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192화 (192/227)

제192화

# 화림산 개장수 (2)

[<캡틴 퇴마>님이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 안녕하세요!

- 와우 정규 방송이다.

- 생방 처음이에ㅛ!!!!!

- 안녕하세ㅐ요 ㅎㅇㅎㅇ

- ㅎㅇㅎㅇㅎㅇㅎㅇㅎㅇ

- 캡하!!!

- 캡하 캡하

- 캡틴님 ㅎㅇ여

방송이 켜지자마자 어두운 산속 화면이 송출되었다.

그리고 일행들의 뒷모습과 손전등 불빛이 보였다.

“안녕하세요! 캡틴 퇴마 박현수입니다.”

현수가 카메라 쪽으로 몸을 돌리며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다른 일행들도 카메라를 보고 한 번씩 인사를 했다.

- 오늘도 산이네.

- 어디에요??

- 10000원 파워챗 후원.

- 파이팅!!

“오늘은 화림산에 나와 있습니다. 여기 화림산에 있는 절, ‘화증사’ 당태스님께서 저희한테 의뢰를 하나 해주셨습니다. 화림산에 개에 물려 돌아가신 분의 귀신이 나타난다는 제보가 있어서요.”

현수가 말했다.

당태스님도 카메라를 보며 합장을 했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스님도 의뢰를 하넼ㅋㅋㅋㅋㅋㅋ

- 뭔가 한식 요리사가 자기 식당에서 한식 요리 배달시켜 먹는 그런 건갘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ㅅㅂㅋㅋㅋㅋ 비유 폼 미쳤닼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졸 웃기넼ㅋㅋㅋㅋㅋㅋㅋ

“신도들이 절에 올라올 때 자꾸 문제가 생기기도 하고 그러니까 의뢰를 주셨다고 합니다. 한 10년 전 정도부터 소문이 불거졌다고 하고요. 우리 시청자 분들. 지금 가능하시다면 화림산에 대해 검색해서 채팅창에 올려주십시오.”

현수가 웃으면서 말했다.

시청자들의 실시간 정보 검색능력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여러 번 겪어봤기 때문이었다.

- 개에 물려 죽은???

- 근데 저러고 감??

- 공기총이라도 있어야 하는 거 아님??

- 위험해 보이는데.

- 괜찮음??

시청자들의 우려 채팅이 쏟아졌다.

이미 방송에서 사람이 다치고 죽는 걸 본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세정 역시도 이번에 또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을까 극도로 긴장한 상태였다.

“화증사 주지스님께서는 늑대나 개가 서식하고 있지 않다고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화진이 말했다.

- 그걸 어케 암ㅋㅋㅋㅋㅋ

- 아니 그 산에 사시는 스님이면 산이 앞마당인데 알겠짘ㅋㅋㅋ

- 알 수도 있지.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그 사이에 화림산에 대해 검색한 시청자들의 채팅이 올라왔다.

- 신고가 들어와서 여러 차례 수색했는데 목격된 적은 없다 함.

- 울음소리는 들리는데 목격된 적은 없음.

- 산림청 쪽에서는 주의하라고 공표를 해둔 상태네여.

- 그럼 조심하는 게 맞는 거 같은데.

그 울음소리에 대해서는 일부 주민들과 등산객들도 들은 모양이었다.

산림청과 관할 소방서에서도 해당 신고를 접수 받았고, 목격하진 못했지만 혹시 모르니 주의하라는 권고조치를 내렸다는 이야기였다.

사실 현수 역시도 세정만큼 걱정이 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 순간이었다.

화아아아아아아아

한 떨기 차가운 공기와 함께 나무 수풀 사이로 회색 무언가가 빠르게 지나갔다.

현수가 걸음을 멈추고 그쪽을 유심히 보았다.

다른 일행들도 현수의 움직임에 자세를 낮추며 주변을 경계했다.

“왜요. 뭐가 있나요?”

화진이 물었다.

아직 촬영 카메라나 심령카메라로는 아무것도 잡히지 않고 있었다.

그때 수풀 사이로 중형견이 모습을 드러냈다.

언뜻 보기에 코카스파니엘 종 같았다.

하지만 주변으로 회색 연기가 피어나고 있는 것이 살아있는 중형견은 아니었다.

현수는 말없이 강아지를 보았다.

강아지는 한참동안 현수를 바라보고 있더니 작게 울음을 흘렸다.

우우우우우우-

그 소리는 을씨년스럽게 밤하늘에 퍼져 나갔다.

“이 근처인가요?”

화진이 부적 봉을 들고 주변을 경계했다.

분명 소리의 근원지가 가까웠기 때문이었다.

사사사사사사

수풀 사이로 보인 강아지는 휙 돌더니 어딘가로 도망치듯 달려갔다.

현수는 천천히 일행과 카메라를 번갈아보며 말했다.

“주지스님 말씀이 맞는 거 같습니다. 여기 ‘살아있는’ 늑대나 개는 없는 것 같아요.”

현수가 대답했다.

*

눈에 보였던 코카 스파니엘.

회색 연기에 휩싸여 있어 아주 뚜렷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야생 들개는 아니었다.

분명 사람 손을 탄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런 강아지의 영혼이 돌아다니며 내는 소리.

일행들은 물론 등산객과 스님들도 들었다는 그 울음소리.

이 두 가지가 같은 소리였다면 산 사람을 물리적으로 위협할 수 있는 들개는 없을 가능성이 컸다.

단, 그 영혼이 악귀들처럼 현수 일행을 적대시 할 가능성은 있었다.

현수가 이런저런 멘트를 치면서 산행을 하는 사이, 당태스님이 걸음을 멈추었다.

“아이가 발견된 곳이 대충 이쯤입니다.”

그는 평범해 보이는 작은 공터 가운데 서서 말했다.

언뜻 보기에는 다른 산속 공터와 크게 다를 것이 없어보였다.

“저기, 애 찾다가 죽은 부모 비석을 여기에다가도 세워뒀거든요.”

그는 두리번거리다 공터 한 쪽에 쌓여 있는 풀 더미를 옆으로 치웠다.

그러자 성인 남성 무릎 정도 높이의 비석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랫동안 관리가 안 되었는지 이끼가 가득 눌러 붙은 모습이었다.

순간 한기가 감돌았다.

- 입김. 입김 나온다.

- 와 타이밍 ㅅㅂ 소름

- 저거 입김이었음???

- 비석에 풀 걷어내자마자 입김나기 시작함.

현수는 비석에 다가가 이끼를 조금 떼어냈다.

그러자 한자로 음각 된 이름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두 분 묘소도 여긴가요?”

“아뇨. 둘은 화장해서 봉안당에 안치 됐고요. 여긴 딸을 찾던 두 분을 기리기 위해 비석만 세워둔 겁니다. 주지스님 지시로요.”

당태스님이 말했다.

“저기.”

그때 화진이 나무 사이를 가리켰다.

하얀색 형체 두 개가 은은히 떠가는 것이 보였다.

명화야- 명화야- 명화야-그리고 메아리처럼, 두 남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이 소리는 현장에 있는 사람들에게만 들릴 뿐, 카메라에는 전달되지 않았다.

“지금 목소리가 들리고 있습니다. 여기서 발견된 아이의 부모가 귀신이 된 것 같아요.”

현수가 숲 쪽을 가리키며 자세를 낮췄다.

태환과 세정 모두 각자 든 카메라를 그쪽으로 비췄다.

사아아아아아아

심령카메라에는 하얀 형체가 명확히 찍혔다.

- 그럼 이번 퇴마를 해야 할 건 그 아이 부모인가???

- 음 너무 좀 그런데.

- 아이 찾고 있는 것뿐이잖아.

시청자들의 채팅이 이어졌다.

현수는 턱을 만지며 중얼거렸다.

“여기, 이 화림산에 아이 부모님이 귀신으로 떠돌고 있는 건 분명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늑대나 개에 대한 귀신이라고 하기에는- 글쎄요.”

현수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창귀나 장산범과 비슷한 느낌의 괴담.

두 개의 교집합은 ‘호랑이’였다.

순간 현수의 머릿속에 스친 것은 아까 보았던 강아지 귀신.

명화야- 명화야-귀신 목소리가 계속 들리는 가운데 현수가 비석 앞에 쪼그려 앉았다.

“일단 이 두 분부터 보내드리죠.”

현수의 말에 일행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현수가 밀짚인형과 부적을 꺼내려 하자 당태스님이 현수의 어깨를 붙잡았다.

“아이 부모는 부처님을 믿으시던 분들이었습니다. 두 분은 우리 식대로 하죠.”

당태스님의 말에 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비석 앞에 서서 천천히 목탁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똑 똑 똑 똑똑똑또도도도독-

약간을 리드미컬한 목탁소리가 산 전체에 울려 퍼졌다.

그 소리가 밤공기를 타고 제법 멀리 퍼졌는지, 꽤 먼 곳에서도 목탁소리가 들려왔다.

화증사 절에서 나는 목탁소리였다.

- 아 뭔가 음산해.

- 전설의 고향????ㅋㅋㅋㅋㅋㅋ

- 받아주고 있는가 봐.

목탁소리는 시청자들에게도 전해졌다.

“네. 화증사 주지스님께서 이 소리를 듣고 같이 기도해 주시는 것 같습니다.”

현수가 카메라를 보며 작게 속삭였다.

당태스님에게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서였다.

사아아아아아

순간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화증사에서 보았던 황금색 아지랑이가 은은하게 퍼지는 것이었다.

목탁을 치고 있는 당태스님을 중심으로 퍼져 나가는 모양새가 흡사 한지에 떨어트린 먹물 같았다.

- 오????????????????????????

- 저거 뭐야

- 처음 보는 거다

- 황금색은 무슨 현상이죠????

- 황금색은 뭐예요???

- 골드다 골드

- 뭐지????

처음 보는 현상에 시청자들도 난리가 났다.

현수를 비롯한 일행들도 영안을 통해 금색 아지랑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어리둥절해 하는 사이 수풀 사이에서 하얀 두 형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까 보았던 아이 부모의 귀신이었다.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시아본사 서사보니불.”

당태스님은 눈을 지그시 감은 채 불경을 외우기 시작했다.

“영가시여 저희들이 일심으로 염불하니 무명업장 소멸하고 반야지혜 드러내어 생사고해 벗어나서 해탈열반 성취하사 극락왕생 하옵시고 모두성불 하옵소서-”

그 목소리는 어느 절에서나 흔히 들을 수 있었던 중후하고 묵직한 염이었다.

어두운 산속.

손전등 불빛만 보이는 가운데 하얀 구체는 점점 사람의 형체로 변했다.

새하얀 피부에 눈물 흘리는 듯한 슬픈 표정의 귀신.

둘은 자신의 비석 앞에서 고개를 떨어트리고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따님은 무사히 살아서 구조 되었습니다. 두 분도 편히 눈을 감으십시오-”

그 사이에도 염송 계속되었다.

잠시 뒤, 조금씩 퍼져나가던 금색 아지랑이는 아이 부모 귀신을 휘감았다.

“저거 봐요.”

화진이 귀신을 가리켰다.

금색 아지랑이는 하얀색 귀신의 모습과 서로 뒤엉키더니 이내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이렇게 퇴마가 되는 걸 보는 건 현수도 처음이었다.

- 우와ㅏㅏㅏㅏㅏㅏㅏㅏㅏ

- 헐 대박

- 이거 CG임????

- 생방인데 어케 CG함

- 연출로도 불가능한데

- 주작 불가다 이건 진짜

- 와 말도 안 돼

실제로 영안으로 보고 있는 현수 일행도, 심령카메라로 이 광경을 보는 시청자들도, 모두 믿을 수 없는 현상에 입을 떡 벌렸다.

똑똑또도도도독-

목탁소리가 작아지더니 이내 당태스님이 미소를 지으며 돌아섰다.

“그분들을 위해 드린 염불입니다.”

“네. 그 두 분. 편히 올라가셨습니다.”

현수가 자기 눈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 그 두 분이 여기 오셨나요?”

“네.”

영안이 없는 당태스님은 그저 불경을 외웠을 뿐이었지만 불교를 믿고 있던 둘을 천도하게 도와준 것이었다.

현수는 그것이 새삼 신기했다.

가톨릭이든, 개신교든, 불교든, 각자의 방식대로 망자를 추모하는 방법은 있었다.

그리고 사람이 죽으면 그 신앙에 맞춰 추모를 해주었다.

그게 실제로 효과가 있다는 걸, 두 눈으로 확인한 것이었다.

하지만 감동도 잠시.

아우우우우우우-

왈! 왈왈- 왈! 왈왈왈!

산속에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온갖 개 소리가 뒤엉켜 들려왔다.

“이번 퇴마는 아이 부모님을 퇴마하는 것이 아니었죠. 집중합시다.”

현수가 화진과 태환, 세정을 번갈아보며 말했다.

“그럼 이제 어디로 가보나요?”

화진이 물었다.

“그 부모가 죽은 곳으로 가봅시다. 그곳에 뭔가 있을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현수가 당태스님을 보며 말했다.

스님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따라오라는 손짓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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