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186화 (186/227)

186화

# 성망고등학교 (2)

토요일 밤.

학교 주차장에 주차를 하자 젊은 남자 선생이 성큼성큼 달려왔다.

현수 일행이 차에서 내려 장비를 챙기는 사이, 남자가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의뢰 드린 최동천이라고 합니다.”

“아! 선생님. 박현수입니다.”

현수가 동천과 악수를 나누었다.

“의뢰 수락해 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안 그래도 괴담 때문에 학생들이 캡틴님 불러야 하네, 마네 말들이 많았는데요. 사망사고까지 나서 의뢰 드리게 되었죠.”

“아. 그러시군요. 그래도 연세가 좀 있으신 선생님들께서는 싫어하셨을 것 같은데.”

“조금 그러긴 했는데 학생들이 하도 요구를 하니까 그냥 한 번 들어준 거죠.”

최동천이 눈을 찡끗하며 말했다.

“그럼 오늘은 선생님이 안내를 해주시는 건가요?”

현수가 솔트샷건과 신칼을 챙기며 물었다.

“네 그렇습니다.”

최동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몇 시죠?”

현수가 화진을 보며 물었다.

“9시 10분 전이요.”

화진의 대답에 현수가 세정에게 손짓했다.

“방송 시작합시다.”

“네, 지금 켤게요.”

카메라를 세팅한 세정이 바로 손을 들었다.

“아 참. 저희 공지에 퇴마 장소를 미리 공지하지는 않는데 방송 중에 어딘지 밝혀질 수는 있거든요. 그 점은 괜찮으신가요?”

현수가 세정의 수신호를 보며 최동천에게 물었다.

“네. 교장선생님께서 크게 상관없다고 하셨습니다. 학생들 방해만 안 되면.”

그가 대답했다.

현수가 고개를 끄덕이자 세정이 바로 손가락을 폈다.

“들어갑니다. 셋, 둘, 하나, 큐!”

그녀의 큐사인과 함께 바로 생방송이 돌아갔다.

현수 방송만을 기다리던 수만 명의 시청자들이 우르르 밀려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캡틴 퇴마 박현수입니다. 안녕하세요!”

현수가 해맑게 인사를 하자 시청자들도 바로 화답을 해주었다.

- ㅎㅇㅎㅇㅎㅇㅎㅇㅎㅇㅎㅇㅎㅇㅎㅇㅎㅇㅎㅇㅎㅇ

- 기다렸습니당아아아다다아

- 맥주 사놓고 기다리고 있었음ㅋㅋㅋㅋㅋㅋㅋ

- 안녕하세요!!

- 안녕캡!

“오늘은 강원도 영월에 위치한 고등학교에 방문했습니다. 학교 측에서 교명이 노출 되어도 상관없다고 하셨지만 늘 말씀드리듯, 무단으로 방문하시면 안 됩니다. 학교 측에 피해를 주는 그 어떤 방문도 하시면 안 돼요!”

현수가 카메라를 보며 신신당부하듯 말했다.

시청자들은 알겠다는 대답들을 올렸다.

하지만 이중에도 결국 이 학교에 찾아오는 사람은 있을 것이었다.

“오늘 게스트는 이 학교의 선생님이신 최동천 선생님이십니다.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최동천이 꾸벅 인사를 했다.

“그리고 우리 고스트 크루 고정 멤버죠! 캠핑님과 태환님도 함께 하십니다.”

현수의 이어진 인사에 화진과 태환도 손을 흔들어 보였다.

“오늘 이 학교에 온 이유는요, 바로 여기 계신 최동천 선생님께서 의뢰를 해주셔서인데요. 한 번 자세히 말씀해주시겠어요?”

현수가 최동천에게 말했다.

그러자 그는 카메라와 현수를 번갈아 보며 메일에 썼던 사연을 구어체로 풀어나갔다.

아무래도 교사라 그런지 기승전결이 딱 떨어지게, 깔끔하게 정리를 해주었다.

사연을 들은 시청자들은 굉장히 기대가 되는지 채팅을 쳐 올렸다.

- 오늘 왠지 겁내 재밌을 거 같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원초적인 공포로 돌아간 느낌이다.

- 맞아 맞아 한동안 악귀하고만 싸우는 느낌이었는데.

- 이런 것도 재밌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또 악귀 있을지도 몰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막 알고 보니 이 학교가 예전에 정신병원이었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ㅈㄴ 뻔햌ㅋㅋㅋ

최동천이 말하는 사이 채팅을 확인한 현수가 물었다.

“이 학교가 1967년에 개교했다고 하셨죠? 혹시 이 건물이 예전에는 다른 건물이었나요? 공동묘지에 지었다든가.”

“아뇨. 뭐, 어떤 부지에 건물을 지었는지까지는 몰라도 개교할 때 신축한 건물입니다. 그 뒤로 보강 공사나 별관, 체육관, 급식실 공사 정도는 했고요.”

“그럼 저희 방송에 나왔던 것처럼 건물 자체에 악령이 깃들거나- 할 여지는 없는 거네요?”

“네. 제가 알기론 그렇습니다. 그렇게 학생들한테 가르치기도 하고요.”

최동천이 말했다.

현수는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여러분. 확실히 이번에는 귀신을 찾아내고 어떤 귀신이 있는지, 혹시 무슨 한이 있는지 알아내는 것이 가장 먼저일 것 같습니다. 그러면 함께 가시죠.”

현수가 따라오라는 손짓을 했다.

이어 일행들이 주차장에서 학교 본관 건물 쪽으로 걸어갔다.

세정은 이들의 뒤를 촬영하며 학교 구조물들을 한 번씩 비춰주었다.

- 영월에 있는 ㅅㅁ고네요.

- 사망고????ㅋㅋㅋㅋㅋ

- ㄴㄴㄴㄴ

- 교명 직접 말하지 않기. 알아도 말하지 않기. 방 룰 지켜주세요.

벌써 몇 시청자들은 어느 학교인지 눈치를 챈 모양이었다.

“지금은 아무도 없을 시간이라 중앙 현관에만 불을 켜고 있습니다.”

최동천이 본관 중앙의 가장 큰 유리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느 학교처럼 성망고등학교도 양쪽에 문이 있고 중앙에 가장 큰 현관이 있는 구조였다.

“본관에 거의 모든 게 다 있고 별관에는 체육관 겸 강당하고 식당만 있습니다.”

최동천이 운동장 한쪽에 자리한 별관을 가리키며 말했다.

현수는 본관 건물을 슥 올려보았다.

넝쿨이 무서울 정도로 진하고 두껍게 뒤덮은 것이 굉장히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확실히 50년 이상 된 학교다운 모습이었다.

“학생들 야간 자율학습은 몇 시까지 하나요?”

“9시까지는 필수고요. 희망 학생에 따라서 11시까지도 합니다.”

“늦게까지 하네요.”

“네. 여긴 아무래도 근처에 학원이 별로 없다보니 공부 하려는 학생들은 늦게까지 학교에 있으려고 하죠.”

“선생님들은요?”

“학년 당, 두 명씩 교대로 감독을 합니다.”

“그렇군요. 선생님들도 힘드시겠어요.”

“일인데요, 뭐.”

최동천이 웃으며 대답했다.

현수는 자신이 고등학생이었던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첫 번째 미스터리가 초상화였죠? 혹시 그 미스터리에 순서는 직접 정하신 건가요?”

“아뇨. 옛날부터 정해져 있던 순서였습니다.”

최동천이 대답했다.

“선생님이 이 학교 학생이셨을 때부터요?”

“네. 왜, 언제부터 그랬는지는 모르겠네요.”

보통 이런 괴담들이 그러했다.

누가, 언제, 왜, 어떻게 이런 괴담을 퍼뜨렸는지 기록된 경우는 거의 없었다.

대부분 학생들을 통해 구전으로 퍼졌고, 간혹 어딘가의 낙서나 교사들의 장난으로 인해 생겨나기도 했다.

그래서 이런 괴담의 특징 중 하나는 그 기원이 생각보다 최근일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즉, 아주 최근에 생겨난 괴담이다 하더라도 누군가 ‘~그랬다더라~’라는 식으로 이야기 하면 오래된 괴담처럼 소문이 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성망고등학교 괴담의 경우에는 현재 교사인 최동천이 십수 년 전, 학생일 때부터 돌던 괴담을 기억하고 있고 그 순서 또한 지금까지 똑같이 내려오고 있다는 점에서 제법 신기한 현상이었다.

“요새도 학생들이 귀신을 보는 경우가 있나요?”

“네. 특히 말씀드린 그 세 지점에서는 종종 목격담이 나옵니다. 귀신을 봤다기 보다는 뭐랄까- 괴현상이라고 해야 하나.”

“그렇군요. 어떤 현상이었나요?”

현수가 물었다.

그 사이, 일행은 중앙현관 문을 열고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그 순간이었다.

퉁-

둔탁한 소리와 함께 중앙현관 불이 꺼졌다.

현수 일행이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섰다.

- 아 깜짝이야!

- 뭐임????

- 갑자기 불 꺼짐.

- 뭐예요???

- 누가 끔???

- 혼자 꺼짐

시청자들도 무척 놀란 모양이었다.

“어? 왜 이러지?”

최동천이 스위치로 가 동작을 해보았다.

딸깍 딸깍

하지만 스위치는 작동하지 않았다.

현수는 손전등을 켠 뒤 천장의 형광등을 비춰보았다.

특별하게 문제가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귀신인가요?”

최동천이 물었다.

“음.”

현수의 눈에는 귀신의 흔적도, 이상한 소리도, 정체 모를 한기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직 귀신의 기운이 전혀 포착되지 않은 것이었다.

태환도 심령카메라를 이용해 이곳저곳을 촬영해 보았지만 다른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현수 방송을 오랫동안 봐온 시청자들도 심령카메라 화면과 현수 반응을 보고, 아직 귀신의 흔적이 없다는 걸 눈치챘을 정도였다.

- 아직 뭐 없어 보이는데.

- 뭐 안 보였어요.

- 그쳐 제가 놓친 줄

채팅이 올라오는 사이, 현수가 스위치 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유심히 스위치 주변을 만져보았다.

‘차갑다.’

다른 벽에 비해 스위치 주변만 유독 더 차가운 느낌이었다.

물론 콘크리트 건물이라 차가운 느낌은 항상 품고 있지만, 그보다도 차가웠다.

순간 스위치 주변으로 하얀 자국이 살짝 올라왔다 사라졌다.

귀신의 흔적이었다.

“모두 손전등 켜주세요. 형광등 없이 가야겠네요.”

현수가 말했다.

그러자 일행 모두 손전등을 꺼내 켰다.

“아니면 저기 복도에 있는 두꺼비집이라도 한 번 확인을 해 볼까요?”

최동천이 물었다.

“아뇨. 그럴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현수가 앞장서서 계단으로 향하며 대답했다.

계단을 천천히 올라가며, 현수가 물었다.

“그 초상화 관련해서 학생들이 최근 겪었던 이상한 일은 뭔가요?”

“아. 가장 꼭대기 층은 고3 학생들이 사용하는데요. 여학생 중 한 명이 야자 시간에 몰래 도망가다가 겪었던 일이었습니다. 그땐 제가 감독이었어서 저도 그 학생을 직접 봤었어요.”

최동천이 이야기를 이어갔다.

*

“야자 째게?”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는 와중에 한 여학생이 주변 눈치를 보며 가방을 싸고 있었다.

“지금 정구 오빠가 밖으로 나오래. 만약 쌤들이 나 찾으면 화장실 갔다고 해.”

“야. 오늘 감독 똥쇠잖아. 걸리면 죽어.”

“X발. 똥쇠 그 인간 중앙계단으로 안 다니잖아. 거기로 가면 돼.”

“야. 거기는-”

“-빨리 뛰어가면 돼.”

그녀는 친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가방을 바리바리 싸들고 복도로 나왔다.

그러고는 감독 교사가 있는지 주변을 몰래 살피다 계단을 향해 달렸다.

그러면서도 소리가 나지 않게 굉장히 조심스러워 하는 뜀박질이었다.

중앙계단에 온 학생은 바로 두 칸씩 계단을 내려갔다.

그렇게 초상화를 지내는 순간, 학생이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야!”

누군가 부르는 여자 목소리에 깜짝 놀란 여학생이 멈칫했다.

분명 확실히 들었다.

하지만 인기척도, 발자국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순간 얼어붙은 여학생은 주저하듯 다리를 옴짝거렸다.

“야!”

다시 한번 들렸다.

분명 아주 똑똑히 고막을 두드리는 소리였다.

여학생은 인상을 찌푸리며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휙 돌렸다.

그러자 눈에 보인 건 추상화처럼 기괴하게 그려진 한 여자의 초상화였다.

이목구비와 헤어스타일이 꽤나 명확하게 그려져 있었지만 그림만 봐서는 누군지 알 도리가 없는 타입의 그림이었다.

여학생이 고개를 갸웃하는 순간 그림 속 여자의 눈동자가 여학생을 향해 휙 돌아갔다.

“꺄아아아아아악!”

여학생이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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