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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173화 (173/227)

173화

# 아수라 솔루션 (4)

“지금 그게 무슨 상황인 거죠? 저도 그 메일 봤는데. 저 주소로 온 메일에 화장실 괴담이랑 환풍구에서 귀신 나와서 청소부 다친 거랑 내용 들어 있었는데?”

태환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도 여기 오기 전에 메일 봤어요. 확실히 있었어요.”

화진도 거들었다.

그러자 이도원이 두 손을 들고 손사래를 쳤다.

“아니에요! 아니에요. 정말 안 썼어요. 메일 발신 시간 보니까 근무시간이잖아요. 분명 제가 근무시간에 쓴 거고 제가 기억 못 할 리 없잖아요. 이거 캡틴 쪽에서 수정한 거 아니에요?”

“저희가 왜요?”

현수가 고개를 갸웃하고 되물었다.

“그야 뭐, 이슈, 이슈, 이슈몰이를 하려고?”

“아무리 이슈몰이로 돈을 번다지만 비도덕적인 행동을 하지 않습니다. 그건 저뿐만 아니라 우리 시청자들도 다 아는 사실입니다.”

- 모르는데옄ㅋㅋㅋㅋㅋㅋ

- 동료 죽은 현장 촬영 영상이나 내리고 말햌ㅋㅋㅋㅋㅋㅋ

- 사실 캡틴님 도덕성 문제는 좀 짚고 넘어가야지?

- 비도덕적일 건 또 뭐가 있음?? 다 허가 받은 건데. 너튜브에서도 심의 해준 거고.

시청자들의 채팅이 올라왔다.

세정은 채팅을 보면서 여론을 확인했다.

“크흠. 이상한데.”

이도원은 정말 억울해 보였다.

“중간에 귀신이 메일 내용을 바꿀 수도 있나요?”

화진이 물었다.

그러자 현수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뇨. 불가능합니다. 환각이 보이게는 할 수 있어도 이렇게 우리 모두가 보는 인터넷 속 메일 내용을 임의로 바꾸는 건 듣도 보도 못 했어요. 다만-”

“다만?”

“메일을 쓰다가 순간 빙의가 된 채로 써서 이 내용을 쓴 기억이 없을 수는 있겠죠.”

현수가 이도원을 보며 말했다.

“빙의가 돼요? 내가? 에이. 무슨. 하하.”

이도원이 손사래를 치며 뒤로 물러섰다.

“그거 아니면 이 현상이 설명되지를 않습니다. 물론 그게 진짜인지 확인할 방법은 없고요.”

현수가 말했다.

이도원은 그때 일이 정말 생각나지 않는지 눈동자를 굴렸다.

“하루에도 수십 통씩 메일을 쓰다 보니까……. 아니, 근데 정말로 캡틴님한테 메일 보냈던 순간은 기억이 나요. 근데 이 내용은 뭐지.”

“진위여부는 지금에 와서 확인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 괴담 속 화장실에서 자살한 귀신이 나타났다는 거죠. 그렇다면 이 환풍구 관련한 괴담도 사실일 가능성이 큽니다.”

현수가 이도원에게 핸드폰을 돌려받으며 말했다.

이도원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게 사실이든 아니든, 상부로부터 크게 질타받을 것이 뻔해졌다.

그 사이, 현수 일행은 천장과 벽면을 살피며 이동했다.

환풍구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이동을 하며 환풍구가 어떤 규칙으로 배치가 되었는지 이해할 무렵, 안내 메시지를 하나 확인했다.

가장 구석에 있는 환풍구 쪽에 아크릴판으로 작은 팻말이 붙은 것이었다.

[접근 금지]

다른 환풍구에는 없이 유독 그 환풍구에만 붙어 있는 경고였다.

“저기는 왜 금지죠?”

현수가 묻자 이도원이 어깨를 으쓱였다.

“안전상의 이유입니다.”

그의 대답에 현수는 환풍구 괴담을 떠올리며 주변 콘솔들을 보았다.

서버 컴퓨터와 콘솔에 막혀 환풍구를 향해 사다리를 놓을 수 있는 위치가 따로 없었다.

한 마디로 그 환풍구에는 애초에 접근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팻말이 붙어 있다는 건 언젠간 저 환풍구에 접근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현수는 손전등으로 환풍구 쪽을 계속 비췄다.

심령카메라도 환풍구 쪽을 계속 비췄다.

사아아아아

그때 환풍구 안에서 회색 연기가 스멀스멀 피어났다.

마치 화재가 난 것 같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도원은 그 모습을 보지 못했다.

“지금 저 안에서 악귀의 기운이 보이고 있습니다. 시청자 분들 확인되시죠.”

현수가 카메라를 보며 말했다.

“악귀의 기운이 보인다고요?”

이도원이 의아한 표정으로 심령카메라 화면을 보았다.

그러자 그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신기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자신의 눈으로 보이지 않는 연기가 카메라에 잡히는 것이었다.

퉁-

순간 환풍구의 철창 사이로 회색 손가락이 불쑥 튀어나왔다.

현수가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서며 솔트샷건을 들었다.

하지만 잠시 뒤 손이 다시 환풍구 안으로 들어갔다.

“대체 이 서버실 주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겁니까?”

현수가 답답한 표정으로 이도원을 보았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수라 솔루션 회사 서버 자랑하려고 사람 불렀다가 역풍 불게 생겼넼ㅋㅋㅋㅋㅋㅋ

- 이쯤 되면 그냥 말하세요. 이도원 팀장님ㅋㅋㅋㅋㅋ

- 그냥 말해라. 아 ㅈㄴ 고구마네.

- 이야기 하세욬ㅋㅋㅋㅋ

시청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어- 환풍구는- 저도 입사하기 전이긴 한데요. 위층 설비실 쪽에서 정비 시간에 정비하려고 직원 하나가 환풍구에 들어갔다가 추락하는 사고가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시신은 환풍구를 타고 여기까지 떨어진 거고요. 이 안에서 사망했는데 3일 후에 발견 됐죠.”

세정이 채팅을 보여주자 이도원은 고민을 하는 듯 머뭇거리다 대답했다.

“사람들은 그냥 그 직원이 갑자기 퇴근하고 잠수 탔다고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이건 명백히 사측 잘못이 있는 건 아닙니다.”

그는 덧붙이면서 거칠게 손사래를 쳤다.

“그럼 3일 동안 환풍구에 시신이 끼인 채로 계속 업무들이 진행 됐던 거네요?”

태환이 물었다.

“어- 뭐-”

“시신은 여기 이 환풍구에서 끄집어냈던 거고요.”

이도원이 머뭇거리자 현수가 덧붙였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이거 허태훈 잡는 퇴마랑은 아예 결이 다르겠는데요?”

화진이 나지막이 말했다.

“일단 이 회사에 있던 사고들에 대해서 하나씩 알게 되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이것들이 공론화가 되면 여기 계신 분들의 넋이 위로받겠죠.”

현수가 카메라를 보며 말했다.

이도원은 더욱 난처한 표정으로 이마를 붙잡았다.

“그 화장실 쪽에서도 뭐 아시는 게 있는 거죠?”

“아니- 그건-”

“서버실에 나타나는 귀신에 대해서도 아시는 게 있는 거고요.”

현수가 이도원에게 다가가며 물었다.

“왜 계속 모른 척하고 계신 거죠? 의뢰를 할 때 이렇게 되리라고 생각 못하셨나요?”

계속 따지듯 묻자 그는 어깨를 으쓱였다.

“아니, 그냥 보여주기식 쇼만 하는지 알고-”

그가 대답하다 아차 싶었는지 입을 다물었다.

- 캡틴님 방송이 주작인 줄 알았던 거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서버실 홍보하고 자랑하려고 의뢰한 거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근데 진짜 귀신을 보고 퇴마를 하니까 이게 골 때리는 거짘ㅋㅋㅋㅋㅋ

- 아수라 상사들 복장 뒤집어지겠닼ㅋㅋㅋㅋ

- 근데 메일은 진짜 어떻게 된 거?????

시청자들도 굉장히 흥미로워 하고 있었다.

동시에 시청자 수도 굉장히 가파르게 올라갔다.

국내 촬영 기준 초대박 방송 반열에 오를 수준이었다.

“팀장님.”

현수가 이도원 앞에 서며 말했다.

“팀장님께서 저희한테 의뢰 메일을 보낼 때 귀신이 빙의해서 다른 내용을 썼다면, 혹시 여기 있는 귀신과 팀장님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는 것 아닙니까?”

현수의 질문에 이도원이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아뇨! 무슨 관계가 있긴!”

“솔직하게 말씀해 주십시오. 그래야 퇴마가 됩니다.”

“없어요. 없어.”

“혹시 팀장님께서 사과할 사람이 있는 건 아닙니까?”

현수가 재촉하듯 이어 물었다.

이도원은 순간 말문이 막혔는지 입을 꾹 다물었다.

“그게 사실이면 팀장님께서 그 사람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하실 의향이 있으신가요?”

“네? 제가 왜요?”

“만약 그 귀신이 격무에 시달리다 죽은 거라면 회사 차원의 사과가 있을 때 한을 풀 수 있지 않을까요?”

“어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알겠는데요. 저희는 굉장히 적법한 절차에 따라 조치를 취했습니다. 제가 뭘 사과해야 하는지 모르겠군요.”

“그럼 솔직하게 말씀해주십시오. 지금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이 있긴 있죠?”

현수가 물었다.

그러자 일행 모두가 이도원에게 시선을 집중시켰다.

이도원은 당황한 듯 뒷걸음질 쳤다.

“지금 방송으로 다 나가고 있습니다. 채팅으로 제보도 들어왔어요.”

“아, 아니 저는 위에서 저보고 하라니까 나온 것뿐…….”

“솔직하게요.”

현수가 그에게 한 걸음 다가가며 말했다.

그러자 이도원은 미간을 찌푸리며 시선을 피했다.

잠시 침묵 뒤, 이도원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화장실에 있다는 귀신은 그냥 옛날에 거기서 자살한 직원이 있었다는 것 정도만 알고요. 화, 환풍구 귀신은 아까 말씀드린 대로 정비 직원이 죽은 뒤로 귀신이 나타난다고 하는데 청소부 한 명이 귀신 때문에 다친 적이 있었어요. 그 메일 내용대로.”

“서버실 귀신은요?”

“서버실 귀신은……, 박광석이라고……. 엔지니어면서 서버 관리를 맡았던 친구가 하나 있었어요.”

“박광석.”

“능력이 좋은 친구였죠. CCTV 펌웨어 개발도 하고 서버 관리까지 능숙하게 해서 상사들에게 인정을 많이 받았죠.”

이도원의 설명이 이어졌다.

“그러던 중에 박광석 그 친구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집에서 잠들었는데 다음날 못 일어났다고 하더라고요.”

“사인은요?”

“뭐라더라. 들었는데 까먹었습니다.”

이도원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 진짜 쓰레기 ㅅㄲ네.

- 누가 봐도 과로 아님????

- 과로 같은데.

- 술 먹거나 그런 건 아님???

- 아니 술 먹었어도 밤새 안녕이 쉬운 거임??

- 과로 맞는 거 같은데.

시청자들은 채팅에서 분노를 표했다.

현수 역시 이도원이 이야기를 걸러서 전달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아무튼 그것 때문에 유족들이 산재처리를 해달라고 했는데 사실상 근무시간 중에 사망한 것도 아니고 회사 내에서 일이 터진 것도 아니라…….”

“음. 그 ‘박광석’이라는 분 집안은 어땠나요?”

“가난한 걸로 알고 있어요. 그 친구가 거의 집안을 끌고 나가는 거 같았는데-”

이야기를 하던 이도원이 실수했다고 생각했는지 갑자기 말을 멈췄다.

현수는 이 정도까지 속속들이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박광석과 꽤 가까운 사이였다는 걸 추측할 수 있었다.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노동자 입장에서 보면야 박광석의 죽음이 무척 억울할 법 했다.

회사에서 인정을 받았다는 건 그만큼 격무에 시달렸다는 이야기이고, 지금까지 보인 정황으로 봐선 퇴근도 제대로 못하는 직장생활을 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로 인해 몸에 피로가 축적되었고, 그것 때문에 죽었다는 것이 분명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 보면 이는 산재라고 보기에 어려운 부분이었다.

회사 밖에서, 그것도 퇴근 이후에 벌어진 급사에 대해 자신들이 책임이라는 근거가 불분명하기 때문이었다.

회사 ‘아수라 솔루션’이 노동자 친화적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는 없는 부분이라는 이야기였다.

만약 다른 사연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박광석도 이 사실을 알 것이었다.

“알겠습니다. 일단 박광석 씨를 만나러 가보죠.”

현수는 이도원의 어깨를 토닥이고는 돌아섰다.

여전히 주변에는 찬 공기가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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