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197화 (197/227)

제197화

# 모다교 : 부산지부 (3)

지부장실은 굉장히 고리타분한 인테리어로 꾸며져 있었다.

벽면에는 붓글씨로 쓰인 글귀 액자와 함께 커다란 십자가상이 걸려 있었다.

[주여보님의 은총이 함께하기를]

두꺼운 붓으로 쓴 듯한 필체는 꽤나 멋들어진 모습이었다.

하지만 저기서도 보이는 ‘주여보님’이라는 단어에 위화감이 들었다.

뿐만 아니라 원목 책상과 찬장에서는 나무 냄새가 은은히 풍겨왔고, 바닥에는 고급 카펫이 깔려 있었다.

이상한 것은 창문과 책상 앞에 놓인 화초들이 모두 시들어 있다는 것.

깨끗한 화분에 비해 오랫동안 물을 안 준 것처럼 말라 비틀어져 있었다.

무엇보다 지부장실 곳곳에서 회색 아지랑이와 사백안이 한 번씩 포착되었다.

하지만 쑥 향 때문인지 이내 금방 옅어지곤 했다.

현수는 이런 방 내부를 한 번씩 슥 둘러보았다.

“이 방에 뭐가 보이나요?”

노신사 김주상이 물었다.

“아닙니다.”

현수가 웃으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너튜브 보니까 귀신을 본다고 하던데. 사실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거 신기한 능력이네요.”

김주상이 두 손을 모으며 말했다.

그는 시종일관 인자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그저 성격 좋고 사람 좋은 동네 할아버지 느낌이었다.

하지만 알게 모르게 느껴지는 비릿한 향이 그의 안에 악귀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품게 했다.

“지금 방송이 켜져 있으니 확실하게 말씀드리면 저희 모다교는 사이비가 아닙니다.”

“그렇습니까.”

“‘사이비’라는 걸 누가 정합니까? 그거 다 다른 쪽에서 지정하는 거잖습니까. 그들이 무슨 근거로 사이비라 규정짓는단 말입니까.”

“으음.”

“우리 주여보 강내수 교주님께서 정말 예수님의 영혼을 받들고 메시아로서 다시 태어나셨습니다. 터무니없는 주장처럼 보이시겠지만 그건 저희 모다교를 겪어보지 않아서 갖는 생각이죠. 솔직한 말로 저희 교리가 잘못되었다는 증거 있습니까?”

김주상이 물었다.

“없긴 하죠.”

“그러니 저희 모다교를 ‘사이비’라고 칭한 부분은 명백히 정정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 부분에 대해선 저희 내부 스태프들하고 논의를 거치도록 하겠습니다.”

현수가 에둘러 대답했다.

“검토해 주신다니 감사합니다.”

“네, 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의뢰인의 실종된 모친에 대해서는 아시는 바가 없다는 말씀이신가요?”

“네. 어떤 분인지 알 것 같습니다만 한 3개월 전부터는 저희 예배에도 오지 않으셨습니다.”

“경찰 쪽에서 방문을 했었나요?”

“네. 잠깐 들러 잠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만 혐의점은 없다고 돌아가셨고요.”

“그렇군요.”

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 뭔가 수상한데.

- 수상

- 저 나이에 저런 백정장에 저런 뻘건 넥타이 하면 뭔가 꼬룸한 거 아님????

- ㅈㄴ수상한뎈ㅋㅋㅋㅋㅋㅋ

현수와 마찬가지로 시청자들도 뭔가 위화감을 느끼고 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현수는 최대한 표정 변화 없이 인터뷰를 진행했다.

단, 그를 자극할 만한 질문은 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만약 김주상 안에 악귀가 숨어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그가 말할 때 느껴지는 이 특유의 비릿함은 그 안의 악귀가 얼마나 악랄하고 강한지 보여주는 것이었다.

“교주님은 자주 뵙나요?”

“모다교의 모든 신도들은 한 달에 한 번씩 교주님께서 집도하시는 예배에 참석해야 합니다. 그래서 한 달에 한 번씩은 뵙게 되죠.”

“규모가 상당하겠네요.”

“네. 그렇습니다.”

“교주님은 서울 강남 모다 빌딩에 계신 것이 맞나요?”

“네. 거의 매일 예배가 진행 되고, 회랑이 가득 찰 정도로 신도들이 모이죠.”

“그러겠네요.”

현수와 김주상의 인터뷰는 계속 진행되었다.

하지만 별다른 이야기 없이 대부분 모다교의 집회 의식과 교리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렇다.

현수는 김주상을 떠보기 위해 모든 질문을 둘러치고 있었고, 김주상은 현수 방송을 통해 ‘선교’를 하고있는 셈이었다.

그렇게 몇십 분 동안 인터뷰가 진행되자 시청자들도 지루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세정은 채팅창을 확인하다 현수에게 눈짓을 보냈다.

뭐가 되었든 다른 화면으로 돌리자는 것이었다.

그 순간이었다.

“콜록콜록.”

김주상이 지부장실에 가득 찬 쑥 연기에 기침을 하며 손사래를 쳤다.

“처음에는 향이 좋더니 이게 점점 매캐해지네요.”

그는 옆에 있는 공기청정기를 가동시켰다.

구우우우우우웅

악귀 때문에 쑥 향에 거부반응을 보이는 것인가 하는 생각부터 들었지만 사실상 누구라도 이런 실내에서 쑥 타는 냄새를 계속 맡으면 목이 아플 것이었다.

“창문 좀 열까요?”

김주상이 일어나 창가로 다가갔다.

현수는 그의 뒷모습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드르륵

그가 창문을 올려 열었다.

그러자 시원한 공기가 지부장실 안으로 후욱 미끄러지듯 들어왔다.

동시에 쑥 태우는 연기가 살짝 흩어지자 사방에 있는 사백안이 다시 진해졌다.

‘분명 악귀가 가득 차있다.’

현수가 인상을 쓰며 생각했다.

“후우. 이제 좀 살겠군요.”

김주상이 창문 앞에서 심호흡을 하며 말했다.

“교주님 성함이 ‘강내수’ 맞죠?”

현수가 물었다.

“교주님 성함을 함부로 입에 담으면 안 됩니다. 예수님께서 지어주신 이름, 그 자체니 얼마나 존귀합니까.”

강주상이 가슴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말 그대로 ‘광신도’ 같았다.

“그 분. 전에 ‘무당’이었던 게 맞죠?”

현수가 물었다.

그러자 강주상의 표정이 차갑게 식었다.

“그런 이야기는 묻는 것이 아닙니다.”

“저흰 그냥-”

“-여기 찾아오신 이유가 의뢰인의 모친 때문이라면 저희와 관계가 없다는 답변으로 이쪽에서 알아볼 건 모두 알아보신 거 아닙니까?”

김주상이 공격적인 목소리로 물었다.

현수는 미간을 찌푸렸다.

‘악귀.’

그의 입에서 회색 연기가 스멀스멀 피어나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다른 일행들에게는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미약한 수준이었다.

분명한 건 그 안에 있는 악귀가 조금씩 꿈틀대고 있다는 것이었다.

‘무당이라는 단어에 자극 받은 거 같은데.’

현수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저희는 기자나 경찰이 아니고 퇴마사입니다. 모친이 사라진 것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곳의 심령현상에 대해 여쭤보는 건 당연한 것이죠. 교주님이 전에 무당을 하셨다니까 여쭤볼 수 있는 부분이고요.”

“몹시 불쾌해지는 군요.”

“그냥 솔직하게 말씀해주시면 됩니다. 어려운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되는데.”

“그걸 왜 그쪽이 결정하는 거죠?”

“네?”

“그걸 왜 네가 결정하냐고.”

김주상이 목소리를 낮게 깔고 말했다.

현수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 순간이었다.

화아아아아악

김주상이 개구리처럼 풀쩍 뛰어오르더니 현수를 덮쳤다.

우당탕-

의자가 뒤로 넘어가며 현수도 바닥에 나뒹굴었다.

“그걸 왜 네가 결정해. 그걸 왜 네가 결정해. 그걸 왜 네가 결정해.”

김주상은 현수의 목을 조르며 기괴한 목소리로 같은 말을 반복했다.

악귀가 그의 안에 숨어 있었는데 계속 되는 쑥 향기 때문에 자극을 받다가 무당 이야기가 나오자 공격성이 순식간에 튀어나온 것이었다.

그의 입에서 새어나오고 있던 비릿한 냄새도 더욱 강렬해졌다.

빠악-

순간 화진의 부적 봉이 김주상의 얼굴을 가격했다.

우당탕-

김주상이 뒤로 넘어지며 책상을 뒤엎었다.

“키야아아악!”

김주상의 뒤집어진 채 네 발로 지부장실을 마구 돌아다녔다.

굉장히 기괴한 모습이었다.

“빌어먹을!”

현수가 스프링텐션 수류탄을 꺼내 바닥에 깨버렸다.

빠각-

사방으로 팥가루가 휘날리자 김주상이 경련을 일으켰다.

현수가 그 위로 올라타 부적을 붙였다.

경련은 더욱 심해졌다.

부우우우우웅-

그때 창문 밖으로 헤드라이트 불빛이 들어왔다.

차량이 다가오는 것이었다.

태환이 창가로 가 살짝 고개를 내밀어 보았다.

검은색 중형차가 줄지어 건물 앞으로 몰려오고 있었다.

“형님!”

태환이 창문 옆으로 엄폐하며 작게 소리쳤다.

현수는 부적이 붙어 있는 지부장 김주상의 몸을 내려보다 인상을 찌푸렸다.

달각-

달각 달각-

창문 밖에서 자동차 문 여는 소리가 들렸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들어오려는 모양이었다.

저들이 신도들이라면 현수 일행을 공격할 수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부장 김주상의 퇴마를 실시했다가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있었다.

현수는 누워있는 지부장의 입을 틀어막은 뒤 손발을 묶었다.

그리고 악귀가 설치지 못하게 몸 곳곳에 부적을 붙였다.

그러고는 의자에 앉혀 돌려놓고, 일행들은 지부장실 곳곳에 흩어져 숨었다.

소파 뒤쪽, 혹은 문 바로 옆. 찬장 사이, 책상 밑.

숨바꼭질을 하는 것처럼 숨어들었다.

두런 두런-

밖에서 사람들이 대화를 나누는 소리가 메아리쳐 들려왔다.

뚜벅 뚜벅 뚜벅

이어 발자국 소리도 들렸다.

현수 일행은 침을 꿀꺽 삼키며 몸을 감췄다.

뚜벅 뚜벅 뚜벅 뚜벅

발자국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 개 쫄리네.

- 잠입 액션게임임???

- ㅅㅂ 쪼그라든다.

시청자들도 현수 일행에 이입이 되어 있는 모양이었다.

똑똑-

이내 노크소리가 들렸다.

지부장실 곳곳에 숨어 있는 일행들은 각자 무기를 꽉 움켜쥐고 눈빛을 교환했다.

세정은 심령카메라와 촬영 카메라로 문을 클로즈업해 보여주었다.

똑똑똑-

다시 노크소리가 들렸다.

“지부장님 안 계신가 본데요?”

“불은 켜져 있던데.”

“예배 시간 다 됐는데 일단 저희끼리 시작하죠.”

“내려갑시다.”

지부장실 문앞에서 두 남자가 대화를 나누었다.

뚜벅 뚜벅 뚜벅

다시 발자국소리가 멀어졌다.

“휴우.”

현수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일행들도 하나 둘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지금 신도들이 온 것 같습니다.”

현수가 카메라에 대고 속삭였다.

“잘못하면 단체로 납치될 뻔했어요.”

태환도 거들어 속삭였다.

“지금 상황이 상당히 위험합니다. 저 지부장의 몸에 깃들었던 악귀요. 아직 퇴마를 못한 상태였는데요. 제가 순간 느꼈던 그 힘은 허태훈을 능가하는 악귀 같았어요.”

현수가 말했다.

“얘기 들어보니까 아래층에서 예배를 하는 거 같은데. 한 번 촬영해보죠.”

화진이 제안했다.

“너무 위험해요.”

현수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금 여기서 나가는 게 더 위험할 거 같아요. 차도 여러 대 들어오던데.”

태환이 거들었다.

“차라리 이 건물에 숨어서 사람들이 다 빠질 때까지 기다리는 게 안전할 수도 있어요.”

화진이 또 한 번 덧붙여 말했다.

“흐음.”

현수가 기절한 것처럼 의자에 늘어져 있는 지부장 김주상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정말 다행히도 10만 명에 달하는 생방송 시청자 중 이곳과 관련한 모다교 신도는 없는 모양이었다.

만약 현수 일행이 여기 있는 걸 안다면 당장 수색을 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지부장이 깨어나게 되면 이 건물을 곱게 빠져나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었다.

예배를 하러 온 신도들이 빠져 나갈 때까지 건물에 숨어 있느냐.

아니면 지금 무리를 해서라도 도망을 치느냐.

일행들은 전자를 택했다.

현수는 카메라를 보며 시청자들에게 물었다.

“지금 상황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현수의 질문에 시청자들이 대답했다.

- 1번.

- 1번이죠

- 1

- 111111

- 잘 숨어있는 게 더 나을 듯.

시청자들 역시 일행들과 같은 의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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