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198화 (198/227)

제198화

# 모다교 : 부산지부 (4)

현수 일행은 지부장 김주상을 의자에 꽁꽁 묶었다.

그리고 액막이 부적을 그의 신체와 방 곳곳에 붙여 두었다.

그 안에 든 악귀가 무엇이든 이곳에서 나가지 못하게 봉인하려는 것이었다.

그럴 때마다 그는 반응이 있는지 한 번씩 경련을 일으켰지만 눈을 뜨거나 정신을 차리지는 못했다.

그 사이, 화진은 지부장실 문에 귀를 대고 바깥 소리를 경청하고 있었다.

몇 십 분 동안 사람들이 오가듯 발자국 소리와 말소리가 들리더니 정확히 5분 전부터 조용해졌다.

시계를 보니 밤 11시 정각부터 조용해진 것이었다.

“이때가 예배 시간이었나 봐요.”

화진이 속삭여 말하자 태환이 고개를 끄덕였다.

칠판에 주말 예배 시간표가 적혀 있기 때문이었다.

“맞아요. 그런 것 같아요.”

태환이 현수를 보았다.

현수는 창문 밖에 세워진 차량들을 보았다.

아까 태환이 보았다던 검은색 중형차 이외에도 여러 차량들이 줄지어 주차 되어 있었다.

다른 일반 신도들도 몰려온 모양이었다.

“일단 이 건물 안을 수색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쑥 덕분에 그렇지, 주변에 악귀의 흔적이 너무나 강렬해요. 이 건물에 뭔가가 있습니다. 한 번 파헤쳐 보겠습니다.”

현수가 카메라를 보며 말했다.

- 와우.

- 역시 캡틴이다.

- 파이팅!!!!!

- 1000원 파워챗 후원.

- 몸조심 몸조심!

- 잡히면 장기 떼어 감????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개무섭넼ㅋㅋㅋ

- 그냥 지부장실에서 뻐기면 안 됨?????

채팅을 본 현수가 답변을 해주었다.

“여기 있다가 적발이 되면 더 도망가기 힘들 것 같습니다. 일단 이 사무실에서는 나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실제로 저들에게 발각될 경우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었다.

곱게 집에 갈 수 없을 건 분명한 사실이었다.

현수와 화진이 앞장서서 지부장실 문을 살짝 열어보았다.

복도 불이 모두 켜져 있었다.

막 이동하려는 찰나, 쑥 향을 계속 들고 다니면 사람들에게 금방 들킬 것 같았다.

“그 향로. 여기 지부장실에 두고 가죠.”

현수가 세정에게 말했다.

그녀는 지부장 김주상을 한 번 본 후 그 앞에 휴대용 향로를 내려놓았다.

지부장 악귀를 조금 더 확실하게 구속해두려는 것이었다.

현수가 그녀에게 고개를 끄덕여 준 후 앞장서서 복도를 걸었다.

그렇게 1층이 보이는 난간에 도착한 현수는 기둥 뒤에 숨어 고개를 내밀어 보았다.

아까 들어왔던 1층 문 앞에 덩치 큰 남자들이 서있었다.

마치 문을 지키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사아아아아아

심지어 그들의 어깨에서는 회색 연기가 은은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악귀에 들린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그 모습은 시청자들에게도 전달되었다.

- 문 지키고 있네.

- 개 무섭닼ㅋㅋㅋㅋ

- 다 악귀들렸네.

- 사탄들렸어 사탄???? 어?????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와 무섭다.

“무턱대고 도망갔으면 저기서 딱 잡혔겠는데요.”

화진이 속삭였다.

현수가 고개를 끄덕인 후 다시 복도 쪽으로 몸을 돌려 2층으로 내려갔다.

2층에는 ‘소예배당’이 자리하고 있었다.

[금일 예배는 지하 대예배당에서 진행됩니다.]

공연장에서나 사용할 법한 두꺼운 방음문 앞에 A4용지가 붙어 있었다.

“여기가 소예배당인가 봐요.”

현수가 카메라를 보며 말했다.

“잠겨 있나요?”

화진이 물었다.

현수가 살짝 당겨 보자 ‘덜컹’하고 걸렸다.

그러자 화진이 툴킷을 꺼내 문의 잠금장치를 풀었다.

철컥

문이 열리고, 일행들이 소예배당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모다교 부산지부.

불 꺼진 소예배당 안의 풍경은 굉장히 기이했다.

오방색 천이 곳곳에 걸려 있고 온갖 냉병기들이 벽면에 가득 걸려 있었다.

그리고 부적에나 쓰일 법한 한자들이 벽과 천장에 가득 쓰여 있었다.

모습만 봐선 무당집 같았던 것이다.

근데 소름끼치는 것은, 이런 와중에도 곳곳에 십자가가 걸려있다는 것이었다.

예배당 끝에는 커다란 십자가상과 함께 제단이 보였다.

“살다 살다 이런 곳은 처음이네.”

화진이 미간을 찌푸렸다.

“무속신앙하고 개신교하고 환장의 콜라보를 했네요.”

태환도 특유의 말투로 중얼거렸다.

“교주가 예수님의 영혼에 빙의되었다고 주장을 한다더니. 자기가 무당을 했었던 걸 백방으로 활용을 하네요.”

현수가 손전등으로 곳곳을 비춰 시청자들에게 보여주었다.

그러면서 제단 쪽으로 다가가 보았다.

제단 위에는 금색 잔이 놓여 있었고, 잔 안에는 피가 담겨 있었다.

동물의 피인 지, 사람의 피인 지는 알 수 없었다.

“대체 이게 지금-”

현수가 혀를 내둘렀다.

태환도 신칼을 들고 곳곳을 둘러보았다.

그때, 태환은 벽에 쓰여 있는 수많은 한자들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형님. 이거, 뭔가 이상해요.”

태환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음?”

현수를 비롯한 일행 모두가 태환에게 고개를 돌렸다.

“여기 있는 문양들, 한자들이요. 부적에 쓰는 건데 제가 알기로 이거-”

“이거-?”

“이거 귀신 부르는 거랑 빙의굿 할 때 사용하는 거랑 섞여 있어요.”

태환이 말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현수가 화진이 태환에게 다가가며 다시 물었다.

“귀신 불러서 빙의하는 굿 할 때 사용하는 내용들이에요. 지금 이 예배당 벽에 그려진 것들이.”

“그럼 설마.”

현수가 심각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네. 지금 여기만 봤을 땐 신도들에게 빙의를 시킨 것 같아요.”

“아니, 어떻게 그런 짓을?”

“모르죠. 뭐, 자기들 딴에 뭔가 교리가 있겠죠.”

태환이 어깨를 으쓱였다.

- 미쳤네.

- 멀쩡한 사람이 들어오면 귀신 들리게 한다는 거???

- 아니 왴ㅋㅋㅋㅋㅋㅋㅋ

- 미쳤닼ㅋㅋㅋ

- 내가 들어온 사이비 중 최고다.

시청자들도 난리가 났다.

사아아아아아

태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수십 명의 악귀들이 형체를 드러냈다.

이어 벽과 제단에도 사백안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확실히 이 건물, 특히 이 소예배당 안에 엄청난 수의 악귀들이 서려 있던 것이었다.

“그냥 향을 가져올 걸 그랬나요?”

세정이 뒷걸음질 치며 물었다.

사아아아아아

악귀들이 현수 일행을 향해 몰려오기 시작했다.

철컥 팡!

현수의 솔트샷건에서 소금이 뿜어져 나왔다.

동시에 화진이 부적 봉을 휘두르며 악귀들을 공격했다.

태환도 드디어 신칼을 뽑아들고 달려오는 악귀를 베어냈다.

그 모습은 마치 3D CG로 떡칠이 된 게임 같은 모습이었다.

일반 카메라에는 허공에 대고 쇼하는 것처럼 보였고, 심령카메라에는 회색 아지랑이 덩어리를 하나씩 각개격파 하는 것처럼 보였다.

부웅 부웅

철컥 팡 철컥 팡

부웅 부웅

촤아아악

셋은 격렬하게 전투를 해나갔다.

악귀들은 사라져도 금세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현수는 스프링텐션 수류탄을 뽑아 바닥에 던졌다.

빠각-

팥가루가 사방에 퍼지자 악귀들이 일제히 물러났다.

현수 일행은 바로 예배당 출구를 향해 달렸다.

화아아아아

찬바람이 사방에서 몰아쳤다.

창문도 없는 밀폐된 곳에서 부는 바람.

악귀의 흔적이었다.

현수는 달려 나가면서 방음문에 액막이 부적을 붙인 뒤 밖으로 나갔다.

이어 일행들도 모두 따라 나온 것을 확인한 후 문을 닫았다.

“헉, 헉, 헉.”

아주 짧았지만 강렬한 전투가 아닐 수 없었다.

현수는 닫힌 문 앞에서 숨을 몰아쉬었다.

“대체 예배당에서 무슨 짓을 하는 건지…….”

화진도 상체를 수그리고 숨을 몰아쉬며 중얼거렸다.

- 모다교 탈주자입니다. 그쪽 교리가 그래요. 강내수 그 인간이 자기가 예수님 영혼을 받았다고 하는 것처럼 신도들도 빙의를 시킵니다. 성직자의 영혼이 빙의되면 성스러운 삶을 살 수 있다고.

- 신도들도 빙의시켜요.

- 그게 교리에요.

몇몇 시청자들이 채팅을 올려주었다.

그걸 본 세정이 바로 현수에게 보여주었다.

“한 마디로 교주 강내수가 주장하는 게- 자기가 예수님한테 빙의 됐다는 거고, 그런 식으로 성직자의 영혼이 들 수 있게 해준다면서 신도들한테 귀신을 씌우고 있다는 말이네요.”

현수가 채팅을 보며 말했다.

- 네. 맞아요.

- ㅇㅇㅇㅇㅇㅇ 그거예요.

- 강내수 ㅁㅊ놈임.

시청자들이 바로 대답을 해주었다.

“이거. 의뢰인 모친을 찾는 것도 찾는 건데 사회적으로도 확실히 문제가 되는 부분이겠는데요.”

현수가 카메라를 보며 비장하게 말했다.

“근데 이건 제보를 받거나 흔적만 보고 추측하는 거잖아요. 증거 화면이 필요해요.”

화진이 말했다.

현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대예배당으로 가보죠.”

현수가 나지막이 말을 이었다.

“진짜 위험할 수도 있으니까 여기서는 조금 팀을 쪼개죠.”

“어떻게요?”

화진이 물었다.

“어차피 우리 모드 로프로 카메라를 달고 있으니까 우리가 흩어져도 계속 방송은 송출 될 거예요. 저 혼자서 지하 대예배당으로 이동할게요. 세 분은 우리 차 쪽에서 대기해 주세요. 그러다 제 방송이 꺼지거나 위험해지면 바로 경찰에 신고해주세요.”

현수가 말했다.

“안 돼요. 혼자서는 더 위험해요.”

화진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맞아요. 그리고 주 송출 카메라는 제 카메라에요. 저는 따라가야 해요.”

세정도 거들었다.

잠시 고민하던 현수가 말했다.

“그러면 세정 님이 제 뒤를 따라와 주시고 캠핑 님하고 태환이. 둘이 먼저 나가서 도망갈 준비를 해줘요.”

현수가 말했다.

화진과 태환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싸워도 같이 싸우자는 눈빛이었다.

그러나 현수는 단호했다.

“우리 모두 동시에 방송 송출이 끊기면 누가 우릴 도와줘요. 팀을 나누는 게 나을 거예요.”

현수가 다시 말했다.

잠시 고민하던 화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케이. 그렇게 합시다.”

그녀의 말에 태환도 걱정스런 눈빛으로 끄덕였다.

“입구에 있는 사람들은 우리가 유인할게요. 놈들이 입구에서 빠진 사이에 바로 탈출하세요.”

현수가 말했다.

“어떻게 유인하려고요?”

화진이 물었다.

“지부장을 이용하죠.”

현수가 대답했다.

*

현수의 계획은 이러했다.

일단 지하 예배당에 가기 전에, 화진과 태환을 건물 밖으로 내보내야 했다.

그러려면 입구를 지키고 있는 남자들 시선을 돌릴 필요가 있었다.

그 미끼는 지부장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지부장이 공격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문 앞에 지키고 있던 자들이 바로 3층으로 뛰어 올라올 것이었다.

그러면 그 사이에 화진과 태환은 건물 밖으로, 현수와 세정은 지하 대예배당으로 내려가는 계획이었다.

단, 남자들이 지부장실로 들어가게 되면 지부장 김주상에게 붙어 있는 부적들이 모두 제거될 터이니 금세 다시 정신을 차릴 것이었다.

그러면 바로 현수를 쫓기 시작할 터.

그 전까지 현수는 대예배당 장면을 빠르게 촬영한 뒤 탈출해야 했다.

자세한 예배 장면을 촬영하기엔 상당히 빠듯하긴 했다.

하지만 어차피 현수는 경찰이 아니었다.

비상식적인 예배 장면을 아주 찰나만이라도 담을 수만 있다면, 그리고 그 순간이 현재 30만 명에 달하는 생방송 시청자와 420만 명에 달하는 구독자들에게 전달이 된다면.

그것만으로 모다교는 엄청난 사회적 이슈를 끌 것이었다.

‘찰나의 순간이라도.’

현수는 다시 한 번 다짐을 했다.

그리고 남자들을 유인하기 위한 아이템을 얻기 위해 다시 지부장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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