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195화 (195/227)

제195화

# 모다교 : 부산지부 (1)

“안녕하세요.”

카페에서 만난 의뢰인 문경수는 삐쩍 마른 얼굴에 안경을 쓴, 해골 같은 인상이었다.

온갖 아르바이트 때문인지 손톱에는 기름때가 가득했고, 옷도 무척 더러웠다.

“행색이 이래서 죄송합니다. 아르바이트를 하고 오느라.”

무슨 일을 하는지, 현수는 묻지 않았다.

“다음 아르바이트 가야 하는데. 죄송하지만 빨리 진행해 주시겠어요?”

그가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현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꿈에서 어머님이 자꾸 나타나신다고요.”

“네. 얼마 전부터 일주일에 한 세 번은 나타나요. 먼저 가위에 눌리고, 인기척에 눈을 떠보면 제 책상 앞에 쪼그려 앉아서 울고 계세요.”

“부르거나 만져보신 적은 있고요?”

“아뇨. 전혀요. 가위 눌린 것 때문인지 목소리도 안 나오고 움직이지도 않아요. 몸이.”

“실종신고는 언제 하셨죠?”

“사라지신 건 세 달 쯤 됐고요. 꿈에서 나타나기 시작한 건 한 달 보름 쯤 전?”

“모다교는 언제부터 심취하셨나요?”

“정확히는 기억 안 나는데 대충 고등학교 때부터였던 거 같아요. 아버지가 고2때 돌아가셨으니까.”

“그러면- 대충 5년 전이네요.”

“네, 맞아요.”

“모다교 집회에는 가보신 적 있으세요?”

“두 번이요. 모다교 부산지부 건물에 있는 집회에 가보고 또 한 번은 강남에 있는 집회에 가봤어요.”

“서울까지 가셨었네요?”

“네. 한 달에 한 번은 반드시 강남 모다 협동회 주최 집회를 방문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아. 그 안의 룰인가 봐요.”

“그런 거 같아요. 엄마도 한 달에 한 번씩 가셨어요. 아버지가 아프실 때에도.”

“음. 헌금을 많이 하셨나요?”

“그런 거 같아요. 거기 다니시면서부터 이사도 많이 다니기 시작했고 집에 빚이 많아지기 시작했으니까요.”

“얘기 들어보면 강남이 중심인 거 같은데. 전국에 지부가 있나요?”

“네. 제가 알기로 해외에도 있대요. 20개국인가.”

“규모가 상당한 거 같은데 그 안에 유명한 사람도 있다던가요? 정치인이라든지, 연예인이라든지.”

“그거까지는 모르겠어요.”

“모다교 부산지부는 어디에 있나요?”

“부산역 옆쪽 골목 타고 쭉 들어가면 빌딩 하나 있어요. 오래된 거. 지금도 거기인지는 모르겠어요. 저도 한 3년 전에 갔던 거라.”

의뢰인 문경수는 질문에 꽤나 협조적이었다.

단, 반드시 익명으로 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 사람들. 무서운 사람들이에요. 신고하거나 헌금 돌려달라고 그러면 사람 생매장 한다는 소문도 있었어요.”

익명을 요청한 이유였다.

자신이 의뢰한 것을 모다교가 못마땅해 하면 자신도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현수는 그 조건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자 활기가 넘치는 자갈치 시장 입구가 한눈에 들어왔다.

“녹화는 잘 됐어요.”

세정이 현수 옆에 다가와 말했다.

“일단 녹화본은 저장만 하고 이거 의뢰 받아들이기로 최종 결정하면 예고편 형식으로 이 인터뷰 영상 내보냅시다.”

“이걸요?”

세정이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네. 얼굴은 모자이크 해드리고. 예고편으로 인터뷰 영상이랑 부산지부 영상 편집해서 띄우고 그리고 강남으로 들어가죠.”

“그러면 후기방송까지 해서 모다교 소스로 세 편이 뽑히는 건데 괜찮을까요?”

“이것도 이슈가 좀 될 거 같아요. 조회 수는 괜찮을 것 같습니다.”

현수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태환과 세정은 서로를 보며 어깨를 으쓱이고는 현수와 함께 부산역으로 향했다.

*

세정과 태환은 각자 카메라를 들고 부산역 옆쪽 골목으로 들어섰다.

현수와 화진이 앞장서 걸어가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생방송이 아닌, 예고편을 위한 녹화였다.

그렇게 사이비 종교와 모다교에 대한 정보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허름한 3층 건물 앞에 도착했다.

대낮임에도 그 건물 주변에는 한기가 은은하게 맴돌았다.

악귀의 기운이라고 할 정도의 차가운 느낌은 아니었지만 분명 다른 곳에 비해 음기가 강한 것은 사실이었다.

“이 건물 장난이 아닌데요?”

태환이 말했다.

심령카메라 속, 건물은 회색으로 뒤덮여 있었다.

온 창문에서 악귀의 흔적이 뿜어져 나오고 있는 것이었다.

이건 현수 일행 모두에게도 보였다.

“안에 사람이 있는 거 같은데.”

허름하긴 해도 분명 관리가 되고 있는 건물이었다.

몇 개 창문은 살짝 열려 있고 화분도 보였다.

문제는 그 화분의 화초가 시커멓게 말라 죽어 있다는 것.

사람 손을 탄 건물은 분명하지만 그 기운은 이상했다.

“들어가나요?”

세정이 물었다.

“아뇨. 이 정도 기운이라면 악귀 들린 사람들이 많이 포진해 있을 수 있어요. 그러면 우리도 많이 위험해집니다. 조금 더 준비를 하죠.”

현수가 카메라를 보고 말한 뒤 돌아섰다.

이어 일행들도 모두 다시 골목 쪽으로 돌아갔다.

그때, 열려 있는 창문 사이로 누군가 빼꼼 얼굴을 내비쳤다.

그리고 알 수 없는 눈빛으로 멀어지는 현수 일행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 * *

현수 일행은 부산에서 바로 수원으로 이동했다.

태환의 모친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모다교에 대한 의뢰와 사연 설명을 들은 그녀는 손을 내저었다.

“말만 들어선 꽤나 위험한 거 같은데. 수호신이 안 말려요?”

태환 모친의 질문에 현수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때 식당 한쪽에 서있는 수정이 보였다.

그녀는 어깨를 으쓱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누나는 만날 위험하다고 겁만 주고 자세히 말해주는 것도 없어요.”

현수가 볼멘소리처럼 중얼거리자 수정이 주먹을 확 치켜들었다.

“그 수호신 입장에선 그럴 수밖에 없죠.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해주면 죽은 자가 산 자에게 개입한 게 되는데 또 지키기는 해야 하니까. 위험할 수 있다는 말만 해주고 지켜보는 게 전부인 거죠.”

태환 모친이 대답했다.

“아무튼 보시기에 많이 위험한 것 같나요?”

“음.”

화진이 묻자 그녀는 태환과 세정이 촬영한 모다교 부산지부 건물을 보았다.

“양의 기운인 햇빛이 이렇게 강하게 내리쬐고 있는 데도 저 정도 기운이 보인다면 지금까지 상대했던 악귀들하고는 상대도 안 되겠는데요? 아마 평균 허태훈 급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

태환 모친이 말했다.

“헐.”

그러자 일행 모두 동시에 탄식을 흘렸다.

“원래 ‘종교’라는 건 무형의 존재에 대한 경외심을 갖고 신념을 행하는 개념인데요. 그런 맥락에서 우리가 아는 ‘사이비’나 정식 종교나 다를 게 없죠. 이건 개념적인 부분에서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그녀가 말하기 시작하자 일행 모두 경청했다.

“엄밀히 따지면 사이비든 정식 종교든 다 ‘인간’이 정한 거잖아요. 누군가는 우리 무속인들 보고 사이비라고 하는가 하면, 개신교에서는 불교도 인정하지 않기도 하잖아요. 결국 개념적인 부분에선 모두가 똑같지만 주관과 신념, 교리가 개입하게 되는 분야니 여러 갈등이 발생하죠.”

“맞습니다.”

“이런 와중에 인간의 욕심이 작용하고 신념이 변질되고 하면 결국 비인간적이고 비도덕적인 행태로 변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거죠.”

그녀는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간단한 예로 역사가 깊고 전 세계적인 대형 종교들은 그들 내부에서 문제 요소에 대한 자정작용을 하지만 사이비의 경우에는 교주 자체가 하나의 중심이 되니까 도덕과 윤리 같은 상식의 기준도 교주가 정하게 되는 것이죠.”

“네, 그렇군요.”

“간단히 말하자면 비인간적이고 비윤리적인, 비도덕적인 그 어떤 행태라도 일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조금 무섭긴 하네요.”

“그 의뢰인 어머님이 실종 됐다고 했죠?”

“네.”

“그 분 생년월일하고 성함 좀 알 수 있을까요?”

태환 모친의 부탁에 현수는 잠시 고민하다 의뢰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사정 설명을 한 뒤 개인 정보를 받을 수 있었다.

사주를 확인해 보던 태환 모친은 얼굴을 심하게 일그러뜨렸다.

“이 사주. 죽은 사주네요.”

“네?”

현수 일행이 깜짝 놀라 서로를 보았다.

“애초에 5년 전에 죽은 사주인데요? 이분 실종된 게 언제라고요?”

“세 달 전이요.”

“그럼 5년 전부터 이미 산송장처럼 살았단 의미인데.”

그녀가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현수 일행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사연에 대해 설명을 하긴 했지만 의뢰인의 모친이 5년 전부터 사이비에 빠져 있었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 사람.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사주에요. 실종 됐다면 죽었을 가능성이 커요. 지금 봐도 주변이 컴컴하구먼.”

현수로선 이해하지 못할 말이었지만 결론적으로 죽었으리라는 이야기였다.

“여기를 친다는 건 꽤 위험한 일이겠군요.”

“맞아요. 그럴 거 같아요.”

태환 모친이 태환을 슥 보았다.

이번 일에선 빠지라는 눈치였다.

“눈치 주지 마요. 난 형님하고 같이 할 거야.”

태환이 미리 선수 치듯 말했다.

태환 모친은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꾹 다물었다.

그때, 하얀색과 황금색이 뒤엉킨 옅은 안개가 그녀의 주변을 휙 훑고 지나갔다.

“에휴. 그래. 그 고집을 누가 꺾니.”

태환 모친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마치 누군가 조언이라도 해준 것 같은 태도였다.

“내가 전에 줬던 신칼 어디 있니.”

그녀가 물었다.

어차피 말리지 못할 거라면 정말 안전하게, 강한 무기를 챙겨줘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었다.

그녀가 묻자 현수가 대신 꺼내 놓았다.

“전에 한 번 꺼냈다가 제대로 사용하질 못해서 안 쓰고 있었어요.”

“음. 그래요? 잠시만 기다려봐요.”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어딘가로 향했다.

잠시 후 오방색 천에 둘러싸인 상자를 가지고 나왔다.

“이건 내가 현역에 있을 때, 퇴마굿 하면서 실제로 썼던 거예요. 아마 태환이는 잘 쓸 수 있을 겁니다. 내 피를 물려받았으니.”

그녀가 상자를 열어 두 자루의 신칼을 태환에게 건네주었다.

“복숭아나무로 칼자루를 만들어서 부정한 기운을 물리치는 데에 더 효과적일 거예요.”

“우와.”

태환이 신칼 두 자루를 양손에 쥐어보았다.

전 것보다 조금 더 무거운 느낌이었다.

“다시 말하지만 난 너한테 신내림을 받게 할 생각이 없다. 잠깐 빌려줘도 된다고 하시니까 빌려주는 거야. 반드시 돌려줘야 한다.”

태환 모친이 태환을 보며 말했다.

그녀가 모시는 신이 현수를 도와주라고 지시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영상 보니까 팥가루를 장난감 수류탄에 넣어서 활용하시더라고요.”

“네, 맞습니다.”

현수가 대답했다.

“그거보다 더 효과가 있는 게 쑥입니다. 쑥을 태운 연기도 부정한 기운을 물리치는 데에 좋으니까 잘 활용해 봐요. 그건 쉽게 구할 수 있죠?”

“감사합니다.”

현수가 90도로 인사했다.

태환 모친은 걱정스러우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는 표정으로 인사를 받아주었다.

“누누이 말씀드리지만 안전이 제일 중요해요. 전 태환이 엄마니까 태환이의 안전이 제일 중요하지만, 여러분들도 안전하셔야 해요. 무슨 말인지 알죠?”

“네. 알고 있습니다.”

현수가 비장한 얼굴로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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