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화
# 의정부 자취방 (2)
- 헐???????
- 저기 의정부구나.
- 아 나 의정부역 근처에 사는데 최근 그런 소식 듣긴 했음. 사람 두 명이나 연달아 죽은 집 나왔다고.
- 아 ㄹㅇ????
- 오늘도 꾸르잼 각인데.
현수가 설명하는 사이 시청자 2만 명이 넘어섰다.
늘 야외방송을 하던 시간대에 오픈을 한 만큼 빠르게 유입이 되고 있었다.
역시 초반 화력은 역시 국내 시청자들이 제일 좋았다.
“공인중개사 분께서 제 방송을 하시는지 퇴마를 해달라고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방고리님 집부터 한 번 확인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현수가 웃으며 말했다.
- 진짜 어지간한가보다.
- 공인중개사가 저럴 정도면 거기 때문에 그 주변 분위기가 다 안 좋아진 거임.
- 그래 그 쯤 되면 숨기는 거보다 이렇게 정면돌파가 낫지.
채팅이 빠르게 올라갔다.
현수와 세정은 채팅을 확인한 후 바로 동료들에게 손짓을 했다.
“장비 챙깁시다.”
현수는 언제나처럼 힙색에 EMF 탐지기가 결속된 솔트샷건을.
화진은 부적이 칭칭 감긴 부적 봉을.
세정과 태환은 각각 촬영 장비들을 바리바리 두른 모습이었다.
현수는 가방에서 장비들을 챙기다 아크로스 봉안당에서 꺼냈던 신칼을 다시 태환에게 돌려주었다.
“이거. 효과가 없는 귀신도 있는 것 같으니까 참고해.”
현수의 말에 태환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기 허리에 신칼을 꽂아 넣었다.
“자. 들어갑시다.”
현수가 따라오라는 손짓을 하며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
304호.
방고리 집 앞에 선 일행은 서로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세정은 이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었다.
스으으으으-
닫혀 있는 현관문 밑으로 회색 연기가 장판처럼 깔리듯 새어나왔다.
안에 악귀의 기운이 가득한 것이었다.
“다들 준비 됐죠?”
현수가 일행과 카메라를 한 번씩 본 후 물었다.
그리고는 키패드를 열어 비밀번호를 눌렀다.
철컥
잠금장치가 풀렸다.
화아아악
문을 열자 겨울철 창문을 열어놓은 집처럼 차가운 공기가 느껴졌다.
현수는 이것이 귀신의 기운이라는 걸 대번에 눈치 챘다.
그리고 동시에 느껴지는 지독한 악취.
악귀의 흔적이라는 것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확실히 방은 거의 방치 상태였다.
딸깍 딸깍
스위치를 켜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일행은 각자 손전등을 켜고 주변을 비췄다.
가구들은 모두 빠졌지만 장판과 벽지에는 곰팡이가 피어나 있었다.
그리고 아직 버리지 않은 폐기물들이 노란 봉투에 담겨 있었다.
현수는 그대로 현관을 지나 방 안으로 들어갔다.
“장판하고 벽지- 이거 다 새 거 같은데 벌써 곰팡이가 피었네요.”
현수가 벽을 만지며 말했다.
차가우면서도 습기 가득한 촉감이 느껴졌다.
세정은 일행과 벽지를 번갈아 촬영했다.
“이렇게 곰팡이가 잘 스는 곳은 음기가 강한 곳이라고 했어요. 그림자 지고, 습하고. 이런 곳에서는 몸에 병도 잘 난다고 하고요.”
태환이 심령카메라로 주변을 비췄다.
그러던 중, 벽에 난 곰팡이가 사람 형상인 줄 알고 잠시 화면을 멈췄다가 돌리기도 하였다.
“분명 귀신의 기운이 느껴지기는 합니다만- 보이지는 않네요.”
현수가 EMF 탐지기의 불빛을 보며 말했다.
“만약 방고리 님이 원한을 갖는다면 무슨 원한이 있을까요?”
화진이 물었다.
현수는 벽지와 바닥을 꼼꼼히 살피며 대답했다.
“뭐- 억울하겠죠. 사실 범죄도 자기가 일으킨 게 아니라 자기 안에 깃든 악귀가 벌인 일인데. 사회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그게 감형 이유가 되지는 않으니까요. 증거도 없고.”
현수가 대답했다.
“음. 그렇죠.”
화진이 대답하는 사이, 세정은 일행들의 뒤를 쫓으면서 쭉 촬영을 이어갔다.
“어, 잠깐만요.”
태환이 미간을 찌푸리며 걸음을 멈췄다.
“왜?”
현수가 돌아보자 태환이 스마트폰 화면을 보여주었다.
“앱이 멈췄어요. 핸드폰 좀 껐다 켜볼게요.”
심령카메라 앱에 에러가 난 것이었다.
현수는 고개를 끄덕인 후 방과 화장실, 주방을 수색했다.
그때 갑자기 시청자들의 채팅이 폭발적으로 올라왔다.
- 어????????
- 어어어어어어어어
- 저기저기저기저기저기저기저기저기!!!!
- 캡틴님! 지금 인원 수 체크 해봐요!
- 거기 지금 몇 명 있는 거임?
- 누구 같이 왔나?????
- 캡틴, 캠핑, 태환하고 매니저 말고 또 누구 있나????
- 어라??????
채팅을 본 세정이 걸음을 멈췄다.
“음?”
뭔가 의아하다는 생각에 촬영 카메라로 일행들을 한 명 한 명 따로 잡아보았다.
방을 수색하고 있는 일행의 뒷모습.
현수.
화진.
태환.
그리고 화장실 입구 쪽에 있는, 익숙한 또 하나의 뒷모습.
늘 카메라를 들고 일행의 뒷모습을 촬영하던 세정은 그 뒷모습이 누군지 알 수 있었다.
방고리.
세정이 눈을 크게 뜨고 촬영 카메라 너머 앞을 보았다.
화장실 앞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세정이 다시 촬영 카메라를 보는 순간, 회색빛 얼굴이 카메라 앞에 떡 하니 다가와 있었다.
“꺄악!”
깜짝 놀란 세정이 그대로 주저앉으며 카메라를 놓쳤다.
- 방금 뭐였음?????
- 누구 얼굴이었어요???
- 겁나 회색이었는데?????
- 방고리다!!!!
- 방고리 얼굴이에요!!
- 10초 전 돌려보셈.
- 방고리다!!!
채팅창에선 난리가 났다.
심령카메라도 아닌, 일반 촬영 카메라에서 귀신의 모습이 정확히 잡히기는 처음이었다.
깜짝 놀란 일행이 세정에게 달려와 그녀를 챙겨주었다.
“뭐예요?”
화진이 묻자 세정은 눈을 질끈 감은 채 촬영 카메라를 가리켰다.
현수가 카메라를 들어 주변을 비춰보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 방고리 얼굴 나타났어요.
- 방고리!
- 방고리 나옴
- 방고리 방고리
하지만 시청자들도 분명 본 모양이었다.
“아, 됐어요.”
그 사이 핸드폰 재부팅을 마친 태환이 심령카메라를 켰다.
하지만 심령카메라로도 방고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죠?”
화진이 뒷걸음질 치며 물었다.
그 사이, 현수는 개인 계정으로 너튜브에 들어가 현재 방송 중인 화면을 확인해 보았다.
그리고 생방송으로 녹화가 된 영상을 직접 확인해 보았다.
심령카메라가 꺼진 사이 촬영 카메라로 보인 일행들의 뒷모습.
그중에는 현수가 보기에도 낯익은 뒷모습이 있었다.
방고리의 뒷모습이었다.
그리고 카메라 앞으로 얼굴을 들이대는 방고리.
그 모습과 앵글도 초창기, 방고리와 퇴마 방송을 나갔을 때 보였던 모습이었다.
“설마.”
현수가 미간을 찌푸렸다.
어쩌면 방고리는 지금 이 순간, 현수 일행과 함께 ‘퇴마 방송’을 촬영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그가 가진 원한.
억울함.
사실 이건 현수가 풀어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하지만 방고리가 가장 즐거워했었던 때가 퇴마 방송할 때인 만큼 그는 이 방송 자체를 그리워했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 남아 계속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건 문제가 있었다.
급사에 자살사고까지.
지금 방고리가 이곳에서 하는 짓은 막아야 했다.
“방고리 님. 지금 제 말 들리시나요?”
현수가 방 안에서 크게 물었다.
가구가 없어서인지 그 소리는 을씨년스럽게 메아리쳤다.
“방고리 님.”
현수가 다시 물었다.
하지만 차가운 공기만 느껴질 뿐 아무 대답도 들리지 않았다.
현수는 잠시 고민하다 고스트사운드를 설치했다.
“갑자기 고스트사운드는 왜 설치하시는 거죠?”
세정이 물었다.
“방금 영상을 봐도 지금 이곳에 서린 귀신이 방고리 님이라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그런데 불러도 대답이 없으시니 억지로라도 소통을 해 보려고 합니다.”
현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고스트사운드로 될까요?”
화진이 물었다.
“봉안당에서 하날하날 님의 목소리를 캐치하는 것도 성공했잖아요. 한 번 해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수가 대답한 후 전원을 켰다.
그러자 고스트사운드에서는 ‘꾸우우우우웅’하는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
현수 일행은 귀를 쫑긋 세우고 소리에 집중해 보았다.
[우우우우웅- 살려줘. 죽고 싶지 않아요. 죽고 싶지 않아. 내가 왜 죽어야 해요. 꾸우우웅-]
동굴 속에서 나는 괴상한 울음과 함께 방고리의 음성이 들려왔다.
화진과 태환, 세정은 소름이 쫙 끼치는 것을 느꼈다.
이렇게 선명하게 방고리의 목소리를 들으니 엄청나게 공포스러웠다.
그건 현수도 마찬가지였다.
하날하날의 음성이 담길 때만 해도 긴가민가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방고리의 음성은 분명하게, 방고리가 방송을 할 때 말하는 바로 그 목소리였다.
[죽고 싶지 않아. 죽고 싶지 않아.]
목소리는 점점 더 선명하게 들렸다.
- 녹음인가???
- 저런 게 어딨음ㅋㅋㅋㅋ 녹음한 거 튼 거지. 저거 오디오임. 사실ㅋㅋㅋㅋ
- 인터넷 검색하면 저거 팔아요. 오디오 아님.
- 품절 되어 있다고 해서 못 삼.
- 상품 설명 이미지는 분명 오디오 기능 없음.
- 진짜 방고리 목소리에요. 진짜.
- 방고리 목소리 맞음.
현수가 침착하게 말했다.
“방고리 님 맞나요?”
그러자 고스트사운드에서 응답이 들렸다.
[20XX년 X월 XX일 방송 시작. X월 XX일생. 미드나잇 게임에서 우리 처음 보고-]
방고리의 대답이 분명했다.
현수는 카메라와 고스트사운드를 번갈아보며 물었다.
“어떻게 세상을 떠나셨는지 기억나시나요?”
[아뇨. 안 납니다. 꾸우우우우우웅-]
동굴 소리가 점점 더 짙어졌다.
동시에 일행들의 입에서 입김도 더 짙게 피어났다.
순간 더 추워지는 것이었다.
그만큼 방고리의 한이 더 강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공격성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저 강렬한 슬픔만이 전달될 뿐이었다.
- 어떻게 죽었는지 기억이 안남?????
- 아 좀 불쌍하다.
- 백룸에서 죽을 땐 진짜 노답이다 생각했는데... 기억이 없었구나.
- 완전히 빙의가 됐던 건가 보네.
시청자들도 방고리에 대해 측은지심을 느끼고 있었다.
“왜 사람들을 놀라게 했나요?”
현수가 물었다.
[꾸우우우웅- 내 집에 들어오니까요.]
방고리가 대답했다.
자신이 어떻게, 왜 죽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귀신이 되어 집에 오니 혼란을 겪은 모양이었다.
현수는 한숨을 길게 내뱉고는 태환에게 고개를 돌렸다.
“태환아. 어머님께 전화드려도 되지?”
현수의 질문에 태환이 고개를 끄덕였다.
*
방고리에 대한 건은 악귀를 퇴치하듯 격렬한 방식을 택하기보다는 무당을 불러 천도재를 지내는 방향으로 결정을 했다.
물론 방고리 때문에 사람이 죽었다는 건 큰 문제가 있었다.
악귀에 쓰여 사람을 죽이고, 급기야 정신까지 놓은 채로 현수를 죽이려 했지만 그 어떤 이유가 있더라도 방고리 양수찬이 가지게 된 ‘영혼의 오점’은 해소되지 않을 것이었다.
그리고 그 때문에 공실이 된 이 자취방에서 죽은 영혼들도 달래줘야 했다.
여기서 현수가 방고리에게 소금과 팥을 뿌린다고 억울하게 죽은 다른 영혼들을 달래줄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현수가 결정한 방법은 천도재였다.
현수는 방송이 켜져 있는 상태에서 태환의 모친에게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