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190화 (190/227)

190화

# 성망고등학교 (6)

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

다시 시작된 추격전.

어두운 화면에 번쩍거리는 손전등.

요란한 발소리.

“저기야! 저기!”

“저기에요!”

번갈아 들려오는 일행의 목소리.

다급한 호흡.

방송은 순식간에 아비규환이 되었다.

짤랑 짤랑

딸랑 딸랑

짤랑 딸랑

열쇠소리와 방울소리가 번갈아 들리기 시작했다.

“헉 헉 헉!”

현수가 숨을 몰아쉬고 있는 것이 카메라에 잡혔다.

현수 앞에는 방울을 봉인했던 손가방에 활짝 열린 채 떨어져 있었다.

방울을 빼간 것이었다.

그 옆으로 찢긴 부적이 보였다.

세정은 손가방과 현수는 번갈아 촬영했다.

“최동천 선생님은요?”

세정이 물었다.

“중앙계단 쪽으로 가신 것 같아요. 빨리 따라가 보죠.”

현수가 따라오라는 손짓을 한 후 가열하게 달렸다.

일행들도 온 힘을 다해 현수의 뒤를 쫓았다.

다다다다다다다다다

현수는 복도를 달리면서 옆을 보았다.

교실 안이 보이는 창문들이 연이어 보였다.

그리고 교실 안에 사백안의 악귀가 서있는 것도 보였다.

하얀색 옷을 입은 사백안의 악귀.

그는 교실이 계속 바뀌어도 칠판 앞에 서서 달려가는 현수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이미 전에도 한 번 보았던 풍경이었지만 소름이 돋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꺄아아아아악-

복도 어디선가 비명이 들렸다.

화진과 태환은 놀라 주변을 보았지만 현수는 멈추지 않고 계속 달렸다.

귀신이 내는 소리라고 확신한 것이었다.

그렇게 중앙계단을 타고 위로 올라온 현수는 게시판 앞에 멈춰 섰다.

초상화가 걸려 있던 바로 그 게시판이었다.

“아니!”

태환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초상화가 다시 걸려있는 것이었다.

- 어????

- 저거 없어지지 않았음????

- 방금 다시 보고 옴. 없어졌던 거 맞음.

- ㅅㅂ 진짜 주작아니고 이거 어떻게 설명할 거야.

- 말도 안 된다 진짜

- 헐

시청자들도 모두 놀란 반응이었다.

현수는 아랫입술을 꾹 깨물었다.

시청자를 비롯해 현수 일행 모두가 뭐에 홀린 것 같았다.

그 순간이었다.

“크악!”

최동천이 4층에서 나타나 계단 아래로 훌쩍 몸을 날리더니 현수를 덮쳤다.

쾅-

현수가 최동천에게 밀려 초상화 옆에 부딪혔다.

꿍-

최동천이 온몸으로 현수를 짓눌렀다.

쩌저저저적

초상화 속 얼굴이 바로 옆에 있는 현수에게 돌아갔다.

“라끌리바지도망체터키가로니마더래.”

초상화 속 얼굴의 입이 빠르게 움직이며 이상한 소리를 냈다.

“큭!”

현수는 죽을 맛이었다.

바로 앞에는 최동천이 온 몸으로 밀치고 있고, 옆에선 초상화가 이상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빠아아아악

순간 화진의 부적 봉이 최동천의 머리를 후려쳤다.

강한 충격에 최동천이 옆으로 쓰러졌다.

현수는 이를 악물고 힙색에서 부적을 꺼내 초상화에 떡 하니 붙여버렸다.

그러자 시끄럽게 떠들던 초상화가 갑자기 조용해졌다.

이어 현수는 쓰러져 있는 최동천의 몸에 올라탔다.

그리고는 부적을 꺼내 퇴마를 시작했다.

화아아아악

짤랑 짤랑

그때 3층에서 수위가 나타나 뛰어 올라왔다.

화진이 다시 부적 봉을 휘둘렀다.

뻐억

부적 봉은 악귀 상태인 수위를 정확히 가격했다.

수위가 뒤로 쭉 날아갔다.

그 사이, 현수는 밀짚인형을 꺼내고 최동천의 입에서 검은 덩어리를 끄집어냈다.

- 오 클라이맥스인가.

- 이번 퇴마도 마무리????

- 근데 그 여학생 귀신은 대체 뭐였던 거임.

- 그게 밝혀져야져

시청자들도 진실에 접근하게 되는 건지 무척 궁금해하고 있었다.

“후!”

현수는 귀신이 든 밀짚인형을 부적으로 감싸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땀이 얼마나 났는지 얼굴과 머리카락, 옷이 모두 흥건할 정도였다.

“됐나요?”

화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현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엄지를 들어보였다.

“방금 무슨 상황이었던 거죠?”

세정이 물었다.

“우리가 듣고 보았던 여학생 귀신이 이 선생님 몸에 들었습니다. 아까 화장실에서요.”

“그럼 저 밀짚인형에 봉인된 귀신이 그 여학생 귀신인 건가요?”

“네.”

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어떻게 된 일인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현수는 바닥에 놓여 있는, 부적을 감은 밀짚인형을 보며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최동천 몸에 들린 악귀를 뽑아내면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던 것이었다.

* * *

30년 전.

성망고등학교 교장의 늦둥이 고명딸이 입학 했었다.

그녀는 평범하게 학교생활을 하던 중, 사고로 인해 염산을 뒤집어쓰게 되었던 것이었다.

이후 치료를 받고 퇴원을 했지만 흉해진 얼굴에 그녀는 따돌림을 당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녀는 쉬는 시간마다 화장실에 가 거울 속 자신을 보며 세수를 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 흉터는 절대 사라지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비가 오는 어느 날 밤.

학교 옥상에서 투신해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이에 교장은 따돌린 학교 학생들을 원망하면서도 딸을 그리워하는 마음에 초상화를 그려 게시판에 걸어둔 것이었다.

평소 그림이 취미였던 교장 나름의 애도 방식이었다.

문제는 그림이 하도 기괴한데다가, 자신들이 따돌린 친구의 초상화가 걸려 있는 걸 반길 리 없었다.

그래서 학생들은 그 초상화를 피해 다니곤 했다.

결국 죽은 여학생은 죽어서도 기피 대상이 된 것이었다.

그렇게 한이 쌓이고 쌓여 결국 괴담처럼 남아버린 것이었다.

수위도 마찬가지였다.

그녀의 시신을 처음 발견한 수위는 며칠을 악몽에 시달리다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그는 귀신이 되어서 학교 곳곳에 나타나곤 했었다.

하지만 현수 일행이 오며 악귀들이 딸려왔고, 악귀 중 하나가 수위 귀신과 뒤엉키면서 기괴한 행동을 보인 것이었다.

이 사실은 생방송을 마친 뒤 업로드 된 녹화 영상에 졸업생들이 대거 댓글을 달며 추가적으로 확인되었다.

실제 그 학생이 자살했던 때 성망고등학교를 다녔던 장년의 졸업생과, 당시 교사까지 댓글창에 등판한 것이었다.

이 사연을 확인한 현수는 밀짚인형에 담긴 여학생 귀신을 쉽게 태울 수 없었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슬픈 영혼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결국 그 밀짚인형도 현수가 직접 처리하기 보다는 태환의 모친을 통해 잘 달래서 천도시켜주는 쪽으로 결정을 했다.

이 내용은 후기 방송에서 모두 설명이 되면서 또 하나의 퇴마가 끝났다.

* * *

성망고등학교의 촬영 이후, 구독자 수가 크게 늘어나지는 않은 410만 명대에서 머물고 있었다.

물론 이번 영상도 순간 최대 시청자 40만 명 가까이 찍으면서 또 한 번 이슈화 되었다.

그러다 보니 너튜브와 스트리머들 사이에선 현수가 움직이면 수십만 명이 클릭을 한다는 여러 밈이 생산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에 대한 역효과도 분명 있었다.

처음 빠르게 성장할 당시에는 공중파 방송 문의나 연예인 게스트 출연 요청 등, 상당히 많은 컨택이 있었지만 여러 에피소드들을 겪으며 사실상 그런 것들은 모두 끊긴 상태였다.

그도 그럴 것이 실제 사망사고에 사람이 다치는 일까지 생기니 공중파에서 다루기 어려운 것은 물론 일신이 중요한 연예인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콘텐츠가 된 것이었다.

반면 스트리머들은 현수 방송에 출연을 하기 위해 기를 쓰고 컨택을 해왔다.

한 번에 수십만 명이 보는 생방송에 출연한다면 이름을 확실히 알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현수는 검증되지 않은 스트리머와는 협업을 고려하지 않았다.

신도알처럼 거대 스트리머의 경우에는 어떤 콘텐츠를 진행하든 자신의 명성이 걸린 만큼 최선을 다하고 또 그에 대한 책임을 다했다.

반면 검증되지 않은 ‘듣보’의 경우에는 도망쳐 버리거나, 순간적인 언행에 문제가 있을 수 있었다.

이런 리스크를 끌어안지 않으려는 하나의 방편이었다.

무엇보다 함께 다니던 하날하날과 방고리가 크게 화를 당한 이후로는 누가 게스트로 오든 걱정이 되어서 함부로 부르지 못하는 것도 있었다.

이런 현수의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캡틴 타워 공식 메일함에는 출연하고 싶다는 타 스트리머들의 메일이 가득 쌓여 있었다.

그 사이사이에는 퇴마 의뢰를 하는 메일도 한 가득이었다.

캡틴 타워 직원들과 태환, 세정은 다음 퇴마 장소를 고르기 위해 매일 같이 회의를 진행했다.

그러던 중, 신 주임이 메일을 하나 포워딩 해주었다.

“이번 건 뭔데요?”

현수가 물어보면서 메일에 들어가 보았다.

“이 의뢰는 좀 신기한 것 같아서요. 의뢰인이 스님이에요.”

신 주임이 대답했다.

현수는 어깨를 으쓱이고는 메일을 확인해 보았다.

요약을 하자면 이러했다.

의뢰인은 화림산에 있는 조계종 절의 스님인 ‘당태스님’이었다.

경상북도 영덕읍 화림산 초입에 있는 작은 등산로.

이곳에 들개에 물려 죽은 사람들의 귀신이 돌아다니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직도 곳곳에서 늑대 울음소리 같은 들개 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죽은 사람들이 산 사람을 유인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는 내용이었다.

즉, ‘창귀’ 전설과 ‘장산범’ 전설과 비슷한 것이었다.

“들개에 사람이 물려 죽을 수가 있나요?”

메일을 본 태환이 물었다.

“불가능한 건 아니겠지. 애완견에도 사고를 당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화진이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흥미롭긴 하겠네.”

현수가 사연을 보면서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지금 사연의 내용만 봤을 땐 죽은 사람들이 나타나는 것일 수도 있고, 들개나 늑대가 장산범처럼 사람 목소리를 내는 것일 수도 있었다.

뭐가 되었든 말이 되지 않지만 어쨌든 이것 때문에 근처 마을 사람들은 해가 진 후 산에 가는 걸 극도로 꺼린다는 것이었다.

“이걸로 결정할까요?”

신 주임이 물었다.

“그럽시다. 여기 당태스님한테 연락드리고 촬영 일정 잡읍시다. 태환아. 채널에 공지하고.”

“넵! 알겠습니다!”

태환이 고개를 끄덕이고 바로 모니터를 보았다.

쉴 틈 없이 바로 또 다음 퇴마에 돌입하는 것이었다.

* * *

토요일 오후.

경상북도 영덕으로 이동하는 고속도로.

차 안에서 현수는 신 주임과 당태스님이 통화한 녹음 내용을 다시 들어보고 있었다.

[옛날부터 그런 일이 있었던 건 아닙니다. 얼마 전부터예요. 기껏 해봐야 한 10년 됐을까. 밤마다 늑대 소리가 들려요. 그- 아시죠? 아우우우- 하는.]

[네, 네.]

[그래서 산악 뭐 거기에 신고해서 늑대를 찾아 달라 했는데 못 찾고 들개만 찾았더라고요. 그나마도 도망갔고요.]

[그런데 들개에 물려 죽은 사람이 나온 건가요?]

[실제로 사망사고가 난 건- 제 기억에 한 번이었고요. 그 뒤로는 죽은 사람이 부르네, 어디서 사람 목소리가 들리네, 이런 소문이 돌더라고요. 근데 그거 때문에 절에 방문하시는 분들도 올라오기 꺼리시니까 좀 그렇죠. 저희도 신경 쓰이고요.]

[아아. 그렇죠.]

[정말 늑대나 들개면 위험하실 수 있긴 한데 저희가 봤을 땐 그게 문제가 아닌 것 같거든요.]

당태스님의 목소리는 시종일관 차분하고 부드러웠다.

현수는 녹음을 들으며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위치가 정확히 어디죠?]

[산이라서 위치를 말로 설명 드리기는 조금 어렵고요. 일단 저희 절로 오시면 안내해 드릴게요.]

[알겠습니다. 저희가 토요일 9시가 정규방송시간인데 그때 괜찮으신가요?]

[네, 네. 그럼요.]

현수는 차창 밖으로 보이는 산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이번에는 좀 색다를 거 같은데? 근데 재미있지는 않을 것 같아. ‘원한’이라는 게 사람만 갖는 게 아니니까.”

수정이 현수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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