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6화
# 모다교 : 화천 붕어섬 (2)
- 오늘 촬영 어디에요?
- 시골인 거 같은데???
- 어디죠??
시청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오늘 촬영지에 대해선 함구하겠습니다. 아마 여기는 많은 분들이 어딘지 파악하기 힘드실 거예요.”
현수가 뒤 풍경을 가리키며 말했다.
어두운지라 잘 보이지 않았다.
“역시 비밀유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어딘지 말씀드리진 않겠습니다. 단, ‘의료시설’과 비슷한 곳일 수 있다는 점. 미리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수가 엄지를 들어보였다.
- 모다교나 마무리 해라.
- 그래서 모다교 방송은 끝난 거임???
- 해명으로 마무리 한 거??
역시나 시청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현수는 억울했지만 미소를 유지하며 바로 손전등을 켜고 걸음을 옮겼다.
꾸우우 꾸우우-
멀리서 동물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현수 일행은 손전등에 의지한 채 숲속으로 들어갔다.
틈틈이 옆쪽으로 풋살장과 운동장, 포토존 같은 것이 보였다.
시청자들은 관리가 잘 되어 있는 것이 관광지라는 걸 눈치 챈 모양이었다.
- 어디지 어디지
- 관광지 같은데.
- 어디에요????
- 안 갈 테니까 말해줘요.
- 어딘지 아는 사람 초성이라도 말해줘요.
무척 답답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모다교 신자들조차도 이곳이 어딘지는 정확히 알지 못할 것이었다.
모다교에서도 관리직들이나 알 수준의 기밀 사항으로 판단되었다.
현수는 이런 채팅창 분위기를 알면서도 계속해서 섬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러면서 화력중위에게 귀신의 반응과 귀신 흔적의 특징.
그리고 EMF 탐지기와 심령카메라 등 여러 장비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다.
그 역시 방송을 통해 모든 걸 알고 있었지만 마치 처음 듣는 것처럼 신중하게 들어주었다.
나름 방송 센스인 것이었다.
그렇게 오디오가 죽지 않은 채로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자 숲 사이에 불쑥 솟은 콘크리트 건물 하나가 보였다.
작은 사무실 하나 정도만 있는 듯한 작은 건물은 창문도 없이 출입문만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출입금지’라는 팻말이 투박하게 붙어 있었다.
가장자리가 녹슨 것이 관리를 안 하는 건물 같았다.
“저희가 여기를 어떻게 찾았냐 하면요. 며칠 전 캠핑님과 캠핑촬영 진행하면서 발견한 곳이거든요. 한번 들어가 보겠습니다.”
현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카메라를 보았다.
- 이번에 뭔가 이상하긴 하다.
- 항상 사연 같은 게 있었는데 이번엔 그것도 없잖음.
- 이것도 모다교 연장선 아님????
- 아??? 그런가??????
- 모다교 연장이에요???
- 1000원 파워챗 후원.
- 모다교 연장입니까?
세정은 시청자들이 슬슬 눈치를 채고 있다는 걸 확인했다.
그 사이, 화진이 툴킷으로 건물의 철문을 땄다.
철컹-
문이 열리자 손전등 불빛에 내부가 훤히 보였다.
아무것도 없는 공실이었다.
창문조차 없어 소름 끼치게 무서운 느낌이 들었다.
“보통 이런 공간은 군사 시설일 가능성이 큽니다. 보안을 위해 창문이 없는 거죠.”
화력중위가 카메라를 보며 멘트를 했다.
“그런데 만약 군사 시설로 사용되고 있는 게 아니라면, 누군가 감추고 싶은 무언가를 숨기기 위해 만들었을 수 있죠. 여기가 사용되고 있다는 증거를 찾아봅시다.”
그는 마치 리더처럼 앞장서서 주변을 수색했다.
현수 일행도 내부로 들어가며 안을 촬영했다.
곳곳에 가득 쌓인 먼지.
가구는커녕 잡동사니 하나 보이지 않는 텅 빈 공간.
바닥에 깔려 있는 오래 된 카펫.
일행들 모두 벽과 구석에 집중하고 있는 사이, 화력중위가 카펫을 유심히 보았다.
“이거. 굉장히 수상합니다. 가구도, 집기도 없는 곳에 카펫? 으음. 어색합니다.”
그는 한국인이었지만 해외 생활을 길게 해서인지 모든 발음과 화법이 약간 영어 발음 같았다.
현수가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
화력중위는 카펫을 걷어내고 있었다.
그러자 아래로 내려가는 비밀 출입구가 모습을 드러냈다.
“올롸잇! 바로 이거지. 게릴라들이 많이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화력중위가 비밀 출입구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런데 출입구 위쪽으로 노란색 부적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 것이 보였다.
“이건 뭐죠?”
신도알이 다가가며 물었다.
“액막이 부적. 귀신을 쫓아내는 부적인데 우리가 사용하는 것과는 다르네요.”
태환이 부적을 보며 말했다.
현수도 그 부적이 뭔지 알 수 있었다.
모다교의 건물에서 보았던 바로 그 부적이었다.
현수는 구석에 서있는 수정을 보았다.
그녀는 자신이 어찌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번에도 함께 들어갈 수 없다는 의미였다.
“여기로 들어갈 거죠?”
신도알이 물었다.
현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공실을 한번 더 보았다.
쩌저저저적-
마치 찐득거리는 무언가가 붙었다 떨어지는 소리가 나며 사방에서 사백안의 눈이 나타났다.
신도알과 화력 중위를 제외한 일행 모두 그 눈을 선명히 보았다.
동시에 그 눈의 눈동자는 바닥의 그 출입구를 향하고 있었다.
“이 눈들이 그 서류의 위치를 알려줬었어요.”
화진이 나지막이 말했다.
“눈? 무슨 눈?”
화력중위가 미간을 찌푸리며 두리번거렸다.
“악귀가 가득합니다. 악귀들이 이 문을 가리키고 있어요. 아무래도 우리를 안내해주고 있는 듯합니다.”
현수가 말했다.
“가봅시다.”
신도알이 당차게 출입구 문을 붙잡고 말했다.
철컥
현수가 솔트샷건을 장전했고, 화진과 태환이 각자 무기를 들었다.
끼이이익-
신도알이 문을 열자 콘크리트 계단이 보였다.
일행들은 줄지어 한 명씩 계단 아래로 내려갔다.
*
내부는 미로처럼 되어 있었다.
이곳도 위즈소카 수용소의 지하시설과 비슷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훨씬 더 깨끗하고 현대적이었다.
최근까지도 활용이 되고 있었다는 증거 같았다.
현수는 걸음을 옮기며 손전등으로 이곳저곳을 비추었다.
EMF 탐지기 불빛이 끝까지 차올랐다.
“액막이 부적 안쪽에 귀신이 있다는 건 이들을 봉인해 두었다는 의미인 것 같아요.”
현수가 주변을 보며 말했다.
“퇴마를 하다 하다 악귀한테 도움을 받기는 처음인 느낌이네요.”
화진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몇 번 있지 않아요?”
태환이 웃으며 받아쳤다.
일행의 대화는 은은하게 메아리쳐 돌아왔다.
“형광등이 있는 거 같은데. 불을 켤까요?”
화력중위가 천장을 보고 말했다.
“사람도 없는 거 같아요.”
그는 두리번거리다 구석에 있는 스위치를 발견하고 작동시켰다.
딸깍
지이이이잉-
깜빡 깜빡
형광등 불빛이 요란스럽게 깜빡거렸다.
그때 화력중위의 눈에 무언가 보였다.
깜빡거리는 형광등 밑으로, 복도 구석에 어떤 여인이 뒤돌아 서있는 것이었다.
“어? 저기.”
화력중위가 한쪽을 가리켰다.
“네?”
일행 모두가 뒤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그가 가리킨 곳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천장과 벽에 있는 귀신의 아지랑이만 언뜻 보일 뿐이었다.
“어? 안 보여요?”
“조심하세요. 귀신이 많은 곳에서는 함부로 아는 척도, 들리는 척도 하면 안 돼요.”
현수가 화력중위를 보며 말한 후 다시 가던 길로 몸을 돌렸다.
하지만 화력중위는 아무래도 호기심이 발동한 모양이었다.
일행들 모두 현수를 따라 복도를 걷는 사이, 맨 뒤에 있던 화력중위는 구석으로 향했다.
깜빡-
다시 한번 여자의 모습이 보였다.
청바지에 스웨터를 입은 여성의 뒷모습.
뒷모습만 봐선 대략 30대쯤 되어 보였다.
깜빡-
다시 깜빡이자 모습이 사라졌다.
깜빡-
또 한 번 깜빡이자 다시 모습이 나타났다.
화력중위는 눈을 거칠게 비볐다.
전장을 뛰어다니며 사람들의 시신을 숱하게 보고 자신 역시도 적군을 죽여 본 입장에서 말도 안 되는 현상이 벌어진 것이었다.
깜빡-
다시 깜빡였다. 이번에도 모습이 사라졌다.
깜
빡-
이번에는 조금 오래 꺼졌다 다시 켜졌다.
순간 그 여자가 화력중위의 코앞에 다가와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뒤를 보고 있었다.
“으어!”
화력중위가 뒤로 주춤거렸다.
그제야 기괴한 점을 눈치챘다.
눈앞에 나타난 그녀는 분명 뒤를 보고 있는 것 같았지만 옷차림새는 앞모습으로 바뀌어 있었다.
목이 돌아가 있는 형상이었다.
화아아악
이어 여자가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180도 고개를 돌렸지만 원래라면 얼굴이 나왔어야 할 자리에 또 뒤통수가 있었다.
“으아아악!”
화력중위가 비명을 질렀다.
소리를 들은 일행이 바로 뒤를 돌아보았다.
화력중위 앞에 여자 귀신이 서있는 것이 보였다.
“중위님!”
현수가 솔트샷건을 조준하며 냅다 달렸다.
일행들과 카메라도 다급하게 그 뒤를 쫓았다.
“투브레가리바머나드자-”
여자 쪽에서 뭔가 괴상한 소리가 나오더니 다시 한 번 불이 깜빡였다.
그리고 드러난 모습은 주저앉아 있는 화력중위였다.
귀신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뭐, 뭐, 뭐, 뭐죠? 왓더뻑!”
화력중위가 중얼거리며 물었다.
- 알파메일 모냥빠지넼ㅋㅋㅋㅋㅋㅋㅋ
- 무섭긴 하지 ㅅㅂ
- 아까 너무 나댄다 싶었음ㅋㅋㅋㅋㅋ
- 안타깝닼ㅋㅋㅋ
시청자들의 조롱이 이어졌다.
하지만 누구라도 이런 상황은 익숙하지 않을 것이었다.
현수는 화력중위를 다시 일으켜 주었다.
“절대 혼자 떨어지면 안 돼요.”
현수가 검지를 치켜들고 말했다.
화력중위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죠.”
현수가 앞장서서 다시 복도를 걷기 시작했다.
신도알은 화력중위의 옆에 서서 부축을 해주었다.
*
이곳은 부산지부 지하실보다 조금 더 끔찍한 공간이었다.
수술용 침대와 아이스박스들이 보였다.
부산지부에서 보았던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곳곳에 부적들도 보였다.
심지어 모다교에서 사용하는 십자가도 발견할 수 있었다.
부적에 있는 문양과 십자가를 묘하게 섞어놓은 모양이었다.
- 모다교 촬영 맞았네.
- 와 캡틴 큰 그림 쩐다.
- 일부러 공개 안 한 거구나.
- 지난 주가 모다교 촬영 끝이 아니었어.
- 캡틴 짱짱짱 개 재밌어!!!
- 와....반전이네.
시청자들의 칭찬을 해주었다.
모다교 촬영이라는 것이 분명해진 것이었다.
“사용을 안 한 지는 조금 된 것 같네요.”
현수는 한 방 안에 들어가 꾸덕꾸덕 마른 피를 가리켰다.
수술용 침대 옆으로는 은쟁반과 수술도구들이 놓여 있었다.
“무섭네요.”
화진이 침을 꿀꺽 삼켰다.
그 사이, 현수가 수술용 침대 옆에 있는 싱크대에 다가가 보았다.
그리고 수도꼭지를 위로 올려보았다.
구르르르르르
안에서 하수구 소리가 들리더니 물이 졸졸졸 나오기 시작했다.
걸쭉한 검은 액체였다.
동시에 지독한 악취가 풍겼다.
악귀였다.
“캡틴님. 캠핑님. 이거 좀 보세요.”
태환이 벽에 붙은 종이를 가리켰다.
현수 일행이 다가가 종이를 보았다.
[화장터에 문제가 발생했으니 시신은 외부에 처리할 것.]
일종의 공지사항인 듯했다.
“이곳에 화장터도 있나보군요.”
현수가 다시 방 밖으로 나가 복도를 보았다.
사아아아아
회색 아지랑이가 아까보다 더 짙어져 있었다.
“이곳은 예배당도, 뭣도 아닌데요.”
태환이 말했다.
“아예 ‘작업’을 하기 위해 만들어 둔 비밀 공간 같아요. 아까 중위님이 말씀하신 것처럼요.”
현수가 대답을 하며 위를 보았다.
손전등으로 비춰보자 ‘소각장’이라는 글씨가 보였다.
“화장터도 아니고 소각장이라니.”
화진이 혀를 내둘렀다.
현수는 따라오라는 손짓을 하고는 안내에 따라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