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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174화 (174/227)

174화

# 아수라 솔루션 (5)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씩 이동을 하다 지하3층으로 내려가는 계단 앞에 섰다.

그곳에서는 찬 공기가 한층 더 강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기운은 처음 느꼈던 것과 다르게 원귀, 악귀의 한기와 비슷했다.

확실히 원한의 강도가 점점 더 강해지고 있는 것이었다.

“혹시 모르니 대비는 해둡시다.”

현수가 말했다.

그러자 화진은 부적 봉을 들었다.

“나는 뭐 없어요?”

신도알이 양손을 펴 보이며 물었다.

“특수부대 출신이라고 하셨죠?”

현수가 물었다.

신도알이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고민하던 현수는 신도알에게 솔트샷건을 건네주었다.

“일반 샷건 사용하시듯 쓰시면 돼요.”

그의 말에 신도알은 능숙하게 솔트샷건을 다루었다.

비록 장난감 같은 물건이었지만 그의 손에 있으니 실총을 다루는 것처럼 보였다.

“형님은요?”

태환이 묻자 현수는 자신의 몸에 두르고 있는 스프링텐션 수류탄을 보여주었다.

“내려가자.”

현수가 앞장서서 계단을 내려갔다.

이어 일행들이 그의 뒤를 따랐다.

- 긴장감 오진다.

- 그러게. 다른 해외 촬영 때보다 훨씬 안전한 곳 같은 분위기인데 왜 더 무섭지?

- 신도알 분위기 좀 친다.

- ㄹㅇ

- 배경도 그렇고 FPS 게임 트레일러 같음.

- 4인팟ㅋㅋㅋㅋㅋㅋㅋㅋㅋ

확실히 신도알이 솔트샷건을 들고 주변 경계를 하며 이동을 하니 그 모습이 실제 군인들의 CQB 같은 모습으로 전달이 되었다.

가벼운 농담으로 툭툭 분위기를 살리던 것과는 사뭇 대조되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이동을 하면서도 현수는 오디오가 비지 않게 이도원과 낮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박광석, 그 분은 어떤 분이었나요? 성격이나- 뭐 그런.”

현수는 그가 했던 말을 떠올리며 물었다.

“말이 없는 친구였어요. 술 한잔 하면 이런저런 이야기를 잘 하긴 했는데 회사에서는 그렇게 수다스러운 편은 아니었죠.”

“능력이 좋았다고요?”

“네. 컴퓨터나 프로그램 관련한 건 척척박사 수준이었어요. 회사 실적에도 큰 도움이 됐죠.”

이도원이 말했다.

‘확실히 박광석에 대해 잘 알고 있네.’

현수는 그가 박광석과 제법 친한 직장 동료였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었다.

지하4층에 도착하자 에어컨을 튼 것 같은 찬바람이 휘몰아쳤다.

하지만 그 모습은 다른 층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현수 일행이 서버 컴퓨터 가운데로 향하려 걸음을 떼는 순간, 뒤에서 말소리가 들렸다.

“어디 소속이세요? 서버 보러 오셨어요?”

차가운 공기와 함께 들리는 말소리.

현수를 비롯한 일행 모두는 이도원이 이야기 했던 ‘서버실 규칙’을 떠올렸다.

퇴근 시간 이후에는 혼자 가지 말 것.

말을 걸어와도 대답하지 말 것.

이도원을 비롯한 현수 일행 모두 앞만 본 채 걸음을 멈추었다.

“저기요. 서버 보러 오셨냐고요.”

다시 말이 들렸다.

모든 일행이 앞을 보는 가운데 현수 혼자만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계단에서 가까운 서버 콘솔 앞에 하얀 형체가 서있는 것이 보였다.

현수는 스프링텐션 수류탄에 손을 살짝 갖다 대며 천천히 입을 뗐다.

“박광석 씨 맞나요?”

현수가 물었다.

이에 일행들 모두 자세를 낮췄다.

갑작스런 공격에 대비하려는 것이었다.

태환과 세정은 뒤를 돌아보지 않은 채 현수만 촬영하고 있었다.

현수는 이들에게 뒤를 돌아보지 말라고 눈짓했다.

“박광석 씨?

현수가 다시 물었다.

그러자 서버 콘솔 앞에 서있던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현수는 또 한 번 소름이 끼치고 말았다.

귀신의 모습으로 서있는 박광석은 눈과 입에서 검은 거품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그도 모자라 새하얗게 질려있는 피부는 마치 점액질처럼 변해 징그럽게 흘러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더욱 기괴한 것은 살점이 늘어지고 있는데도 뼈가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마치 독한 약품에 생명체를 담가 놓았다가 들어 올린 것 같은 모습이기도 했다.

현수가 수류탄에서 손을 뗐다.

아주 강한 한에 둘러싸여 있지만 악귀의 기운은 아니었다.

되레 지박령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공격 자세를 취하고 있던 화진과 태환도 현수를 보며 무기를 내렸다.

“뭐가 그렇게 억울하셨어요?”

현수가 나지막이 물었다.

그러자 박광석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 굳게 닫은 입 안에서 음성이 들리기 시작했다.

다른 일행들에게는 들리지 않는 음성이었다.

“죽었을 당시에는 그냥 모든 게 억울했어요. 과로사였으니까요.”

“그럴 수 있죠.”

“그런데 지금은 생각이 조금 달라요.”

“네?”

그의 말에 현수는 무어라 반응할 수 없었다.

이미 이곳으로 들어올 때, 토요일 밤임에도 불구하고 밝게 켜져 있던 사무실들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이곳에는 격무로 죽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 원혼은 회사 건물 곳곳에 사무쳐 있고요. 더 이상 그런 일이 생기지 않게 만들고 싶습니다.”

“박광석 씨가 개인적으로 원하는 건 있나요?”

“아수라 솔루션 측에서 업무환경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제 부모님께 정식으로 사과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공론화되면 순차적으로 근무 환경도 개선이 되겠죠.”

박광석이 말했다.

하지만 현수는 박광석의 제안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과연 그런다고 뭐가 달라질까요?”

현수의 말에 박광석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래도 해야죠. 계속 목소리를 내야 조금씩 나아지죠.”

그의 말에 현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잠시 침묵 후, 현수가 이도원에게 고개를 돌렸다.

“팀장님. 요청사항이 있습니다.”

현수는 박광석이 자신에게 말한 것을 그대로 이도원에게 전해주었다.

그러자 이도원은 손사래를 치며 반박했다.

“아니, 사과할 게 없다니까요? 야근이나 특근이나, 본인들이 다 돈 받고 직접 나와서 일하는 건데 그게 어떻게 문제가 된답니까? 돈을 안 주고 일 시킨 거면 모를까!”

그가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채팅은 또 한 번 달아올랐다.

- 쓰레기ㅅㄲ...

- 얼마나 죽어야 사과할 거냐?????

- 나도 IT업계 종사자로서 솔찌 대신 사과 받고 싶다.

- 응원합니다.

- 저거 얼굴 내놓고 무슨 소리하는 거냐. 밤길에 칼침 맞고 싶나.

채팅창은 이도원에 대한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현수는 어느 정도 중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도원 팀장님도 엄밀히 따지면 직원 입장인 걸 잘 압니다. 지금 영가의 요구사항이 합리적이라고 생각이 되셔도 그렇다고 말 못하실 수도 있죠. 하지만 그게 정의는 아니잖습니까.”

“정의 따지다가 내 일자리 잘리면 당신들이 책임질 거 아니잖아요!”

이도원이 소리치며 뒤를 확 돌아보았다.

그러자 다른 일행들도 순간적으로 모두 뒤를 돌아 박광석을 보았다.

촬영 카메라와 심령카메라 역시 박광석을 비췄다.

사아아아아아

동시에 주변의 공기가 더욱 차가워졌다.

현수가 고개를 돌려보니, 박광석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가 점점 회색으로 변하고 있었다.

악귀의 기운으로 바뀌는 것이었다.

‘엄청나게 분노하고 있다.’

현수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 순간이었다.

쩌저저저적

서버컴퓨터 콘솔들에 사백안의 눈들이 징그럽게 도드라지기 시작했다.

호장리 수영장에서부터 보았던 악귀의 형상들이었다.

‘사람들 죽은 걸로 돈 버는 인간.’

‘동료들이 죽었는데 아직도 이 짓을 하냐?’

‘시체 장사하는 놈.’

‘너도캠핑도 죽일 거냐?’

현수의 머릿속으로 악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남녀가 뒤섞여 내는 기계음 같은 소리였다.

그리고 이건, 현수가 보았던 악플들과 같은 내용들이었다.

현수를 쫓아다니는 악귀들이 현수의 죄책감을 읽어내고 괴롭히는 것이었다.

동시에 박광석 귀신도 회색 피부로 빠르게 변해갔다.

사방이 온갖 악귀로 뒤덮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때 이도원의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려댔다.

이도원은 현수를 노려보다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아, 부장님. 네, 지금 촬영 중입니다. 아, 네. 지금 보고 계시는 군요. 네. 네?”

이도원이 현수를 보며 인상을 썼다.

현수 일행도 긴장한 표정으로 그의 말을 기다렸다.

“촬영을 중단하라는 말씀이신가요? 아까 전무님도- 아. 알겠습니다.”

이어 이도원이 말했다.

이도원의 상사가 생방송을 중단하라는 오더를 내린 것이었다.

회사 홍보 차원에서 퇴마 의뢰를 해 직원들의 사기를 올릴 심산이었는데, 근무 환경이니, 복지니, 사망한 직원에 대한 사과 요구니 하는 이야기가 들려오니 되레 회사 이미지에 타격만 가는 상황이었다.

생방송을 보고 있던 임원들이라면 누구라도 방송을 중단하고 싶어 할 상황이었다.

“시, 시말서 말씀이십니까. 알겠습니다.”

이도원이 대답을 하며 전화를 끊었다.

“지금 바로 생방송을 중단하라는 오더가 떨어졌습니다. 경비원들이 오면 그 출입증을 반납하고-”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서버실 문이 ‘푸쉿’하고 열리더니 경비원들이 들어왔다.

건장한 체격의 경비원들은 성큼성큼 현수 일행에게 다가왔다.

사아아아아아

그 순간이었다.

아까보다도 더 강한 한기가 뒤에서 몰아치더니 현장에 있는 모두가 어깨를 움츠렸다.

칼로 베일 듯한 날카로운 한기였던 것이다.

“뭐, 뭐야!”

다가오던 경비원들이 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보았다.

우우우우우웅-

이어 형광등과 서버 콘솔의 LED들이 요란하게 깜빡이기 시작했다.

동시에 사백안의 눈들도 깜빡였다.

신도알은 솔트샷건을 여기저기 비추며 경계했다.

현수 일행은 박광석을 주시하며 그가 어떻게 변하는지 지켜보았다.

그의 피부는 이미 완벽한 회색으로 변해 있었다.

강한 분노에 악귀가 된 것이었다.

“박광석 씨! 진정하세-”

현수가 손을 뻗으며 소리치는 그 순간!

파캉-

파창-

콰과과과과광-

지지지지직-

형광등과 서버 콘솔들에서 강렬한 불꽃이 튀며, 도미노처럼 순차적으로 폭발하기 시작했다.

“꺄악!”

“으악!”

일행과 경비원 모두 머리를 감싸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형광등과 폭발한 서버 콘솔들의 파편이 머리 위로 쏟아졌다.

*

박광석과 현수의 소통이 시작된 이후로 실시간 뉴스와 커뮤니티에 게시 글이 돌며 시청자 수는 엄청나게 폭증하고 있었다.

그렇게 50만 명의 생방송 시청자가 들어온 상황.

누적된 파워챗 후원 금액만도 2억 원을 돌파하고 있었다.

전국의 직장인들 중 공감을 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후원을 해주며 자신의 목소리를 내주고 있는 것이었다.

당연히 너튜브 인기 급상승 동영상에도 등록이 된 것은 물론, 신규 시청자들도 끊임없이 유입 되었다.

국내 촬영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파급력을 보여준 것이었다.

이렇게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

서버실의 서버와 형광등이 일제히 폭발하면서 카메라 화면은 무척 역동적으로 흔들렸다.

“피해요!”

현수가 경비원들을 향해 소리쳤다.

경비원들이 당황하며 현수를 보는 순간 회색 연기가 강하게 몰아치더니 경비원들을 확 밀쳤다.

“크악!”

경비원들이 뒤로 날아가 서버 콘솔에 부딪혔다.

“태환아! 신도알 님한테 사격할 위치 알려드려!”

현수가 소리쳤다.

“두 시 방향!”

그러자 태환이 반응했다.

신도알은 눈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두 시 방향으로 솔트샷건을 쏘았다.

촤악 촤악-

소금이 흩뿌려지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회오리치듯 찬 공기는 계속해서 이곳저곳에서 불어 닥쳤다.

그 사이 일행들은 저마다 손전등을 켜고 주변을 살폈다.

천장에 회색 연기가 자욱하게 올라와 있었다.

“빌어먹을.”

저 연기는 악귀의 형상이 아니었다.

형광등과 서버 콘솔이 폭발하며 나온 연기였다.

이것 때문에 악귀의 흔적이 제대로 분간되지 않았다.

“방송 멈춰요! 방송 중단해!”

뒤로 밀려나 쓰러져 있는 경비원들이 현수를 향해 소리쳤다.

“아직도 그런 소리예요?”

화진이 버럭 소리쳤다.

그 순간 다시 한번 찬바람이 불더니 경비원들의 뒤로 쭉 밀려났다.

쾅-

경비원들이 서버실 문밖까지 밀려나자 문이 다시 닫혀버렸다.

“빌어먹을!”

경비원들이 벌떡 일어나 다시 문을 열려 했지만 카드키가 작동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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