에 쥐고 말했다.
복도 끝에 있는 정장 남자들이 주먹을 쥐고 달려들 자세를 취했다.
현수 쪽 일행들도 돌진할 자세를 취했다.
너튜브에서 송출 중인 방송 화면은 소지품들을 촬영하고 있었지만, 일행들이 착용한 로프로 카메라는 계속 작동이 되고 있었다.
생방송 영상 설명 더 보기에 있는 URL을 통하면 격투 장면을 볼 수 있는 것이었다.
덕분에 시청자 수가 일부 분산이 되는 현상이 발생하기는 했다.
하지만 이게 노란 딱지를 먹는 것보다는 훨씬 다행인 일이었다.
“으아아압!”
남자들이 먼저 달려들었다.
이에 신도알과 화력중위가 커다란 주먹을 치켜들고 돌진했다.
덩치만 봐선 불도저와 불도저의 충돌처럼 보였다.
“꾸오오오오!”
남자의 몸에서 회색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악귀의 기운이 용솟음치는 것이었다.
남자가 달려오는 신도알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꽈아아앙-
주먹에 정통으로 맞은 신도알이 뒤로 날아가 버렸다.
초인적인 힘이었다.
이를 본 화력중위는 자신에게 날아오는 주먹을 빠르게 피했다.
그런 후 몸을 틀어 복싱자세로 간 부위를 가격했다.
뻐어어억
분명 보통 사람이라면 엄청난 복통에 몸을 움츠려야 할 수준이었다.
하지만 피격된 남자는 태연하게 서있었다.
화력중위가 고개를 드는 순간, 남자가 그의 얼굴을 한 손으로 움켜쥐었다.
꽈아아악-
마치 사과를 한 손으로 으깨듯, 화력중위의 얼굴을 강하게 짓이겼다.
“끄아아악!”
화력중위가 비명을 질렀다.
그때, 이들의 발밑으로 스프링텐션 수류탄이 굴러갔다.
달각- 찰칵!
짤막한 소리와 스프링텐션 수류탄이 폭발했다.
화아아아악
팥가루가 사방으로 확 튀었다.
콜록 콜록!
신도알에게 주먹을 내지른 남자와 화력중위의 얼굴을 한 손으로 움켜쥔 남자가 기침을 하며 뒤로 물러섰다.
당연히 그 둘에게서 뿜어져 나오던 회색 아지랑이도 순간 사라졌다.
그 순간, 뒤로 날아갔던 신도알이 달려와 어깨로 남자의 복부를 밀치며 태클을 걸었다.
꽈당
방금 전과 다르게 악귀의 기운이 밀려난 상태에서는 신도알의 힘이 압도적으로 강했다.
화력중위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남자가 손을 놓치자마자 주먹으로 복부를 다시 한번 강하게 후려쳤다.
“끄억!”
두 남자가 뒤로 나자빠졌다.
동시에 현수가 낮고 빠르게 덤벼들어 몸을 구속시켰다.
그러고는 바로 퇴마 의식을 시작했다.
태환과 화진도 각자 무기를 휘두르며 신도알과 화력중위를 지원했다.
퍼벅 퍽 퍽 퍽
꽈당-
쿵탕
우당탕탕-
세정은 소지품들을 촬영하며 수시로 뒤를 돌아보았다.
뒤에서 신음과 비명, 싸우는 소리가 들리는 이 환경이 무서운 것이었다.
- 아 싸우는 거 ㅈㄴ 보고 싶닼ㅋㅋㅋㅋ
- 밑에 설명란에 URL로 보세여 1인칭으로 생방 중임.
- 밑에 URL봐요. 그건 너튜브 영상이 아니라 볼 수 있음.
- 화력중위 허세충인 줄 알았는데 싸움 겁내 잘하넼ㅋㅋㅋㅋㅋ
- 붕붕 난다 날아.
- 신도알 장난 아님. 저 덩치에 저렇게 날렵하다니.
시청자들도 무척 흥분했다.
그때 경찰들이 몰려 들어왔다.
“그만둬!”
“멈추세요!”
“그만두세요!!”
경찰들이 테이저건과 총, 곤봉을 들고 겨누며 들어왔다.
현수 일행과 신도알, 화력중위는 두 팔을 벌리며 뒤로 물러섰다.
바닥에 쓰러진 남자들은 피투성이가 된 모습이었다.
경찰들은 정장 입은 남자들과 현수 일행을 보며 눈을 부릅떴다.
“모다교 장기밀매 현장입니다. 여긴 모다교 사람들이고요. 증거는 저기 다 있습니다.”
현수가 안 쪽 화장터를 가리키며 말했다.
경찰들 중 몇몇은 남자와 현수 일행에게 수갑을 채웠고, 몇몇은 화장터로 달려가 소지품들을 확인했다.
그리고 그들 역시도 이곳이 ‘불법적인 의료행위’가 벌어졌던 곳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밖에 없는 현장이라는 걸 인정해야 했다.
경찰에 끌려 다시 밖으로 나왔을 때엔 강내수 교주와 김주장 사무관이 보였다.
그들도 체포 되었는지 수갑을 찬 채로 경찰들 사이에 서있었다.
현수가 다가가자 강내수가 씩 미소를 지었다.
“우리 사무실로 웬 도둑이 들었다고 하더니 그쪽 사람이었네. 우리가 방심했어.”
그의 말에 현수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무리 돈이 좋아도 그렇지. 사람을 이렇게 다루는 법은 없습니다.”
“그래? 네가 그런 말을 하니 우습네.”
그는 전과 달리 비소를 섞어 반말로 말을 이었다.
“보니까 너 따라다니는 수호령이 하나 있는 거 같은데. 수호령이든, 악귀든, 뭐든. 산 자 옆에 죽은 자가 붙어 있으면 내내 재수가 없는 법이야. 두고 봐.”
그는 씩 미소를 지었다.
현수는 인상을 쓰며 공실 구석에 서있는 수정을 보았다.
그녀는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서서 둘을 지켜보고 있었다.
“압송해!”
그 사이 경찰들이 다가와 강내수의 팔을 억세게 잡아끌었다.
“이런 곳이 울산에도 하나 더 있다고 합니다”
밑에서 경찰이 서류철을 들고 흔들며 말했다.
“주소 확인하고 그쪽 관할에 연락해.”
선임 경찰이 소리쳐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