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204화 (204/227)

제204화

# 모다교 : 강남 협동회 (4)

행정실 안.

벽과 천장에 가득한 사백안들.

그리고 똑같이 한 곳을 보고 있는 눈동자들.

화진은 침을 꿀꺽 삼키고 철제 캐비닛으로 향했다.

당연하게도 잠겨 있었다.

그녀는 바로 툴킷을 꺼내 캐비닛을 따보았다.

덜컹

요란한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혹시나 누군가 들었을까 화진은 멈칫했다가 바로 안을 살펴보았다.

캐비닛 안에는 서류철들이 가득했다.

1998.01.01.~1998.12.31.

1999.01.01.~1999.12.31.

.

.

.

서류철에는 제목이 없고, 날짜가 적힌 라벨만 붙어 있었다.

화진은 주변을 한 번 둘러본 후 서류를 펼쳐보았다.

그러자 찬바람이 강하게 한 번 휘감았다.

화진은 귀신의 기운이 강해졌다는 걸 느끼며 내용을 보았다.

안에는 서술형으로 기재 된 부분은 극히 드물었다.

표 안에 날짜와 병원 이름들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사람의 이름과 혈액형.

의학용어로 적힌 장기들이 기재 되어 있었다.

“이거다.”

화진은 입가를 매만지고는 카메라로 서류 안쪽을 촬영했다.

그리고 그곳에는 정체 모를 주소가 하나씩 적혀 있었다.

출고지 : 강원도 화천군 화천읍 하리 XXX.

맥락상 여기 적힌 출고지가 장기를 적출하거나 아님 장기 유통을 최초 시작한 주소지일 것 같았다.

화진은 그곳 주소도 확실하게 촬영을 한 뒤 다시 캐비닛을 닫았다.

닫고 보니 사방에 널려 있던 사백안들이 사라져 있었다.

화진은 어째 이 악귀들이 자기를 도와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웅성웅성-

순간 행정실 문밖에서 사람들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시계를 보니 10시 반쯤 된 상황.

밤 11시 예배를 앞두고 사람들이 모이는 모양이었다.

그녀는 아까 있던 대로 행정실 문과 캐비닛을 다시 잠갔다.

“사무관님께 요청한 서류가 있어서.”

“아? 그래? 어떤 거?”

“교적을 좀 옮겨야 하거든.”

남자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행정실로 오고 있는 게 분명했다.

화진은 빠르게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빨리 이곳을 탈출해야 했지만 문으로 나갈 수는 없었다.

창문 쪽으로 달려가 밖을 보았다.

건물 지하주차장으로 들어오는 입구가 보였다.

그곳으로는 여러 차량들이 줄지어 들어오고 있었다.

하지만 각도상 이곳이 잘 보일 것 같지는 않았다.

그녀는 행정실 구석에 있는 CCTV를 힐끔 보고는 창문을 열고 도주했다.

저게 작동 중이라면 분명 그녀가 포착 됐겠지만 옷과 모자를 갈아입은 만큼 섣불리 특정할 수는 없을 것이었다.

그녀가 어떤 옷을 입고 현수와 함께 들어왔는지 잘 사무관과 CCTV가 봤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건 나중에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었다.

* * *

딸깍

김주장 사무관이 형광등 스위치를 켜자 지하 예배당 불이 확 켜졌다.

그곳은 부산지부에서 봤던 공간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언뜻 무당집 같은 분위기였지만 전체적인 구성은 교회 예배당이나 이슬람 사원을 빼다 박은 듯했다.

“오우.”

현수가 신기한 듯 두리번거렸다.

그 사이 이곳에 머물고 있는 귀신들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모두 악귀의 형태.’

회색 아지랑이로 나타나는 형태로 봐선 악귀기는 하지만 공격성을 띠었다기보다는 강한 원한 때문에 변질된 원귀에 가까웠다.

그 모습은 심령카메라로도 촬영이 되고 있었다.

즉, 모다교 측에서도 이 장면을 보고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우리 캡틴님께서 파악을 하셨다시피, 저희 주여보님께서는 무속인이셨습니다. 그러나 메시아인 주 예수 그리스도의 영혼이 빙의되면서 진정한 신의 아들로 거듭나실 수 있었습니다.”

김주장 사무관은 환희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부산지부에서 예배당을 촬영했을 때 보니까 사람들이 옷을 벗고 있더라고요.”

“아아. 하하하. 그 부분도 오해가 조금 있습니다. 저희 모다교를 모르는 사람들이 봤을 때에는 오해할 수 있는 장면이었죠.”

김주장 사무관이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그건 저희가 ‘신수식’이라고 부르는 의식이었습니다. 매주 예배를 드리는 시간들이 있는데요. 간혹 ‘신수’가 보이는 사람들을 모아 ‘신수식’을 거행합니다.”

“‘신수식’이요?”

“네. 가톨릭에는 신부가 있고 개신교에는 목사가 있듯이 모든 종교에는 성직자들이 있잖습니까. 저희는 그 성직자들이 될 기미가 있는 사람을 ‘신수’라고 부릅니다. 그들을 모다교 성직자로 임명하는 의식이 ‘신수식’이죠.”

“그건 무슨 기준으로 정해지나요?”

“주여보님의 지침으로 매월, 전국의 신도들이 특정일에 이곳 강남에서 주여보님의 예배를 받아야 합니다. 그때 성인의 영혼을 받들 수 있겠다 싶은 사람이 보이면 ‘신수’로 지정하게 되죠.”

그의 말이 사실이고 강내수 교주가 실제 신기가 있는 무당이라면, 아무한테나 신굿을 해주고 있다는 의미였다.

이는 무속계에서도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왜 그런 모습들로…….”

“정화의 의미입니다. 이건 고대부터 지금까지 마찬가지잖습니까. 성인을 받아들일 때에는 옷과 같은 부정한 것을 차치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야 하니까요.”

김주장 사무관이 말했다.

그는 시종일관 ‘미친 소리’만 하고 있었지만 무척 당당한 모습이었다.

“그건 어느 때든 상관없이 예배 때 하나요?”

“네. 지정이 되면 미루지 않고 그때그때 합니다.”

“거기서 성직자가 되면 특정 지부에 가서 예배를 직접 집행하게 되고요?”

“네, 맞습니다.”

“그럼 저희가 봤던 그 성직자 분도 신수였던 거네요.”

“네, 맞습니다. 주여보님을 제외하고 예배를 집도하는 모두는 다 신수 출신의 성직자들입니다.”

김주장 사무관이 말했다.

- 현직 무당입니다. 저거 다 개소리입니다. 아무 신이나 들이면 부정만 타고 신점도 제대로 못 봅니다. 신가물이라고 내림굿 유도하는 것들도 사기꾼인데 저건 진짜 역대급이네요.

- 큰일 날 말입니다.

- 한 마디로 아무한테나 굿하고 아무한테나 굿을 시킨다는 말임.

- 난 기독교지만 굿이나 무속 관련한 건 조금 진짜 같아서 무섭던데. 저래도 됨??

- 큰일 남 저거.

- 미친놈들이네.

채팅창은 난리가 났다.

하지만 당연히 모다교를 옹호하는 채팅도 이어졌다.

- 잡신을 모시는 게 아니라 성인들을 부르는 거임.

- 주여보님은 그냥 무당이 아니라 예수님의 영혼이 깃든 사람임.

사실상 말이 안 통하는 수준이었다.

덕분에 채팅창은 점점 논쟁과 욕설로 뒤범벅이 되고 있었다.

물론 너튜브에서 어느 정도는 필터링을 해주고 있고 현재 모니터링 중인 채널 스태프들도 너무 심한 욕설은 블라인드를 걸고 있었지만 그 양이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었다.

“그럼 이제 올라가서 주여보님을 뵐까요?”

김주장 사무관이 위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곳에 다른 시설은 없나요?”

“작은 예배당과 교리실 몇 개가 있지만 별 거 없습니다. 그리고 11시부터 예배를 해야 해서 지금 주여보님을 잠시 뵙는 게 시간이 딱 맞을 것 같군요.”

그의 말에 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게 하시죠.”

현수는 부산지부 건물에서도 교리실 안에 지하 통로가 있었던 것을 떠올렸다.

이곳도 그런 시설이 있는지 없는지, 당장은 확신할 수 없었다.

* * *

똑 똑 똑-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리자마자 있는 고급스러운 나무문을 노크했다.

현수 일행은 긴장한 표정으로 서로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우우웅

그때 현수의 핸드폰에 문자 메시지 진동 알림이 울렸다.

[탈출 완료. 증거 확보]

화진의 메시지였다.

현수는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앞을 보았다.

“들어와요.”

안에서 얇은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덜컹

문을 열자 커다란 사무실 겸 침실이 모습을 드러냈다.

금과 원목, 벨벳으로 꾸며진 커다란 방은 굉장히 오묘했다.

한쪽에는 금 프레임으로 만들어진 커다란 침대.

그리고 또 한 쪽에는 무당들이 사용하는 용품들과 동물의 뼈.

거대한 십자가와 황금실로 엮은 커튼.

통유리 창문 앞으로 놓인 원목 책상.

나무 냄새와 함께 은은하게 풍기는 향냄새.

무엇보다 악귀나 귀신의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이 신기했다.

모다교와 관련해서는 어딜 가든 악귀와 귀신들이 보였는데, 이곳만큼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예배까지 몇 분 남았죠?”

강내수가 자신의 의자에서 일어나며 물었다.

그는 막 목욕을 마친 듯 붉은색 가운을 입고 있었다.

“한 20분 남았습니다.”

“알겠습니다. 내려가서 신도들 준비시키세요.”

강내수의 말에 강주장 사무관이 90도로 허리를 숙인 후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

문 닫는 소리가 메아리쳤다.

“사람을 피곤하게 하는 재주들이 있으시더라고요.”

강내수가 웃으며 앞쪽 소파를 가리켰다.

현수 일행이 다가가 앉자 강내수가 맞은편에 앉았다.

“지금 방송 중이죠?”

“네. 방송 중입니다.”

- 와 사이비 교주 이렇게 처음 봄.

- 캡틴 대단하다.

- 뭔가 포스 있어

- 그니깤ㅋㅋㅋ 덩치가 크지 않은 데도 뭔가 무섭네...

“일단 본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저희는 사이비가 아닙니다.”

그는 카메라를 보며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제가 겪고 느낀 부분을 설파하는 것뿐인데 그걸 사이비라고 규정한다면 그건 자유 국가가 아니죠. 그렇죠?”

“네.”

“사이비라는 규정을 누가 짓습니까. 나라에서 규정하는 것도 아니고 사람들이 규정하는 것도 아닙니다. 개신교나 천주교 같은 거대 교단에서 규정하는 거죠. 그게 뭡니까? 자기들만 진리랍니까?”

그는 여유롭게 소파 등받이에 등을 기대고 다리를 꼬았다.

“틀린 말씀은 아니죠.”

“맞는 말이죠.”

강내수는 시종일관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그 당당함에 오히려 ‘그의 말이 맞나?’라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부산지부장 김주상에 대한 소식은 들으셨나요?”

현수가 물었다.

“네. 들었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죠. 신심이 대단한 분이었는데 우리 교단 간판을 걸고 그런 불법적인 일을 하다니. 너무 끔찍하네요.”

강내수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런 일이 벌어지는 지 정말 모르셨다는 말씀이신가요?”

“모르죠. 제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당장 인천지부에서 그런 일이 벌어진다 해도 확인할 수 없습니다. 다만 그러지 말라고 지침을 내릴 뿐이죠.”

강내수가 말했다.

현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순간 화진이 증거를 확보했다는 문자를 떠올렸다.

“저희가 이 촬영을 시작하게 된 의뢰는 보셨나요??”

“아. 네, 알고 있습니다. 그 의뢰인의 모친이 누군지 저는 확인이 되진 않습니다. 부산지부 쪽에서 발생한 일이라 제가 알고 있지는 못하지만 저희 선에서 따로 조사 중이기는 합니다.”

“전혀 모르신다는 말씀이시죠?”

“네. 뭔가 알게 되면 ‘경찰 쪽에’ 최대한 협조하도록 하겠습니다. 추가적인 책임소재가 있다면 그것도 분명히 하고요.”

현수를 거르겠다는 말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사적 제재는 불법이니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기는 했다.

다만 이 자리에서 현수를 앉혀두고 이야기하는 건 더 이상 개입하지 말라는 의미일 수도 있었다.

“이제 예배시간이 다 되어가는군요. 일어나 봐야겠습니다. 옷을 갈아입어야 해서요.”

그가 시계를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예배까지는 아직 10분 넘게 남아 있었다.

“알겠습니다. 소중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현수 일행이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했다.

그도 정중하게 인사를 받았다.

그때, 문이 열리더니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들어왔다.

그들은 현수를 사무실 밖으로 안내해 주었다.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것 같은데.’

현수는 고개를 갸웃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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