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181화 (181/227)

181화

# 방성 봉안당 (6)

현재 시청자 수 15만 명.

단 한 글자도 읽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올라가는 채팅.

그에 반해 침묵에 휩싸여 있는 현장.

거구의 남자와 현수, 화진이 대치해 있고 세정과 태환이 이 모습을 촬영하고 있었다.

“캐, 캐, 캡틴님 안녕하세요.”

남자가 나지막이 말했다.

“누구세요?”

현수가 물었다.

“저, 저, 저는 하날하날 팬클럽 회원인데요. 저, 저, 그냥, 저기 들렀다가.”

남자가 버벅거리며 눈알을 굴렸다.

당황한 건지, 장애가 있는 건지 말을 굉장히 더듬었다.

“지금 저쪽에 해놓은 거. 당신이 한 거예요?”

화진이 부적 봉을 들이밀며 물었다.

“아, 저, 아니, 네, 아니. 그, 그, 그, 그런데, 캡틴님, 하날하날하고 사귀었어요?”

남자가 더듬거리는 와중에도 현수에게 질문을 했다.

“뭐라고요?”

“사, 사, 사, 사귀었, 사귀었죠? 내, 내, 내가 다 알아!”

남자의 몸에서 회색 연기가 서서히 피어났다.

‘악귀가 들리고 있다.’

현수가 상황을 파악하자마자 갑자기 확 덤벼들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관리실에서 화진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철수 날짜가 정해진 후부터 위층에서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계속 들린다고. 절대 올라가지 말라고 하네요. 올라갔다가 직원 한 명이 정신줄을 놨다고.”

동시에 현수가 순간적으로 겪었던 ‘감정의 동화’도 떠올랐다.

악귀가 가지고 있는 분노와 원한이 저 남자의 내재된 분노와 뒤엉킨 모양이었다.

“뭐야!”

갑작스러운 공격에 솔트샷건을 놓쳤지만 주짓수와 유도로 남자를 엎어쳤다.

콰아아아앙-

거구가 돌로 된 선반에 부딪혔다가 바닥에 나뒹굴었다.

- 남자 망신 다 시키네.

- 저러니까 욕을 먹지.

- 고인한테 너무하는 거임.

- 경찰에 신고함. 도저히 못 봐주겠음.

.

.

.

현재 시청자 수는 20만 명대를 향해 쏜살같이 달렸다.

그 남자에 대한 욕들이 쏟아지는 동시에 경찰에 신고했다는 채팅까지 보였다.

세정은 빨리 상황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를 제압한 후 경찰이 오는 것과, 경찰이 와서 제안을 하는 것.

이 두 상황에 따라 시청자들의 여론이 확 갈리기 때문이었다.

전자일 경우에는 ‘퇴마 탐정’, ‘귀신 탐정’이라는 이미지를 조금 더 굳건히 할 수도 있었지만 후자일 경우에는 공권력에 민폐를 준 흉가 스트리머 정도로 보일 것이었다.

그러기에 신고가 들어갔다면 확실하게 상대를 제압해 놓는 편이 나았다.

“하, 하, 하날 님이 다, 당신 때문에!”

남자가 벌떡 일어나 현수에게 달려들었다.

덩치가 크고 근력이 좋아 꽤나 위협적이었지만 제대로 훈련을 받은 움직임은 아니었다.

현수가 가볍게 옆으로 피하자 남자는 혼자 고꾸라졌다.

꾸웅-

둔탁한 소리가 메아리쳤다.

“주, 주, 주, 주, 죽여 버릴 거야!”

남자가 다시 일어났다.

그의 몸에서 회색 연기가 더 가열하게 피어났다.

동시에 눈의 흰자위도 검게 변해갔다.

악귀에 완전히 쓰이고 있는 것이었다.

끼히히히히힛

끼기기기긱-

사방에서 괴상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사아아아아

찬바람이 일행 주변을 휩쓸었다.

흡사 경고를 하는 것 같았다.

크아아아아아!

남자가 확 달려들었다.

확실히 아까보다 더 격렬한 움직임이었다.

현수는 자세를 낮춰 피하면서 다리를 걸었다.

꽈아아앙-

남자가 다시 앞으로 고꾸라졌다.

현수는 힙색에서 밀짚 인형과 부적을 꺼내든 뒤 고꾸라진 남자 위에 올라탔다.

하지만 남자는 개의치 않고 현수를 안은 채 일어났다.

엄청난 힘이었다.

“끄어어어어!”

남자는 마치 레슬링을 하듯 현수를 바닥에 내리꽂았다.

강한 통증에 현수가 몸을 뒤틀었다.

그 사이 화진의 부적 봉이 남자의 등을 후려쳤다.

빠아악

데미지가 들어갔는지 남자가 헛구역질을 하며 검은 침을 흘렸다.

하지만 쓰러지지 않고 살기가 잔뜩 어린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 레이드 보스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레이듴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레이듴ㅋㅋㅋㅋ

- 캡틴 파티에는 탱커가 없넼ㅋㅋ 그러고 보니깤ㅋㅋㅋ

“다 죽어-!”

남자가 화진에게 달려들었다.

순간 현수가 허리에 꽂아 두었던 신칼을 뽑아 휘둘렀다.

땡-

그러자 신기한 현상이 일어났다.

신칼은 오랫동안 쓰였기 때문에 날이 무딘 감이 없잖아 있었다.

그래도 분명 강하게 휘두르면 신체 부위가 잘리지는 않을지언정 살이 찢기거나 베일 수 있는 정도였다.

하지만 남자의 몸에 닿은 신칼이 ‘땡’하는 소리와 함께 튕겨 나온 것이었다.

마치 칼로 금속을 때린 것 같았다.

되레 남자의 화만 돋운 셈이었다.

남자는 현수의 멱살을 잡아 들었다.

“크윽!”

숨이 막힌 현수가 몸부림을 쳤다.

그때였다.

태환이 바닥에 떨어졌던 솔트샷건을 들어 남자에게 쏘았다.

팡!

소금이 확 흩뿌려지며 남자가 옆으로 쓰러졌다.

- 악귀에 들려서 신칼이 안 먹나보네.

- 신칼에 있는 신통력보다 악귀가 더 센 거???

- 그런 거 같음

시청자들은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집중해 이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에 따라 시청자 수도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었다.

이제 해외 시청자들의 유입이 많아지는 추세였다.

우리나라는 낮이지만 해외에서는 밤, 새벽이다 보니 공포 콘텐츠의 유입량이 많았던 것이다.

캡틴 타워에서 실시간 영상에 자막을 달아주고 있었기 때문에 해외 시청자들 보기에도 어려움은 없었다.

캡틴 타워의 ‘중계소’가 제 역할을 해주는 순간이었다.

콜록 콜록 콜록

현수가 기침을 하며 태환에게 샷건을 돌려받았다.

“크아아아!”

남자는 대뜸 2층 계단을 향해 가열하게 달렸다.

쿵 쿵 쿵 쿵

꺄하하하하핫!

달리면서 기괴하게 웃는 소리가 온 봉안당 전체에 울려 퍼졌다.

“어, 어디가!”

현수가 바로 뒤를 쫓기 시작했다.

이어 화진과 태환, 세정도 쫓아갔다.

팡!

현수가 남자의 등에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촤악

소금에 맞은 남자가 앞으로 고꾸라지며 한 바퀴 두른 뒤 다시 일어나 달려갔다.

굉장히 어크로바틱한 움직임이었다.

“뭐야!”

현수가 인상을 쓰며 달렸다.

* * *

같은 시각.

방성 봉안당의 관리인 두 명이 이곳, 아크로스 봉안당으로 찾아왔다.

경찰이 방성 봉안당 관리실 쪽에 연락해 이곳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본 것이었다.

방성 봉안당 관리인들은 당연히 이곳에 대해 알고 있었고, 출입을 금지해 놓았었다.

이들은 잔뜩 짜증이 난 표정으로 손전등을 들고 안으로 들어섰다.

다다다다다다다

복도 곳곳에서 달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들은 어깨를 으쓱이며 주변을 보았다.

“저기요! 여기서 소란 피우시면 안 됩니다!”

“저기요-! 박현수 씨! 나오세요!”

관리인이 번갈아 소리쳤다.

나이가 50대쯤 되어 보이는 관리인은 경찰 신고로 안내받은 현수의 방송을 보고도 진짜라고 믿지 않는 눈치였다.

우당탕- 쿵탕-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관리인들은 한숨을 푹 내쉬며 위로 올라가자는 손짓을 했다.

*

다다다다다다다

2층까지 내려온 남자는 바로 1층 계단으로 달려갔다.

철컥 팡 철컥 팡 철컥 팡

현수가 솔트샷건을 계속 쏘았다.

그러자 남자는 공격 패턴을 익혔는지 중력을 무시하고 벽과 천장을 타며 피했다.

전형적인 악귀의 움직임이었다.

- 왘ㅋㅋㅋㅋ 저 덩치가 저렇게 이동하니까 진짜 무섭네.

- 귀신 갑툭튀하고는 또 다른 공포.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다 돼짘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실감이 나지 않는 광경이라, 판타지 영화를 감상하는 것 같은 채팅까지도 올라왔다.

그렇게 계속 추격전이 이어졌다.

아무래도 이곳에서 가장 강한 원한을 갖고 있던 악귀가 남자에게 붙은 모양이었다.

악귀가 남자에게 빙의가 된 후, 다른 귀신, 악귀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1층으로 향하는 계단에까지 도착한 남자와 일행.

남자가 계단에 몸을 던지려는 그 순간, 관리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2층으로 올라오던 것이었다.

“당신 누구야!”

관리인이 손전등을 비추며 소리쳤다.

“크아아악!”

동시에 남자가 갑자기 나타난 관리인을 덮치려 팔을 뻗었다.

“비키세요!”

현수가 뒤에서 소리치며 방아쇠를 당겼다.

팡!

다행히 이번에는 소금이 남자의 등에 적중했다.

관리인을 붙잡으려던 남자가 계단 아래로 고꾸라지며 나뒹굴었다.

두 관리인은 복도 양옆에 붙어 선 채 놀란 얼굴로 현수를 보았다.

꾸당탕- 꿍탕-

남자는 마치 풍선처럼 계단을 굴러 내려갔다.

현수와 화진, 태환, 세정은 관리인들을 두고 바로 1층으로 쫓아 내려갔다.

“저, 저기!”

이내 관리인들도 일행을 쫓아 다시 1층으로 내려왔다.

1층 로비 한 가운데 선 남자는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현수를 노려보았다.

씩 씩 씩

그는 기괴한 숨소리를 내고 있었다.

주륵

이어 코와 입에서 피를 흘렸다.

얼굴에 난 상처로 봐선 코와 이빨이 부러진 듯했다.

“주, 주, 주, 죽어. 끼힛! 죽어!”

남자가 키득키득 웃으며 말했다.

순간 보이는 입술 안쪽에는 피가 가득했다.

로비에 떨어져 있던 방울도 다시 요란하게 소리를 냈다.

딸랑 딸랑 딸랑 딸랑-

거대한 덩치와 힘.

강한 원한의 악귀.

아무래도 혼자의 힘으로 악귀를 끌어내기는 불가능해 보였다.

현수는 남자에게 눈을 떼지 않은 채 밀짚 인형과 부적을 태환에게 건넸다.

“태환아. 내가 남자를 붙잡으면 입에 팥 물리고, 부적 붙여. 그러면 내가 악귀를 끌어낼게. 그때 밀짚 인형을 갖다 대. 내가 하는 거 봤지?”

현수의 질문에 태환이 고개를 끄덕였다.

달각

현수가 솔트샷건을 바닥에 던져 놓았다.

몇 방 맞춰 봐도 악귀가 튀어나오지 않는 걸로 봐선 저 남자의 영혼과 파장이 굉장히 잘 맞는 악귀가 붙은 것 같았다.

괜히 소금으로 스트레스를 주기보다는 물리력으로 확실히 억압한 후 부적으로 퇴마하는 편이 낫겠다는 판단이었다.

현수가 자세를 낮추며 주짓수 기본자세를 취했다.

“죽어-!”

남자가 현수에게 달려들었다.

- 오오오오오오오 붙는닼ㅋㅋㅋㅋㅋ

- 아 오늘 ㅈㄴ 잼나넼ㅋㅋㅋㅋ

- 공포 액션이닼ㅋㅋㅋ

시청자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화악

남자는 역시나 불도저처럼 달려왔다.

현수가 살짝 옆으로 피하며 다리를 걸었다.

아까와 같은 방법이었다.

남자는 똑같은 방법에도 걸려들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현수가 그 위에 올라타자 남자는 몸부림을 쳤다.

엄청난 힘에 현수가 뒤로 나가 떨어졌다.

남자는 벌떡 일어나 현수의 멱살을 잡고 구석으로 내몰았다.

“큭!”

현수가 몸을 틀며 다시 한번 다리를 걸었다.

꽈앙!

남자가 앞으로 고꾸라지며 기둥에 머리를 박았다.

그러자 남자는 마치 거미처럼 기둥을 기어 올라가 천장에 매달렸다.

그 모습을 본 관리인들이 놀라 주저앉았다.

“저, 저, 저, 저!”

믿기지 못할 풍경이었다.

하지만 이미 그 모습을 봤던 현수는 더 이상 놀라지 않았다.

“합!”

현수가 뛰어 올라 거꾸로 매달린 남자의 어깨 옷자락을 붙잡았다.

“으아아압!”

그러고는 마치 덩크를 하듯, 떨어지며 강하게 내리찍었다.

콰아아아앙-

천장에 매달려 있던 남자가 바닥에 떨어졌다.

어찌나 강하게 떨어졌는지 건물이 무너지는 소리가 날 정도였다.

꺼르르르르륵-

남자의 입에 거품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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