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6화
# 모다교 : 부산지부 (2)
태환에게 두 자루의 신칼이 주어지면서 사실상 심령카메라를 들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거치대를 이용한다 하더라도 유동적으로 카메라를 조작하기에 어려움이 생긴 것이었다.
그에 따라 장비 및 포지션의 변화가 필요했다.
촬영 카메라는 몸에 부착하는 ‘로프로 카메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모든 일행들의 몸에 부착해 1인칭 시점을 동시에 제공하되 주 송출 카메라는 세정의 카메라로 결정했다.
그리고 심령카메라도 세정이 들기로 했다.
태환이 두 자루의 신칼을 들고 전투에 참여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쑥도 추가가 되었다.
촬영이 시작되어 현장에 들어가게 되면 쑥을 태워 연기를 내며 진입하기로 한 것이었다.
그렇게 하면 갑자기 귀신이나 악귀가 나타나 덤비는 것을 그나마 줄일 수 있으리라는 계산이었다.
그리고 쑥을 태우는 역할은 세정이 하기로 했다.
일행들이 앞으로 나가는 동안 촬영을 하며 쑥 태우는 불꽃이 꺼지지 않게만 관리해주면 되는 것이었다.
이런 준비가 진행되는 동안, 편집된 예고편이 ‘캡틴 퇴마’ 채널에 업로드 되었다.
그야말로 엄청난 센세이션이 아닐 수 없었다.
[예고편, 사이비 교단과 악귀]
제목부터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예고편이 업로드 되자마자 수만 개의 댓글이 미친 듯이 달렸다.
- 이거 모다교네.
- 모다교다. ㅅㅂ 이거 언제 다루나 했다.
- 사이비 다 부숴버려.
- 몸조심하세요.
- 사이비까지 파???????????????????
- 이제 사회 공헌가가 됐나???
- 와 사이비까지 수사하는 거??
- 영상 보기 전에 댓글부터.
- 1위.
└헐 순식간에 밀렸네.
- 정말 퇴마 탐정인갘ㅋㅋㅋㅋㅋㅋ
- 악귀를 믿는 사이비 뭐 그런 건가????
- 와 언제 방송이야.
- 캡틴 폼 미쳤다.
모두 응원하는 댓글이었다.
하지만 그중에는 걱정하는 댓글도 제법 많았다.
모다교에 대해 접근했다가 화를 당했다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 댓글이 보일수록 현수는 더욱 철저하게 준비를 해나갔다.
그리고 혹시 몰라 캡틴 타워도 조금 더 보수를 진행했다.
건물에 액막이 부적을 더 추가하는 것은 물론 곳곳에 황토로 된 물건을 깔아놓았다.
황토도 부정과 귀신을 막는 데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었다.
이것들로 악귀, 귀신, 혹은 빙의된 사람들을 막을 수는 있을 것이었다.
* * *
그 주 토요일.
현수 일행은 회사 차량을 타고 부산으로 향했다.
오후에 출발했지만 해가 조금 질 때쯤이 돼서야 부산에 도착할 수 있었다.
골목에 주차를 한 현수 일행은 바로 장비를 챙긴 뒤 바로 방송을 켰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캡틴 퇴마! 박현수입니다. 여기 저희 멤버들. 그대로 나왔습니다. 태환군, 캠핑 님. 그리고 우리 매니저 세정 님.”
현수의 소개에 모두 인사를 했다.
시청자들도 여느 때와 같이 인사로 화답했다.
“예고해 드린 대로 오늘은 ‘모다교’에 대해 파헤쳐 보도록 할 겁니다. 그런데 저희는 경찰이나 기자도 아니고, 퇴마를 하는 사람들이잖아요. 일단 퇴마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 미리 알려드립니다.”
현수가 카메라 앞에서 진행을 하듯 말을 이었다.
“의뢰인의 어머님이 왜 울고계신지. 실제로 큰 변을 당하신 건지- 여기에 초점을 맞출 테니 잘 따라와 주시면 좋겠습니다.”
“아, 그리고 저희 장비 세팅에 변경이 좀 있죠?”
그때 옆에 있는 화진이 멘트를 쳐주었다.
“네! 맞습니다. 지금 보시면 저희 멤버들 모두에게 로프로 카메라가 달렸습니다. 이 영상들도 실시간으로 시청이 가능합니다. 현재 방송 중인 화면 밑에 설명 보시면 저와 캠핑 님, 태환 님의 1인칭 시점을 확인하실 수 있는 URL이 있습니다. 메인 촬영 카메라는 우리 매니저 세정 님 카메라고요.”
현수가 대답을 이어갔다.
“그리고 심령카메라도 세정 님께서 관리를 해주실 거예요. 전처럼 일반 촬영 카메라와 동시 송출로, 시청자분들 영상에 같이 나오니까 보시기에 훨씬 편하실 거예요.”
“퇴마 용품도 조금 업그레이드 된 거 설명드릴까요?”
화진은 현수와 티키타카를 하듯 멘트를 던졌다.
“네. 우리 태환 군이 저희와 함께 퇴마를 할 전투 요원으로 차출이 되었죠?”
현수가 말하자 태환이 신칼을 뽑아들었다.
“퇴마에 효력이 있다는 복숭아나무로 칼자루를 만든 신칼입니다. 전보다 확실히 효과가 있을 걸로 생각이 됩니다. 그리고 이 쑥인데요.”
현수가 마른 쑥을 꺼내 들었다.
“쑥이 가진 기운이나 쑥 태우는 향. 쑥 태우는 냄새는 부정이나 악귀, 귀신을 쫓는 데에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요새 악몽을 좀 많이 꾼다. 귀신을 본다- 하시는 분은 사용하시면 좋습니다. 대신 향이 독하니까 잠깐씩만 쓰세요.”
현수는 가느다란 사슬로 손잡이가 만들어진 이동식 향로에 쑥과 향을 꼽고 불을 붙였다.
그러자 매캐한 연기가 은은하게 퍼지기 시작했다.
“이 향은 우리 카메라 담당인 매니저 세정 님께 맡길 겁니다. 우리 셋이 딜러라면 세정 님께서 힐러를 담당해주신다고 보면 됩니다.”
현수가 향로를 세정에게 건넸다.
세정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향로를 카메라 거치대에 걸었다.
- 이제 파티 균형이 좀 맞나???
- 탱커가 아직 없음.
- 신도알 불러와랔ㅋㅋㅋㅋㅋ
- 신도알 딱이넼ㅋㅋㅋㅋ
- 혜련은????
- 음ㅋㅋㅋㅋ 신도알이 딱ㅋㅋㅋㅋ
- 그 스님도 괜찮은데.
시청자들은 이 크루가 게임 파티라도 되는 듯 이야기를 나누었다.
현수가 유도했던 반응이기는 했다.
“그러면 본격적으로 시작하겠습니다. 이 골목으로 조금 더 들어가면 모다교 부산지부 건물이 나옵니다. 외관으로 봤을 땐 3층짜리 건물이었고 가장 꼭대기 층 창문이 열려 있었습니다.”
현수가 앞장서서 걸으며 말했다.
“개인 사유지라면 함부로 들어갔다가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요?”
세정이 물었다.
“네. 그래서 상황에 맞게 유동적으로 촬영을 할 겁니다. 분명 사람이 지내는 건 보였으니까요.”
현수가 카메라를 보며 대답했다.
그렇게 골목을 몇 개 돌아 들어가자 예고편에서 보았던 그 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밤이라 그런지 회색 연기는 더욱 강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찬 공기 역시도 전보다 더 강하게 느껴졌다.
“지금 회색 연기 보이시나요?”
현수가 건물을 가리키며 말했다.
세정은 현수가 가리키는 방향에 맞춰 앵글을 잡았다.
“역시 3층에 계속 불이 켜져 있습니다. 창문도 닫혀있네요.”
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안에 사람이 있다는 게 분명하다는 것이었다.
“그냥 들어갈 수는 없죠?”
화진의 말에 현수가 고개를 끄덕인 후 입구로 다가갔다.
[방문객은 벨을 눌러주세요.]
검은색 금속 프레임에 간유리로 된 문 옆으로 안내문과 초인종 버튼이 달려 있었다.
현수가 카메라와 일행들을 슥 둘러보고는 벨을 눌렀다.
띠이이이이이-
90년대 드라마에서나 들을 수 있었던 투박한 벨소리였다.
- 시작이다.
- 괜히 쫄리넼ㅋㅋㅋㅋ 아직 거린뎈ㅋㅋㅋㅋ
- 와 긴장 긴장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과연 과연 과연
- ㅅㅂ무섭다
- 처음 왔는데 무섭네요 여기. 주작 채널인가요??
- 아닙니다.
- 맞아욬ㅋㅋㅋㅋㅋㅋ 믿고속고보는ㅋㅋㅋ
- 주작 아니에욬ㅋㅋ
채팅이 올라오는 가운데, 스피커에서 소리가 들렸다.
[누구십니까.]
“안녕하세요. 저는 스트리머 캡틴 퇴마에 ‘박현수’라고 합니다. 몇 가지 여쭤보려고 찾아왔습니다.”
현수가 정중하게 말했다.
철컥-
그러자 대답도 없이 문이 열렸다.
현수는 긴장한 표정으로 일행과 카메라를 보았다.
토요일 밤 9시.
이런 건물에 사람이 있는 것도 의심스러웠지만 갑작스러운 방문객에 어떤 용무인지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문을 열어준다는 것도 신기했다.
끼이이이이잉
문을 열자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이게 무슨 냄새지?”
화진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밀랍. 초 냄새예요.”
태환이 미간을 찌푸렸다.
문이 열리자 음산한 기운과 함께 밀랍 냄새가 확 풍긴 것이었다.
현수 일행은 이 냄새에 더해 회색 연기가 벽과 천장에 ‘달라붙어’ 있는 것을 보았다.
사아아아아아아
그리고 그 회색 연기 사이로 흰자위가 붉게 물든 사백안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느껴지는 기운만 해도 수십 명에 달하는 악귀들이 머물고 있는 것 같았다.
‘여기서도 무슨 일이 벌어진 모양인데.’
홀에는 십자가와 함께 아이들이 그린 듯한 그림들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주여보님을 찬양합니다.]
[주여보를 위해 이 한 몸 바칩니다.]
[우리를 천국으로 인도하실 주여보님.]
.
.
.
그림에는 아이들이 크레파스로 쓴 듯한 글귀들이 적혀 있었다.
현수는 ‘주여보’라는 단어에서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크리스트교에서 예수를 ‘주님’으로 표현하는 것은 이상한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주여보님’이라는 말은 뭔가 지저분하게 느껴졌다.
현수의 이런 기분을 증명하듯, 채팅이 올라왔다.
- 모다교에서는 교주 강내수를 ‘주여보님’이라고 부름. 예수님의 영혼이 찾아와 빙의된 상태고 만인의 연인이자 부모라는 의미임. 이후 구체적인 내용은 생략하겠음.
- 진짜 저런 게 있구나.
- 저걸 왜 믿는 거지. 능지가 어떻게 됐나.
- ㄴㄴㄴㄴ 사이비 믿는다고 어디 덜 떨어진 건 아님. 그냥 사람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마음이 공허해졌을 때 그 틈을 파고 들어오는 거임.
- 수요가 있으니까 공급도 있는 거지.
화아아아아-
세정이 들어온 후, 쑥 향이 사방으로 퍼지자 벽과 천장에 가득했던 회색 연기와 사백안이 옅어졌다.
확실히 효과가 있는 것이었다.
물론, 액막이 부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덤벼들었던 악귀들을 보면, 이것 역시도 하나의 방어 장치일 뿐 놈들이 덤빈다면 뚫릴 것이었다.
“안녕하세요.”
그때 계산에서 한 남자가 내려왔다.
상의와 하의 모두 하얀색 정장으로 갖춰 입은 노신사였다.
유독 붉은 넥타이가 눈에 띄었다.
“저는 모다 부산지부 지부장을 맡고 있는 강주상입니다. 반갑습니다.”
그는 계단 앞에 서서 정중하게 허리를 숙였다.
일단, 그에게서는 귀신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았다.
EMF 탐지기 역시도 회색 연기가 옅어지며 두세 칸으로 줄어든 상태였다.
하지만 악귀가 그의 내면 깊숙이 숨어 있다면, 당장은 눈에 띄지 않을 수 있으니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이런 시간에 여기까지 오시다니. 어쩐 일이신가요.”
강주상이 물었다.
“저희는 퇴마를 하는 스트리머인데요. 최근에 저희 쪽으로 의뢰가 하나 들어왔습니다. 자기 어머니가 실종이 되셨다고.”
“실종이요? 맙소사. 언제 그랬죠?”
“석 달 전이라고 합니다.”
“석 달 전이라……, 아하! 그 예고편 영상 올려주신 분들이구나!”
노신사가 손뼉을 ‘짝’ 치며 말했다.
“네, 맞습니다.”
“저희는 사이비가 아닌데 사이비라고 써놓으셔서 내심 서운했습니다. 하하. 일단 내용 봤을 때 어떤 분인지 알겠더라고요. 의뢰인 이름이 문씨 성 가진 분 맞죠?”
“대답하지 않겠습니다, 그건.”
“경찰에서 단순 가출로 종결했다고 들었는데 저희한테 오신 이유가 뭘까요. 허허.”
“예고편 보셨으니 아시겠지만 꿈에서 자꾸 본다고 하셔서 한 번 조사차 들른 겁니다.”
“아이고. 먼 길 오셨네. 서있지 마시고 안으로 드시죠. 근데 그 향은 계속 켜고 계실 겁니까?”
노신사가 물었다.
“끌까요?”
현수가 되물었다.
노신사는 아주 찰나의 순간 고민하는 듯 멈칫하더니 어깨를 으쓱였다.
“마음대로 하세요. 향 좋네요.”
그는 미소를 짓고는 돌아서 계단 위로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