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193화 (193/227)

제193화

# 화림산 개장수 (3)

현재 시청자 수 50만 명.

지금까지 기록했던 순간 시청자 수를 상회하는 수준이었다.

채팅도 미친 듯이 빠른 속도로 올라갔다.

이렇게 폭발적인 조회 수를 찍게 된 데에는 당태스님의 염불이 상당히 큰 효과를 발휘했다.

실제로 염불과 함께 망자인 불교 신자가 하늘로 올라가는 것이 엄청난 센세이션이었던 것이다.

이 장면은 실제로 순간 캡처가 되어 순식간에 인터넷에 퍼졌고, 진위여부를 두고 많은 논란이 일어났다.

어찌 되었든 중요한 건 이 경이로운 모습에 감탄을 했다는 것.

이것 때문인지 입소문을 타고 돌아 연령대가 제법 되는 사람들도 생방송에 접속을 했다.

실제 신자들 사이에서도 단체 메시지 채팅방 같은 곳을 통해 퍼진 것이었다.

파스스 파스스

하지만 지금 보이고 있는 화면은 수풀을 헤치고 있는 장면이었다.

카메라가 흔들리고 화질이 뭉개지는 현상 때문에 원성이 올라왔지만, 야간 생방송에서는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얼마나 더 가죠?”

“거의 다 왔습니다.”

현수의 질문에 당태스님이 대답했다.

잠시 후, 일행은 좁은 공터에 도착했다.

이곳은 더더욱 찾기 힘든 곳 같았다.

“이 주변이 맞습니다. 저 바위 근처였어요. 정확한 위치는 기억나지 않고요.”

당태스님이 한쪽에 놓인 커다란 바위를 가리켰다.

현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주변을 돌아다녀 보았다.

길이 제대로 나 있지 않은 언덕에 나무들이 빼곡하게 자라 있는 곳.

시신을 찾기도 힘들었을 것 같았다.

“비석을 그곳에 세운 것도 딸을 찾기 위해 헤매다 세상을 떠난 분들이니까 딸이 발견된 곳에 세워둔 건데요. 사실 여기 지형이 비석을 세우기 힘든 지형이기도 했죠.”

당태스님이 땀을 닦으며 말했다.

확실히 언덕이 가파른 편이고 흙이 물러 자칫하면 비석이 굴러 잃어버릴 판이었다.

컹컹 컹-

왈- 왈!

아우우우우우우-

개 소리가 조금 더 가깝게 들려왔다.

“만약 여기서 개가 달려들면 물리는 것도 물리는 건데 굴러떨어질 수도 있겠네요. 갑자기 무게 중심이 뒤로 확 잡히면.”

화진이 나무를 붙잡고 중심을 잡으며 말했다.

현수는 언덕 위쪽을 보았다.

아래위로 똑같은 풍경만 보였다.

현수가 손전등 불빛을 조금 더 세게 올려 보았다.

그러자 나무들이 끊겨 있는 곳이 보였다.

“저 위엔 뭐가 있죠?”

현수가 물었다.

“잘 모르겠습니다.”

당태스님이 어깨를 으쓱였다.

“위에 뭐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요?”

태환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저기 나무가 없는 게 또 공터 같은 게 있는 것 같은데. 일단 올라가보죠.”

현수가 앞장서서 산을 타기 시작했다.

“어우. 힘든데.”

태환이 볼멘소리를 했지만 화진이 어깨를 토닥여 격려해주었다.

- 태환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이상하게 귀엽다니깤ㅋㅋㅋ

- 저 위에 뭐 없는 거 같은데.

- 아냐 생각해보면 그 피해자들이 개에 물린 상처가 있었다며. 그럼 위에서부터 굴러 떨어져서 여기서 발견 됐을 수도 있지.

- 아 맞말이네.

- 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

현수 일행은 채팅을 확인하며 가파른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숨이 턱 밑까지 차올라 사운드까지 텅텅 빈 상태로, 어느 정도 올라왔을 때 길이 나타났다.

양옆으로 흙이 드러나 있고 가운데 풀이 올라와 있는 것이, 차량이 지나간 흔적 같았다.

“이런데 길이 있네요? 차가 다닌 것 같은.”

현수가 바닥을 비추며 말했다.

“여기에 차량이 들어오나요?”

화진이 물었다.

“저도 이 길은 처음 봅니다.”

당태스님이 어깨를 으쓱였다.

“특이하네요. 이 산에 오래 살고 계신 분도 모르는 길이라니.”

현수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 순간이었다.

경사가 있는 길 아래쪽으로 회색 아지랑이에 휩싸여 있는 개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르르르르르르

개들은 대놓고 송곳니를 드러냈다.

현수가 미간을 찌푸렸다.

아까 보았던 코카 스파니엘부터 몰티즈, 시골 잡종까지, 다양한 종이었다.

“어머!”

무심결에 뒤를 돌아본 화진과 태환도 깜짝 놀라 뒤를 보았다.

“왜, 왜. 무슨 일이죠?”

당태스님이 놀라 묻자 태환이 심령카메라 화면을 보여주었다.

- 개 귀신임????

- 강아지 귀신인가? 애기인가???

시청자들은 회색 아지랑이만 보기 때문에 대략적인 크기만 보였다.

“강아지입니다. 강아지.”

화진이 마이크에 대고 말했다.

- 강아지 귀신????

- 개 귀신.

- 그럼 그 울음소리들이 다 귀신이었던 거??

- 개는 귀신이 되어도 소리 내는 건가??

시청자들도 신기한 모양이었다.

파슷

개들이 현수 일행을 향해 앞발질을 했다.

그리고 무어라 반응하기도 전에, 개들이 일제히 덤벼들기 시작했다.

캬아아아아아아아-

찬바람이 강하게 몰아쳤다.

당태스님은 눈으로 귀신을 보지는 못했지만 무언가 빠르게 접근한다는 걸 눈치 챌 수 있을 정도였다.

찰칵 팡!

현수가 솔트샷건을 쏘았다.

소금에 맞은 개 몇 마리가 뒤로 날아가며 사라졌다.

소멸된 것이 아니라 모습을 감춘 것이었다.

“뒤로! 뒤로!”

현수가 마치 좀비영화의 한 장면처럼 방아쇠를 당기며 뒷걸음질 쳤다.

일행들은 오르막길을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철컥 팡 철컥 팡

현수는 계속해서 솔트샷건을 쏘았다.

사라졌던 개 귀신들은 다시 모습을 만들어내 덤벼들었다.

세정과 태환은 이런 현수를 계속해서 촬영했다.

개들은 솔트샷건의 소금을 딱히 피하거나 우회하지 않았다.

정통으로 맞으면 뒤로 물러났다가 다시 몰려올 뿐이었다.

여기서 현수는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를 공격하는 게 아닌가?’

회색 아우라를 가지고 있기에 강한 원한을 가진 ‘악귀’로 분류할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만약 개들이 현수 일행을 해하려 한다면 사방에서 공격을 해오거나 아니면 빠르게 옆으로 달려 덮칠 수도 있을 것이었다.

솔트샷건을 처음 맞아본다 하더라도 학습능력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한 방법이었다.

더구나 현수와 화진, 둘로 상대하기에 그 수가 많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들은 한 방향으로만 몰려오고 있었다.

마치 현수 일행을 한 곳으로 몰고 있는 것처럼.

철컥 철컥 철컥

소금통의 소금이 다 떨어졌다.

현수는 달려드는 개들을 향해 스프링텐션 수류탄을 던졌다.

빠각

사방으로 팥이 확 퍼지자 개들이 일제히 사라졌다.

“계속 달려요!”

현수가 일행들과 같이 오르막길을 향해 달렸다.

다다다다다다

일행들은 쉼없이 달렸다.

그 순간이었다.

지독한 악취가 코를 찌르기 시작했다.

흡사 악귀들이 나타날 때 나는 냄새와도 비슷했다.

현수 일행은 걸음을 멈추고 숨을 골랐다.

“욱! 이거 무슨 냄새죠?”

당태스님이 코를 틀어막으며 말했다.

- 악귀다.

- 악귀 냄새다.

시청자들도 악귀 냄새를 직접 맡아보진 못했어도, 악취가 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현수는 EMF 탐지기 불빛이 서너 칸에서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보았다.

“음?”

보통 이 정도 악취는 악귀가 굉장히 화가 나있고, 어떻게든 현수 일행을 해하려 들 때 났다.

그런데 그런 거 치고든 EMF 탐지기 불빛이 한 두 칸 비고 있었다.

이걸 본 시청자들도 여러 추측을 세웠다.

- 고장났나???

- 음?? 풀충이 아닌데.

- 악귀 아닌가봐.

- 뭐지???

- 요새 기존하고 다른 현상이 자꾸 발생 돼서 모르겠다.

현수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그거 알아요? 개들. 더 이상 안 쫓아와요.”

화진이 뒤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현수가 열심히 샷건을 쏘고 수류탄을 던지며 막았던 강아지 귀신들이 더 이상 쫓아오지 않고 있었다.

내리막길 방향에 서서 멀찌감치 지켜보고 있는 것이 전부였다.

“여기에 액막이 부적이라도 해놨나?”

태환이 중얼거렸다.

그때, 현수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뒤를 보았다.

단층짜리 작은 창고 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거, 뭐죠?”

현수가 손전등으로 비춰보았다.

꽤 넓은 규모의 건물.

가건물 형태로 지어진 듯한 건물은 쇠창살로 된 창문이 달려 있었다.

그리고 벽면에는 [개조심]이라는 페인트 글씨가 투박하게 적혀 있었다.

“여기 이 건물은 뭔가요?”

현수가 물었다.

당태스님은 처음 본다는 듯한 눈빛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심지어 창고 옆에는 흙이 묻은 용달차 한 대가 서있었다.

오래 되어 보이긴 했지만 아직 운행 중인 듯한 외형이었다.

“여기. 뭐야.”

화진이 손전등으로 용달차 짐칸을 확인해 보았다.

안에는 쇠사슬로 대충 만들어진 이동식 케이지가 올라와 있었다.

운전석과 조수석 내부는 깨끗한 편이었다.

안에 있는 재떨이의 담배꽁초로 보아 오래되지 않아 보였다.

“이 차량이 그 산길을 다녔네요.”

현수는 타이어에 낀 흙을 비추며 말했다.

“이거 어째 스토리가 대충 나오는 것 같은데요.”

화진이 부적 봉을 들며 말했다.

아우우우우우우-

그때 또 한 번 들리는 들개소리.

컹컹 컹-

이어 들리는 개들 짖는 소리.

이 건물 안에서 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악취 또한 이 안에서 나고 있었다.

- 강아지 공장????

- 설마.

- 강아지 공장인가여 그 펫샵에 납품하는????

- 아 ㅈㄴ 싫어!!!!!!!!!!! 극혐!!

- 애랑 동물은 건드리는 거 아닌데.

- 저기 무슨 용도입니까.

차량의 케이지와 들려오는 강아지 소리에서 이미 시청자들은 공분하고 있었다.

현수 일행은 당태스님과 함께 건물 입구로 다가가 보았다.

커다란 철문에는 깨끗한 쇠사슬이 감겨 있었고, 그 옆으로 사람이 드나드는 작은 문이 달려 있었다.

그 문도 제법 깨끗한 편이었다.

“안에서 TV소리가 들려요.”

화진이 문에 귀를 대고 말했다.

“사람이 있다는 건가?”

“이 TV소리가 귀신 소리가 아니라면요.”

화진이 어깨를 으쓱였다.

- 문 따봅시다.

- 문 따요!!!!!

- 저기 정체가 뭔지 당장 알아봅시다.

“문을 따는 건 어렵지 않지만 자칫하면 법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현수가 카메라를 보며 진정하라는 듯 손을 내저었다.

그때, 문이 벌컥 열렸다.

“뭐요?”

삐쩍 마른 70대 노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얀 머리카락은 몇 가닥만 남아 두피에 간신히 연명하고 있었고 면도는 한 지 오래됐는지 샤프심 같은 털이 곳곳에 박혀 있었다.

하얀 러닝셔츠는 뭔가에 잔뜩 오염되어 악취가 가득했다.

“당신들 뭐냐니까?”

그가 공격적으로 재차 물었다.

확실히 귀신은 아니었다.

TV를 켜놨는지 안에서 TV소리와 함께 불빛이 번쩍였다.

“저는 스트리머 박현수라고 하는데요.”

“뭐? 스트- 뭐?”

“지금 여기 뭐하는 곳인가요?”

현수가 물었다.

“뭐야, 이 미친놈들은.”

노인은 대답해 줄 생각이 없어보였다.

술 냄새가 지독하게 퍼져 나갔다.

사실상 노인이 촬영을 거부하면 안을 들어가 볼 수 없었다.

그 순간이었다.

화아아아아아아아-

내리막길 쪽에 있던 강아지 귀신들이 일제히 달려와 굳게 닫혀 있는 철문 안으로 통과해 들어갔다.

그 모습은 마치 슬로모션처럼 보였다.

동시에 찬바람이 불면서 현수 일행의 머리카락이 사뿐히 휘날렸다.

현수는 한 가지를 확신할 수 있었다.

‘개들이 우릴 여기로 몰고 온 것이다. 그렇다면 그런 이유가 있겠지.’

현수가 생각하는 사이, 노인이 뒤로 확 돌아섰다.

“별 미친놈들이. 꺼져!”

노인이 버럭 소리치고는 문을 닫으려 했다.

현수가 닫히고 있는 문을 붙잡았다.

“여기 시설. 뭐하는 곳입니까.”

현수가 다시 물었다.

“뭐야! 늬들 경찰이야?”

노인이 버럭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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