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4화
# 화림산 개장수 (4)
- 뚫고 들어갑시다!!!!!!!
- 뭔가 이상하다.
- 뭔가 이상해요!!!
- 수상한데.
채팅창은 난리가 났다.
“기자야? 왜 한밤중에 와서 난리야!”
노인은 마구 화를 내며 현수의 어깨를 밀쳤다.
그때, 노인의 어깨 너머로 수정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지저분한 방 한가운데 서서 바닥을 가리켰다.
그 방향에는 지저분하게 털이 난 개가 누워있었다.
딱 봐도 기운이 하나도 없어보였다.
꺼엉- 꺼엉-
안에서 개의 신음도 들렸다.
“꺼져! 꺼지라고!”
노인이 강하게 현수의 어깨를 가격했다.
순간 현수는 노인의 팔을 잡고 비틀었다.
“크악!”
노인이 바로 바닥에 엎어졌다.
“이 자식들아! 이거 폭행이야!”
“정당방위입니다.”
현수가 짤막하게 대답한 후 그의 몸을 꾹 눌렀다.
그 사이 화진과 당태스님, 태환이 안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은 무척 끔찍했다.
노인이 머물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방에는 술병과 과자 봉지가 나뒹굴었고, 다 죽어가는 강아지 두 마리가 힘없이 누워있었다.
그리고 방의 다른 방향에 있는 문을 열자 악취가 확 풍겨왔다.
화진이 스위치를 켜자 그녀는 기겁을 하며 다시 도망쳐 나왔다.
태환과 당태스님만이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얼어붙었다.
동시에 심령카메라에는 하얀색과 회색 아지랑이가 가득 차 있는 것이 송출되었다.
- 뭐임????
- ?????????
- ??
- ????
시청자들은 항의하듯 물음표를 올렸다.
“캐, 캡틴님! 안에, 안에 들어가 봐요!”
화진이 다시 밖으로 나오며 안을 가리켰다.
현수는 고개를 갸웃하고는 일어나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너희 이거 불법이야!”
노인이 버럭버럭 소리치며 일어났다.
그러고는 화진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이 악귀 같은 인간!”
화진은 이를 부득 갈며 부적 봉으로 노인의 복부를 찔렀다.
“컥!”
노인이 몸을 웅크리자 화진이 봉으로 노인의 얼굴을 올려쳤다.
풀썩
노인은 힘없이 뒤로 나자빠졌다.
그 사이, 안에 들어간 현수의 눈에 보인 건 말 그대로 ‘학살 현장’이었다.
사방에 강아지들의 시신이 있었던 것이다.
커다란 창고 안에는 물탱크와 사료탱크가 보였지만 마른 지 오래된 듯 했고, 그 안에도 강아지들의 시신이 즐비했다.
사방에 놓인 케이지 안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곳은 더 끔찍했다.
가죽과 뼈만 남은 강아지 시체부터 이제 막 부패가 시작된 강아지까지.
그야말로 지옥이었다.
- 와 징그러워....
- 헐 ㅅㅂ
- 저거 다 뭥9i.....
- 다 시체임?????????
- 카메라 좀 잘 비춰줘요!!!!
너무 끔찍한 광경에 세정은 카메라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하지만 어딜 돌려도 언뜻 시체가 찍힐 수밖에 없을 정도였다.
세정은 부랴부랴 포커스를 수동으로 돌려 초점을 흐리게 만들었다.
“X발.”
현수는 카메라 앞에서는 가급적 욕을 하지 않으려 했지만 자신도 모르게 흘러나오는 욕과 분노는 어쩔 수 없었다.
“으아아아악!”
밖에서는 노인의 고함이 들렸다.
화진에게 억압되어 있지만 그도 화가 차오르기는 하는 모양이었다.
“여보세요? 경찰이죠?”
당태스님은 그 사이 경찰에 신고를 하고 있었다.
* * *
노인은 소위 ‘화림산 개장수’라 불리는 사람이었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아는 것은 아니었고, 일부 보신탕집 사장들 사이에서 불리던 별명이었다.
별명에서 느껴지듯 그의 주 수입원은 ‘개’였다.
그는 식당에 팔 개를 번식시키는 일을 했던 것이다.
그렇게 개가 어느 정도 성장하면 보신탕집에 팔았고, 식당에서 개가 팔리지 않은 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시 데리고 왔다.
그리고 다시 데리고 올 때에도 만 원씩 받아 이윤을 챙겼다.
식당 주인 입장에서도 먹지 못하는 개는 처치 곤란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화림산 개장수는 계속 개를 번식시키고, 팔고, 다시 들여오기를 반복했다.
이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관리를 전혀 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위생은 고사하고 죽은 시신들도 대충 치우기 일쑤였다.
그러던 중 보신탕집 수가 줄어들고 식용 개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자 그는 사실상 아예 다 방치해 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부패한 시체들 이외에도 뼈와 가죽만 남은 시체들도 많았던 것이었다.
경찰과 동물 단체 조사 결과 밝혀진 시신만 2000여 마리.
근처에 불법으로 매장한 개 시신도 발견이 된 것으로 보아 그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되었다.
그의 끔찍한 행각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과거 수요가 한창 많을 때에는 각 동네나 마을을 돌아다니며 유기견들을 데리고 왔고 심지어 주인이 있는 개도 훔쳐온 것이 밝혀졌다.
이런 끔찍한 일을 벌였음에도 그는 현수와 화진을 비롯한 멤버들을 고소했다.
폭행죄와 주거침입, 영업방해 등 걸 수 있는 항목은 다 건 것이었다.
하지만 방송에서 드러난 악행이 너무 적나라했고 또 정당방위도 성립이 되는 부분이었다.
결국 그 노인은 구속이 되어서 처벌을 받게 되었다.
물론 사유지에 함부로 들어간 것과 관련한 벌금 처분도 캡틴 타워 쪽에 청구가 되었다.
시청자들은 공분했지만 법률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안타까운 사실은, 이러한 곳이 전국에 무척 많다는 점이었다.
현수도 이번 사건을 접하게 되며 후기방송을 진행하고 여러 뉴스를 검색하다 알게 된 사실이었다.
알게 모르게 이런 곳은 곳곳에 있었지만 법률상으로 규제할 근거가 부족했다.
도의적으로 문제가 있는 건 담당자들도 모두 알지만 그러한 곳에서 이런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일일이 감시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겉으로 봐서는 자세한 환경을 조사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번 방송의 최고 시청자 수가 60만 명에 다다르면서 엄청나게 이슈몰이가 되었다는 점이었다.
소위 말하는 ‘잉여동물’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가 사회적인 이슈가 된 것이었다.
다른 유럽에 비해 반려동물, 동물 보호에 대한 법률이 약한 만큼 여러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고, 정부에서도 어느 정도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을 확실히 내비쳤다.
현수는 후기방송을 진행하며 자신들을 그 창고로 몰아간 강아지 귀신들을 떠올렸다.
그 녀석들은 팥과 소금에 맞아 고통스러웠을 텐데도 자신들의 고통을 알리기 위해 희생한 것이었다.
동물을 좋아하는 현수는 내심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강아지들이 원하는 대로 되었으니 한 편으로 마음이 놓이기도 했다.
이번 퇴마는 악귀와 싸우거나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던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끔찍한 현장을 고발함으로 해서 생명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데에는 큰 의의가 있던 퇴마라 할 수 있었다.
* * *
현수는 캡틴 타워 사무실에 앉아 화림산 개장수에 관련한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남자는 경찰들에게 체포되어 끌려가는 모습이 고스란히 나왔다.
이어 여러 동물 보호 단체원들의 인터뷰 영상이 출력되었다.
“저런 쓰레기 같은 인간. 아 그런데 처벌이 막 엄청 심하진 않을 거라며요!”
화진이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법이라는 게 좀 그럴 때가 있죠. 감성의 영역에 있는 분야가 아니니.”
현수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쨌든 벌금 내고 저기 처리되고 하면 거지 되는 건 사실이죠, 뭐.”
태환이 거들었다.
“그래도 앞으로 펫샵이든, 보신탕집이든, 동물 관리에 대해서는 국가 차원에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선다고 하니 앞으로 차근차근 나아지겠죠. 해외처럼요.”
세정이 핸드폰을 보면서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이거, 아까 신 주임이 저한테 메일 포워딩하고 외근 나갔는데요.”
“신 주임님이요?”
세정이 자기가 보던 핸드폰을 현수에게 건네주었다.
회사 메일을 볼 수 있는 메일 앱이 켜져 있었다.
[퇴마는 아닐 수 있지만 한 가지 의뢰하고 싶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부산에 사는 문경수라고 합니다. (010-XXXX-XXXX) 다름이 아니고 한 가지 의뢰를 하고 싶어 메일 드렸습니다.
저는 평범한 가정에서 자랐는데요.
몇 년 전에 엄마가 ‘모다교’라는 종교시설에 다니기 시작하셨어요.
.
.
.
문체는 상당히 정중했다.
하지만 그 내용은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의뢰인인 문경수의 모친은 ‘모다교’라는 종교에 심취해 빠져 살았던 것 같았다.
그러던 중 부친이 병에 걸렸는데, 의뢰인의 모친은 모다교 교리에 의하면 기도로 사람을 낫게 할 수 있다는 말을 철썩같이 믿고 병원 치료를 한사코 거부했다는 것이었다.
행여나 의뢰인이 부친을 모시고 직접 병원이라도 갔다가는 칼을 들고 죽이려고 협박을 했었다고 한다.
그러다 결국 부친은 세상을 떠났고, 모친은 더욱 더 모다교에 심취하게 되었다고 했다.
문제는 그러면서 집에 있는 귀금속부터 현금 등 재산을 죄다 갖다 바쳤다는 것.
먹고 살기 힘들어지자 의뢰인은 다니고 있던 대학교도 휴학하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해야 했다.
하지만 모친의 모다교 활동은 계속 되었는데, 어느 날 완전히 실종이 되었다고 한다.
경찰에 신고를 해도 단순 가출로 판명을 했다.
그러던 중, 언제부턴가 꿈에서 모친이 나와 시종일관 말없이 울기만 한다는 것이다.
일주일에 세 번 정도는 그 꿈을 꾼다는 것이 아무래도 이상하다는 이야기였다.
사연은 읽은 현수는 입을 삐쭉 내밀었다.
“이거 느낌이 쎄한데?”
현수가 중얼거렸다.
“뭔데요? 뭔데요?”
태환이 핸드폰을 받아들고 사연을 읽어보았다.
“아아아~ 모다교. 이거 유명해요.”
사연을 읽은 태환이 말했다.
일행 모두가 태환에게 시선을 집중시켰다.
“모다교가 그걸 거예요. 그, 그, 교주가 옛날에 무당이랬나. 예수님을 불러와서 자기가 빙의했다고 하면서 선교를 하는 사람이에요.”
태환의 말에 현수는 기가 찼다.
“그걸 믿는 사람이 있어?”
“네. 꽤 규모가 있을 걸요? 강남에 빌딩도 있는 걸요?”
“진짜? 와우.”
현수가 핸드폰으로 검색을 해보았다.
[모다 협동회]
실제로 강남에 ‘모다빌딩’이 있고 그 안에 ‘모다 협동회’라는 단체가 활동을 하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시민단체나 작은 중소기업처럼 보였지만 건물 전체가 ‘모다빌딩’인 걸로 봐선 수익률이 어마어마한 모양이었다.
“교주 이름이 ‘강내수’? 이름이 특이하네?”
“그 이름도 뭐 예수가 자기랑 비슷한 이름으로 지으라고 정해준 거라면서 썰 풀더라고요.”
태환이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화진과 세정이 피식 웃었다.
어이없지만 강남에 저 정도 빌딩이 있다는 건 그만큼 믿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였다.
“이거, 작업하려면 일이 크겠는데.”
현수는 모다 협동회 홈페이지를 보며 조직도를 확인했다.
규모만 봐서는 사람들이 꽤 많은 것 같았다.
자칫하면 이들을 모두 상대해야 할 수도 있었다.
만약 이들이 악귀에 홀린 사람들이라면 그 정도는 더 심해질 수 있었다.
“일단 의뢰인부터 만나고-”
현수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을 이었다.
“-다음 전략을 한 번 구상해 봅시다.”
현수의 말에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