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화
# 방성 봉안당 (4)
- 분위기 미쳤다.
- 개무서워
- 낮인데도 무섭다.
- 미쳤다 ㅅㅂ
- 지금 뭐 오는 거임?????
- 뭐 다가오는 거 같은데???
- 창문 뭐야? 창문???
시청자 중 누군가 창문을 보고는 채팅을 썼다.
“어?”
세정에 창문 쪽으로 카메라 포커스를 잡는 순간, 철렁 내려앉고 말았다.
사백안의 악귀가 창문 위에 거꾸로 매달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꺅!”
깜짝 놀란 세정이 짧게 비명을 질렀다.
“뭐야!”
현수와 태환, 화진이 재빨리 창문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 순간 거꾸로 매달려 있던 사백안의 악귀가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현수가 바로 다가가 확인해 보았지만 바닥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진짜 여기 너무 싫어요.”
세정이 심장을 진정시키며 나지막이 말했다.
“여기 귀신들. 이상하게 독한 거 같네요.”
화진이 덧붙였다.
현수는 혹시 그 이유가 자신 때문은 아닐지, 내심 걱정을 했다.
“일단 설치하던 건 마저 설치하겠습니다.”
현수가 고스트사운드를 마저 설치했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볼륨을 올렸다.
꾸우우우우우우웅-
동굴 안에서 들리는 듯한 중후한 귀신 소리와 함께, 스피커 안에서는 또 다른 소리가 새어 나왔다.
동시에 찬바람이 점점 더 거세게 몰아치며 관리실 안의 먼지들이 마구 피어올랐다.
콜록 콜록
일행들이 저마다 코를 막고 기침을 했다.
펄럭- 펄럭 펄럭-
책상에 놓여 있던 서류들이 바람에 마구 휘날렸다.
“나, 나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
세정이 관리실 출입문 쪽으로 몸을 돌렸다.
쾅!
순간 출입문이 강하게 닫혔다.
화진이 성큼 달려가 문을 열려 했지만 열리지 않았다.
덜컹 덜컹
화진이 더 세게 문고리를 돌려보았다.
하지만 거세게 흔들리기만 할 뿐이었다.
“아니- 지금 이게-”
세정이 문과 현수를 번갈아 촬영했다.
그 사이, 현수는 고스트사운드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에 집중을 하고 있었다.
[도와줘. 도와줘- 도와줘-]
선명한 한국어였다.
고스트사운드에서 이렇게 음성이 명확히 들리는 경우는 이례적이었다.
“여자 목소리?”
현수가 태환을 보며 물었다.
“하날하날 님 목소리인가요?”
태환이 되물었다.
대체 무슨 일인지 알 수 없었다.
“혹시 하날하날 님 영혼이 여기 갇혀있기라도 한 건가?”
현수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때 빠르게 올라오는 채팅 중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 현직 도서관 사서입니다. 신문 기록함 보면 옛날 신문 스캔해 놓은 거 있는데 거기에 저 봉안당 기록 남아 있습니다. 봉안당에 들어가는 사람들 수가 적어서 적자 나다가 정부에 팔려 했는데 안 돼서 방치하고 있대요. 저 토지 소유권이 개인으로 되어 있어서 건드리지 못한다고 하네요.
- 아사리판인 거넼ㅋㅋㅋ
- 한 마디로 뭔가 행정이 꼬여 있단 뜻인가??
- 버려진 납골당?? 아 봉안당이 표준어지?
- 아예 버려진 거?? 그럼 그 안에 있는 뼛가루들은 어떻게 된 거임????
- ㅅㅂ 우리나라에 저런 데가 있었어??
채팅을 본 세정이 현수에게 채팅창을 보여주었다.
이를 본 현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이곳에 ‘보통 원귀’들이 있는 게 아닐 것 같았다.
“부적들 더 챙기세요.”
현수가 말했다.
그러자 태환이 가방에서 부적들을 꺼내 일행에게 나눠주었다.
화아아아아아-
그 사이 찬바람도 계속 불어왔다.
한 마디로 화면 속 일행의 모습과 관리실 내부는 아수라장이었다.
[도와줘- 도와줘요-]
여성의 목소리는 조금씩 더 크게 들렸다.
이어서 문틈과 창문, 창틀에서 피가 주르륵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지독한 악취도 관리실 전체에 가득 찼다.
태환은 난장판이 된 관리실 내부를 다급하게 돌아보다 찬바람이 세차게 들어오고 있는 창문 쪽으로 달려갔다.
깨진 창문 밖에서 바람이 들어오는 것이었다.
그는 창문 옆에 액막이 부적을 척 붙여버렸다.
화아아아아- 아아아-
그러자 바람이 조금씩 잦아들었다.
태환은 관리실 내부를 뛰어다니며 곳곳에 부적을 붙였다.
확실히 관리실에 가득 찼던 기현상이 누그러졌다.
“여기 진실이 뭔지 알아봐야겠어요.”
이곳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감지한 현수가 고스트사운드 위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화진과 태환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
- 와 개꿀잼
- 쫄깃하구마이
- 존잼이에욬ㅋㅋㅋㅋㅋ
- 대낮 퇴마방송도 재밌다는 걸 증명하는 캡틴
현재 시청자 수는 3만 명.
급속도로 올라가고 있었다.
그에 따라 후원도 봇물처럼 줄지어 들어왔다.
잠시 상황이 정리된 관리실.
세정은 카메라로 관리실 내부를 슥 비추었다.
현수는 고스트카메라를 다시 정리한 후 주변 서류들을 더 뒤져보았다.
화진도 잠긴 출입문을 열려 키트를 꺼내 조작을 하고 있었다.
“시청자 분이 신문 기사 내용을 더 올려주셨어요.”
그때 세정이 현수에게 채팅창을 보여주었다.
“법적 분쟁이 있어서 유치권 행사를 뭐 오랫동안 했고……. 결론적으로는 이 건물에 대해서 누구도 책임지고 있지 않다는 얘기네요?”
현수가 채팅을 보며 말했다.
“네. 여기에 안치된 사람들도 유족들이 와서 납골함을 챙기지 않으면 그냥 그 자리에 방치가 됐다고 하더라고요.”
“맙소사.”
현수가 일행들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
“그런데 사실 뭐, 그런 케이스는 많지 않아요? 공동묘지에 가도 관리 안 돼서 잡초가 이만치 자란 무덤들 많잖아요. 솔직히 2대, 3대만 지나가도 방치되는데.”
화진이 덧붙였다.
“그건 그렇긴 하지만- 이렇게 버려진 폐건물에 뼛가루가 그대로 방치되어 있는 건 느낌이 좀 그렇긴 하네요. 더 버려진 느낌이랄까요.”
현수가 관리실 천장과 캐비닛을 슥 둘러보며 말했다.
“그래서 찬바람도 더 센 걸까요? 원한이 강해서?”
“그런 것 같아요. 그리고 만약 방금 고스트사운드에서 들려온 목소리가 하날하날 님이라면. 그리고 우릴 여기로 안내한 게 하날하날 님이라면 그 원귀들이 저쪽 봉안당의 영가들을 억누르고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현수가 턱을 만지며 말했다.
“그런 게 가능한가요?”
화진이 물었다.
그러자 태환이 대신 대답했다.
“가능하죠. 원귀든 악귀든 같은 부류라고 보는 경우도 많은데 어떤 거든 한이 강하면 다른 영가들을 묶을 수 있습니다. 아마 보신 적이 있을 거예요.”
태환의 말에 현수는 순간적으로 위즈소카 수용소를 비롯해 많은 죽음이 있었던 촬영 현장을 떠올렸다.
확실히 그런 곳은 악귀와 귀신이 서로 뒤엉켜 있는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악귀도 공격적인 악귀와 그냥 지켜보고만 있는 악귀로 나뉘어 있었다.
지금 이곳도 그런 곳과 마찬가지라는 의미였다.
- 그럼 지금 그 봉안당에 있는 악귀들이 저기 근처에 있을 영혼들을 다 구속하고 있다는 의미????
- 말만 들으면 그런 거 같은데??
- 다 그런 건 아닌 듯? 아까 야외 봉안당에서도 하얀 연기 보였음.
채팅을 확인하던 현수가 카메라를 보며 멘트를 이어갔다.
“여러분 말씀에 동의합니다. 악귀가 저쪽 봉안당의 영가들을 구속한 건 맞는데 모두 다 그런 건 아닌 것 같아요. 저도 봉안당 들어설 때부터 귀신들을 봤거든요.”
“그럼 어쨌든 하날하날 님은 여기 구속 되었을 가능성이 큰 거네요?”
화진이 물었다.
“고스트사운드와 우리를 안내한 귀신의 흔적이 하날하날 님이라면요.”
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날하날 님 영혼도 꽤나 단련이 됐을 텐데 그런 영혼이 여기 구속이 됐다면- 여기 악귀들 원한이 보통이 아닌 거네요.”
태환이 말했다.
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 같아. 지금까지 우리가 어디 현장 다니면서 찬바람이 이렇게 세게, 그것도 오래 불어친 적이 있었니.”
현수의 말에 태환은 잠시 고민을 하다 자기 가방을 뒤적거렸다.
그러더니 흉측한 모습의 칼을 한 자루 꺼내 들었다.
무당들이 굿을 할 때 쓰는 신칼이었다.
- 옼ㅋㅋㅋㅋㅋㅋ 태환쿤 아이템 업그레이드???
- 레인저에 봉술에 이어서 이제 검사도 나온 건갘ㅋㅋㅋㅋㅋㅋㅋ
- 검 길이 봐선 암살자 아님??ㅋㅋㅋㅋ
시청자들은 신칼에 즉각적인 반응을 보여주었다.
날 길이는 대략 20cm 정도, 손잡이는 10cm 정도 되는 길이였다.
보통 굿을 할때에는 두 자루를 들고 있지만 태환은 한 자루만 꺼냈다.
현수와 화진이 빤히 보고 있자 태환이 어깨를 으쓱였다.
“엄마가 위험한 상황이 올 것 같으면 꺼내 쓰라고 빌려주셨어요. 방고리 사건 이후로요.”
그는 신칼을 카메라에 보여주었다.
신칼은 보통 부정과 액을 제거하기 위한 굿을 할 때 쓰이는 무구였다.
물론 지역에 따라서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날카로운 것을 쥔다는 의미에서 ‘공격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이었다.
“괜찮은 거야?”
현수가 묻자 태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사용법 배웠어요.”
태환이 대답했다.
“괜히 그거 가지고 있다가 다치면 안 돼. 그 칼은 나한테 맡겨.”
현수가 신칼을 뺏었다.
태환이 미간을 찌푸리자 현수는 손사래를 쳤다.
“네 어머님께도 약속했어. 널 위험하게 하지 않겠다고. 넌 심령카메라로 촬영이나 잘해.”
현수의 말에 태환은 입을 씰룩이며 심령카메라를 확인했다.
이어 현수는 EMF 탐지기를 꺼내 솔트샷건에 결속했다.
조준을 하면서도 주변의 심령현상을 빠르게 캐치하려는 것이었다.
그 모습은 마치 특수부대원 같았다.
현수는 비장한 표정으로 일행을 쭉 둘러보았다.
“다들 준비 됐죠?”
현수가 카메라와 일행들을 쭉 둘러보았다.
다들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밖으로 나가보겠습니다.”
현수는 멘트를 마치자마자 바로 출입문으로 향했다.
“그 문 잠겼어요. 락킷으로도 안 열리던데.”
화진이 말했다.
하지만 현수는 고민하지 않고 문 앞에 다가가 문고리를 돌렸다.
철컥
그러자 문이 열렸다.
화진이 놀란 표정을 지어보였다.
역시 그저 귀신의 ‘장난질’, 혹은 ‘시위’일 뿐이었던 것이다.
문이 열리자마자 EMF 탐지기 불빛이 4개, 5개, 마구 깜빡였다.
아주 강한 심령현상이 발현하고 있는 것이었다.
반면 바닥에 떨어져 계속 울어대던 방울은 문이 열림과 동시에 소리를 멈췄다.
현수 일행은 조심스럽게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으로 걸음을 옮겼다.
꺄아아아아아아-
순간 계단 쪽에서 회색 악귀가 좀비처럼 팔을 뻗은 채 달려들었다.
철컥- 팡-
현수의 사격에 악귀가 뒤로 날아갔다.
쩌저저저저적-
일격이 끝나자마자 사방에서 사백안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벽과 바닥 할 것 없이 눈이 드러난 것이다.
이내 눈에서는 피가 주르륵 흘러 내렸다.
동시에 지독한 악취가 마구 풍겼다.
“우욱!”
화진이 역한 듯 입을 틀어막았다.
지금까지 악귀의 냄새를 많이 맡아왔지만 이곳에서의 냄새는 달랐다.
마치 시체 썩는 냄새와도 같았다.
솔트샷건에 달린 EMF 탐지기도 다섯 개 불빛 모두 켜졌다.
화아아아악
강한 한기에 옆을 보자 바로 코앞에까지 악귀가 다가와 있었다.
빠아아악
화진이 기다렸다는 듯 현수의 얼굴 옆으로 부적 봉을 찔러 넣었다.
그러자 현수에게 달려들던 악귀의 목이 떨어져 나갔다.
이어 수십 명의 악귀들이 모습을 드러내 현수에게 달려들었다.
“이상하게 악귀들이 캡틴님한테 몰리는 것 같은데요.”
화진이 물었다.
“제가 지금 죄책감이 커서 그럴 겁니다.”
현수가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